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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정말 오랫만에 갔던 의정부 버스터미널은 여전히 한결같았다.
의정부역 앞까지 이어지던 도로가 '행복로'라는 이름으로 번화가 중심거리로 바뀌었고,
북부권 최초로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고 경전철이라는 조그만 비행물체가 터미널 앞을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도,
붉은 벽돌의 조그만 건물만큼은 아무 꾸밈 없이 활발하게 버스와 승객들을 나르고 있었다.
어쩌면 다른 터미널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이 더 끌리는 곳.
삶의 분주함 속에 잊혀지다가도 어느 순간 생각이 날 법한 공간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화정에서 잠깐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헤어지고 문득 의정부가 생각이 났다.
새로 뚫린 경전철도 타 보고 싶고 신세계백화점 구경도 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복귀할 열차표도 끊어야 하기에 무작정 차 끌고 40여분을 달려오게 되었다.
한 때 화정에 학교와 학원을 다니면서 지겹게 넘나들었던 원당역 우회도로와 낙타고개를 지나서,
여름되면 장흥유원지 놀러간다고 그렇게나 막히던 벽제동 고개와 장흥·송추도 넘고,
군부대 사이 의정부 고개를 노래까지 틀고 직접 운전하며 가는 짜릿함은 더없이 신선했다.
모르는 사이 시내 비행장이 철거되면서 경민대교차로 - 터미널까지 다이렉트로 가는 길도 뚫렸다.
경기북부의 두 핵심인 일산과 의정부 사이를 제대로 오가는 대중교통이 없어 왕래가 많이 불편했는데,
확실히 자가용을 이용하니 훨씬 편하다. 그리 멀지도 않고 훨씬 느긋하게 올 수 있다.
일단은 딱히 차를 세워둘 공간이 없어 몇 바퀴 돌다가 아파트단지 한 쪽에 잠시 숨을 죽여놓는다.
입대 전에도 의정부터미널 근처를 지나갈 일은 많았다.
한 때 포천에 친구가 살아 새해 성인식 술파티 할 때도 여기를 거쳐갔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로 의정부에 가끔씩 올 일은 있었지만 경전철이 뚫린 후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냇가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경전철의 모습이 신선하다.
롯데월드의 그 것과 비슷하게 생겨 '놀이기구가 여기 왜 있지?' 라는 착각마저 들 것 같다.
엄연한 대중교통이지만 봐도봐도 아담한 사이즈가 귀엽기만 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버스터미널 승차장 모습을 한 컷 찍어본다.
이미 어둑어둑해져 은은한 조명을 깔고 승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한결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사진을 찍기 직전 서너대 이상의 버스가 한 번에 빠져버린 상태.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수요에 비해 공간이 너무 좁아 언제나 시장바닥이기에 이 만한 여유로움을 찾는게 오히려 더 어려운 동네다.
터미널 앞 사거리의 모습.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번호를 단 단거리 시외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이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도 한참을 더 가서 인천까지 실어나르는 3700번과 분당에서 전곡까지 긴 거리를 이어주는 3300번은 물론이고
동두천·의정부 - 오산·송탄·평택·안성을 잇는 시외노선(8456번)과 공항버스까지 번호가 붙을 정도로,
시내버스에만 번호가 붙는다는 편견은 이미 깨진지 오래된 곳이다.
역시나 도로 앞 공간이 좁은 것도 똑같고,
자전거 주차공간을 만들어 자전거 이용객을 배려해주는 것 역시 똑같다.
다만 입구는 '버스터미널' 간판 대신 PC방, 분식집이 대신해주고 있다.
놀랍다.
각각 지금과 5년 전 사진인데 같은 날 찍었다고 해도 믿겠다.
추억이 서린 곳이 그대로 있어서 반갑기는 하지만 얼핏 느껴지는 씁쓸한 기분 또한 지울 수는 없는 것 같다.
5년 전 글을 쓸 때 '좁다' 하나로 엄청난 비판 세례를 퍼부었던 전례가 있어서인지.
2층 또한 마찬가지.
대낮과 초저녁 그리고 여름과 겨울이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더 어두운 지금의 사진이 오히려 더 옛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의정부.
이웃 의정부역은 신세계백화점을 위시해 으리으리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버스터미널 만큼은 너무도 조용하면서 분주하게 오늘의 일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첫댓글 군대가 양주라 의정부역까지 지하철타구 터미널까지 걸어가느라 고생혓는데....이젠 찾아가기 쉽게해놓은거같습니다...오랜만에 의정부터미널보니 반갑네요^^
행복로 만들어서 정말 편해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번화가 정리도 잘 되었고 의정부역에서 부대찌개거리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아이쇼핑 하기도 좋아요. 저도 참 반가웠었습니다. ^^
저기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게 없네요. 저기도 5년전에 가봤었는데.. 그 당시에는 터미널 뒤에 평안운수 차고지가 있었는데, 사진상 터미널 뒤 건물이 제가 못보던 건물인것 같아 평안운수 차고지는 없어진듯?
평안운수 차고지는 보이지 않고 공용주차장이 새로 생겼습니다. 몇 년 전에 의정부터미널이 바뀌었단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게 아마 버스차고지가 없어졌다는 얘기인 것 같아요~
평안운수차고지는 민락동인가 금오동인가 공영차고지로 이전했습니다...
철도이용이 제한적인 도시치고도 버스터미널 시설이나 노선이 참 제한적이라 놀라는 지역
옆에 서울이 있고 분단이 되서 경원선이 전철 전용노선으로 전락한게 큰 이유겠죠~ 잠재력은 충분한데 그 점이 참 아쉽습니다.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군대있을때 외박 하러 갔을때가 생각나는군요 ㅎ
의정부에서 근무하셨나보군요 ㅎㅎ
아뇨 양주에서 근무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