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라리고개
물어물어 기다려서 계라리고개간다는 군내버스(06:10 06:40)를 탔더니 18번국도를 타고 해남방향으로 잘 가다가 발음도 비숫한 개나리주유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완도방향인 55번지방도로로 꺽어진다.
삼거리에서 내려 통신탑을 바라보며 도로를 10여분 올라가면 계라리고개가 나오는데 잠깐 산행준비를 하는 사이에 한기가 들고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세찬 바람이 모자를 날린다.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올라가 통신탑을 지나고 바로 숲으로 들어가니 명감넝쿨이 꽉 차있고 최근 베어진 소나무들이 쓰러져있어 한걸음 딛기도 힘들다.
날카로운 나무에 찔려가며 낮은 봉에 간신히 올라 오른쪽의 무덤으로 내려가면 밑에서 임도가 올라오고, 흐릿한 족적따라 잔솔밭을 내려가니 안부에서 길은 사라지지만 오른쪽으로 묘 6기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희미한 족적을 따라간다.
올해 처음으로 화사한 진달래꽃을 보며 113봉에 오르니 조금씩 시야가 트이고, 전망이 좋은 무덤들을 지나며 억새밭에 바위지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앞에 복덕산이 제법 높게 솟아있다.
▲ 고개근처의 까시밭길
- 복덕산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키낮은 산죽과 너덜들이 나타나며 길은 사라지지만 능선만 가늠하며 어렵게 봉우리에 올라 마루금에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나있는 정상으로 향한다.
복덕산(275.7m) 정상에 올라가니 삼각점(해남 317/2001재설)이 있고 주인의 성품을 나타내듯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산불초소가 서 있으며, 시야가 트여서 올라온 능선과 첨봉으로 낮게 이어지는 마루금이 잘 보이고 봉황저수지너머로는 덕룡산의 울퉁불퉁한 연릉들이 하늘금을 긋는다.
갈림길로 돌아와 잡목들이 울창한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면 길은 흐지부지 없어지고, 능선만 가늠하며 명감넝쿨들을 헤치고 내려가니 봉황저수지와 옥천동초교를 잇는 넓은 임도가 나오는데 쓰레기들이 널려있고 차바퀴자국이 많이 찍혀있다.
무덤들을 여럿 지나 능선으로 붙고 사거리안부를 넘어 벌목지대를 올라가면 측백나무들이 많이 서있고 덕룡산 암봉들이 내내 시야에 들어온다.
홈통처럼 깊게 패인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오래된 삼각점(2-414)이 있는 185봉을 넘어 임도로 내려가니 수렵철인지 가까운 곳에서 엽총소리가 들려와 긴장해서 헛기침을 크게 한다.
온갖 까시나무들이 극성을 부리는 숲길을 지나고 잡초속에 삼각점(해남456/2001복구)이 숨어있는 208봉을 넘어서 명감넝쿨들이 마구 찔러대는 억새밭을 통과한다.
▲ 복덕산 정상
▲ 복덕산에서 바라본, 왼쪽 첨봉으로 이어지는 낮은 산줄기
▲ 봉황저수지로 이어지는 임도
- 첨봉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나무들만 듬성듬성 서있는 펑퍼짐한 지역을 지나니 생강나무가 노오랗게 꽃망울을 터뜨리고있고 양지바른 곳에는 흰색과 노란색 야생화들이 굳은 땅을 뚫고 올라와 조그만 얼굴을 앙증맞게 내밀고있다.
명감넝쿨과 까시나무들로 뒤덮힌 능선을 힘겹게 올라가 산죽지대에서 숨을 고르는데 계속 길을 인도하던 백계남님의 표지기에 "마누라가 시켰으면...? 미쳤냐!" 하는 글귀가 보여 한동안 웃음을 터뜨린다.
하기는 조금 근력이 있다는 젊은 사람들도 힘겨워하는 판에 나이 드신 선답자들은 초창기에 이 까시밭을 뚫으려 엄청 고생을 하고 또 애도 많이 썼을 것이다.
측백나무 군락지가 나오며 다시 길은 없어지고 까시밭에서 헤메다가 측백나무사이로 잠시 편하게 올라가니 잡목과 까시나무와 억새들이 한 덩어리로 뭉쳐 덤벼든다.
까시나무에 찔리고 긁히며 억새들을 헤치고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오는데 뾰족하게 솟은 첨봉이 비로서 앞에 모습을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진득거리는 땀을 말려준다.
다시 까시나무와 싸리나무들을 헤치며 어렵게 첨봉(354m)에 올라가니 실망스럽게도 쓰러진 나무들과 소나무 몇그루뿐 조망도 막혀있어 답답하고 아무런 표식도 없다.
- 476봉
김밥에 정상주 한잔하고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길을 따라가면 오소재로 이어지는 암봉들너머로 두륜산이 우뚝 얼굴을 들고있다.
바위들과 어우러진 산죽지대를 넘고 암릉들을 우회하며 봉우리를 올라가니 다시 길은 없어지고 백계남님의 "참 어렵네"라고 쓰인 표지기가 보여 공감을 하게된다.
베어져 방치된 나무들과 까시덤불들이 앞을 막는 능선을 힘들게 헤치며 바로 밑의 임도로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으로 붙어 억새밭을 올라간다.
키를 넘는 억새사이로 까시나무와 잡목들을 뚫고 올라가면 앞이 훤해지며 무덤한기가 나오고 덕룡산에서 오는 길과 만나며 말 그대로 탄탄대로가 이어진다.
