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작단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요약
이유식(문학평론가)
1. 들어가는 글(생략)
2. 문제점과 해결방안
첫째는 신변수필이 너무 범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질좋은 신변수필은 얼마든지 환영받을 수 있다. 문학성이 없는 잡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을 쓰더라도 문학성 있는 신변수필이 되도록 각별한 작법적 반성이나 고민을 해야되리라 본다.
둘째는 오늘날 수필작단이 경수필 일변도인 만큼 역으로 중수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수필의 장르적 발전사를 고려해 보아 이제는 중수필이 많이 나와야 할 때다.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바뀌듯이 반듯이 중수필이 창작되어야한다.
물론 실로 좋은 중수필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중수필을 쓰기위해서는 자기자신의 체험도 중요하지만 독서가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좋은 중수필을 쓰기위해서는 잡학박사식의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폭 넓은 독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1) 중수필의 중요한 제재를 얻을 수 있다.
2) 소재의 고갈을 극복할 수 있다.
3) 부차적인 유용성
a) 예화를 풍부하게 하여 독자들에게 지식정보 이외에 지적호기심을 충 족시킬 수 있다.
b) 글의 전개에 있어 필요시는 인용법, 대조법, 비교법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준다.
c) 타인의 지적 활동을 통해 사물이나 어떤 현상을 폭넓게 또는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셋째는 세계여행 자율화 이후인 90년대와 2000년대 들어와서는 기행수필이 무척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에도 문제가 있다. 상당수의 기행수필이 기행문에 끝나는 것 같다. 기행문에서 더욱 진화한 형식이 기행수필이 아닌가.
기행수필은 최소한도의 문예미학을 살려내야 한다. 문예미학을 살려내려면, 그 기록성의 자료(소재)를 바탕으로 하여 각 소재의 성격에 따라 정서적 여과나 지적여과 아니면 혼성여과를 거쳐야 한다.
정서적, 심적 여과라면 정서적 반응이나 감회는 물론 인생론적 명상이나 관조가 나올 수 있다.지적 여과라면 인문학적관조나 명상, 비교문화적 접근이나 해석 아니면개별 소재에 대한 작가나름의 해석이나 의미부여 등이 나올 수 있다.
원유를 정제하다보면 석유 외에 다른 여러 화학물질이 나오는 것과 같은 여과요 정제과정이다. 그것을 다시 비유적으로 말해보면 양조과정에서 숙성이나 증류과정을 거치는 경우와도 흡사하다. 그러고 난 다음이 문학성이 창출된다.
따라서 기행문과 기행수필에 있어서는 지금 말해 본 소재문제 처리는 물론 더 나가보면 주제의 형상화와 구성법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행문이 다분히 견문 나열식이라면, 기행수필은 주제형상화를 위한 취사선택식이다. 기행문의 주제가 분산적이거나 다초점적이라면, 기행수필의 경우는 반분산적이거나 집중적이다. 기행문의 구성이 대개 시간의 순행구조에 의존한다면 기행수필은 순행구조일수도 있고 또 역행구조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또 다른 다양한 변조를 시험할 수도 있다.
넷째는 수필작단의 구태의연한 전반적인 매너리즘mannerism도 문제다. 행여 나는 몸보신을 위해 마치 달팽이처럼 구각의 껍질 속에 웅크리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편안하고 무탈하다고 남이 닦아놓은 고속도로나 포장도로로만 다니지 않는가 하고 반성해볼 필요도 있다.
세상도 변하고 기호도 변하며 감각이나 감수성도 변한다. 과연 나는 그에 상응할 수 있는 도전정신, 바꾸어 말해 탈 매너리즘 정신이 있었는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근래에 와서는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맞추어서 이른바 ‘퓨전수필’이란 장르가 논의 되고 또 정보화 시대의 속도성에 맞추어서는 5-6매 정도의 ‘단형短形수필’의 필요성도 제기되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개척해 볼만한 새로운 장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새로운 장르의 개발이 꼭 능사일 수는 없다. 그러나 설사 시행착오가 있다할지라도 그런 노력이 없다면, 어떻게 새로운 발전이나진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가 하면 새로운 소재, 새로운 주제 발견에도 소흘한 것 같다. 각자가 조용히 반성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
3. 나가는 말-생략
(隨筆學 제18집/한국수필문학회간 pp205~214)
첫댓글 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워버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