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칠선골, 염주골
2011년 7월 30-31일
원타이정, 쎄미, 원장, 대청봉, 쎈토, 쌈장, 꽃마리, 단미, 요물
(존칭 생략)
양폭대피소-칠선골-칠선폭포-만경대-염주골-천당폭포-양폭대피소
올해는 한여름 장마가 국지성 폭우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 우면산이 무너지고 경기북부 지방의 폭우로 인해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장마가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다. 새들이 서로 부르며 찾는 소리가 가득 그리운 여름, 새소리
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나뭇잎의 초록은 더욱 짙어가는 그런 날들,,, 이런 여름이 부럽기만 했다.
설악산 칠선골은 작년 골짜기까지 갔다 폭포는 보지 못했고, 염주골은 나에게 항상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두곳 다 협곡인데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위험한 골짜기,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계곡
였기에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가까이 설악산을 좋아하는 산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편히 설악산을 이른 새벽 집앞에서 갈 수
있었다. 집을 떠나면서도 시험을 며칠 앞두고 있는 조카 밥 때문에 마음에 걸려 발걸음이 편치 만은 않았다.
일행들과 속초에서 만나 아침을 먹고 주섬주섬 보따리를 만들어 등짐을 메고 천불동계곡으로 들었다. 짐이 너무 많
아 무겁게 종이상자에 한아름 이고 가는 산친구한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걸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우비를 입지 않아도 시원하리 만큼 속 내장까지 스며드는 천불동 계곡의 폭포소리와 풀내음
만으로 이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도시에서 잠시 나를 감추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양폭대피소의 산장이 시글벅적거렸다. 요즘 휴가철과 방학으로 산장예약이 완료되어 오후인데도 이미 와 있는 산
객들로 꽉 차 있었다. 용소골과 음폭, 양폭, 천당폭의 물흘러 내리는 소리가 합장을 하고 손에 닿을 듯 펼치면 아
슬아슬한 산봉우리들, 산장에서 쳐다보는 것만으로 좋다.
거기에 맹탕 미역국에 밥말아 먹었던 점심 한 끼를 개 눈 감추듯 먹고 도란도란 얘깃거리들, 피어나는 운무속에 소주
잔 기울이며 놀던 자리가 며칠이 지난 지금 또 거기에 그렇게 있고 싶다.
양폭대피소의 밤이 내 마음을 쓰라려 내렸다. 일찍 대피소에 입소해야 할 사람이 오지 않아 밤 늦게까지 대피소마다
비상이 걸려 죽음의계곡까지 사람을 찾는 소동이 벌어지고 희운각으로 가족을 마중나가려 했던 발걸음이 비선대까지
내려 가면서 그걸 모르고 대피소 직원들은 찾으러 나섰던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잠시 잤는지 떠드는 소리에 깨 보니 산친구들이 어수선하게 떠들며 보짐을 챙기고 있었다. 나도 급히 따라 나섰다.
어제 밤 무서운 유혹에 넘어가 그냥 대피소에서 놀다 그냥 집으로 가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친구들 따라 칠선골로
들었다.
계속 비가 내리고 있지만 설악산은 금방 물이 흘러내려 계곡산행에 별 어려움이 없을꺼라 생각했다.
협곡을 따라 들어 가면서 산봉우리들이 고개를 추켜 들어야 바라 보일 정도로 골이 깊다,
울창한 숲, 길고 긴 계곡, 협곡따라 이어지는 낭떠러지, 오랜 세월속에 거목, 꿩의다리꽃, 어수리꽃, 이름모를 버섯들,
자연을 다스리는 신의 능력에 따라 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
경사진 바위에 물이 흐른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면 아찔한데 앞장서 올라가는 친구의 모습이 장해 보였다.
큰 바위에 개미가 붙어 기어 오르는 것 같았다, 위에서 줄을 내리고 안전모를 쓰고 무서움을 많이 타는 내가 이런 경사진
곳을 오른다는 것만으로 무서워 했었다, 칠선골을 오는 사람들이 여기에서 오르지 못하고 되돌아 가는 것 같았다.
작년 이곳 까지 왔다가 되돌아 갔던 곳이다.
내 머리위에서 손짓하며 낑낑거리는 날 반겨주는 친구들, 핼멧과 안전벨트를 찬 친구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어쩌면 나
와 정 반대의 산을 오르는 그 들이 오늘은 마냥 부럽다,
경사진 바위를 따라 오르다 하늘이 보였다. 구름이 큰 하늘끝에 춤을 추고 있는것도 모르고 힘을 다해 올랐던 저 아래.
운이 좋아 내 머리위로 날 것 같은 예감, 자연이 주는 오르가슴에 나도 하늘을 날아 오른다.
뒤 돌아 보면 높은 바윗덩이 위에 작은 나무들, 거센 바람에 살다 살다 지쳐 쓰러져 고목에 될 것 같은 그대로 자연의 소
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칠선 폭포)
야!! 칠선 폭포다,
화채능선에서 보았던 칠선폭포,
그리움만 쌓이다 찾아온 이 골짜기,
끝까지 오지 못해 되돌아 갔던 작년,
연신 하늘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깎아 지른 바위절벽에 힘차게 내리는 물소리가
이 높은 협곡에 울려 퍼졌다.
