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유명한 소설 ‘양반전’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글을 읽는 사람을 선비라 하는데 벼슬길에 나아가서 대부(大夫)가 된다. 덕 있는 자를 군자라 하며 무반은 서쪽에 서고 문반은 동쪽에 서게 되니 이를 양반이라 하게 된다"
연암은 선비는 글을 읽고 벼슬길에 나아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군자는 조행(操行, 지조있는 삶)이 있는 사람에 대한 호칭이며 양반은 무반과 문반을 통틀어 말할 때 쓰는 일컬음이라 했다. 그러나 시대가 내려오면서 이런 구분은 점점 의미를 잃어갔다. 특히 선비와 군자의 구분은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뚜렷한 구별은 없지 않았나 싶다.
선비의 9가지 행동지침 (九思)
視思明 볼 때는 분명하기를 생각하고
聽思聰 들을 때는 확실하기를 생각하며
色思溫 낯빛은 온화하기를 생각하고
貌思恭 태도는 공손하기를 생각하며
言思忠 말은 충실하기를 생각하고
事思敬 섬기는 일은 공경한가를 생각하며
疑思問 의심나면 물어보기를 생각하고
忿思難 분이 날 때는 재난을 생각하며
見利思義 이득을 보면 의로운가를 생각한다
선비가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으로 삼고 있었던 36가지 수칙
1. 不怨天不尤人(불원천 불우인)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2. 仁以爲己任(인이위기임)
이 세상에 도를 펴는 것을 자기 책무로 삼는다
3. 見危致命(견위치명)
나라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던진다
4. 君子有終身之憂無一朝之患也(군자 유종신지우 무일조지우야)
군자는 평생 동안의 걱정은 있지만 하루 아침의 근심은 업다. 즉 항상 세상을 걱정한다
5. 汎愛衆(범애중)
널리 대중을 사랑한다.
6. 君子不器(군자불기)
세상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7. 先行其言而後從之(선행기언 이후종지)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
8. 義之與比(의지여비)
의리에 따라 행동한다
9. 成人之美不成人之惡(성인지미 불성인지악)
남의 장점을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나쁜 점은 이루지 못하도록 한다
10. 安貧樂道(안빈락도)
가난을 마다하지 않는다
11. 不患人之不己知患不知人也(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자기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한다
12. 巧言令色鮮矣人(교언영색 선의인)
아첨하지 않는다
13. 一日三省(일일삼성)
항상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14. 修身齊家(수신제가)
몸을 닦고서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
15. 崇祖原始報本(숭조, 원시보본)
조상을 극진히 받든다
16. 孝百行之源(효, 백행지원)
효를 조행의 기본으로 삼는다
17. 主忠言(주충언)
성실하고 신용을 지킨다
18. 過則勿憚改(과칙물 탄개)
허물이 있으면 당장 고친다
19. 無友不如己者(무우불여기자)
자기보다 나은 자를 벗으로 삼는다
20. 敏於事而愼於言(민어사이신어언)
일에는 민첩하고 말에는 신중하게 한다
21. 食無求飽(식무구포)
먹는 일에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는다
22. 居無求安(거무구안)
거처에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23. 正名(정명)
이름을 바로 잡는다. 즉, 명분을 따진다
24. 溫而厲(온이려)
온화하면서도 엄숙하게 한다
25. 威而不猛(위이불맹)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다
26. 不恥下問(불치하문)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27. 有若無實若虛(유약무 실약허)
있으면서도 없는 듯하고 가득 차 있으면서도 텅빈 듯한다
28. 犯而不校(범이불교)
남이 침범해도 맞받아 다투지 않는다
29. 周而不比(주이불비)
두루 친하되 편을 짓지 않는다
30. 恒蕩蕩(항탕탕)
마음을 늘 편하고 너그럽게 지닌다
31. 和而不同(화이부동)
화합하나 뇌동하지 않는다
32. 泰而不驕(태이불교)
태연하되 거만하지 않는다
33. 求諸己(구제기)
언제나 자기에게서 구한다
34. 必則古昔稱先王(필칙고석 칭선왕)
성현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하고 자기 주견을 말할 때도 옛 사람의 말씀을 인용한다
35. 先公後私(선공후사)
사사로운 일보다는 공적인 일을 앞세운다
36. 推己及人(추기급인)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을 헤아린다
박지원(朴趾源)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실학자, 자는 중미(仲美)이고 호는 연암(燕巖)이다. 정조 4년(1780)에 진하사(進賀使) 박명원(朴明源)의 수행원으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열하일기」를 저술하여 유려한 문장과 진보적 사상으로 이름을 떨쳤다. 북학론을 주장하였고 이용후생(이용후생)의 실학을 강조하였다. 문집에 「연암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