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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15
S#1. # 영신 마당
기서, 이 노인을 의자에 앉혀 놓고 쉐이빙 폼 발라서 면도 해주고 있다.
이 노인(앞수건 하고), 간지러운지 킥킥 웃으며 기서를 보고 있고.
기서, 문득 그 날 밤 석현과의 일을 떠올린다.
석현(E) : 착하고 이쁘고 불쌍한 여자 이 영신.......그 여자 하나만 사랑해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예요.
이노인 : (계속 킥킥킥 웃는다)
기서 : 간지러우세요?
이노인 : 네. 형.
기서 : (웃으며 다시 면도를 하는데 다시 떠오르는)
석현(E) : 에이즈 걸린 애, 치매 걸린 할아버지까지 함께 보듬고...함께 상처 받구, 함께 고통 받구......
그렇게 가야 되는 길이예요.
기서 : (면도하던 손을 멈추고......이 노인을 애틋한 표정으로 보다가....다시 정성껏 면도 해 주는)
S#2. #플래시백 (14회 #61. 짱뚱어 다리)
석현 : 당신은 그거 못해요.
기서 : .........
석현 : 나두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는데.......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셀 수도 없는 산을 넘었는데.......
당신은 못해요, 그거.
기서 : (붕대 감는 것을 마무리하는)
석현 : 여긴 당신이 있을 자리가 아냐.
기서 : .........
석현 : 비켜요, 그만.....(일어서 가는데)
기서 : 싫어!!!
석현 : (흠칫 돌아보는데)
기서 : (싸늘하게 굳어 못 박듯이) 싫어!!!
S#3. #짱뚱어 다리 (14회 #61과 이어지는, 연결된 씬)
기서, 벌떡 일어서서 석현(손가락에 부목과 이마에 상처)을 스쳐서 걸어가는데.......
석현(E) :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지 알어?
기서 : (걸음 멈추고 돌아서서 본다)
석현 : (기서를 서늘하게 보는) 영신이만큼이나 착한.....한 여자 가슴에 피멍을 들이구 왔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마지막 짓까지 다 하구.....그렇게 왔어, 여기 까지......
기서 : (서늘하게 보는)
석현 : 어차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을 만큼 개 자식이야, 난.....파렴치한 놈, 뻔뻔한 놈......
뭐라구 욕해두 비난해두 상관없어.
기서 : .........
석현 : 여기서 더 바닥이 있다면 거기까지도 내려 갈 수 있어. 봄이랑 영신이 옆에만 갈수 있다면.
기서 : .........
석현 : 내가 봄이 아버지니까!!........이 지구가 뒤집혀두 니가 아니구, 내가 봄이 아버지니까!!!
기서 : (눈빛이 심하게 일렁거리는)
S#4. #영신 마당
기서,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이 노인 얼굴에 묻은 비누와 수염을 깨끗이 닦아준다.
기서 : 우와......할아버지 이렇게 미남이셨어요?.....나두 지구에선 당분간 따라올 자가 없는데.....
(한 쪽 옆에 있는 거울을 들어 이 노인의 얼굴 옆에 자기 얼굴 갖다 대고 거울에 비춰 본다)
이노인 : (거울 속에서 헤에 웃는다)
기서 : 유 윈! (하고는 거울을 이 노인의 손에 쥐어 준다)
이노인 : (거울 속 자기 얼굴 보고 좋아서 헤 웃는)
기서 : .........연민 같은 거 아니예요.
이노인 : .........
기서 : 뭐가 불쌍해? 맨날 그렇게 세상이 고맙기만 한 사람인데.......나 같은 놈이 천배는 더 불쌍 하지.
이노인 : ........(여전히 거울만 보고 웃고 있는)
기서 : 치기 같은 것도 아니예요......늙어서 그럴 힘도 없어요.
이노인 : ......(거울 보며 신기한 듯 이리저리 표정 지어 보이는)
기서 :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가?.........우리 엄마가 좀 부자구, 남 안하는 공부 조금 더 했구......그거 빼군 뭐......
그것두 뭐 그렇게 대단한 건가......그렇지 않아요? 할아버지?
이노인 : .........(거울 보며) 네, 형.
기서 : (피식 웃고) 목욕은 언제 하셨어요, 할아버지?
S#5. #마을 길
봄이, 고양이를 품에 안고 앞서서 가고, 영신(가방 메고) 그 뒤를 쫄래쫄래 쫓아온다.
영신 : 학교 가자, 봄아.......학교 한번 가보자. 그동안 친구들이 얼마나 변했나...학교 한번 가 보자. 응?
봄 : 싫어어.
영신 : (달려 와 봄이 앞을 막아서며) 요술 코트 안 입어도 에이즈 안 옮는 거 이제 너두 알잖아!
엄마랑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조심만 하면 절대로 안 옮는다니까!!
봄 : 그래두 태창이 또 돌 던지며 어떡해? 보람이랑 지선이두 요술 코트 안 입었다구 안 놀아주면 어떡해? 싫어! 안가! 안 가!
영신 : 이렇게 피하기만 하면 앞으로도 자꾸 피하구만 살아야 돼......에이즈 그깟 거 걸렸다구 영영 학교 안 갈거야?
초등학교도 졸업하구, 중학교도 가구, 고등학교도 가구 대학교도 가야 되는데?
봄 : 안 간대잖아! 안 가! 안 가!! 나 그냥 엄마랑 아저씨랑 미스타리랑 덩달이랑 놀래.
영신 : 언제까지?......언제까지이?
봄 : 죽을 때까지.
영신 : (기가 막히지만 강하게) 너 언제 죽을 건데?
봄 : 몰라.
영신 : 엄마랑 아저씨랑 미스타리랑 덩달인 봄이 너보다 일찍 죽을 건데?.......우리 다 죽구 나면 너 누구랑 놀건데?
봄 : .......안 죽으면 되잖아.
영신 : 어떻게 사람이 안 죽어?
봄 : 그럼.....그럼....(말이 막힌다)
영신 : 친구들하구 놀아야지.....친구가 얼마나 좋은 건데......미스타리랑 엄마가 이해 못하는 거 친구들은 다 이해해 주잖아.
너랑 키두 똑 같구, 생각두 똑 같구, 좋아하는 가수두 똑 같구......죽을 때까지 어떻게 식구들하구만 놀아?.....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하구 놀아야지. (강조) 친구들 하구 밖으로 나가서!!
봄 : 싫어어! 안 놀아아아!!.......용주 오빠 할머니랑 놀거야, 그럼!!........(하더니 뛰어가 버린다)
영신 : 봄아아.......(암담하게 보다가) 안돼. 이리 와.....거길 왜 가, 니가?!!........
(같이 따라 뛰기 시작하다가 다시 넘어질 뻔 하는)
S#6. # 석현집 일각 마을 길
봄이, 다람쥐처럼 열심히 뛰어 가고, 영신, 열심히 뒤를 쫓아온다.
영신 : 이 봄!!.........거기 안 서!!
봄 : 아, 진짜......잔소리 쟁이.....(하며 열심히 뛰고)
영신 : 거기 가면 안돼, 봄아!........가지 마아! 거긴 안돼!!
이때, 봄이. 길을 휙 꺽어서 뛰는데......저 앞으로 석현 차 오다가 봄이를 발견하고, 끼익 급브레이크 잡으며 멈춰 선다.
봄이, 차 앞에서 굳은 듯 멈춰서고. (1회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 위험한 거리는 아니다.)
영신, 당황해서 걸음을 멈춘다.
석현, 푸후 한숨 뱉으며.....급하게 운전석에 서 내린다.
석현 : (걱정 돼서) 괜찮아?
봄 : (괜찮다고 어깨 으쓱하는 모션하고.....품 안에 새끼 고양이에게) 꼴똑아....괜찮아?......(석현 보며) 괜찮대요, 꼴똑이두.
석현 : (피식 봄이를 향해 사랑스러운 듯 웃고.....영신에게 시선 주는데)
영신 : (석현의 시선 외면하고....봄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데)
봄 : (석현에게 빠르게 말하는) 저 지금 용주 오빠 할머니한테 꼴똑이 보여주러 가거든요.....
우리 엄마 못 따라오게 좀 잡아 주세요. (하더니 재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한다)
영신 : 봄아....안돼....가지 마......(하며 따라 뛰며 석현의 옆을 지나는데)
석현 : (영신의 팔을 탁 잡는다)
영신 : (당황해서 석현을 보는)
석현 : 가게 둬......못 갈 데 가는 거 아니잖아.
영신 : 놔, 이거.....(뿌리치며 하지만, 석현이 워낙 힘주어 잡고 있어 손이 잘 빠지지 않는다) 봄아!!!.......안돼!.....이리와!!....
