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구곡산(961m)
도솔암~정상~내원사~대포마을
구곡산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과 시천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961m의 산이다. 남한 땅의 으뜸 명산인 지리산은 참으로 신령스런 산이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며, 둘레 물경 팔백 리에 일억삼천만 평의 영역을 자랑하는 국립공원 지리산은 백번을 올라도 구석구석을 다 살필 수 없는 참으로 거대한 청산이다. 지리산이라는 이름조차도 한글과 한문이 달라 특별하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아는 것은 입을 통해 말로 내놓는다'는 슬기 지(智)와 다를 이(異)의 한자 이름을 읽을 때면, 너무도 거대한 지리산이라 다녀온 사람마다 보고 느낀 것을 구구각각 다르게 말하는데서 유래한 것 같은 엉뚱한 상상을 하여왔다. 그 지리산의 정수리인 천왕봉 바로 곁에 자리한 중봉에서 남동쪽으로 한줄기 곁가지가 내려간다. 이 산줄기가 써리봉(약 1610m)과 국수봉(1,038m)을 지나 길게 내려오다 소대천 대천이 흘러 덕천강과 합한 곳에서 다시 솟구친 청산이 오늘 소개하는 구곡산이다.
구곡산의 동녘 자락인 시천면에는 조선의 유명한 학자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덕천서원이 자리한다.퇴계 이황 선생과 학문의 쌍벽을 이룬 남명 선생은 신기하게도 퇴계선생이 태어난 바로 그 해(연산군 7년) 합천군 삼가에서 출생하였고, 55세 때 단성현감의 직에 부름을 받았으나 사양하였다. 61세에 지리산 천왕봉이 올려다보이는 이곳 덕산에 들어오셔서 강학으로 세월을 보내시다가 72세인 선조 5년 2월에 별세하셨다. 선조 9년(1576년) 선생이 강학하던 바로 그 자리에 서원이 세워졌으며 광해군 원년(1609년)에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이 되었으나, 대원군 때 철폐되었고, 그후 1930년대에 다시 재건되었다.
또한 구곡산의 들머리인 단성 나들목 입구에는 문익점 선생의 면화시배지가 자리하고,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겁외사(怯外寺-'시간과 공간 밖에 있는 절'의 의미)가 완공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 구곡산의 산행은 문화유적답사를 겸할 수 있는 멋있는 산행코스이기도 하다.
구곡산의 들머리인 산청군 시천면에 자리한 덕천서원이다. 서원을 둘러보고 덕산중학교를 지나가면 붉은 벽돌의 천주교 오른쪽으로 시멘트길이 열려있다. 가을이면 사과가 주렁주렁 익어가는 들녘길은 참으로 풍요로운 길이다. 울타리조차 없어 굵은 사과가 손에 닿는 들녘길은 어릴적 굶주리며 살았던 내 유년의 조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요로운 산길이다.
어리석을 우(愚)를 이름으로 지은 우농원을 지나면 맑은 계곡 위에 놓인 도솔천교를 건너가게 되고, 뒤 이어 해발 약 430m 위치에 자리한 도솔암에 이른다. 절 입구에는 감나무고목 한 그루가 금강역사인 듯 길목을 지키고 있었으니.
절 아래쪽의 계곡으로 본격적인 등산길이 시작된다. 미륵부처의 세계 도솔천에 건너온 때문일까 유난히도 맑은 물은 소리조차 고와서 속세의 찌든 몸을 행궈내고 마음의 귀마져 밝혀준다. 도솔암과 같은 해발의 계곡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 지능선으로 산길을 따라가면 반 시간 여에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간간이 보라빛 용담꽃과 새하얀 구절초가 피어있는 능선길은 더러더러 초록빛 조릿대도 헤쳐야 하는 요요로운 산길이다. 다시 반 시간이면 '산청. 26. 1991. 재설' 이라고 쓰인 삼각점이 자리한 삼거리에 이른다. 정수리는 이곳에서 2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정수리에서 다시 삼각점과 1994년 4월 달팽이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자리한다. 산사랑의 뜨거운 정열이 무거운 돌을 올렸으리라. 정상석 앞면에는 구곡산, 해발 961미터, 뒷면에는 '추억은 가슴속에' 라고 새겨 놓았다. 정수리의 조망은 참으로 눈부시다. 산줄기를 이어간 중봉과 천왕봉이 가을볕에 우뚝하여 압권으로 다가온다. 서녘으로 하늘마루금을 그리며 삼도봉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며 커다란 엉덩이 반야봉이며...
너무나 감격스러운 조망에 서녘의 삼신봉이며 동북녘의 웅석봉 등 해발 천을 넘는 높은 봉우리들이 오히려 초라하고, 굽어보는 중산리 일원은 보잘 것 없는 속세의 작은마을에 불과하였으니. 정수리 한구석에는 '천잠능 3.1km, 도솔능 1.2km' 라고 표시된 이정표 팻말이 놓여있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와서 국수봉으로 이어지는 북넠능선을 이어간다.
구멍이 뻥 뚫린 참나무거목이 이채로운 능선길을 십여 분 이어가면 싸리나무가 주인인냥 무성하게 자란 헬기장을 지나게 된다. 간혹 구절초와 억새가 피어있기도 하지만 국수봉 써리봉 중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가히 조릿대의 산길이다. 키를 웃자란 조릿대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 능선길을 누가 말했던가 "지리산 황금능선" 이라고.
