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구미-의성 청화산 (701.2m)
신라불교 초전지에 솟은 낙동강 조망 명산
청화산은 구미시 도개면과 의성군 구천면의 경계에 자리하는 해발 701.2m의 산이다. 낙동정맥의 가사봉분기점(744.5m)에서 갈라져 나온 보현지맥이 천문대로 유명한 보현산(1124m0을 지나 석심산에 이르러 다시 팔공지맥을 갈라놓는다. 이 산줄기는 화산(828m), 팔공산(1193m), 가산(902m), 좌베틀산(369m)을 지나 오늘 소개하는 청화산을 일으키고 만경산(499m)을 끝으로 의성군을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에 몸을 담근다.
청화산은 산꾼들이 좀처럼 찾지 않는 숨겨진 산이다. 그러나 산자락 도개면 도개리는 신라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우리나라 불교사에 길이 기억되는 마을이다. 도리사 연혁에 '한국불교의 기틀은 해동불교의 초전지 선산의 도리사에서부터비롯되었는데, 묵호자로 알려진 아도화상은 법흥왕 15년(528) 신라불교의 공인에 앞서 눌지왕대(417~458)에 불교의 포교를 위하여 일선군(지금의 선산) 모례장자의 집에 머문 바 있다. 그는 선산의 도개에서 오색의 복사꽃이 눈 속에서 피어남을 보고 그 자리에 절을 창건하니 이가 곧 도리사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 묵호자와 모례에 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 신라본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 지금도 모례정이란 우물이 있는 모례장자의 집터가 자리하고 경로당에는 신라불교초전마을이란 간판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복숭아꽃 피는 그 도개마을. 우리 겨레의 영원한 번영을 기원하는 국토순례의 산행으로 청화산을 찾았다.
청화산 들머리는 68번 지방도변에 자리하는 다곡리의 땅재 버스정류소다. 잘 익은 노란 살구가 주렁주렁 달린 정류소 뒤에 땅재휴게소가 자리하고 그 오른편으로 콘크리트포장도가 이어진다. 감나무, 밤나무, 호두나무가 풋풋한 열매를 달고 있는 과수원 사이로 걸어가니 북서쪽으로 청화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스르르 다가든다.
포장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지자 향긋한 풀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뒤이어 만난 풀밭 삼거리에 산악회의 표지기 몇 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산길은 그 옛날 선산의 다곡리와 군위군 소보면의 보현리를 이어주던 옛길이다.
이윽고 구미시와 군위군 경계를 이룬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나무에 '청화산 등산로. 정상 2.6km'라 적힌 팻말이 걸려있다. 이곳에서 왼쪽(서북쪽)으로 느긋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서 왼쪽을 바라보니 냉산(692m) 산줄기가 나란히 가고 있다. 십여 년 전 냉산 취재시에 평행선을 그은 청화산 능선을 유심히 바라보았던 생각이 떠오른다. 다곡리를 지나는 68번 도로를 사아에 두고 청화산과 냉산은 사이가 좋다.
612봉에서 능선은 왼쪽으로 꺾어지고 평평하게 내려서는 길에는 참나무가 차양을 이뤄 산책을 나선 기분이 든다. 뒤이어 해발 670m 지점에서 헬기장을 만난다. 고사리가 유난히 많은 이곳도 참나무숲이 울창하다.
묵무덤이 자리하는 695봉을 지나 15분 가자 드디어 정수리다. 헬기장이요 전망대인 정수리에는 '청화산 정상(박곡봉). 해발 700.7m. 2006년 4월. 구미시 도개면' 이라 새겨진 정상석과 1981년 설치한 삼각점, '땅재입구 4.1km, 주륵사 폐탑지 입구 4.7km' 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다. 분홍빛 고운 꽃을 활짝 피운 자귀나무 한 그루도 눈에 띈다.
