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며 `팔각회향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 차에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성분이 들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현재 팔각회향차와 관련된 상품이 불티나고 있다. 그렇다면 팔각회향차는 진짜 신종 플루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한방내과장 원진희 교수의 도움말을 들어본다.
‘팔각회향차’는 ‘팔각회향’ ‘어성초’ ‘감초’ ‘빈랑’ ‘봉밀’(꿀)을 이용해 만든 한방 차다. 이 차의 주성분인 ‘팔각회향’은 중국에서 ‘대료’로 불리는 향신료다. 인도에서는 카레나 마살라 등 요리에 넣어 먹고 홍차에 밀크를 태운 ‘짜이’에도 넣는 향신료다.
향이 강해 몸에 ‘풍습’(차가운 기운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한의학에서는 몸살감기나 관절, 소화기계 질환에 응용해오고 있는 생약이다.
팔각회향을 정제하면 ‘시킴산’(shikimic acid)이 나오는데 바로 이게 타미플루의 주성분이다. 이 시킴산은 회향뿐만 아니라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그래 옛 한의학 문헌에 회향은 물론이고 솔잎이나 마늘 부추·생강 같은 매운 음식이 전염병을 예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향균, 항바이러스, 면역증강 작용을 하는 ‘어성초’와 인체의 기를 소통시키며 유행성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키우는 효능이 있는 ‘빈랑’ 등을 넣어 차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말해 신종 플루와 감기에 좋은 성분들을 ‘모아 모아서’ 차로 다려낸 것이다. 이것이 요즘 나오는 ‘팔각회향차’다.
원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신종 플루를 ‘온병’(溫病)의 한 형태로 간주한다”며 “온병이란 외부에서 침투한 나쁜 기운에 의해 인체가 고열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진기가 손상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진기를 강화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을 자주 섭취함으로써 신종 플루를 막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팔각회향차’가 치료제는 아니다. 예방 식품 정도로 봐달라는 주문이다.
“바이러스에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내성이 생기는데, 내성은 본인의 문제를 넘어 전염의 문제로까지 치닫습니다. 하지만 생약은 내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의 치유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감염을 막고 면역력 등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나 생약을 차로 수시로 마심으로써 이를 미리 예방하는 것입니다.”
현재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에서는 병원에 내원하는 이들에게 ‘팔각회향차’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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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회향차의 주 원료인 감초·어성초·팔각회향·빈랑.(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