정수리를 출발한지 한 시간 남짓이면 천잠사거리에 도달한다. '천잠 0.5km, 정상 3.1km' 라고 쓰인 팻말이 자리한 이곳에서 서쪽은 중산리로, 동쪽은 내원리로 각각 내림길이 시작된다. 천잠마을로 내리는 길은 가깝고 길도 뚜렷하지만 바깥내원으로 내리는 길은 키를 넘는 조릿대가 망망 대해를 이룬 희미한 산길이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조릿대 밑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산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반백년 전 이 부근에는 여러 해 동안 많은 빨치산들이 활동하였으며, 약초꾼이나 심마니들이 오르고 내렸으리라. 키를 넘는 조릿대를 헤치고 또 헤치며 조심조심 바깥내원으로 내리는 희미한 이 산길을 '빨치산길' 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40분이면 계곡을 내려서고 다시 10분이면 확실한 내림길을 만나게 된다. 계곡을 벗어난 지점에서 중년여인을 만난다. 내원마을에서 염소농장을 경영하는 전 여인이었다. 정선이 고향인 전 여인은 21년 전 이곳으로 시집와서 밭을 일구고 가축을 기르며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는 마음씨 고운 지리산의 여인이었다. 이 부근이 마지막 빨치산의 한사람인 정순덕 여인이 생포된 곳이라고 알려주며, 집에 들려서 야생차라도 들고 가라는 호의를 정중히 사양하고 포장길을 이어 내원사에 들린다.
1978년 4월에 세운 내원사의 사적 안내판은 몹시도 낡고 칠이 벗겨져 군데군데 글씨가 보이지 않아 겨우겨우 읽었다. 신라 태종무열왕시대 무량국사가 창건하였고 당시의 이름은 덕산사였다. 500여 년 전(만력 萬歷 37년)에 화재로 전소되었으며, 1959년 중건하여 내원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적혀있다. 절은 비록 남루해도 법당에 모셔진 비로자나불좌상과 법당 곁의 삼층석탑은 보물 제1021호와 1113호로 겨레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내원사 계곡에는 아직도 '지리산 공비토벌 루트 안내도'가 자리한다.
낙엽이 함박눈처럼 펄펄 날리는 늦가을의 해거름에 이끼 낀 삼층석탑 앞에 두 손을 모우고 머리를 숙인다. 순두류아지트, 구들장아지트, 정순덕생포지... 이 아름다운 계곡에서 얼마나 많은 겨레의 피가 흘렀던가! 동족상잔의 크나큰 비극을 교훈삼아 우리는 기필코 영원한 번영을 이루어야 하리니...
*코스가이드
구곡산의 들머리는 산청군 시천면의 면사무소가 자리한 시천의 덕산중학교이다. 학교 오른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붉은 벽돌의 천주교 오른쪽으로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진다. 정서쪽으로 20분 가량 들어가면 우농원을 알리는 비석이 자리한다. 계속 서쪽길을 이으면 20분 후 도솔암교를 건너게 되고 뒤이어 도솔암에 도달한다. 도솔암 입구에서 계곡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길을 따라오르면 오른쪽 능선으로 산길이 이어지고 30여 분에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다시 이곳에서 30분이면 삼각점이 자리하고 하산길과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정상석이 자리한 정수리까지는 2분이 소요된다.
하산은 지나온 삼거리로 되돌아가서 북쪽 능선을 이어야 한다. 13분이면 헬기장을 지나게 되고 키를 넘는 조릿대 능선길을 한 시간 여 이어가면 이정표가 자리한 천잠능 사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서쪽의 중산리 천잠마을까지는 500m로 길이 확실하나 동쪽의 바깥내원을 향한 내림길은 희미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조릿대 밑으로 옛길이 이어지고 조심조심 키를 웃자란 조릿대를 헤쳐 40분 남짓이면 계곡길에 내려선다. 다시 10분이면 뚜렷한 길을 만나 염소목장의 문을 나서게 되고 시멘트 포장길을 이어 내원사에 이른다(20분). 내원사에서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10분, 다시 대포마을 버스정류소까지는 10여 분이 추가로 소요된다.
덕산중학교~도솔암~정상~천잠사거리~바깥내원~내원사~대포마을 정류소를 잇는 코스는 약 6시간이 소요된다.
*교통과 숙박
구곡산의 접근은 진주를 경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기차 또는 고속버스로 진주에 가서 매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시외버스로 시천(덕산) 하차.
하산지점인 대포리와 반대편인 중산리에도 수시 버스가 운행됨.
들머리 시천(덕산)에는 식당과 숙박시설이 여럿 있으며, 하산지점인 내원사 입구에는 식사와 민박이 가능한 장당관광농원(055-972-8422), 금포정민박식당(011-552-6168), 한일농원(055-972-1818) 등이 있다.
참조:구곡봉 덕산 시외버스정류장~덕천서원~도솔암~계곡 갈림길에서 우측 계곡~구곡봉 정상~황금능선~국수봉 전 갈림길~중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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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월간<사람과산> 200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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