(봄인 점점 더 멀리 달아난다. 석현을 노려보며 열심히 팔을 빼려 하며) 놔! 이거!!.....니가 뭔데 남의 일에 상관이야!!
석현 : (남의 일...이라는 말이 씁쓸하다)
영신 : 놔 줘!! 이것 좀 놔아, 제발!!! (하며 있는 힘을 다해 석현을 뿌리치려 하는데)
석현 : (그대로 와락 영신을 당겨 꽉 끌어 안는다)
영신 : (당황하며) 왜 이래?....미쳤어?!!....너 미쳤어어?!! (하며 석현을 밀어내려 하는데)
석현 : (있는 힘껏 영신을 꽉 끌어안고 있는)
영신 : (있는 힘을 다해 석현을 밀어내려 하며) 놔아.....놔아.....왜 이래애....왜 이래애애.
(하지만 석현의 억센 힘을 당할 수 없다)
이때, 저 앞으로 마을 아낙들, 네 다섯명 오다가 끌어 안고 있는 석현과 영신을 보고, 눈이 동그래져 기함한다.
세상에......이 백주 대낮에......
영신, 아낙네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석현을 밀어내려 다시 안간힘을 쓰며 주먹으로 석현을 퍽퍽 치기도 하지만,
석현, 마치 사람들 보란 듯이 있는 힘을 다해 영신을 꽉 끌어 안고 있다.
아낙네들, 수군거리며 묘한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의 옆을 지나간다. 뒤를 흘끗 흘끗 돌아보는 아낙네도 있고.
영신, 결국 아낙네들이 다 봐 버렸다는 허탈감에.....반항하다 지쳐 온 몸에 힘도 쫘악 빠진다.
영신 : (멍하게 허탈한 채) ......니 눈엔....내가 아직두 그렇게....우습게 보이니?
석현 : (그 말에 천천히 영신에게 몸을 떼며...안타까운 표정으로 영신을 보는)
영신 : 아직두 내가 그렇게.....니가 무슨 짓을 해도 되는..... 얼마든지 함부로 해도 되는 여자루 보여?
석현 : ......(안타깝게 보는)
영신 : 왜 이렇게 나한테 함부루 해? 내가 너한테 뭘 어쨌다구 이렇게 함부루 해?!!
석현 : .........
영신 : 부모 없는 애라서 함부루 해? 너보다 못 배우고, 가진게 없어서 함부루 해?....
애비 없는 자식 키우는 미혼모라 함부루 해?!!!
석현 : 영신아!!
영신 : 나쁜 자식....나쁜 자식.....나쁜 자식......
석현 : ..........(마음이 무너진다)
영신 : 그냥....끝까지 좋게 기억하게 해주지.......
석현 : ........
영신 : 나한테 너 그렇게까지 나쁜 기억 아니었는데.......널 그렇게 미워하지두 원망하지도 않았었는데.......
널 이해하려구 노력.....했었는데......
석현 : (눈물이 그렁해진다)
영신 : (보다가 가는데)
석현 : 죽을 죄를 졌다.
영신 : .......(멈칫)
석현 : 봄이랑 너한테 죽을 죄를 졌어, 내가.
영신 : (돌아보며....그 말이 더 비참하다) ....죽을....죄?.......
친구들이랑 이 영신을 넘어 뜨리나 못 넘어뜨리나 술 걸구 내기 했던 거?
석현 : (극도로 당황하는.....알고 있었구나)
영신 :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는) 나는 그때 너 사랑 했었어......넌 장난이구 내기였지만.....난 아니었어.
석현 : (당황한 채)
영신 : .......그러니까......죽을 죄라.....그러지 마.....
석현 :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넌 그 사실을 알고도 여태 그럼 한 마디 원망 없이
봄이한테도 날 착한 아빠로 기억시키고 있었던 거냐?...하는 생각에)
영신 : (눈물 삼키며 돌아서 얼마쯤 가다가 다시 보고) 그리구, 봄이.....니 자식 아냐. 봄인 그냥 내 딸이야.........
백번도 넘게 말했지만. (돌아서서 가는데)
석현 : (어떤 말도 못하는.......)
영신 : (먹먹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석현 :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보는)
S#7. #석현집 앞
영신, 터덜터덜 석현집 앞으로 와 선다......초인종 누르려다...멈추는.....다시 시도하려다.....잠깐 멈췄다.....
결심하고 초인종을 누르는.
인터폰 받는 소리 탁 들리고.
석현모(F) : (몹시 까칠하게 다짜고짜) 무슨 일이니? 댓바람부터?!!
영신 : (당황하지만 침착하게) 죄송합니다.....혹시.....우리 봄이....여기 안 왔나요?
S#8. #석현모 거실
석현모, 인터폰 받고 있다.
석현모 : (영신이 나온 화면 보며) 걔가 여길 왜 와? 걔가?.....어디라구 와, 여길?
영신 : (화면 속에서 주눅 들어).....죄송합니다.....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하고 가려는데)
석현모 : 너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나, 니들하고는 털끝조차두 어떤 연결도 되고 싶지가 않은 사람이야.....
내가 우리 석현일 어떻게 키웠는데! 겨우 너희 같은 것들한테 바짓 가랭이 잡혀 주저 앉으라구
내가 그 놈을 서울대 보내구 유학 보내구 악착같이 키운 줄 알어?!!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어림 없어! 알 어?!!
S#9. #석현집 앞
영신 : (다시 가슴에 멍이 든다......입술 깨물고 있는...
이때, 차 와서 멎는 소리 들린다. 영신은 자기 생각에 빠져 못 듣고 있는)
석현모(F) : 석현이 그 염병할 눔이 지금 잠깐 미쳐서 우리 은희 같이 대단한 앨 걷어 차고 온 모양 인데....
영신 : (흠칫.......은희와 헤어졌나?)
석현모(F) : 제 정신 돌아오면 너 같은 건 본 척도 않고 돌아서 떠날거니까......너라두 지금부터 제 정신 차려!!......
가슴에 더 피멍 들기 전에!!
영신 : (멍해지는)
석현모(F) : 어으......징그러....징그러.......이것들을 하여튼 틈을 주면 안돼. 틈을 주면......
사는 꼬라지가 불쌍해서 동정으로 몇 마디 해 준 거 갖구....
어떻게든 찰머리 처럼 눙치구 들러 붙을라구..(하는데)
석현(E) : (노기 어린, 버럭) 왜 자꾸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세요!!
영신 : (흠칫해서 돌아보는)
석현 : (인터폰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탁 가려 버리고) 조용히 하세요..제발 좀! 조용히 좀! 하라구요, 어머니이!!
(소리 지르는)
영신 : .........
S#10. #석현모 거실
석현모, 석현의 손바닥만 보이는 인터폰 화면을 보며 기함하는.
이때,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들리며....봄이, 나온다.
봄 : 이상하게 할머니 집에만 오면 똥이 잘 나와요.....
석현모 : (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쉿! 손가락 대 보인다)
봄 : (의아한 표정으로 석현모에게 안긴 새끼 고양이-새끼 고양이는 이때 비로소 보여지는-를
“이리 와, 꼴똑아” 하며 받아서 안는다)
S#11. #석현 대문 앞
석현 : (영신을 잔뜩 미안하게 보며) 봄인 내가 찾아서 데려 갈께.....집에 가 있어.
영신 : (야속한 표정으로 보는)
석현 : 우리 집에 간댔으니까 우리 집에 올거야......집에 가 있어.....노친네 마음에도 없는 소리 신경 쓸 거 없어.
영신 : ......(온 몸이 달달 떨려오지만....힘주어 말하는) 우리.......친구지? 최석현?
석현 : ........
영신 : 친구로써 최소한 우정이라두 남아 있다면.......그만.....내 인생에서 나가 줘.
석현 : (쿵!)
영신 : 미안한데.....내가 이젠 널 좋아하지 않어.....더 이상 너, 내 마음 속에 없어.
석현 : (다시 쿵......충격으로.......)
영신 : (보다가 돌아서 가는데)
석현 : (시비 걸듯) 그럼 거기 민 기서가 있니?
영신 : (흠칫)
석현 : 너, 민 기서 좋아해?
영신 : (천천히 돌아서서 석현을 보는)
석현 : (약간 언성 높아져) 민기서 좋아해?!!
영신 : ...........어.
S#12. #영신 욕실
이노인, 고무 다라이 안에 몸을 담그고 있다.
기서, 이 노인의 등을 정성껏 타올로 닦아주고 있다.
이노인, 헤헤 웃으며 기서에게 물을 끼얹으며 장난한다.
기서도 환하게 웃으며 이 노인에게 장난하다가......아직 오지 않는 영신이가 걱정되어 문 쪽을 보다가....
다시 타올로 닦아주는.
S#13. #마을 길
영신, 멍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S#14. #석현모 거실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은 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석현이 삼춘...” 부른다.
