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문 관광 단지
서귀포 가기 전에 있는 중문은 관광단지이기도 하지만 한라산 제2횡단도로인 1100도로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제주의 남쪽인 중문에서 북쪽 제주시까지 내륙을 관통할 때 한라산 중턱을 넘어서 가는 1100고지도로는 '하늘을 나는 도로' 라 불릴 만큼,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도로다. 우리는 그 도로를 따라 내일 한라산 등반을 하고자 하니 중문에서 내려야 한다. 제주시에서 중문까지 버스비가 6500원인데 아까 협재까지 2600원에 왔으니, 나머지 3900원씩 요금을 냈다. 곳곳마다 쉬면서 제주도의 진면목을 보는 기쁨이 크다. 이곳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운전기사도 승객도 행선지와 관광지에 대하여 물으면 아주 친절히 답해 준다. 심지어 술 취한 아저씨도 운전기사에게 핸드폰을 빌려달라 떼쓰다가도, 내가 기사에게 중문에 하차하려면 어느 곳에서 내려야 하느냐 물었을 때, 나를 빤히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해 준다. 술 취한 모습이 밉다가도 관습에 가까운 친절함에는 목이 메인다. 하교하는 중 학생도 많이 탄다. 순진한 모습들이다. 중문에 내렸을 때는 비가 더 많이 내렸다. 중문은 관광단지라서 울창한 나무와 거리 풍경이 아름답다. 1100도로 버스 주차장과 한라산 가는 차 시간을 알아두고 숙소를 정했다. 민박집과 잘 지은 팬션이 있는데 우리는 한길슈퍼주인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아주 깨끗한 신축 사랑방 팬션을 안내받아 들어갔다. 그 이전에 도로를 따라 오면서 중문 하우스를 비롯한 민박 숙소에 갔으나 모두 방이 찼다 하여 좀 걱정을 했는데 친절한 분의 도움으로 숙소를 얻어 마음이 놓였다. 숙박 요금도 점잖은 한가족이라며 3만원으로 많이 할인해 주었다. 주중인데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음일까. 중문에는 천제연 폭포와 해수욕장, 여미지 식물원, 영하 쉬리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쉬리 언덕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빗속을 거닐었다. 두 개의 우산을 집에서 준비해 갔기에, 남편은 혼자 쓰고, 나는 큰 아들과 둘이 쓰고 우중 데이트의 낭만을 가슴에 새겼다. 이것도 후일에는 큰 추억으로 남을 거라며 즐거운 걸음이다. 이왕 나왔으니 천제연 폭포에 가자고 방향을 잡았다. 숙소에 들어간 시간이 오후 5시 30분, 숙소에서 나온 시간이 오후 6시, 그 때부터 1시간을 거닐었다. 천제연 폭포에 가는 큰 도로변에서 이색적인 보도를 보았다. 나무 조각을 일렬로 깔아 보도를 만든 것이다. 캐나다에 온 느낌이다. 밴쿠버에 나무가 많아 가로등 전봇대까지 둥근 원통 나무기둥이었음을 보고 감탄했는데,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나무가 많아 보도를 나무판으로 깔아 만든 것을 보고 감탄했다. 가로수 나무가 짙푸르고 싱싱함은 나무판 사이사이로 빗물도 들어가고 숨쉴 수 있어 그런가 보다. 꽤 많이 나무판보도를 따라 걸어가니 천제연 폭포 입구에 다달았다. 비가 너무 내리고 어둠이 내리고, 하여 우리는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예전에 본 추억으로 만족하고 온 길을 따라 숙소 근처에 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숙소에 들어가는 초입의 틈새 식당에서 해물뚝배기(7000원)와 정식(4000원)으로 우리는 배부르고 맛있는 제주도의 만찬을 즐겼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양말과 운동화가 젖어 양말을 벗어 싸 들고 왔다. 내리는 물과 바닥에 고이는 물이 우산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양이다. 숙소에 돌아와 젖은 옷과 신발을 방바닥에 깔아 놓고 말렸다. 사랑방 팬션 베란다에서 밖을 보면 큰 오렌지 나무에 노란 오렌지가 푸른 잎사귀 사이로 보인다. 복도 창문 너머로는 지붕 전체를 검은 천으로 둘러 묶어맨 민가도 보여, 분명 이곳은 육지와는 다른 환경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오렌지 나무에 열린 열매는 상당히 크다. 귤과는 다르다. 귤나무는 하얗게 꽃이 피어 있었다. 검은 돌담 안의 밭에 키 작은, 동백 나무 잎사귀와 유사한 모양의 나무에 하얀 꽃이 초롱초롱 어여쁘다. TV 채널도 상당히 많다. 섬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보던 MBC '굳세어라 금순아'와 KBS '어여쁜 당신' 드라마와 뉴스를 보았다. 어느 것 하나 불편한 것이 없다. 방도 참 따스하다. 여정으로 지친 몸을 녹이며 중문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내일 한라산 등반을 꿈꾸며, 오늘 밤에 비가 다 내리고 내일은 맑은 날씨이길 빌며 잠자리에 들었다.
서귀포 중문 사랑방팬션.우리가족이 유숙한 곳.한라산으로 가기 위해 나선 아침에.사랑하는 남자와
중문중학교 교문에서...담장과 교문이 돌로 낮으막하다...고등학교 교사인 큰아들
서귀포 중문중학교 담장이 낮아 학교건물이 다 보이고.큰아들은 고등학교 교사인데 신기한 눈으로
중문관광단지의 나무판 길.분홍꽃 화분까지.참 아름다운 길.제주의 향기가 거기 있었다.고운 길에서
중문해수욕장 가는 길의 야자수.우리나라의 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나는 소녀처럼 서서
중문관광단지 안내팻말과 거리 풍경.한라산에 가려고 나선 아침,남편과 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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