만경대능선에서 바라다 보는 청봉과 공룡능선의 운무가 운무쇼를 하고 있었다.
구름바다가 보이는 무언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염주골,죽음의계곡, 용소골, 잦은바위골, 그리고 저멀리 나한봉 아래 설악골,
눈금만큼 보이는 희운각대피소가 보이고 천화대, 범봉, 마등령, 유난히 고개가 푹 파인것 같이 보이는 저항령너머 황철봉
까지 어데를 바라다 보아도 좋다.
내가 이 다음 가보고 싶은 곳이라면 죽음의 계곡이라 하겠다. 희운각대피소뒤 길에 앉아 쉬어가면서 신선대와 죽음의 계
곡을 보았다.
대청봉과 화채봉에서 흘러 내리는 물은 죽음의계곡과 염주골로 합수되어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간다.
염주골의 시작은 느슨하지만 내려 갈수록 가파라진다. 설악산 계곡중 가장 험난한 골짜기, 좁다란 협곡,
굽이굽이 협곡을 끼고 울울창창한 숲, 길고 긴 계곡, 연이은 높고 긴 폭포, 흉내낼 수 없는 저 거대한 조각
품들, 깎아지른 바위산을 걷는 산행길, 염주골은 그래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고 높은 곳을 한 번쯤
와 보고 싶었던 곳이다.
내려 가면서 하늘은 이미 녹음 우거진 나무가지숲으로 가리웠고 우리의 정담은 깊어만 갔다.
산향기가 너무 맑아서 너무 깨끗해서 내려가면 또 오지 못할 곳 마냥 이곳에 머물러 있는 친구들
우리의 이야기가 깊은 이 계곡속에 퍼져 간다.
한눈을 잠시 팔면 미끄러져 걸을 수 없는 물이 마르지 않는 깊은 계곡, 물소리가 계속 따라온다.
돌아보고 ,살펴보고 조심, 신발이 물에 빠지지 않으면 내려올 수 없는 곳, 난 참다 참다 염주골에
서 신발을 물에 젹셔 버렸다.
물살이 세다. 계곡의 수면이 낮고 얼마 되지 않는 높이지만 이 계곡의 이름만큼이나 위험한 곳
우린 이곳에서 줄을 이으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내려와야 했다.
난 난생처음 해보는 이 짓꺼리를 왜 해야 하는지, 이렇게 무서운 거를 하면서 산을 가야 하는지,
이 험한 물을 넘을 때 죽을 뻔 했다. 이게 죽는거구나!!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설악산 물이 내 내장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 가족이 불현듯 스쳐갔다.
살았다.
그리고 산친구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안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난 폭포가 무서웠다. 험한 이 골짜기의 사진도 찍지 못했는데 산친구가 찍어 주었다.
깊은 협곡과 낭떠러지 산행 길, 하강이었다. 헬멧과 안전벨트, 확보라는 소리가 무서웠다.
도봉산 신선대 처음 오를 때 울었던 생각과 북한산 향로봉 바위에 매달려 덜덜 떨던 생각이 났다.
난 바위산이 무서워 이런 길들은 내 길이 아닌가 했었다. 인수봉을 오르자 했던 친구말을 몇번
이나 뿌리쳤었다.
이곳 하강길은 몇 백미터 될 것 같았다. 줄을 두 개 이용하여 같이 내려오는 산친구의 소리가
무슨 말인지 귀에 들리지 않았다. 아마 난 혼자 하강했다면 죽었을지도,,
처음 해 보는 하강이 아마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꺼라 생각했다.
몇 폭이나 될까??
염주골은 폭포란 폭포는 이 골짜기에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면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돼 내려 갈 시간이 촉박한데도 말이다.
우리는 이제 이 골짜기를 내려 가면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둘러보고 내려오고 싶지
않은 날갯짓을 하는지 모른다. 하루종일 물소리 들리는 계곡에서 숲이 우거진 나뭇잎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이 거대한 거목속에 우리의 꽃을 피워야 했다.
갈 길이 있지 않아 만들며 오르며 내리며 먼저 앞서 가 있는 대장의 산행능력에 따라 우린 안전히 걸을 수
있었다. 천불동계곡의 계단이 보이면서 산친구따라 산비탈따라 내려섰을 때 천당폭포의 물소리가 반가
웠다.
양폭대피소에 왔을 땐 우리집인듯 안심이 되었다.
내가 산행하면서 신세를 진 이번 함께한 산친구들에게 송구스럽단 말 전하고 싶다.
그리고 칠선골과 염주골이 그려 낸 산수화평풍을 살면서 살면서 다시 펼쳐볼 것이다.
첨부: 칠선골과 염주골은 장비와 풍부한 산행 경험이 필요한 곳입니다,
위험과 폭포가 많아 옆사면 낭떠러지로 위회하는 곳과 밧줄을 이용하여 하강하는 여러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유구무언이다... 풍경, 폭포, 협곡, 공포,,,
고생했다... 부러움도 가득함,,,
평생 잊지 못할 곳을 다녀왔구나. 협곡속 폭포속에 있을때의 너의 마음 영원히 간직하길~~~ 그풍광 사진으로나마 느끼게 해줘서 고맙당...
이제는 몸무게가 ㅎㅎ 밧줄 꿇어 질까봐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