석현, 뻗쳐 있는 노기를 간신히 누르며 봄이를 기가 막힌 듯 보는.
심심, 소리는 안 내고 입만 벌려서 “화장실에 숨어 계셔.” 하며 화장실 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석현 : 봄이 데리구 좀 나가 있어, 누나.....(봄이 보며) 봄아...삼춘이.....할머니랑 좀 할 얘기가 있어......
이모랑 좀 나가서 놀구 있을래?
봄 : 네에....꼴똑아. 우리 밖에 나가 놀자... (하며 일어서서 심심과 함께 밖으로 나가는)
석현 : (화장실 쪽을 매섭게 노려보는)
S#15. #석현모 화장실
석현모,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언제 벼락이 떨어질지 몰라 한껏 마음을 졸이고 있는.
이때, 탕! 탕! 거칠게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석현모, 흠칫하며.....변기에서 떨어질 뻔 하는.
석현(E) : 저, 어머니한테 뭐예요?
석현모 : (흠칫....저게 무슨 소린가......)
S#16. #화장실 앞
석현 : (싸늘하게 굳어서) 아버지 대용품이예요? 15년 전에 다른 여자한테 눈 멀어 마누라 자식 새끼 다 버리고 떠난
아버지 대용품이냐구요, 저?!!
S#17. #화장실 안
석현모 : (저...저 눔이......쿵 한대 맞은 듯)
S#18. #화장실 앞
석현 : 15년 전부터 하루도 안 빼구, 어머니 저한테 그러셨어요.
세상 누구보다 대단해져서 보란 듯이 아버지한테 복수하러 가자.......
아버지 없이두 이렇게 대단하게 잘 컸다구 복수하러 가자.....
S#19. #화장실 안
석현모 :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S#20. #화장실 앞
석현 : (눈이 점점 충혈되며) 저도 그러구 싶었어요. 세상 최고가 돼서, 어머니 손 잡구 당당하게 아버지 만나서....
피눈물 흘리며 후회 하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제 인생의 유일한 목표였어요.
S#21. #화장실 안
석현모 : (울음이 나는 것을 손으로 꾹 막고.......)
S#22. #화장실 앞
석현 : 근데 어머니.......봄이도 지 애비한테 버림 받은 건 나하구 똑같은데.....
난 아버지가 그래두 12년은 같이 살아줬지만.....봄인 지 애비 얼굴도 모르는데......
그 녀석은 지애빌....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S#23. #화장실 안
석현모 : (눈을 꾹 감고 있다........울음이 자꾸만 비어져 나온다)
석현(E) : 영신이가 봄일 그렇게 가르쳤어요.
S#24. #화장실 앞
석현 : (눈물이 흐른다) 전 어머니........그게 막 창피하더라구요......그 아이가 가졌을 고통과 원망을
누구보다 제가 젤 잘 아는데.....봄이한테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S#25. #화장실 안
석현모 : (울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힘을 다하는)
석현(E) : 아버지 그만 용서하세요, 어머니.......이해는 못하더라두 용서는 하세요........
다른 누구 도 아니구, 어머닐 위해서요!
석현모 :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이를 악 물고 있는)
석현(E) : 그래야 어머니가 편해요!!
S#26. #화장실 앞
석현 : ....어머닌 어차피 나쁜 사람이 될 수가 없는 사람이잖어요......
봄이 할머니니까.......천사 같은 우리 봄이 할머니니까.......(눈물이 흘러 내린다)
S#27. #영신 마당
영신, 멍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온다. 이때, 문자메시지 도착음 울린다.
영신, 핸드폰 열어보면, 심심에게서 온 문자다.
‘봄이 내가 데리고 있어, 걱정마. 심심 언니’ 라고 적혀 있다.
영신, 씁쓸한 표정 지으며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마당에 있는 기서와 이 노인의 모습을 본다.
기서, 깨끗이 목욕을 마친 이 노인에게 로션을 발라주고...머리도 깔끔하게 빗겨준다.
영신 : (울컥하는 표정으로 보는)
기서 : 완전 동급 최강의 비주얼이다!......모텔 할머니 못 알아 보시면 어떡해요?
이노인 : (좋아서 헤헤 웃다가....자기들을 보고 있는 영신을 발견하고) 언니야......
기서 : (돌아 본다........기다렸다) 봄이.....어떻게 됐어요?
영신 : (고개 저으며) 학교 안 가겠대요........애기 고양이랑 놀다가 들어올 거예요.........
(하더 니 이노인 앞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으며) 우리 미스타리, 수염두 깍구....
(큼큼 냄새 맡으며) 와아, 좋은 냄새 난다. 목욕두 하셨어요? 미스타리?
이노인 : 네....(기서를 가리키며) 이 형아가 씻쳐 줬어요.
기서 : (피식 웃는)
영신 : (웃어 주며) 고맙습니다.
이노인 : 석현이는 어디 있어요?
영신 : (그 말에 저도 모르게 흠칫하며.....기서를 보는)
기서 : (약간 당황했지만......표는 내지 않고.)
이노인 : 석현이는 우리 석현이예요.
영신 : (당황하며) 할아버지, 미수가루 타 드리까요? (기서가 신경 쓰이는)
기서 : (괜히 입가를 손바닥으로 쓸며 덩달이에게 가 화풀이(?)하는) 덩달! 흘린 거 다 줘 먹어!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먹냐?!!
이노인 : 석현이는 우리 영신이 친구예요! 바보 똥개야!!
영신 : (곤혹스러워 미치겠다)
이때, 기서의 핸드폰 울린다.
S#28. #영신집 앞
외출복으로 갈아 입은 기서, 핸드폰 하며 “그 동네 가서 성식이 할머니라구 물어보면 알겠죠 뭐 ” 말하고
키를 쏴서 차문 열고 차에 오르려는데.
영신, “잠깐만요.”하며 쫓아 온다.
기서 : (돌아보는)
영신 : 저기....그러니까.....
기서 : (말하라는 표정으로 보는)
영신 : 그러니까.....그러니까........그게 그러니까.....
기서 :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피식 웃고) 괜찮아요.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영신 : (보는)
기서 : 신경 쓰였어요? 할아버지가 갑자기 최석현일 찾아서?
영신 : (당혹스러운)
기서 : 그게 뭐...........그게 뭐요? (피식 웃고 차에 오르려는데)
영신 : 잘 듣지를 못하세요, 성식이 할머니.
기서 : (보는)
영신 : 못 들으신다구 절대 고함 지르면 안돼요....얼마나 겁이 많이 분인데......
한글도 잘 모르시니까 도화지에다 그림을 크게 그려서 설명을 해 주셔야 돼요.....
기서 : (영신의 마음 씀에 피식 웃고) 같이 갈래요, 그럼?
영신 : (고개 저으며) 할아버진 어떡해요? 봄이두 없는데...... (하는데)
저 편에서 두섭모, “병국이 오빠...”하며 신이 나서 달려오고 있다.
S#29. #마을 길/기서 차안
기서, 영신을 옆 자리에 태우고 가고 있다.
영신과 함께 가는 길이라 기서, 약간 들떠 있다.
영신 : (무릎에 스케치북 놓고) 보건소 선생님은 어디 가셨어요?
기서 : 세미나가 있어서 목포에 갔대요......오후 늦게 쯤 온다구.....보건소 잠깐 들러서 약이랑 주사 챙겨 가야 돼요.
영신 : ......네....성식이 할머닌 아들이 세 명인데요......다 서울에 사는데, 아무두 할머니를 안 모실려구 해서
10년도 넘게 혼자 사셨어요.
기서 : ..........
영신 : 성식이 할머니....평생을 물질해서 아들 세 명 다 서울 유학도 시키구 그랬는데......
기서 : (O.L.) 성식이 할머니 얘기 말구 우리 얘길 좀 하면 어때요?
영신 : (당혹스러워지는)
기서 : 내가 물어 본 거 아직 대답 안 했는데......할아버지, 봄이, 영신이 옆에 나 껴주냐구요?
영신 : (머쓱....한.....괜히 딴 짓하는)
기서 : 꼭 핏줄어야 됩니까?
영신 : (흠칫 기서를 보는)
기서 : (앞을 보며) 가족이라는 게......꼭 혈육이어야 돼요?
영신 : (보다가 대답 못하고.......차창 밖으로 고개 돌린다)..........
S#30. #석현집 앞
석현, 착잡한 마음을 추스르며 대문 밖으로 나오다가 봄이를 본다.
봄이, 아기 고양이를 안고 혼자서 놀고 있다.
심심은 그 옆에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고.
봄 : (석현이 나온 것 모르고) 개하구 고양이가 진짜 사이가 나빠? 왜 나빠?....너두 덩달이 싫어, 그럼?
