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도로
불교의 진리체계를 탐구
불교사상을 향한 긴 여정으로
이완상태가
불교의 제법무아와 제행무상
“모든 별들은
서로 당기는 중력에 묶여
역학적 에너지 주고받는
상호 의존적 관계 통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므로
불교의 연기적 관계에 해당”
스님 만나 이야기하며
출가수행 그려 보기도…
불교 공부는 이론과 현장조사 병행
천문학과 불교의 진리 담아
대학 강의해
정년을 5년 남기고 교수직을 떠나 불교수행을 시작한 서울대 이시우 명예교수. 김형주 기자 |
“초등학교 때 작문을 본 선생님께서 ‘너는 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니 앞으로 천문학을 하면 좋겠다’라는 말씀이 평생 천문학자로 살아 온 인연이 됐다.” 천문학자이면서 불교학에서 인문사회를 넘어 자연과학과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해 온 이시우 명예교수(서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78)는 “나의 과거 의식이 천문학 전공이란 필연을 낳았다”고 말한다. 그의 자연과학 세계에는 불교가 짙게 배여 있다. 그의 연구 접근에는 평생 ‘개척’이 필수 단어 처럼 따라 다녔다. 그는 천문학 전공 교수가 없던 초창기에 스스로 공부하는 어려움으로 시작해, 미국 유학에서 사진관측으로 별의 거리 측정과 성단의 역학적 운동을 연구하고 이어 호주 유학에서는 수백만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구상성단의 진화를 연구한 국내 최초의 천문학자이지만, 1979년 60세에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불교수행을 시작했다. 정년 65세를 과감히 던져 ‘명예를 버리고 수행자가 된 학자’로 지칭된 그를 지난 12월11일 조계사에서 만났다.
그는 우주만유의 질서에서 ‘이완상태=무질서 속의 조화’란 이치를 발견하고 이의 지평을 불교에서 찾아갔다. “우주의 이완이란 마치 푹 퍼진 해삼처럼 자신의 정체성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로서, 물리적으로 무질서가 최대로 이어지는 엔트로피의 최대 증가 상태이고 무질서 속의 조화를 뜻한다.”
그렇게 그는 자연과학도로서 불교의 진리체계를 탐구했다. 그의 불교사상은 이를 향한 긴 여정이었다. “이완상태를 불교적으로 말하면 고정된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고 항상 유전하며 변천하는 만유의 제법무아와 제행무상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그가 관찰한 우주의 성단은 어떨까. “모든 별들은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묶여 역학적 에너지를 주고받는 상호 의존적 관계를 통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 불교에서의 연기적 관계에 해당한다.”
그의 내면은 이 생각이 집안에 있던 불교 책과 접목되면서 삶의 열정을 일깨웠다. 천문학적 현상이 불교의 진리체계와 매우 유사함을 스스로 알게 되면서 불교에 대한 새로운 탐구가 시작됐다. 그 이전 전공 공부에서 늘 끄달려 온 ‘인간과 우주’에 대한 화두가 그렇게 풀리기 시작했다. “‘우주’는 천문학으로 설명되나 ‘인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자연과학자가 평생 끌고갈 화두로 남겨질 의문점을 대학강단에 선 초기에 독립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노자의 <도덕경> <장자>를 위시한 고전과 ‘신화’ ‘생명’ 등에 집중하며 자연과학 이외의 책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아내가 구입해 둔 <불교전서> <금강경> <육조단경> <선의 황금시대> 등에서 불교 내용이 천문학 분야와 매우 유사함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그는 불교의 진리가 우주 만유에 적용되는 논리적 틀을 갖추고 그의 대학 강의에 직접 불교 내용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난해한 한문 영역을 자연과학자가 독파해 들어갔을까. “불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금강경> 해설서와 <육조단경>을 독해하기 시작했고, 아내가 소개해 준 스님을 만나 장시간 이야기하면서 출가수행의 세계를 그려봤다.”
그의 불교 공부는 이론과 현장조사를 병행했다. 드디어 그는 정년을 5년 남긴 상태에서 출가를 단행했다. “구체적 공부를 출가수행으로 이어가려했으나 나이가 많아 출가자로 받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독학으로 불법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수행에 대한 자연과학으로 단련된 그의 갈증은 결코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처음 만난 스님의 절에 가서 며칠씩 절생활을 체험하며 나름의 수행을 시도했다.” 그런 그는 두 가지 원칙을 지녔다. “나는 스님에게 불교나 불법에 대해 어떠한 질문을 한 적도 없고, 어느 절에 가서도 주지 스님에게 화두를 받은 적 없다.” 이유를 물었다. “체계적으로 공부 못한 처지에 모든 것을 스님에게 질문을 통해서 알려는 것은 무노동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것으로 바른 도리가 아니다.” 더 본질적 대답을 그에게서 구했다. “내가 스님의 사고의 틀에 들어가면 내 자신의 사고 틀을 형성할 수 없다.”
그의 독학 불교는 그렇게 형성됐고 그것은 항상 어렵고 지루한 것이었다. 그런데 독학의 길에도 첩경이 있었다. 독학이 가능했던 것은 일단 천문학 공부가 독학이나 다름없는 개척 분야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15년간의 공부 과정에서 ‘연관 분야의 광범위한 서적 탐독’을 말했다. “구입 가능한 경전과 논서 해설서 등과 연관된 여러 분야 서적들을 읽고 불법과 비교하는 공부를 이어왔다.”
