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탐진강 발원지-오두재-노룡재-차일봉-국사봉-활성산-달뜬봉-돈밧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실제거리 24Km, 접속거리 7km / 하산 3km
- 산행일시 : 2024년 7월 11일(목) 09:40~18:10(8시간 30분)
★ 기록들
나주행 KTX 첫차에 이어 영산포터미널에서 신북행 시외버스로 갈아탔지만 5분 늦게 도착하면서 월평리행 시내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 만다. 이제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걸어가거나 택시를 타거나... 카카오택시를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다. 다행히 화물차가 지나가다 금정리까지 태워주면서 7시 48분 안노리(모정마을) 가는 버스는 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계획대로 교통편은 연결이 되었다. 모정마을에서 하차를 하고 08시 정각, 임도를 따라 탐진강 발원지로 향했다. 가는 도중 갈림길에서 우측방향을 선택했는데, 웬걸 올라갈수록 낯설다. 방향을 잘못 잡은 게 확실했다.
모정마을에서 탐진강 발원지는 5km 떨어져 있다. 9시 정각이면 탐진강 발원지에서 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임도는 생뚱맞게 6km를 넘어서자 호두농장으로 안으로 이어졌다. 개가 자지러지게 짖더니 주인인 듯한 사람이 올라갈 수 없다고 막아섰다. 별수 없이 임도 따라 되돌아나와 왔다 갔다 하다가 희미하게 나있는 숲길로 올라섰다. 전날 비가 많이 왔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씨라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 등산화와 옷을 다 적셔 놓았다. 희미한 족적은 결국 그 호두농장 위로 이어졌고, 조금 더 진행하자 또 다른 임도에 이르렀다. 주인양반이 진입을 막으면서 30분 이상의 시간허비가 있었다. 본격적인 산행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온몸은 비 맞은 생쥐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저나 호두농장 주인이 통행을 막은 이유를 모르겠다.
9시 30분 오두재 가는 방향을 확인했다. 골프장에 들어갔을 때 그 안에서 사람들과 조우한다면 괜한 시빗거리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탐진강 발원지를 벗어나 골프장을 우회했으니 아크로C.C와 무관하게 마루금에 전념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으로 제대로 탐진강 발원지에서 출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위안을 삼기로 했다.
9시 58분 골프장 입구에 위치한 오두재에 도착했다. 골프장 입구라 그런지 등로가 널따랗게 열려있다. 골프장 바로 옆에 붙어서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골프장의 깨끗한 잔디 위에서 짧은 치마 입고 골프 치는 젊은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들끼리 웃고 즐기는 그 젊은 처자들이 부러울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옷은 다 젖고 등산화에 물은 들어간 후줄근한 내 모습조차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누가 더 행복한 지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내 입장에서는 마루금을 밟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마루금은 골프장과 멀어지며 무덤가를 만나더니 잠시 조망을 허락했다. 내리막길에서는 능선이 아닌 임도를 따라가게 했다. 그 이유는 축사를 왼쪽에 두고 옆으로 돌아 올라서고 보니 알 수 있었다. 능선은 얼마가지 못한 채 계곡에 잠겨버렸다.
11시 40분 칠성동 버스정류장이 위치한 노룡재에 도착했고, 11시 55분 차일봉(385m)에 이르렀다. 선답자의 4년 전 산행기에는 현우 형님의 시그널이 달려있었지만 오늘은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현우 형님의 흔적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고, 4년이 더 지났을 때는 남아있는 흔적마저 거의 다 사라지겠지.
근처에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를 했다. 묵직한 배낭이 조금 가벼워진 듯했다. 모개나무재는 차일봉과 고도차가 불과 20m밖에 되질 않았다. 고개라는 것은 반바지님의 산패를 확인하고 나서야 알게 되어 되었다. 주당고개에서 국사봉 오름길은 정비를 잘해놨지만 암봉이라 그런지 발 딛기가 수월치 않다. 미끄러지기도 하고 숨어있는 돌부리에 정강이가 받히기도 했다. 통신탑을 지나자 13시 50분 국사봉(614m)으로 이어졌다. 날씨가 화창했으면 풍력단지와 월출산이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을 조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리막은 영암군에서 철쭉을 심어놓기는 했지만 정비를 하지 않아 잡목과 잡풀이 우거져 있었다. 어느 순간 임도로 내려서면서 잡목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내리막길 정자에는 누가 두고 갔는지 2리터 물병이 보였다. 핑계에 남아있는 그 물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14시 20분 전원주택 분위기가 나지만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한 농장에 이르게 되었다. 갑자기 커다란 호피무늬 개가 물듯이 달려들어 뒤로 넘어질 뻔했다. 멀쩡한 도로에 출입문을 만들어 잠가놨기 때문에 나갈 수도 없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태로 봐서는 교통방해죄(개인 땅이라도 임의로 도로를 막으면 형사처벌 대상)를 물을 수 있는 사안이 될 수도 있겠다. 호피무늬 개를 피하여 옆으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커다란 셰퍼드가 달려들 듯 짖어댔다. 줄에 묶여 있어 개들을 피해 우회할 수 있었지만 잠깐동안 오금 저린 상황이 전개되었다.
14시 30분 23번 국도가 지나는 가음치에 안착했고, 얼마가지 않아 송장고개에 이르렀다. 311봉과 320봉을 지나자 널따란 영암풍력발전의 웅장한 풍력장치와 태양광 시설이 펼쳐졌다. 운무로 갇혀 그 전부를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활성산까지는 도로 따라가기로 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마루금과 도로가 붙어있을 경우에는 도로 따라가는 게 훨씬 낫다. 특히 잡목과 가시덤불이 창궐하는 여름철에는 더욱 그렇다.
16시 25분 산 같지도 않은 활성산(498m)에 안착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지만 주변이 너무 어수선했다. 활성산에서 달뜬봉까지는 불과 80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금까지 도로 따라 왔기 때문에 마루금을 밟고 가야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잡목과 가시덤불로 꽉 채워진 마루금을 뚫고 돌파하기 무척 어려웠다. 온몸에 생채기를 내면서 50분 가까이 고군분투하여 겨우 터치다운한 달뜬봉에서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임도에 내려서서 행장을 수습했다. 잠깐 도로따라 가다가 마루금으로 복귀했지만 길이 거칠어 월곡제 이르기 전 안부에서 다시 도로따라 돈밧재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18:10).
택시를 호출했지만 이번에도 응답이 없다. 어쩔 수 없이 3km 떨어진 장흥교차로 버스정류장까지는 조깅 삼아 달려서 내려갔다. 장흥교차로에서는 택시를 호출하자 바로 응답이 왔고, 영암버스터미널에서 19시 정각에 출발하는 목포방향 시내버스를 지체 없이 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