석현 : (그 모습에 절로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본다)
봄 : 클났네.......인제 덩달이 집에서 같이 지내야 되는데......덩달이가 몸부림치면 어뜩하지?.......
(덩달이에게 아기 고양이가 깔리는 상상하며 머리를 쥐어 잡고) 으으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석현 : 봄아!!
봄 : (그 소리에 흠칫 고개 돌려 보며) 석현이 삼춘!!.....할머니랑 얘기 다 끝나셨어요?
석현 : 어........미안해. 밖에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봄 : 괜찮아요....꼴똑이랑 놀구 있었어요.
석현 : (피식 웃는) 꼴똑이?....고양이 이름이 꼴똑이야?
봄 : 네.........덩달이가 뛰면 꼴똑이도 뛴다. 그럴때 꼴똑이요......
석현 : (자기도 모르게 푸훗 웃고)
봄 : 저기요, 석현이 삼춘.
석현 : 어.
봄 : 용주 오빠가 그랬는데요.....석현이 삼춘은 집 짓는 거 챔피온이라면서요?
석현 : ....뭐.......건축학과 출신이니까.
봄 : 그럼요.....우리 꼴똑이 집 하나만 지어주시면 안돼요? 덩달이는 믿을 수가 없어요.
석현 : ..........그래, 그러자.......잠깐 회사 들렀다 집 지어줄테니까 그동안 차에 타고 있을래?
봄 : 네!! 수호천사 2호!! (환하게 웃는)
S#31. #성식 할머니방 안
기서, 할머니(식은 땀 흘리며 거의 의식을 놓아 버릴 듯)를 가슴에 안아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타독이고 있다.
기서 : 할머니! 정신 좀 차려 보세요!........어디 가 어떻게 아프신지 저한테 말씀을 해주세요!
할머니 : (기서를 귀찮다는 듯 외면하며 힘없이 영신을 보는데)
영신 : (도화지에 열심히 의사 그림 그려-청진기를 한 남자-할머니에게 보여주며) 괜찮아요. 할머니......
이 분 의사 선생님이세요.....의사 선생님 아시죠?....할머니 병 고쳐 주러 오신 분요..(주사 놓는 모션하는)
할머니 : (힘겨운 듯 눈을 감으려 하는데)
기서 : (할머니를 다시 조심스럽게 눕히고 동공 반사와 맥박과 혈압을 체크하며 할머니의 진료 기록을 본다)
혈압도 낮구.......혈당을 체크해 봐야 될 거 같은데......
영신 : (걱정스런 표정으로 방안을 훑어본다. 조악한 방.....한쪽에 개다리 소반 놓여 있다.
하루는 지난 말라 붙은 라면 냄비-라면 봉지를 남비 밑에다 깐-와 김치 종지 놓여 있고,
약봉지를 몇 개 어지럽게 널려 있다.)
기서 : 소화 잘 안되시죠? 할머니?.....제가 소화 잘 되시게 손을 좀 따드리께요....
(혈당 펜 꺼내며 영신에게) 혈당 재야 되는데.....통역 좀 해줘요.
영신 : (도화지에다 우는 얼굴 그리고 화살표해서 웃는 얼굴 그려 할머니에게 보여준다. 모션하며) 이 의사 선생님이
할머니 이제 안 아프게 해드릴거예요.....조금 아파도 참으세요. (하며 기서의 손과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게 해준다)
기서 : (영신을 보는)
영신 : 오 분만 잡아 드리세요. 할머니가 의사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게....그럼 통역 필요 없어요.
기서 : (피식 웃는)
영신 : (다시 말라 붙은 라면 냄비쪽으로 시선 주며) 밥을 제대루 안 드셔서 그래요, 밥을......
혼자 계셔도 밥은 제때 제때 드셔야죠, 할머니.....사람이 밥심으로 사는 건데.... 아, 속상해.
(하며 벌떡 일어서 나간다)
기서 : 어디 가요?...(말도 채 끝나기도 전에 영신은 나가 버리고......
기서, 한손을 더 보태서 두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아 준다)
S#32. #성식 할머니 부엌
영신, 냉기가 싸늘한 부엌을 본다.
낡고 작은 냉장고 열어보면.....두어 개 말라 비틀어진 반찬 그릇만 들어있다.
밥솥을 열어보면.....곰팡이가 슨 한 웅큼 정도의 식은 밥이 들어 있다.
영신, 푸후 한숨을 내뱉는.
S#33. #성식 할머니방
기서, 어느 새 잠이 든 할머니에게 수액줄 꽂아주고 있다.....다시 맥박과 혈압 체크하고 안도한다.......
영신은 어디 갔나......돌아보는.
S#34. #성식 할머니 마당
기서, 마당으로 내려선다. 부엌 쪽에서 달그닥거리는 소리 들린다.
S#35. #성식 할머니 부엌
기서, 부엌 안을 들여다 본다.
영신, 이마에 송글송글 땀까지 맺혀 가며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고 있다.
반찬통에는 벌써 몇 가지 반찬(이 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을 만들어 놓았다.
김이 나는 밥솥에 계란찜을 얹는다.....곤로불에선 된장 찌게가 보글보글 끓고 있고.
기서, 미소로 그런 영신을 지켜보는.
영신, 두부와 파를 썰어서 넣고는......숟가락으로 떠서 간을 본다.....맛이 없는지 있는 지 잘 모르겠다.
영신, 갸우뚱하다가 다시 떠서 먹어보려는데.....이때, 영신이 먹던 숟가락을 휙 채서 가는 손.....기서다.
영신 : (당황해서 보는데)
기서 : (숟가락에 든 된장 찌게 훌쩍 먹고.....무표정하게) 이게....정체가 뭐예요?
영신 : (쫄아서)......된장.....찌겐데요......
기서 : (다시 한번 떠서 먹어 보는....여전히 무표정한)
영신 : ........무슨 맛인지 모르겠죠?...뭘 끓인 건지....모르겠죠?
기서 : 된장 찌게래매요?
영신 : .....그니깐요.
기서 : 밥 다 되면 나두 한 공기 줘요....(다시 찌게 떠 먹으며) 여기선 이렇게 죽이게 끓이면서
집에서 끓이는 건 왜 그 모양이예요?......그러니까 덩달이가 맨날 라면만 먹을라 그러지.
영신 : (삐죽하는)
S#36. #성식 할머니 방
할머니,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다.
영신, 방안을 걸레질하고 있다. 어느새 방 안은 깔끔하게 윤기 나게 치워졌다.
영신, 미소 지으며 할머니에게 이불을 다시 다독여 덮어주고.....한 켠에 놓인 빨래들을 들고 일어서는데.
밖에서 서툰(?) 장작 패는 소리 들린다.
S#37. #성식 할머니 마당
영신, 빨래감 들고 나와 보면,
기서, 손엔 도끼를 들고 이마엔 땀이 가득해 장작 나무를 노려 보고 있다가....힘껏 내려 치는데......빗 나간다.
기서, 성질이 치미는 표정으로 다시 마구 도끼를 휘두르는데.....
영신 : (안타까워서) 마늘 빻아요?
기서 : (숨을 몰아쉬며 보는)
영신 : 힘만 가지구 마구 휘둘러서 되는 게 아녜요.....못 팬다 그러죠, 그럼........두세요, 나중에 제가 와서 할께요.
기서 : (자존심 팍 상해 성질내며) 의사가.....이딴 거 까지 해야 돼요?!!
영신 : (당황해서 보는)
기서 : 차도 못 다니는 첩첩 산골 찾아와서 주사 놔주구 약 줬으면 됐지......장작까지 패줘야 되냐구?!!
무슨 이딴 동네가 다 있어?!
영신 : (황당하고 어이 없는 표정으로 보는)
기서 : 의사가 짱가야?! 마징가 제트야?!! 살다 살다 참 별..... (거칠게 주머니 뒤져서 담배 찾아서 무는데)
영신 : (침착하게) 아저씨가 한다구 그랬잖아요.
기서 : (흘끗 보는)
영신 : 누가 시킨 게 아니구......아저씨가 할 줄 안다구.....하겠다구 그런 거잖아요.
기서 : (담배 입에 문 채 그대로 보고 있는)
영신 : 할머닌 미안하다구 치료도 안 받으시겠다는 걸.......아저씨가 기꺼이 와 주시구, 해주신 거잖아요.
기서 : (그 말에 물었던 담배를......천천히 입에서 빼며...영신의 입버릇처럼) 그니까요.
영신 : ? (다시 고함이라도 지를 줄 알았는데......기서의 의외의 반응에 당혹하는)
기서 : 이 첩첩 산길도 내가 오겠다구 했구, 장작도 내가 패겠다구 했구,
냄새 나는 화장실 청소까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내가 한다구 그랬잖아요.