별천지처럼 솟아있는 덕룡산의 동봉(420m)과 서봉(432.9m)을 바라보며 437봉에 올라가니 제일 높은 476봉너머로 소위 해남의 공룡릉이 멋지게 모습을 보이고, 억새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바람도 마음껏 불어준다.
바위지대가 듬성듬성있는 억새밭을 지나고 헬기장이 있는 안부를 넘어 너덜들을 밟으며 476봉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서 공룡릉의 골격이 뚜렸하고, 두륜산은 앞에 높게 솟아있으며, 봉양제를 중심으로 주작산(429m)에서 덕룡산으로 빙 돌아나가는 암릉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 437봉에서 바라본 덕룡산
▲ 437봉에서 바라본 476봉
▲ 476봉에서 바라본 공룡릉과 그너머의 두륜산
▲ 476봉에서 바라본 주작산
▲ 공룡릉
- 공룡릉
까시밭에서 벗어난 해방감으로 편히 조망을 즐기고 양란재배장의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움푹 패인 등로를 내려가면 임도가 지나가는 작천소령(도림재)이 나오고 등산로 이정판이 서있다.
임도를 넘어 바윗길이 시작하는 능선에 올라 왼쪽의 주작산을 다녀오기위해 반대쪽으로 암봉을 올라섰다가 시간도 많지않아 마음을 고쳐먹고 되돌아온다.
삐쭉삐쭉 솟아있는 바위지대를 따라 석문처럼 생긴 바위를 우회하고 날카로운 암릉으로 올라서면 발밑으로 강진군의 전답들과 짓푸른 저수지들이 내려다 보이고 바닷가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굵은 밧줄을 잡으며 암봉들을 오르내리고 무심코 가파른 침니를 기어올라 아찔한 봉우리에 섰다가 길이없어 되돌아 내려와 표지기따라 길게 우회한다.
▲ 작천소령
▲ 암봉
▲ 석문
- 427.7봉
연속해서 밧줄걸린 암릉들이 나타나고 발밑으로 관음사 일주문을 내려다보며 길다란 수직절벽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막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나무군락이 나오는데 꿀벌들은 윙윙거리며 날라다니고 바위사이로 따뜻한 햇살만 시나브로 내려온다.
다시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며 관음사하산로를 지나고 땅에 떨어진 동백꽃잎을 밟으며 암릉들을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너덜들을 밟으며 바위사이 안부로 내려가니 오소재에서 출발하신 등산객이 쉬고있고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권하는 막걸리를 두잔이나 거푸 마신다.
칼바위 암릉을 우회해서 긴 밧줄을 잡고 완력을 써가며 427.7봉에 오르면 기다렸던 삼각점(해남25/1990복구)이 있으며, 땀을 흠치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암릉들은 마치 석화성처럼 활활 타오르는 기묘한 형상을 보여준다.
▲ 암봉
▲ 동백나무
▲ 암봉
▲ 뒤돌아본 석화성
▲ 427.7봉 정상
- 오소재
계속 밧줄들을 잡고 마주보이는 419봉에 오르면 넓직한 바위봉에는 창원에서 오신 산악회분들이 점심을 먹고있어 권하는데로 또 소주 한컵을 얻어마신다.
빈속에 술을 마셔서인지 후둘거리는 다리로 너덜지대를 조심해서 통과해 404봉으로 올라서니 비로서 암릉은 사라지고 두륜산이 정면으로 시커멓게 서있으며 오소재로 올라오는 도로가 멀리 보인다.
바위가 없어진 편안한 흙길을 따라가다 마지막 암봉인 362봉에서 밧줄을 잡고 수직절벽을 내려가면 급한 내리막이 이어지고, 곧 82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오소재로 내려서니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고 차량통행이 굉장히 많다.
절개지로 바로 올려치는 다음의 들머리를 확인하고 차를 잡아타기 좋다는 약수터로 내려가다 마침 고개를 넘어오는 빈 택시를 싸게 흥정해서 해남으로 향한다.
음식이 맛깔지다는 해남의 한 모범식당에 들어갔다가 역시 별볼일 없는 식사를 하고, 서울 직행버스로 올라오다 보면 창밖으로는 첨봉으로 이어지는 까시밭능선이 낮게 펼쳐지고 그너머로 덕룡산의 암봉들이 군계일학인양 멋지게 솟아있다.
첫댓글드디어 힘든 길은 다 지나셨고 나머지 두 구간은 경관이나 즐기며 하시면 되니 땅끝도 마친거나 진배 없네요.^^ 덕룡-주작-두륜을 하면서 첨봉갈림길에서 '땅끝기맥은 한번 해 볼까?'하던 생각이 납니다. 중간에 보신 꽃은 노루귀와 복수초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저도 어제 청옥산에서 이쁜넘들을 만났습니다.
첫댓글 드디어 힘든 길은 다 지나셨고 나머지 두 구간은 경관이나 즐기며 하시면 되니 땅끝도 마친거나 진배 없네요.^^ 덕룡-주작-두륜을 하면서 첨봉갈림길에서 '땅끝기맥은 한번 해 볼까?'하던 생각이 납니다. 중간에 보신 꽃은 노루귀와 복수초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저도 어제 청옥산에서 이쁜넘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흰색과 노란색의 작은 꽃들을 보았는데 항상 봄이면 어디에서건(특히 야산) 많이 보아왔던 놈들입니다. 덕룡-주작은 따로 시간내서 하루 다녀올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