*** 백척간두 진일보 ***
(백 척의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조선시대, 임상옥이라는 상인이 있었다. 하루하루 커 나가는 임상옥을 경계한 중국의 상인들이 담합하여 임상옥의 인삼을 불매하기로 동맹을 결성하였다. 아무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임상옥은 뚜렷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도저히 이 위기를 넘길 지혜가 떠오르지 않자 어느 날 임상옥은 술을 한 병 사들고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서 물었다.
“어르신,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이 지금 백척간두에 올라서 있습니다. 사면초가에 처해 꼼짝없이 죽게 생긴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백척간두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까요?”
그러자, 추사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백척간두에서 내려올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려올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임상옥의 물음에 추사는 묵묵히 붓을 들어 종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

다.
百尺竿頭 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 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
‘100척의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그리하면 새로운 세계가 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 글에 깨달음을 얻는 임상옥은 얼마후 조선에서 가져온 인삼을 모두 태웠다. 임상옥이 인삼을 태우는 모습에 깜짝 놀란 중국 상인들은 그들의 잘못을 빌려 불을 꺼달라고 사정했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임상옥은 인삼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었고, 그 후 조선을 대표하는 거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백척간두 진일보.’ 중국 당나라 때에 장사(長沙)라는 스님의 이 말은 100척(약 330m)이나 되는 대나무의 끝에 간신히 서 있는 사람에게 한 발 더 나아가라는 의미입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 때 비로소 살 길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해리슨 포드의 인디애나 존스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비밀의 책에 기록된 바에 따라 까마득한 절벽에서 한 발 내딛었더니 투명한 징검다리가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보는 사람들은 부러워하면서도 우리 자신은 백척간두에서 내딛는 한 걸음이 무서워 아래로 내려오기 일쑤입니다. 스티븐 코비,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그 지글러 등 수많은 성공의 대가들이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해 젊은 시절 겪어야 했던 수많은 실패와 고통들을 애써 외면하며 그들이 강의에 얼마를 받는다는 얘기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러고 보면 성공과 실패는 단 한 걸음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백척간두 진일보. 이 고금의 진리가 여러분의 삶의 체험으로 나타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두려움을 떨치고 한 걸음을 내딛었던 임상옥의 이야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