영신 : ?
기서 : 민 기서 인생에선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거잖아요.
영신 : ?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기서 : 아줌마 때문에!
영신 : !
기서 : 봄이 때문에!
영신 : (눈빛 흔들리는)
기서 : 할아버지 때문에!
영신 : .........
기서 : 천하에 인간 말종......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냉정한 새끼......지 위엔 아무것도 없는 건방진 자식......
그런 개차반 같던 놈을......아줌마가 봄이가 할아버지가 이렇게 바꿔 놨잖아요.
영신 : ............!!
기서 : 당신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이제 감이 와요?
영신 : (눈물이 그렁해지는)
기서 : 나 같은 찌질인 옆에다 댈 수도 없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인 거......감이 좀 오냐구, 이 영신씨!!
영신 : ..........
기서 : (다시 도끼를 들고 이리 저리 조준을 하다가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영신 보며) 슈퍼에 장작 안 팔어요?
그래두 촌 동넨데?.....안 팔어요?!!!
영신 : .........(고개 젓는다....안 판다고)
기서, “망할놈에 촌 동네, 편의점도 없는 주제에 장작두 안 팔구.....” 궁시렁거리며 도끼를 그대로 내려치는데......
나무 반으로 반듯하게 쫘악 갈라진다. 프로의 솜씨다.
영신, 그런 기서를 보며......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듯한 감동이 있다. 설렘과 떨림....... 혹은 사랑.
S#38. #콘테이너 사무실
봄이, 애기 고양이를 가슴에 안고 발을 까딱거리며 구석 의자에 앉아 있다.
사무실 안에 붙은 리조트 (추후-엘도라도 리조트로 완공될) 조감도들을 신기한 듯 휘둘러 보며.
석현, 사무실 직원들과 회의 중이다. (14회의 직원들)
석현 : (파일을 넘겨 가며 보고) 마지막 안건은 이렇게 정리하고!.......
(직원들보며) 내일까지 각 파트별로 진행 상황을 보고서로 제출해 주십시오...진행 상황이 완전히 파악 될 때까지
당분간 데일리로 브리핑을 받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직원1 : 팀장님, 다시 출근하시는 겁니까, 그럼?
석현 : 일단 정상을 찾을 때까진 제가 맡아서 할 생각입니다. 회장님하구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직원들, “다행이다. ”너무 잘됐어요“ 하며 좋아하고.
석현 : (웃으며) 그리구, 죄송한데 딱 세 시간만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급한 일 있음 핸드폰으로 연락 주세요.....
(말하고 봄이 쪽으로 온다) 많이 기다렸지? 미안해! (한쪽에 놓인 야구 모자 두 개를 집으며) 이것 좀 빌릴께요.
(하고는 하나는 자기가 챙을 돌려 거꾸로 쓰고.....하나는 봄이에게 씌워주고.......봄이를 번쩍 안아든다.)
직원1 : 그 꼬맹인 누구예요? 조카예요?........팀장님이 일하는 데 누구 데려 오는 거 첨 봤어 요.
석현 : (웃고) 그랬나.....(하고는 봄이에게) 꼴똑이 집 만들러 가자. 인제.
봄 : (웃으며) 네에..
직원2 : 둘이 좀 닮은 거 같애. 아버지랑 딸 같애요.
석현 : (그 말에 잠깐 흠칫 하다가.....) 그래요?
봄 : (흐흐흐 웃으며) 웃기다......내가 석현이 삼촌 딸 같대......흐흐흐.
석현 : (애틋하게 웃는)
S#39. # 바닷가 근처/ 혹은 풍광 좋은 곳
석현(야구 모자 챙 돌려 쓰고, 얼굴에 페인트도 묻히고), 앙증맞게 만들어진 고양이 집에 페인트칠 하고 있다.
봄이(어른 야구 모자 챙 돌려 쓰고, 역시 얼굴에 페인트 묻히고)도 함께 페이트칠 돕고 있다.
아기 고양이는 봄이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다.
봄 : (갑자기 키득키득 웃는다)
석현 : 왜?
봄 : 아까 그 아저씨 말 자꾸 생각하니까요 자꾸 웃겨 갖구요.
석현 : 뭐가?
봄 : 석현이 삼촌이 우리 아빠면 되게 웃길 거 같애 갖구요.
석현 : (가슴 한 켠이 싸아하다) 뭐가 웃긴데?.....그게?
봄 : 웃기잖아요.....히히히히.
석현 : (페인트 칠하며) 난 하나두 안 웃길 거 같은데?
봄 : (그 말에 웃음 멈추고 고개 들어 보는)
석현 : (봄이의 눈빛에 잠깐 당황하며) 나두 아까 그 말 듣고 잠깐 생각해 봤는데......뭐...그렇게 웃길 거 같진 않은데?
넌 그렇게 웃길 거 같애, 그게?
봄 :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아뇨....다시 생각해 보니까 안 웃길 거 같다.....(하다가 다시 히히 웃는)
석현 : 왜?
봄 : 웃겨요.....웃겨요.......용주 오빠 할머니가 그럼 우리 할머니가 되잖아요......안돼요. 웃 겨요. 웃겨요..
석현 : 봄아.
봄 : (보는)
석현 : 미안해.....미안하다.
봄 : (어리둥절) 뭐가요?
석현 : 그냥......다. 전부 다.
봄 : (어깨 으쓱)
석현 : 미안해......너한테.....니네 엄마한테.....할아버지한테.....너무너무 미안하구, 너무너무 고마워.
봄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개르개글 웃으며 뒤로 벌렁 넘어간다. 까르르 웃는)
석현 : ?
봄 : 자꾸 생각하니까요......자꾸 자꾸 웃겨요........흐흐흐흐......
(벌떡 일어나 앉더니 석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장난치는) 아빠?
석현 : (흠칫 저도 모르게 표정 굳어지며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봄 : (석현 얼굴 가까이에 자기 얼굴 대고) 아빠....아빠...아빠....아빠.......
석현 : (그대로 표정 굳은 채....창백해지는)
봄 : 아빠!!.......(하고는 다시 떨어져 나와 앉으며) 것봐요.....되게 웃기잖아요......그냥 석현이 삼춘은 수호 천사 2호만 해요.
알았죠? (하며 다시 페인트 칠하는)
석현 : (씁쓸하고......서글픈 미소)
S#40. #성식 할머니 마당
기서, 마당 한 켠에 앉아 어깨를 주무르며 영신을 애틋하게 보고 있다.
이마엔 땀도 맺히고....옷도 젖고......몹시 지친 모습.
마당 한 가득 깨끗하게 세탁된 할머니의 빨래 널려 있다.
영신, 마지막 빨래를 털어서 널고, 빨개 집게를 꽂고 어깨를 주무르며 돌아서다가 기서와 시선이 마주친다.
기서, 계속 어깨를 주무르며 피식 웃으며 뻐기듯 엄지 손가락으로 장작 쪽을 가리킨다.
가지런히 패인 장작이 한 켠에 쌓여 있다.
기서 : 내가 이정도예요
영신, 어깨를 주무르며 환하게 웃는.
S#41. #기서 차안/바닷가 모래사장
기서, 운전하고 있다. 입가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가 감돈다.
영신,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영신의 핸드폰에 석현에게서 온 문자가 있다.
‘봄이 집에 데려 갔는데, 니가 없어서 내가 데리고 있어. 연락 줘. 석현.’ 이라고 쓰여 있다.
영신, 석현에게 지금 전화를 해야 하나.....말아야 하나.........시선 떨군 채 고민하고 있는데.
기서의 차,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춘다.
영신, 흠칫하며 고개를 드는데......눈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닷가 해수욕장 앞이다.
기서, 운전석에서 내리더니.....다짜고짜 조수석 문을 열더니....“잠깐 내려요.” 얘기하고 영신의 안전벨트를 풀더니.....
영신의 손을 끌어 차에서 내리게 한다.
영신, “저기....저기.....잠깐만요......” 당황하며 기서에게 손이 잡혀 끌려 간다.
S#42. #바닷가
인적이 드문 바닷가 모래사장......기서, 영신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밀물이 밀려와 기서와 영신의 발끝을 적신다.
영신, 당황하며 손을 빼려하지만, 기서, 그 손을 꼭 더 그러잡고는.....
자기 손 안에 잡힌 영신의 손 보며 “수고 많았어요, 오늘.” 말하고 앞만 보며 걸어간다.
영신, 더 이상 기서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함께 걸어간다.....
바닷 바람이 불어 두 사람의 얼굴과 온 몸에 와 닿는다.
기서와 영신, 그렇게 걸어간다. 이대로 끝이 나지 않을 길을 걷듯이.
S#43. # 바닷가 한쪽
기서와 영신, 나란히 앉아 바다를 보고 앉아 있다.