정수리에서의 조망은 참으로 시원하다. 특히 정남쪽으로 바라보는 냉산의 묘한 산세와 멀리 서쪽으로 옥성면, 선산읍, 도개면, 해평면의 들판을 적시며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의 전망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청화산 산행에는 우정산악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그늘에 둘러앉아 간식을 먹으며 악우의 정을 나눈다.
서북쪽의 하산길에 접어들자 왼쪽으로 전망대바위가 나온다. 백합과의 비비추가 보랏빛 꽃을 피운 이곳에서 굽어보는 낙동강의 흐름은 참으로 아름답다.
해발 약 650m 지점에서 묵은 헬기장이 나오더니 곧 두번째 전망바위다. 잠시 멈춰서 다시 낙동강을 굽어본다. 길이 525km로 우리나라의 10대 강 중에서 세번째의 긴 흐름과 네번째의 유역면적을 자랑하는 영남땅 생명의 젖줄, 보면 볼수록 산정무한의 법열에 젖어드는 듯하다.
460m 지점에서 만난 너럭바위, 380m 지점의 엉겅퀴 꽃이 뒤덮은 묵무덤, 쉬어가라 말을 걸어오는 능선에 핀 까치수염과 하늘나리, 땅나리...
320m 지점에서 임도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임도를 이별하고 왼쪽의 산길을 이어가니 무덤 여럿이 한 줄로 늘어선 능선이 나타나더니 곧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갈현마루에 내려선다.
*산행길잡이
땅재정류소-(40분)-주능선 고갯마루-(40분)-헬기장-(20분)-청화산 정수리-(1시간)-임도-(40분)-갈현마루
청화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68번 도로가 지나가는 도개면 다곡리의 땅재 버스정류소. 황금빛 살구가 주렁주렁 달린 정류장 오른족으로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들면 과수원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포장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풀밭길을 따르면 삼거리에 이른다.
표지기가 걸린 왼쪽길을 30여분 오르면 '정상 2.6km'라 표시된 이정표가 선 고갯마루다. 이곳에서부터 서북쪽으로 느긋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40분이면 해발 670m의 헬기장에 이르고 다시 20분이면 청화산 정수리에 닿는다. 도개면에서 세운 정상석과 1981년에 세운 삼각점이 자리하는 헬기장 정수리는 조망이 아주 좋다.
하산은 서북쪽 능선길을 이어야 한다. 3분이면 낙동강을 굽어보는 전망바위에 이르고 옛 헬기장을 지나면 다시 전망바위가 나온다. 조금 더 내려서면 해발 320m 지점에서 임도를 만난다. 곧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의 산길을 따른다. 무덤 여럿이 나란한 능선을 지나 구미시 도개면과 의성군 구천면의 경계를 이룬 갈현고갯마루에 내려선다. 땅재정류소~정수리~갈현 코스, 땅재고갯마루(등산안내도)~정수리~주륵사폐탑지~다곡1리 버스정류장 코스 모두 4시간이면 넉넉하다.
*교통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일 24회 운행하는 고속버스나 경부선 열차로 구미까지 간 후 구미에서 10분 간격으로 다니는 시내버스로 선산읍까지 간다.
선산에서 다곡리는 하루 3회, 선산에서 도개리는 하루 7회 시내버스가 다닌다. 선산터미널 054-481-2075.
땅재정류소까지는 선산에서 택시를 이용하는게 좋다. 미터기 요금으로 16,000원쯤 나온다. 선산개인택시 482-0012.
*잘 데와 먹을 데
선산읍내에 선산관광호텔(482-0225)을 비롯한 숙박업소와 식당이 여럿 있다. 청미장(482-2046), 비봉장여관(481-7788), 삼정장여관(481-3339), 선주한정식(482-2104), 강산애(481-2988), 가마솥감자탕(481-1520), 국일식당(481-5483).
들머리 다곡리 땅재정류소 옆에 있는 땅재휴게소(471-2887)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탑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simsanmunhak@hanmail.net
참조:청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