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의 첫날을 거의 비행기여행 시간으로 보냈다. 영국식 아침은 어떨까 생각을 하다가 숙소에서 대부분 아침은 해결을 해주기 때문에, 식당으로 갔다. 커피, 차, 쥬스, 씨리얼과 토스트. 그리고 메인 음식은 계란후라이와 소시지, 베이컨, 토마토가 한 접시에 있는 음식이었다. 매우 느끼하고, 흰 쌀밥이 먹고 싶은 상황이었으나, 영국에 왔으니 끝까지 참고 먹자고 하여, 영국에서의 마지막날까지 아침을 이 영국식 아침으로 먹었다.
15일 세계대회의 등록과 합류하기로 한 인원과의 약속으로 우리는 힘차게 에딘버러로 향해 올라가야만 했다. 어제의 렌트카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렌트카 회사로 다시 연락을 했더니 7인승 차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우리는 다시 히드로 공항 렌트카 센타로 가서 차를 교환을 하였다. 짐싣는 공간도 넉넉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어제의 차보다는 훨씬 여건이 좋았지만, 예약 시스템을 잘 이용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런던 시외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진행, 저속, 고속, 추월에 대한 영국인들의 인식은 너무나 수준급이어서, 모든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서로를 배려해 주는 교통문화는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배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두어시간 달려 우리는 휴게소에 들렀다. 도로지도를 하나 사고, 정말로 콜라보다 비싼 물을 사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셔널트러스트 지도를 펼쳤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WORKSOP 이라는 곳의 사이트를 둘러보기로 결정을 하고 이동을 시작하였다. 운전의 피곤함을 인지하고 돌아가면서 운전을 하기로 하였으나, 영국의 도로를 처음 접한 일행은 오른쪽 운전좌석이라는 점이 약간의 위험스러운 상황들을 만들기도 했지만, 차차 적응이 되어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영국 자체가 소형차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도로폭이 좁고 신호에 의한 교통체계가 아닌 곳들이 많아 간헐적으로 당황스러운 때가 많았다.
WORKSOP에 도착하면서, 도로표지판에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의 로고와 사이트명이 따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접근성에 대한 고려와 내셔널트러스트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작은 도심으로 들어서니, 지도로만 보기에는 길과 방향을 구별하기 힘들어 첫 번째 방문하기로 한 사이트를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첫 번째 방문한 사이트는 Mr. Straw's House 였다. 가이드북을 정확히 숙지 안하고 간 우리에게 Mr. Straw's House는 굳게 문을 닫은채, 일요일은 개방을 안한다는 안내판만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Mr. Straw's House 는 20세기 초반의 일상적인 에드워디안 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1930년대의 벽지와 가구, 주방용품등이 남아 있으며, 그당시의 도시 근교의 전형적인 정원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2차선 작은 일반 주거지역의 도로에 작은 골목에 들어와 있고, 평범한 붉은벽돌의 건물외벽과 황토빛 창틀의 색이 돋보였고, 정원과 주차장은 건물 반대편에 따로 위치해 있었다. 옆의 집들과 크게 다를바 없었지만, 생활상을 보여주는 기증에 의한 집이라는 것도 보전대상에 포함되는 넓은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가이드북에는 주차, 장애인, 동물, 편의시설, 주변사이트, 개방시간 등 사이트의 모든 정보들이 있으며, 이 가이드북은 따로 구입을 할 수도 있고, 회원가입을 할 경우 제공되는 멤버쉽팩에 다른 자료들과 함께 같이 들어 있다.
▲ Mr. Straw's House
다시 이동을 시작하여, Clumber Park 사이트를 보기로 하였다. 면적이 커서 사이트의 위치는 맞는 것 같은데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서 한참을 돌던 끝에, 영화에서나 보던 아치와 기둥과 벽으로 둘러진 입구로 들어가니, 엄청난 규모의 공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차로 이동하는 내내 양옆으로 가족과 차량, 개 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었고, 한참을 지나서야 주차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회원이 아닌 사람은 주차비를 따로 내야하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방문했다고 양해를 구하려 해 보았지만, 철저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자원봉사 학생의 답변에 요금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Clumber Park는 450만평이상에 걸쳐 공원과 숲, 호수, 농장등이 있는 대 저택으로 볼 수 있으며, 뉴캐슬지방의 공작의 소유였다고 한다. 1938년에 화재로 일부 건물이 소실이 되었으나, 호수에는 고풍스러운 다리가 있고, 고딕양식의 성당과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경작지들이 남아 있었다. 이 것이 한 공작의 소유였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내셔널트러스트의 자산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국한된 소유권에 대한 인식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 Clumber Park 의 한가로운 모습
이 곳에는 레스토랑과 샵, 농장등 내셔널트러스트가 수익을 내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으며, 농장에는 직접 기른 식물을 할인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계속 달려만 오다보니 점심때를 놓쳐 우리는 이 안의 내셔널트러스트 레스토랑에서 샌드위치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였다. 이곳에서 물건을 팔고 계산하는 학생들이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라는 것이 더욱더 부럽기만 했다. 오랜만의 좋은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나온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공원 전체는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차량, 사람, 자전거 등 모두가 서로의 배려속에 질서가 자율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에도 성숙한 국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잠시 잔디밭에 앉아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하나된 느낌으로 잠시 동안의 여유를 만끽하였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하였다. 풍요로운 사이트들을 접하며 시간을 많이 쓰다보니 어느새 날을 기울고 있었다. 에딘버러까지 입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스코틀랜드의 국경에 거의 인접한 지역까지 가서, 농장에서 운영하는 숙박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계속해서 고속도로를 달려오다가 이제는 국도로 접어들어 달리는 동안, 북부로 갈수록 영국의 절경들이 나온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양옆으로 펼쳐진 넓은 벌판과 바람에 일렁이는 많은 곡식들과 들풀들과 돌담들이, 영국의 풍요로움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었다.
지나는 도중 농장의 B&B를 발견하고 들어가는 내내, 양옆으로 양들이 차를 겁내지 않은 듯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으며, 좁은 시골길의 아스팔트위에는 토끼들과 각종 벌레들이 자신들의 집인양 뛰날고 있었다. 마음씨 좋은 주인아저씨를 만나 방을 쓰기로 결정을 하였다. 우리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왔고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세계대회를 참가하러 가는중이라고 설명을 하니, 자신도 내셔널트러스트 회원이라며,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었다. 이곳의 거실공간에서 지역의 볼거리들을 알리는 리플렛등의 홍보물중에는 단연 내셔널트러스트의 홍보물들이 가득하여, 이곳에서의 내셔널트러스트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주인 아저씨의 차가 마티즈여서 잠깐 한국차에 대해서 좋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 농가 B&B의 마당정원과 시골풍경
▲ 농가 B&B의 창고들을 개조해 만든 숙식건물
이곳의 B&B 들은 저녁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농장에서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해결하고, 농장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