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들, 여기 다 모였다.
_ 21c RPM 8기 오리엔테이션 현장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21cRPM 8기 "RPM스쿨"
며칠째 계속된 추위와 폭설로 세상이 꽁꽁 얼어버렸다. 거리의 사람들은 찬바람을 피해 각자 어디론가 찾아들기 바빠 보인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추위에 움츠러든 마음에 불을 지피고자 꾸준히 레이더망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21c RPM 8기’다. 단체 면접을 통해 8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100명의 사람들이 서교자치회관에서 첫 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1월 6일 늦은 7시, 그 따끈따끈한 현장을 찾았다.
글래스톤베리와 월드DJ페스티벌
21c RPM 8기(이하 RPM)는 100%에 가까운 출석률로 이미 불타기 시작한 그들의 열정을 증명해보였다.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강당에 들어서는 그들을 보며 가지각색 개성 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 글래스톤베리 감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리엔테이션에 들어갔다. 장비 문제로 초반에 상영을 잠시 중단해야 했는데 그 시간을 활용해 RPM의 '30초 PR'을 진행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준비한 사람부터 노래 실력을 뽐낸 사람, MC 꿈나무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 준 사람까지, 이들이 만드는 월디페는 어떤 모습일지 절로 기대가 되었다. 장비 문제가 해결되고 1시간 반 가량 영화를 본 후 축제의 총 지휘자 류재현 감독(이하 류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에 오른 류 감독의 모습
류 감독은 글래스톤베리의 역사에 대해 물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농부인 마이클 이비스에 의해 만들어진 글래스톤베리의 성장 통을 지켜보며 류 감독은 문화기획가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축제의 성공 요인부터 트렌드 변화까지, 이 모든 것이 글래스톤베리 축제에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축제는 일탈을 통해 자신을 찾는 것이며 사회가 허용하는 많은 일탈이 벌어질수록 성공한 축제라고 정의했다. 그리고나서 류 감독은 또 한 번 질문을 던졌다. "국내에서 성공한 축제가 뭐가 있죠?" RPM의 침묵을 깨는 그의 자답은 '보령머드축제'와 '함평나비축제'였다. '사회가 허용하는 일탈'이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성공 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월디페)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제
대한민국에서 제일 재미있는 축제를 만들어갈 주인공들
류 감독은 20대 후반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지면서부터 월디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꿈이 마이클 이비스와 비슷하다고 했다. 단지 영국과 난지지구, 장소의 차이만 있을 뿐. 이어 5개월 전부터 총감독과 준비하는 차별화된 RPM 운영 방식을 강조하며 월디페가 국내 축제에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디페 1회 이후 국내 대형 록 페스티벌에 DJ가 헤드라이너로 서기 시작했고, 밤새 일렉트로닉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존이 형성된 것이 그 중 한 예일 것이다. 류 감독은 월디페는 3년의 역사가 아닌 10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항상 앞서나가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 축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2010년 월디페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명 헤드라이너의 유무에 관계없이 '가면 무조건 재밌는' 축제, 재밌는 문화의 집합소 같은 축제가 바로 다가 올 5월 RPM이 채울 축제의 밑그림인 것이다. 또한 류 감독은 축제가 재밌으려면 RPM 스스로 재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짧은 30초 동안 RPM이 발산한 '끼'와 '개성'을 보아하니 이 부분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미칠 수 있습니까?
류 감독의 '문화 난장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RPM스쿨
류 감독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미칠 수 있습니까?" 누군가 미치지 않고서 2007년 대한민국에 월디페라는 '문화 난장'이 시작될 수 있었을까? 류재현 감독, 최태규 감독, 김민정 조감독을 비롯한 13명의 상상공장 식구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 미치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했던가. 류 감독과 함께 쉽지만은 않은 길을 걸어 온 상상공장 식구들에게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저 멀리 한 점 빛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들은 그 빛을 좇아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품은 RPM과 만났다. RPM 역시 자신들이 꿈꾸는 무언가를 위해 이곳에 왔을 것이다. 그들은 월디페에서 '무언가'를 찾을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야한다. 시간은 충분하다.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이들의 ‘미친 활동’에 기대를 걸어본다.
2010. 1. 8.
글 / 이정아
사진 / 유현진
첫댓글 못가서 넘 아쉬워요 ㅠㅠ
다음번엔 꼭 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