영신 : 우리 동네 바다가 이렇게 생겼었구나아.......
기서 : (피식 웃는)
영신 : (손 나팔을 만들어 바다에 대고 외치는).....할머니! 아버지! 엄마!.......잘 지내시죠?
기서 : (그런 영신을 미소로 보는)
영신 : (다시 손 나팔 만들어) 저두요......저두 되게 되게 잘 지내요........
기서 : (연한 웃음 입가에 띠고 먼 바다를 보는)
영신 : 우리 할아버지가요....세상에 없는 사람들한테두 가끔 인사 같은 거 하구 지내래요, 서운해하지 않게.......
죽음이란 건 그냥 이방에서 저 방으로 잠깐 옮겨가는 거니까........
보이지 않을 뿐이지 우리 옆에서 언제나 같이 살고 있는 거니까......
기서 : (피식 웃는)
영신 : 안 믿는구나?
기서 : (픽 웃는)
영신 : 한번 해봐요........인사하고 싶은 사람 없어요?
기서 : .......(피식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하는......지민이 떠오르지만 삼키고) ....
영신 :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여자 친구한테......인사 안해요?
기서 : (흠칫 보는)
영신 : 가끔.....인사는 하구 지내지.........묻어둘 뿐이지 잊은 건 아니잖아요.......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잊어요? 사람이 사람을? (기서의 가슴 한 부분을 가리키며 밝게) 여기 이쯤 있어요? 여자 친구?
기서 : (당황하다가.......천천히 고개 끄덕인다....긍정하듯이)
영신 : (환하게 웃으며 기서의 가슴 한 켠을 보며 얘기하는) 안녕하세요......나 그 쪽 얼굴 기억나는데.....
우리 봄이한테 봄동이 주셨죠?
기서 : (당황하는)
영신 : 봄동인 인제 우리 봄이 진짜 동생 같애요......고맙습니다.
기서 : (당혹스러운)
영신 : (잠깐 할 말 더 생각하다가) 뭐....(지민에게 하는 말이다) 저한테 할 말 없으시죠? 그럼 전 이상 끝!!
(하고는 일어난다) 집에 가요. 봄이랑 할아버지 기다리겠다. (가다가.....기서가 안 따라오자 돌아보는) 안 가요?
기서 : (머뭇거리고 있다....지민의 부탁을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이야기다)
영신 : 안 가요?
기서 : ....미안하다구....전해 달랬어요.
영신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에?
기서 : 고의는 아니었지만......그렇게 돼서 미안하다구......죽는 날까지 가슴에 두고 마음 아파했다구.......
영신 : 뭐가요?
기서 : (말을 못한다)
영신 : 누가요?
기서 : (영신이 가리켰던 자기 가슴 쪽을 다시 가리키는)
영신 : (여전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다시 묻는) 뭐가요?
기서 : (말을 못한다)
영신 : (재차 묻는) 뭐가요?
기서 : ........봄이.......아픈 거.
영신 :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 우리 봄이요?......여자 친구가 우리 봄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구....
기서 : ......의사 였어요, 그 친구도.
영신 : (그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가....갑자기 숨이 콱 멎는 표정........온 몸이 바들바들 떨려온다)
혹시 우리 봄이한테.....그 피....수혈해 준.....그 의사가......
기서 : 불가항력의 상황이었어요.......그 친구도 몰랐어요........그 피가 없었음 봄인 그때 당장 위험해 질수도.....있었어요.
영신 : (안색이 창백해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기서 : 미안해요.
영신 : (충격받은 표정으로 돌아서서 걸음 옮기는데)
기서 : .....미안합니다.
영신 : (그 말에 돌아서서 눈물이 그렁해져) 미안하다구요?..........미안해요?........미안하다구요?........미안해요?
기서 : (영신의 표정에 당황하는데)
영신 : ......참 쉽네......참 쉽다.....참 쉽다..........
기서 : (가슴이 꽉 막힌다).....쉽게 말하는 거......아니예요.
영신 : (원망스럽게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얼마쯤 가다가 다시 휙 돌아보고) 죄책감 때문에 그랬구나.
기서 : (당황하는)
영신 : 그동안......우리 봄이 편들어 주구, 우리한테 그렇게 잘해줬던 게 그럼........미안해서....죄책감 때문이었어요?
기서 : (그건 아니다......처음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영신 : 나쁜...놈......(하더니 휙 돌아서 가버린다)
기서 : (쿵....충격을 받는다..........싸늘하게 굳어 창백해지는)
S#44. #일각 길
영신 역시 큰 충격으로 멍하니 걸어간다.....참담함과 배신감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저도 모르게 불끈 주먹이 쥐어진다.
S#45. #바닷가 한쪽
기서 역시..........충격으로 차갑게 굳어 있다....
영신의 분노와 오해가 이해가 된다......이해가 될 수록 더 가슴이 무너진다.......
언젠 가 해야 될 이야기였지만...... 마음은 후련하지만 상처가 크다.......나쁜 놈......
S#46. #영신 마당
봄동이를 업은 봄이, 석현이가 만들어 준 고양이 집을 덩달이 집 옆으로 놓는다.
봄 : (덩달이 보며 봄동이의 손을 흔들며) 덩달이 형! 꼴똑이 때리지 말구 잘 데꾸 노세요......(덩달이 보며) 들었지?
이 덩달!! 둘이 사이 좋게 놀아야 돼! 꼴똑이는 애기잖아..... 엄마두 없구 아빠두 없구 친구도 없구 불쌍하잖아.
석현 : (한 켠에서 그런 봄이를 애틋하게 지켜보고 있다)
봄 : 우리 오늘 파티하까? 꼴똑이도 왔는데.....
석현 : 봄아....
봄 : (돌아보는)
석현 : (미소 머금고) 난 그만 가보께......회사에 그만 들어가 봐야 겠다.
봄 : 네.......안녕히 가세요.
석현 : (웃고 돌아서서 간다)
봄 : 고맙습니다. 수호 천사 2호!!
석현 : (그 말에 착잡한 웃음 지으며 차에 오르는)
S#47. #마을 길/석현 차안
석현, 차를 몰아가는데, 저 앞으로 싸늘하게 굳어서 털레털레 오고 있는 영신이 보인다.
문득 차안의 석현과 영신의 시선이 마주친다.
영신, 석현에게서 이내 시선을 거둬 버린다.
석현, 그런 영신을 서글프게 보다가 자기도 시선 거두고.....영신을 스쳐 차를 몰아가버린다.
영신, 뒤도 돌아보지 않고...앞을 보며 꿋꿋하게 가는......주저 앉고 싶지만 이를 악물고.
S#48. #영신 마당
영신, 창백하게 굳은 표정으로 집 안으로 들어선다.
봄이(봄동이 등에 업고), 평상에 앉아 삼단 초코파이 케익을 만들고 있다.
영신 : 보....봄아.
봄 : 엄마......어디 갔다 인제 와? 꼴똑이 축하 파티 열어줄라구.
영신 : (봄이가 업고 있는 봄동이에 시선을 준다...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봄 : 미스타리는 어디 갔어? 미스 송씨 만나러 갔어? (초코파이 위에 초를 꽂으려고 하는데)
영신 : (봄이 등에 업힌 봄동이를 휙 빼더니 집 뒤 켠 바닷가 쪽으로 저벅저벅 간다)
봄 :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당황하며) 엄마아아........봄동이 데꾸 어디 가? (하며 졸졸 따라 가는데)
영신 : (봄동이를 바닷가 쪽으로 힘껏 던져 버린다)
봄 : (기함하며) 엄마아아.......(봄동이를 던진 바닷가 쪽으로 가려하는데)
영신 : (봄이를 막아서며 와락 껴안는다) 이제 봄동인 버려.
봄 : 안돼애......왜 그래, 엄마......봄동이한테 왜 그래애애애.......
영신 : 저건 그냥 인형이야, 인형!! 엄마가 봄동이보다 이쁜 인형, 백개 사주께....천개 사주께.....만개 사주께.....
봄 : (눈물이 그렁해지며) 싫어어.....봄동인 내 동생이야.....내 동생이야아.......비켜 봐, 쫌......비켜 봐아......
엄마 진짜 봄동이한테 왜 그래애애애.........(우와앙 울기 시작한다)
영신 : (봄이가 못 가게 꽉 끌어 안고) 엄만 이제 봄동이 싫어! 봄동이한테 정 떨어졌어!!
엄만 싫다구...... 봄동이 싫어, 엄마는......싫어어.....
S#49. #바닷가 한쪽
기서, 일어 날 줄을 모르고.......멍한 표정으로 여전히 싸늘하게 굳어........
허탈한 시선으로 바다만 응시하고 있는.
