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남대문 쪽방 화재 발생
쪽방화재, 현실적인 화재 복구 대책 / 재발 방지대책 마련하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연일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독거노인, 노숙인, 쪽방촌 등 취약지역을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점검하고 한파에 피해보지 않도록 살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남대문 경찰서 뒷편에 있는 쪽방을 방문,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도, 복지부장관의 온정도 쪽방촌의 단골 재앙인 화재를 막지는 못했다. 복지부 장관이 다녀간 쪽방촌, 남대문로 5가 555번지에 어제(25일) 오후 17시 50분 경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쪽방 총 36호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그 건물 2층에는 쪽방 주민을 위한 복지기관인 ‘쪽방상담소’도 입주해 있었다. 화재 건물에 입주해 있던 주민 6명과 쪽방상담소 직원 등 5명은 화상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근 병원 3곳으로 후송되었다. 다행히도 대다수 환자들은 경미한 부상으로 응급처치 후 퇴원하였으나 잠에 들어 대피가 늦었던 황 모씨는 심각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중이나 위독한 상황이다. 또한 70세 고령인 이 모씨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산소탱크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관내 주민센터는 현장에 직원을 파견하였다. 그러나 주민센터 직원들은 화재 피해주민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력의 열세에 처해 있는 상태로 변변한 초기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화재가 발생한 곳의 쪽방 주민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어 개별적으로 대체할 거처를 마련하는 것과 필요물품을 구입할 만한 여력이 없다. 따라서 화재로 인해 주거공간이 소실되거나 연기와 그을음 피해 등 2차 피해로 인해 종전의 거처로 들어갈 수 없는 이들에게 신속하게 일시주거시설을 마련해 주고 급식이나 식품·의류·침구 또는 그 밖의 생활필수품 제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러나 해당 관서는 주민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병원 후송으로 화재 피해자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대체주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통장 개인에게 의탁하여 인근의 빈 쪽방을 수소문해 피해 주민들의 긴급거처를 확보하고 있을 뿐이며, 그것도 고작 11명만 기거할 수 있도록 조치되었을 뿐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피해주민에 대한 조속한 지원, 쪽방상담소의 공간 마련을 통한 역할 회복, 그리고 화재현장의 복구와 재발방지대책이 신속히 마련되길 촉구한다.
첫째, 현 상황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재해구호법> 등에서 규정하는 '재난' 상황으로, 그에 따라 화재 건물 및 인근 건물 주민들을 이재민으로 인정하여, “일시 대피시설”을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 더욱이 화재가 난 건물 백 미터 반경 안에는 이미 ‘경로당’이 설치되어 있어 대피소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이 건물을 긴급대피소로 운영하여 피해 주민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화재의 직․간접적인 피해내역을 파악하는 거점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화재로 공간을 잃은 ‘쪽방상담소’가 이 장소를 임시사무소로 활용하도록 하여 피해주민 및 내역 파악, 화재현장 복구 및 주민지원활동에 있어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른 생계, 의료, 주거 등의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화재 피해 주민들 중 일부는 지갑하나 챙기지 못한 채 대피한 상황이다. 몇몇은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병원비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하고, 지역복지단체 활동가의 도움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일까지 겪은 바 있다. <긴급복지지원법>은 화재 등의 위기로 거주하는 주택 또는 건물에서 생활하기 곤란하게 된 경우 등 생계곤란 등의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지체 없이’ 지원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관서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생계지원, 의료지원, 주거지원 등에 대한 비용 및 현물서비스를 피해 주민들에게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쪽방화재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쪽방의 화재는 가연성 높은 건축물의 특성과 열악한 설비 및 밀집된 구조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동절기 때 반짝하는 소방대책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쪽방을 거리노숙예방의 기능을 하는 사회적으로 유효한 주거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쪽방운영에 관한 법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즉 철거로만 일괄해왔던 정책에서 벗어나, 여러 가구가 공동생활하는 다중주택(HMO Houses in Multiple Occupation)을 다룬 영국의 ‘주택법’, 단신가구가 주로 사용하는 숙박소를 다룬 일본의 ‘여관업법’과 미국의 섹션8 SRO프로그램‘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거처로서의 시설설비 구축을 포괄하는 주택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거주민을 고려한 적절한 임대료를 책정 하는 등 쪽방이 ’작지만 인간다움을 지키며 살만한 곳‘으로 변모하도록 유도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쪽방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한 철거대책, 화재 대책, 주택공급대책은 쪽방 주민의 삶도 개선할 수 없으며, 화재로부터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기치 못한 화재로 혹한 속에 부상과 상실, 상심에 처해 있는 주민들과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쾌유를 기원하며, 중구청과 정부가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들의 회복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쪽방에 대한 일괄 해소 대책을 선회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점으로 삼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1. 1. 26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 동자동사랑방 / 홈리스행동
첫댓글 매년 되풀이되는 쪽방 화재사건을 언제까지 바라만 볼것인지... 치미는 마음을 감추기가 싶지않습니다.
현황이 잘 나와있는 성명서입니다.
깊이 들어가 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으나, 쪽방 문제 참 쉽지 않네요.
생각 같아서는 국가가 몽땅 수용해서 새로운 주거단지로 고쳤으면 좋겠습니다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너무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마 소방방재본부를 중심으로 화재예방한다고 그나마 시늉이라도 하니 화재가 덜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화재 같은 경우엔 방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 같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는 이야기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