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묵스님 인도성지순례기 《나마스테》 우리출판사,2007.7.개정판(1991.5.초판)
1989년 10월 1일
날이 흐린 탓인지 갠지스 강가에는 참배 와서 목욕하는 이가 드물었다.
나는 북쪽에서부터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내려오다가 화장(火葬)과 수장(水葬)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화장터는 강변에 10여 군데서 모닥불 피우듯이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시체를 그 위에 눕힌 채 태웠다. 남자 시체의 얼굴들은 다 탈 때까지 거의 드러나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시체를 대나무 사다리 위에 실어서 들쳐 메고 강변에 와 우선 강물에 푹 담궜다가 건지는데 ‘람 남사티야 해’ 하고 외치는 소리다.
힌두교의 장례의식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 불교로 치면 ‘나무아무타불’이나 ‘나무지장보살마하살’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타들어가는 시체가 드러나 사람이라기보다 한 동물의 모습으로 비춰 보였다.
시체는 10분 이내에 한 구씩 화장터에 도착하여 많이 밀려 있었다.
화장 비용은 200루피에서 500루피까지 받는다.
......중략......
화장터애 개가 서너 마리 떠나지 않은 이유를 뒤늦게 알아냈다.
타다 만 시체를 먹이로 노리고 있는 것이다.
수장은 맷돌모양의 돌 위에 사람을 묶어서 강 가운데쯤에 내려놓는다.
아주 간편하게 처리하였다. (pp.127-129)
1989년 11월 9일(목)
.....전략
바라나시 화장터(Harishchadra Ghat)에서 밤을 새웠다. 시신이 끊임없이 들어와 장작불이 밤새 탔다.
우는 이는 없다. 가족 1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화장이 진행되고 맨 나중에 물을 끼얹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때 개들이 몰려와 탄 뼈와 고기를 먹는 게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긴 장대로 타들어가는 시신을 자주 후려쳐서 빨리 태우려고 애쓰는 모습이다.(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