S#50. # 석현모방 (오후)
석현모, 멍한 표정으로 경대 위에 놓인 가족 사진 액자를 보고 있다.
17년 전 쯤 찍은 사진.....석현 부모, 석현의 형, 석현이(10살 정도) 함께 찍힌.
석현모는 남편이 좋아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이고, 석현부는 시큰둥한 표정.
석현모 : 용서를 하라구?........이해는 못해도 용서를 하라구?.......썩을 놈....염병할 눔.....
해파리 마늘 쫑 뽑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사진 액자를 들어 힘껏 패대기치며) 용서를 하라구?
차라리 죽으라 그래......죽으라 그래애!!!!
S#51. #풍광 좋은 곳 (12회 이 노인이 두섭모의 무릎을 베고 누웠던곳)
두섭모, 이 노인의 무릎을 베고 코를 골고 잠들어 있다.
이번엔 이 노인이 손으로 지붕을 만들어 두섭모를 가려주고 있다.
이 노인과 두섭모의 모습, 카메라에 찰칵 찍히고......
이 노인, 고개를 드는데....그 모습도 사진으로 찰칵 찍히고.
카메라, 빠지면......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사진기로 찍고 있는 종국의 모습이 있다.
이노인 : (멀건이 종국 쪽을 보는데)
종국 : 죄송합니다, 어르신........두 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허락도 없이 찍었습니다.
이노인 :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브이자를 그려보인다)
종국 : (영문을 모르고) .........네?
이노인 : (자기를 찍어 달라는 듯 환하게 웃으며 브이자를 다시 그려 보인다)
종국 : 사진.....찍어 달라구요?
이노인 : (웃으며 고개 끄떡인다)
종국 : (빙긋 웃으며 사진기를 들어 이 노인의 사진을 찰칵 찍는다-추후 영정 사진이 될 사진입니다-)
이노인 : (종국을 향해 손짓하며) 형...이리 와요.
종국 : (형......누군가.....주위를 둘러보지만....아무도 없다)
이노인 : 이리 와요, 혀엉.
종국 : (저요? 가리키고 의아한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다가간다)
이노인 : (자기 옆으로 와 앉으라고 손바닥으로 툭툭 친다)
종국 : (의아한 표정으로 옆으로 가 앉고)
이노인 : (두섭모의 머리를 들어 종국의 무릎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종국 : (당황하며......)......할아버지....저 좀 있다 동생 오면 보건소에 가야 되거든요.....그냥 이 할머니 머린 바닥에다가.....
이노인 : 안돼요....그러지 마세요.......여기 있어요....오줌 싸고 오께요.....
(하며 종국의 손을 잡 아 햇빛 가리는 지붕으로 만들어 준다)
종국 : 하 참....
이노인 : (초코파이를 종국 무릎에 놓아주고) 고맙습니다.......
(어떤 예감을 하며....두섭모를 애 틋하게 보다가....인사하고 간다)
종국 : 어디 가시는데요?!!
두섭모 : (이 노인인 줄 알고....침까지 흘리며 자면서도 너무 행복해한다)
종국 : (표정이 있는 대로 일그러지고)
이노인 : (다시 꾸벅 인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다)
S#52. #바닷가 앞 (기서가 있는 곳과 약간 떨어진, 노을녘)
석현모, 멍한 표정으로 바다를 보고 있다.
그간 자신을 지탱해 왔던 모든 끈이 끊겨져 나간 참담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이때, 석현모 시선에 한 부부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석현모 또래의 부부, 참외 한개를 나눠 먹으며 서로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석현모 :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는) 망할 놈에 영감탱이..... 나는 저하나 믿구....사랑 하나 믿구......
부모 형제 다 버리구 야반 도주까지 했는데.....이혼 안해 준다구 사람을 그렇게 개패듯이 패구......
석현모, 그들을 부러운 듯 보다가.....다시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표정이 굳어진다.
석현모 : 내가 뭘루 버텼는데 그동안?......그 망할 놈에 기맥힌 세월 뭘루 버텨 왔는데..... ......나는 영신이처럼 못 살어....
그렇게 등신처럼은 못 살어, 나는.....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을.....이해하고 용서하구 그렇게는 못살어, 나는...
못 살어어....... 나는 못 살어......(하며 천천히 터덜터덜 바다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근처엔 사람의 인적이 없다.
석현모, 이미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나는 못살어....영신이처럼 못 살어, 나는.....”
중얼 거리며 거의 허벅지까지 걸어 들어가는데.
이노인(E) : 어디 가세요? 부처님?
석현모 : (흠칫해서 돌아본다)
이노인 : (바다로 걸어 들어온다) 같이 가요, 부처님!
석현모 : (눈물 구경하며) 아, 저리 가요.....같이 가긴 어딜 같이 가?!! 누가 지금 내장산 단풍 구경 가는 줄 알어요?!!....
따라 오지 말아요....(하며 바다로 걸어간다. 거의 허리까지 간다.)
이노인 : 같이 가요....같이 가요, 부처님.....(하며 따라와 석현모를 잡는다)
석현모 : 이 영감님이 진짜......나 저승 가요, 지금! 저승!!........바다에 빠져 죽으러 간다구요! 죽으러!!!
영감님이랑 같이 갈데가 아니라구요?!!
이노인 : (웃으며 바다를 가리키며) 우리 정기도 저기 있어요......우리 며느리도 저기 있어요......
우리 정기 엄마도 저기 있어요.....내가 가께요, 부처님.....부처님은 여기 계세요.
석현모 : 부처님은 무슨 염병할 부처님이야!.....마구니 악마는 그만 가니까,
천사같은 영감님은 그 즐겁고 신나는 세상,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오래오래 살다가 오시라니까요!!.....
아, 이거 놔요!! (하며 거칠게 이 노인을 뿌리치는데)
이노인 : (그 손길에 휘청 넘어지며 그대로 물 속으로 빠져 들어 가 버린다)
석현모 : (놀라며......하얗게 굳어) 여......영감님!
S#53. #바닷가 한쪽
기서, 노을이 지고 있는 바닷가를 보며 여전히 멍하게 앉아 있다.
멀리서 “사람 살려요.....누구 없어요.....” 소리치는 석현모의 목소리 끊어질 듯 들려온다.
기서, 자기 생각에 빠져 그 소리 못 듣고....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바다만 보고 있는.
S#54. #영신집 일각 (밤)
기서, 집 앞에 차를 멈춘다.......차마 내리지 못하고 있는.
S#55. #영신집 마당
기서, 마당으로 들어서면,
봄이, 수돗가에서 고무 장갑끼고 봄동이(바다에 빠져 뻘도 묻은)를 비누로 열심히 씻고 있다.
기서 : (봄동이를 얼마간 먹먹하게 보다가......) 봄아......
봄 : (돌아 보며) 아저씨.......
기서 : ......뭐해?
봄 : 씨이.....엄마가요 우리 봄동일 바다에 빠뜨렸어요.
기서 : (표정 굳어지는)
봄 : 순 나쁜 엄마야, 씨이......
기서 : .......엄만 어디 갔어?
봄 : 보건소 가셨어요.
기서 : 보건소?
봄 : 미스타리가 보건소에서 자구 있다 그래 갖구요.....데릴러...아니, 모시러 갔어요.
기서 : (의아한)
S#56. #영신집 앞
기서, 차 시동을 걸려 하는데......소리만 요란한 뿐이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S#57. #보건소 마당
종수와 종국, 서로 얼싸 안고 마당을 빙빙 돌며 좋아하고 있다.
종수 : 여긴 갑자기 왜 온거야?.......검찰청 출근 안해?
종국 : 안해........때려 쳤어.
종수 : (히익 놀라며) ......거....검사를 때려 쳤어? 아...아버지 아시면......맞아 죽을라구?.......
종국 : 아버지 인생이냐? 내 인생이지......
너도 적성에도 안맞는 의사 가운 벗어 던지구.....자유롭게 니가 원하는 삶을 살어, 지금부터라두.....
종수 : 이게 내 적성인 거 같어, 형.
종국 : 엉?
종수 : (웃으며) 나두 아닌 줄 알았는데......의사 가운이 이게 내 적성인 거 같애....이게 내가 원했던 삶 같애. 이제 알았지만.
종국 :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인데)
종수 : 참, 형........안구 건조증은 어떻게 됐어?.....(종국의 눈을 살펴보며) 아직두 그렇게 눈물이 안 나?
종국 : ......어. 상가집 갈 일 생길 때마다 돌아버리겠다, 아주.
이때, 기서, 보건소 안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선다.
종수 : 어....민 선생님!
기서 : (긴장한) 할아버지 여기 계시다면서요?.........어떻게 된 거예요?
종수 : 물에 빠지셔서 잠깐 기절하셨는데.....괜찮아 지셨어요. 맥박두 혈압도 정상으로 다 돌아오셨구.....