그가 독학 불교 공부를 통한 가장 귀한 깨달음은 ‘연기법의 중요성 이해’이다. 그는 이를 통해 세속적 욕망의 덧없음을 자연스레 털어냈다. “불법의 바탕이 되는 연기(緣起)란 서로 주고받음이며, 이 과정에서 만유는 고정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정체성의 소멸이 공·필경공이다.”
그의 연기법은 몸과 마음이 같이 터득한 진리의 원천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으로 표현되는 연기법은 우주만유 존재의 이법으로, 연기관계에서는 고와 락, 선과 악, 미와 추 등 서로 상반되는 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하지만 동시에 모두 나타나지는 않는 비동시적 동거성을 지닌다.”
그렇게 연기의 양면성에서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 불교의 중도(또는 쌍차쌍조·雙遮雙照)가 중시된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세속적 출세욕은 중도를 벗어난 한 측면에 불과하다. “불이사상(不二思想)은 곧 연기의 양면성 사상”이라는 그는 자타불이, 주객불이, 물심불이, 심신불이, 생사불이, 진속불이 등의 용어도 여기에 속한다며 “연기관계에서 동과 정이 하나 되는 동정일여, 나와 자연이 하나 되는 물아일여(物我一如)에 이르면 무생법인이고 해인삼매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계에 대한 그의 진단은 “올바른 연기적 관계란 삼륜청정이 근본”이라며 “자연은 삼륜청정한 연기관계를 따른다”란 말로 압축된다. 즉, 주는 자의 마음이 청정하고 받는 자의 마음이 청정하며 그리고 서로 주고받는 매체(말 또는 물체)가 청정해야 삼륜청정한 연기관계란 것이다.
현대 산업자본주의에 대해 그는 “인간의 편익과 행복 추구를 위해 인간의 삶터인 지구를 훼손하고 파괴하며 다른 생물 종들을 멸종의 길로 이끌고 있다”면서 “생물 멸종의 결과가 반드시 가까운 미래에 인간 종의 멸종도 초래하게 되는 사실적 위기에 대해 불교의 삼륜청정한 연기적 관계에 대한 바른 이해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공부에 몰입한다. 그는 몇 개의 새 화두를 던졌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도 화엄세계에서 생명평등사상을 중시하며 유정물에만 자비를 베푼다면 어찌 삼륜청정을 실현하는 불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의 불교는 연기법이 근본에 자리하고 그의 삶에도 그런 불법의 연기법이 중심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일생 동안 펴신 것은 신앙 중심의 종교가 아니라 우주 만유의 근본 진리를 나타내는 불법이며, 이를 사람의 선근에 따라 다양한 방편으로 설하신 것을 경전으로 펴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정의한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는 불법에 방편적인 신앙이 내포된 종교이다.”
그는 신앙 중심의 종교와 불교를 대비하면 불교에 대한 접근이 보다 쉽다고 말한다. “신앙 중심 종교는 비현실적 존재(절대자나 인격신 등)를 의식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외물에 대한 경험적·이성적 인식이 필요하나, 불법(불교)은 우주만유와 연기적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실제적 인식이 토대라서 이성적 인식이 근본이다.”
그는 여기에 전문적으로 “올바른 상분에 대해 올바른 견분이 일어나는 구체적 이성적 인식이 근본”이라 덧붙인다.
그렇기에 불교란 다분히 논리적·과학적이며 현실이 중심에 선 ‘이법’이라서 신앙 중심의 비현실적 의식으로 특정한 종교 원칙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그의 불교사상은 한국불교의 병리구조 해결방법으로 ‘신앙 중심의 종교 취급’이 지목된다. 이를 ‘한국불교의 정체성 혼돈’과 연결시킨 그는 “불교가 신앙 중심의 종교인가 아니면 불법의 진리를 근본으로 하는 종교인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점에 못박는다. “서양 과학자들이 불교에 내재된 우주 만유에 대한 불법의 진리와 합리적 사유에 매료된 반면, 한국 불교계는 기복 중심의 비이성적·신비적 신앙 중심의 종교에 빠져 위대한 석가모니부처님의 우주적 불법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화두를 던진다.
그는 “우주 만유는 연기적 이법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인간 경험의 다양성과 사유의 한계가 빠르게 확장되는데 불법의 진리 내용도 더 구체적으로 확장돼야 한다‘면서 ”한국불교의 정체성 확립과 합당한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새해 화두를 스스로 점검한다.
■ 이시우 교수는…
서울대 명예교수이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이론물리학 석사 졸업, 미국 웨슬리안대학 천문학 석사, 호주국립대학교 관측천문학 이학박사, 경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대표저서로 <천문관측 및 분석> <은하계의 형성과 진화> <태양계 천문학> <별과 인간의 일생> <우주의 신비> <별을 보면 법을 보고 법을 보면 별을 안다> <똥막대기>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첫댓글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귀한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귀한 말씀에 감사 *&*
나무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나무지장보살 나무지장보살 나무지장보살.
잘 읽었습니다.
나무아미타블.나무아미타블.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