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기(1) : 2023년 07월 29일(토)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쓰려한다. ‘광화문 일기’, 격주로 토요일 광화문에 나가 광장에서 벌어지는 집회와 풍경을 기록할 예정이다. 광장의 집회는 현재 대한민국의 이념과 실존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그 현장을 기억하고 현재의 한국사회의 방향을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우선은 2024년 총선 전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정치세력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수많은 단체와 집단들의 투쟁은 실질적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실천이다. 그것이 때론 왜곡된 방향에서 기만적인 논리를 설파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또한 현재 우리의 목소리이다.
1. 이 날의 집회는 항상 극우적 단체가 장악하고 있는 동아면세점 앞 공간에서 벌어진 해병대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자유마을’ 추진집회와 KT 사옥 앞에서 벌어진 소규모의 민중단체의 ‘평화촉구와 윤석열 퇴진’ 발표가 있었다. 두 개의 집회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집회인 반면에, 핵심적이면서도 특별한 집회는 최근 <서이초>교사 자살로 촉발된 ‘교권 및 교사 생존권’ 보호를 위한 대규모 집회라고 할 수 있다.
2. 광화문 우측 ‘고궁박물관’ 앞에서 사직단까지 이어진 도로 앞에 집결한 검은 색 옷을 입고 참석한 교사들은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에서 교권과 교육권 보호를 외쳤다. 그들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몰상식하고 무례한 학부모들의 갑질을 증언하였고 무력한 교사의 권리를 자탄하였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한 교육의 볼모지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약 2시간에 걸쳐 뜨겁지만 차분하고 질서 잡힌 집회가 진행되었다. 집회 앞쪽에 작가 김훈이 보였다. 보수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만 뜨거운 인간애를 지닌 김훈의 참여는 그가 기록할 하나의 글을 예고하는 듯하다. 사실 이 문제에는 더 많은 유명인사들의 발언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교사들이 모인 진정한 핵심은 이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3. 교사 집회는 광화문에서 열리지만 상대적으로 주변의 시선에서 가리워진 광화문의 공간이다. 어떤 곳이든, 모여서 발언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광화문의 핵심이 광장공원으로 전환되었고, 면세점 앞은 극우세력이 지속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목소리는 광화문 광장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일부로 집회 장소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교사들의 목소리는 막혀있다. 광화문 광장에는 여름 더위를 피하러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현재의 집회가 교사들의 독점적 집회로 축소되어 있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이 사안은 단지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위계와 갑질의 추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좀 더 많은 시민들과의 공감과 연대가 필요한 내용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과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교육 및 역사학계의 반발에서 시작하였지만, 결국 전 사회적인 시민사회의 문제로 확산되었듯이, 이번 교육문제도 시민적 권리와 민주적 실천의 형태로 확대되어야 근본적인 해결에 이를 것이다.
4. 집회가 끝나고 수많은 검은색 물결이 광화문 곳곳으로 분산되었다. 많은 교사들은 광화문 주변 술집과 카페 그리고 식당에 모여 오늘의 집회를 복기하였다. 그 바람에 오랜만에 광화문 식당가는 활기를 찾았다. 광화문 식당가는 주말에 한가한 편이다. 특히 술집은 조용할 정도로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검은 색 물결이 술집을 채웠고 그들은 진지하게 토론했다. 과거 <촛불집회>때 요란스럽고 생동감있던 토요일 모습과 유사할 정도였다.
(김훈의 '중앙일보' 기고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2441
첫댓글 - '내 새끼 지상주의' - 작가의 말은 언론을 타고 퍼진다.
- '힘들다' - 어린 교사의 말은 죽음을 타고 전해 진다.
- 조화의 터널, 검은 옷의 교사 모임 속 축축한 바닥에 앉아 펼친 오색의 우산들
- 교사들이 말하고 싶은 비리, 모순, 횡포.............. 나약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