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文 熙 鳳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말을 하는데 어떤 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평생 한 사람이 오백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한다. 원석도 갈고 다듬으면 보석이 되듯 그 많은 말도 갈고 닦고 다듬으면 보석처럼 빛나는 예술이 된다.
말 한마디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을 본다. 말 한마디로 패가망신하는 사람을 본다. 국어사전에 탑재되어 있는 수천 수만의 단어들 가운데 나쁜 의미의 말만을 골라 즐겨 쓰는 사람이 있다. 그의 얼굴은 항상 굳어 있고, 일그러져 있다. 우산과 낙하산은 펴져야 제 구실을 하는 것이라는데 얼굴 표정이 그러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표정이 둘인 사람도 있다. 진짜 표정은 깊이 감추고 겉모습은 안 그런 척 행동하지만 그걸 읽어내지 못하는 바보는 없다.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하고는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없다. 왜 그렇게 언행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을 때 답답증을 느낀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축하하고 칭찬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잘 했다.’와 ‘자알 했다.’는 어감에서 갈린다. ‘잘 했다.’는 진정으로 칭찬하는 말이지만 ‘자알 했다.’는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살아가다 보면 말은 한참 생각하고 쏟아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너한테 질렸다.’보다 ‘책임감이 놀랍다.’가 좋고, ‘너는 문제투성이야.’보다 ‘기대 이상이다.’가 좋다. 충고보다 효과적인 공감을 주기 위해서는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어.’라고 하면 좋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서는 ‘괜찮아. 잘 될 거야.’라고 격려해 준다. 상대의 가슴을 설레게 할 때에는 어떤 말을 쓰는 것이 좋을까? ‘보고 싶었어.’면 될 거 아닌가. 아이들의 앞날을 빛나게 해주고 싶을 때는 ‘네가 참 자랑스러워.’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백 번 천 번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은 역시 ‘사랑해.’일 것이다.
좋지 않은 말들을 애써 상대의 기억의 밭에 파종하지 않으려 하는 삶은 고매하다. 우표만한 빨간 잎 이마에 달고 서 있는 단풍 같은 그런 말만을 골라 쓰려 노력하는 삶은 고귀하다. 격려의 입술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자신의 입술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은 평화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고운 말을 쓰는 사람은 미소와 더불어 산다. 낯선 이에게 보내는 고운 미소는 희망이 되며, 어둔 길을 가는 이에게는 등불이 된다. 미소 안에 담긴 마음은 배려와 사랑이다.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는 자신을 아름답게 하며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
대가 없이 주는 미소는 자신의 영혼을 향기롭게 하고, 타인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말은 자기 내면의 향기이다. 칭찬과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에 어떤 이의 인생은 빛나는 햇살이 된다. 아름다운 말 한마디는 사소한 일상을 윤택하게 하고, 사람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물어 준다.
모진 말은 삼간다. ‘역린(逆鱗)의 화(禍)’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온순한 용이라도 자신의 목에 있는 건드려서는 안될 비늘, 즉 역린을 건드리는 순간 물어 죽인다는 뜻이다. 아무리 상대방이 밉다고 해도 친구 간이건 부부 간이건 마지막까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한마디 말이 따뜻하면 솜털이 될 수도 있지만 날카로우면 가시가 될 수도 있다. 실의에 빠진 이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 슬픔에 잠긴 이에게 용기의 말 한마디, 아픈 이에게 사랑의 말 한마디 건네다 보면 본인 자신이 행복해진다.
화사한 햇살 같은 고운 미소와 진심어린 아름다운 말 한마디는 내 삶을 빛나게 하는 보석이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는지 나중에서야 깨닫고는 후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름다운 날들 속에 영원히 미소 짓고 사는 내가 되고 싶다. 더불어 사는 인생길에 언제나 힘이 되는, 말 한마디 건네주는 나였으면 좋겠다.(9.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