수액 맞구 주무세요, 지금.
기서 : (그제야 안도하며....보건소 쪽을 보는)
S#58. #보건소 진료실 안
이 노인, 편안한 표정으로 가볍게 코까지 골며 잠들어 있다. (마른 옷으로 갈아 입혀진)
영신, 옆에서 이 노인의 손을 꼭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키고 앉아 있다.
소란 : (의료 용품 정리하고.....빙긋 웃으며 오는)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주무시는 거야.
영신 : ........(걱정스럽게 보는)
소란 : 이 편하신 표정 좀 봐라......코 고는 소리 안 들려?
영신 : (그래도 걱정 스러운데)
이때, 기서, 진료실 안으로 들어선다.
소란 : 어....민 선생님......
영신 : (고개 들다가 기서를 보고 표정 싸늘해지는)
기서 : (영신의 눈빛이 다시 가슴을 찌르지만.....개의치 않고 이 노인에게 다가와 펜 라이트로 동공을 살펴 보고.....
청진기로 진맥을 해 본다)
영신 : (기서를 노려 보고 있는)
소란 : 아직 혈압이랑 맥박, 다 정상입니다.
기서 : (고개 끄덕이며.....그래도....가슴에 귀도 대 보고 세심하게 진찰을 하는데)
영신 : (여전히 바늘 같은 시선으로 기서를 노려 보는)
이노인 : (천천히 눈을 뜨며 영신을 보는)......언니야.
영신 : .........할아버지......좀 괜찮으세요?
이노인 : 네......(웃으며 고개 끄덕이며 기서 보고) 혀엉.....초코파이 사주세요...... 백개 사 주세요.
기서 : (울컥한다.....웃으며) 네, 그럼요......사 드릴께요..... 천 개 사드릴께요.
영신 : (여전히 야속한 눈길로 기서를 보는)
S#59. #석현모 방
석현모, 눈을 꾸욱 감고 염주를 돌리고 있다.......손 끝이 바들바들 떨린다.
이때, 방문 열리고, 석현 들어온다.
석현 : (감정 없이) 할아버지 괜찮으시대요........한 숨 주무시고, 좀 전에 퇴원 하셨대요.....
석현모 : (그대로 염주 굴리며)
석현 : 걱정 말구......주무세요.........(돌아서 나가려는데)
석현모 : (고개 저으며) 할 일이 있어서.....내가 미안해 할까봐.....잠깐 정신 차리신거야.
석현 : (의아한)
석현모 : (눈 감은 채) 상주는 니가 해 드려.
석현 : (무슨 말인지 모르는) 네?
석현모 : (천천히 눈을 뜬다. 눈시울이 벌개지고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영감님 가시면 상주는 니가 하라구.......
니가 그래도 명색이 손주 사윈데.
석현 : (당황하는) 무슨.....말씀이세요, 그게?
석현모 : 영감님......가실 거 같다......
석현 : 어머니......
석현모 : 수의랑 관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최고로 좋은 걸루 니가 준비하구....
석현 : 무슨....말씀.....하시는 지 모르겠어요.
석현모 : 니 에밀 대신해서 그 착하디 착한 천사 같은 영감님이 가신다구!!....
“이 죄 많구 불쌍한 중생아....인생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인생동안이라도 용서하구 속죄하고 부처처럼 살다 와라....”
나한테 마지막 기회라도 주실라구.....영감님이 나 대신해 가신다구, 지금!!
석현 : (창백해지는)
S#60. #가게 앞
이노인, 가게 앞에 앉아 영신을 보고 있다. 표정이 애틋하다. 눈물을 삼키고 애써 웃고 있는 표정.
영신, 이 노인 앞에 무릎 굽히고 앉아 옷 단추를 여며주며....이노인과 시선 마주치고 웃다가.......
심난한 표정으로 가게 안을 본다.
기서, 초코파이를 다섯 상자 정도 사고 있다.....계산하고 있는.
영신, 고개 돌려 보면.....가게 앞에 초코파이 다섯 상자쯤 쌓여 있다.
기서, 초코파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영신은 여전히 송곳 같은 눈길로 기서를 본다.
기서 : 초코파이 백개 샀어요, 할아버지.
이노인 : 네...고맙습니다. 형. (일어서더니.....앞서서 걸어 간다)
영신 : 어디 가세요, 할아버지.......
이노인 : (웃으며 기서와 영신에게 따라 오라고 손짓한다)
영신 : (의아한)
기서 : (역시 의아하고)
S#61. #마을 길 (소금 창고 길 정도의 운치 있는 길)
이 노인, 얼굴에 미소 가득 머금고, 걸어가고 있고.
초코파이 박스를 한 아름씩 든 기서와 영신, 이 노인의 뒤를 따르고 있다.
기서, 영신을 보지만.....영신, 기서를 외면한 채 앞만 보며 간다.
기서, 착잡한.
밤 안개가 서서히 깔리고 있는 길.
이 노인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앞서 가고, 그 뒤를 따라서 가는 기서와 영신.....
F.O.
S#62. # 두섭 모텔앞 (아침)
두섭,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며 밖으로 나오다가 뭔가를 발견한다.
대문 앞에 초코파이가 한개 놓여 있다.
두섭, 이게 뭐냐?......초코파이를 집어 들어.....누가 보는 사람 없나 휙 보다가.......낼름 입에 집어 넣어 버린다.
S#63. #박씨집 앞
박씨, 자전거를 끌고 대문 밖으로 나오다가.......대문 앞에 놓인 초코파이를 발견한다.
어? 이게 뭐지?.......의아한 표정으로 들어서 보는.
S#64. #보람집 앞
보람모, 아침 일찍 해도 뜨기 전에 일 나갔다 오는 길이다.
피곤한 듯 어깨 주무르며 오다가 대문 열고 들어가려는데.......대문 한 켠에 초코파이가 놓여 있다.
이게 뭐지? 의아한 표정으로 들어서 보는.
S#65. #태창집 앞
태창, 채 눈도 안 뜬 졸린 표정으로 초코파이 하나를 다 입 속에 집어 넣는다.
S#66. #보건소 진료실안
종수, 초코파이를 들어서 의아한 듯 보고 있는.....
이때, 소란 들어서며.....“그게 뭐예요?” 묻는.
S#67. #석현집 앞
운동복 차림의 석현, 대문 열고 나오다.....발 아래 떨어져 있는 초코파이 봉지를 본다.
흠칫하는 표정으로 들어서 보는.....어떤 예감에.....눈물이 그렁해지는.
S#68. #기서방 안
기서, 이불도 안 펴고 잠들어 있다.
기서, 악몽을 꾼듯 흠칫하며.....잠에서 깨어난다. 거칠게 얼굴을 부비다가....문득 한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초코파이 봉지가 하나 보인다.
기서, 멀건히 보고 있는데.
봄(E) : (다급한) 엄마! 할아버지가 이상해!......이상해! 미스타리가!!!
기서 : (흠칫)
S#69. #영신 마당
영신, 세수를 하다 ....멍한 표정으로 봄이를 보고 있다.
영신 : 뭐.....뭐라 그랬어? 방금?
봄 : 미스타리가....암만 깨워도 안 일어난다구!!!
영신 : (어떤 예감에 창백해지는)...더 깨워 봐...할아버지 초코 파이 드세요, 그러구 더 깨워봐.
봄 : 백번도 넘게 막 이렇게 흔들구 깨워도 안 일어나...... 막 물두 뿌리구 꼬집었는데두 안 일어나.
영신 : (점점 더 창백해지는) 그래두 더 깨워봐.....봄이랑 학교 가요, 미스타리...그러구 깨워봐.
(이 노인 방쪽으로 가려다 휘청하며 세수대야를 넘어뜨리며 주저 앉는다)
봄 : 엄마!!!
기서 : (방문 열고 다급하게 나와 영신을 보다가 신발도 안 신고 이 노인 방으로 달려 간다)
영신 : (일어나려 해도 쉽지가 않다...자꾸 주저 앉아 지는)
봄 : (와서 영신을 일으키려 도와 주는) 엄마......왜 이래.......엄마아.......
영신 : 괜찮아....괜찮아....엄마 괜찮아.....
(힘을 내려 바들바들 떨며......이 노인 방쪽으로 떨 리는 발걸음을 떼며 간신히 오는데)
기서 : (이 노인 방문 열고 나온다.....표정이 충격으로 멍하다.....)
영신 : (기서의 표정에서 예감을 한다.......그래도 어떻게 됐냐고.....입을 떼려 하는데......말이 나오지 않는다)
기서 : (그대로 마당으로 내려서더니.......영신을 꼬옥 끌어 안는데)
영신 : (뭔가 예감을 하며....볼을 타고 눈물이 뚝 떨어지는데)
ENDING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