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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투철한 도덕관념이다. 『엠마』에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심한 말을 한 '엠마'를 사정없이
꾸짖던 '나이틀리'의 목소리엔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런 점은 『오만과 편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의 여자주인공들은 청혼을 받고도 대놓고 싫다고 말할 정도로 자아가 확실한 캐릭터로 묘사 된다. 21세기
기준에선 별거 아니지만 18세기 영국사회에 있어서 여성의 자아성취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속에서 서서히
자신을 찾아가는 여자주인공의 모습은 작가의 마음을 담은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 '작가' 자신을 둘러싼 작은 마을의
모습과 영국의 사회적 부조리도 담아 당시 사회상을 무척이나 잘 보여주고 있기에 그저 그런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로 끝나는 책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지금의 기준에 보면 좀 고리타분해 보이는 제인 오스틴의 책이 오늘에 와서도 계속 영화화되는 이유는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치밀한 성격묘사, 톡톡 튀는 대사의 매끄러운 연결은 오늘날 어떤 소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꽤나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기본 틀은 『오만과 편견』에서 따왔다고 한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은 이름마저 '마크 다아시'로 성이 같았으니 말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 재료이기도 한데 그중 프란시스 오코너 주연의 『맨스필드 파크(Mansfield Park)』는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이밖에도 그 유명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Sense And Sensibility)』와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엠마 (Emma)』도 잘 만들어진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로 추천할만 하다.
분별과 다감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통해 잘 알려진 작품. 서섹스 지방 노를랜드 파크에 살고 있는 대시우드 씨에게는 전처
소생 아들 존과 후처, 그 후처 소생의 세 딸 엘리너, 마리안, 마거릿이 있다. 대시우드 씨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 존의 부인
화니의 욕심으로 후처 가족들은 적은 유산만을 분배받게 되고, 대시우드 부인과 그 딸들은 그 유산만을 가지고 데본셔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다. 침착하고 이성적인 맏딸 엘리너는 화니의 동생 에드워드 페라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 감정을 서로 확인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 한편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마리안은 데본셔에서 윌로비라는 혈기왕성한 청년을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지지만, 윌로비는
돈 때문에 마리안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고, 상심한 마리안은 열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된다.
엘리너 역시 에드워드의 약혼자라고 주장하는 루시 스틸을 만나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되지만 자신의 고통을 숨기며 동생을 위로하는데...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자매가 사랑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이 잔잔하고 우아하게 그려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