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의 외출로 인한 어수선함을 방지하기 위하여 집안 정리를 비롯한 많은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어른들께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기, 남편과 큰아이를 시어머님께 맡기며 약간의 아양떨기, 큰 아이에게 할머님 말씀 잘 듣으라는 약속하기, 남편과 아이 옷 챙기기,..등의 주부로써 최소한의 갖추어야 할 일들 말입니다.
결코 짧지 않은 4박 5일이기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의 제 성격상으로도 아무렇게나 하는 일이나 행동은 용납할 수 없어서 더 그랬습니다. 이렇게 해야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거든요.
봉사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며 한가지 확실하게 내 마음속을 흔드는 건 그것은 설레임이였습니다. 6월달 소록도에 처음 방문하는 그런 설렘 같은 것이 이번에도 있었습니다.
작은 떨림마저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기분...
아마도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기분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아실 겁니다. 제 말이 틀린 건 아니겠지요?
엄마를 따라간다고 신나있는 딸아이를 보며 나도 덩달아 내 기쁨을 숨기려 했던 순한 마음도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봉사는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새벽 2시에 익산 톨게이트에서 나눔님 일행과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익산 톨게이트까지 에스코트 해준 남편에게도 감사했습니다. 잘 다녀오라는 따뜻한 말과 더불어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네요. 이제야 전합니다. 자기야~ 고마워요~~잊지 않을게요.^^*
큰샘물언니가 운전하시는 그 차에는 안미용님과 그녀의 딸들..그리고 나눔님과 이미지가 많이도 닮은 그분의 동생 양홍순님과 그녀의 아이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자오홈 게시판에서는 매일 뵙는 분들이지만 오랜만의 만남은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 줍니다. 우리로 인하여 자리가 비좁아 불편해 하지는 않았었는지 가는 동안 내내 미안했던 거 아십니까?
어둠 속으로 힘차게 달린 우린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하셨다는 그날 처음 뵙는 바람의 검신님을 태우고 우린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끼며 그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가끔 하늘에 별이 보인다는, 구름이, 달님이 우릴 따라 온다는 딸아이의 앙증맞은 표현에 즐거워도 하며 많은 대화는 없었지만 눈으로 주고받는 따뜻함은
더이상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녹동항에 도착해서 큰샘물 언니와 시장을 보았습니다. 물가가 너무 비싼 것을 원망하며 아쉬워하며 몇 가지의 부식 거리들을 준비했습니다. 넉넉한 재정이 아니기에 값싸면서도 좋은 물건들을 마련해서 대접하려는 언니의 그 마음....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 이였는지 난 거기에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세상의 유혹과 흔들림이 있었을까..그런데 언니는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나눔의 사역에 최선을 다해 돕고 있었습니다. 존경합니다.
처음 뵙는 분들이 많지만 낯설지 않은 만남과 난 두 번째 방문이므로 낯설지 않은 풍경들을 바라보며 우린 배를 탔습니다. 가슴팍까지 싸하게 느껴지는 그 시원함이 봉사를 마치는 그 시간까지 이어지기를 기도하는 동안 어느새 소록도에 도착했습니다.
6월 봉사때 이곳을 떠나면서 이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린 다시 만나 얼굴 가득 행복의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사실 6월달에는 짧은 봉사에 좀 서운한 마음이 없잖아 있었거든요.
소록도...
3박 4일 동안 충분히 너에 대해서 알고 싶고 너를 많이 돕고 싶구나하는 마음 이였습니다.
차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하며 우린 동성 교회에 다다랐습니다.
짐정리 마치고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간단한 예배 드리고 우리의 은혜와 감동의 봉사는 시작됩니다. 저는 감동의 모습들은 카메라에 담는 일을 했습니다.
쉽게 느껴질는지 모르지만 이것도 어려운 일 이였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틈나는 대로 주방에 가서 언니 돕고 데리고 간 딸아이도 챙겨야 하고 힘들었었습니다.
엄마 없이도 잘 놀던 아이가 처음 대하는 환경이 낮설어서인지 자꾸 짜증만 부려 좀 속상하기도 했었답니다. 도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조를 나누어 빠짐없이 봉사에 참여하게 하려는 나눔님의 섬세한 배려와 참된 봉사의 의미를 알게 해 주려는 그 분의 마음..존경합니다.
역시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자오 나눔 회원으로 있으면서 많이 느낀 것이기도 하지만요.
이런 감동의 순간들을 담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 점심 시간입니다.
푸짐하게, 하나하나 철저한 준비를 하신 큰샘물언니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점심 메뉴는 닭죽입니다. 소록도 어르신들에게 대접을 하며 함께 어울려 먹는 그 맛은 아마도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하서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만약 "나"라면 어떨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용기조차 없지 않았을까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밥상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는 것도 말하고 싶습니다.
도배는 계속 이어지고 주방으로 또다른 봉사 현장으로 다니며 그 모습들 담느라 바빴습니다. 어설픈 생각으로 봉사에 참여하신 분들은 아마도 많이 고달팠을 겁니다. 혹시 이런 분 계셨나요? 그렇다면 기도 해 보세요. 마음 한결 편해지고 주님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답니다. 하루해가 저뭅니다. 봉사 후의 저녁에 먹는 비빕밥은 꿀맛 그 자체가 아니겠어요?
설거지 조가 주방을 정리하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해 봅니다. 많은 분들이
비와 바람의 태풍으로 봉사에 차질을 빚을까 불안해하고 있었지만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주관해 주신 아름다운 일에 함께 해 주시리라는 것을요. 역시..제 믿음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 위로가 되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동성 교회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잠시 피로를 잊게 해 줍니다. 밤바다를 바라봅니다. 멀리 집떠난 제 마음도 읽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도 발견합니다.
소중한 존재...가족...
그리고 소록도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아름다운 밤의 풍경들...
오늘 하루....
아름다움이 가득한 섬,,소록도에서 느끼고 배우고 경험했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 둡니다.
그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 그리워지면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해 보라고...
제 마음속의 소록도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그렇게 제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예배 시간에 그곳의 목사님께서 우리에게 주신다는 그 선물...시편 48편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선물 제 마음속에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