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다가 남겨주고 간 이야기들
양희창(제천 간디학교)
우다다 학교의 교사와 세 명의 아이들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가슴 아픈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사랑의 흔적들을 우리 마음에 정성껏 담아내는 이별에 대한 애도와 산 자들에게 전해 주고자 했던 소중한 이야기들을 눈물겹게 나눠 가지는 그리움과 성찰의 시간이 바람같이 지나간다.
이번 여름 직무연수 때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정철환 선생님, 간디학교 졸업생인 사촌누나로 인해 대안학교를 택하게 되었다는 정훈이, 그리고 누리, 태제, 모두 다 대안교육 마당에서는 한 식구가 아니었던가, 그러기에 이들의 장례는 마땅히 대안학교장으로 치러졌고 많은 대안교육 관계자들이 자리하여 한 줌의 재가 되는 이별식에 함께 눈물을 뿌렸다.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한 보따리 수업의 하나로 택한 무인도에서 즐겁게 생태탐사를 하다가 갑자기 거센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것은, 자연과 세상이 우리의 배움터라고 생각하며 학교에 머물기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훨씬 즐겨하는 대안학교라면 어느 학교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었기에 모든 학교들이 우다다의 아픔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듯 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계곡으로 굴러 떨어진 아이, 수문을 열어놓고 유유히 저수지에서 헤엄친 아이, 필리핀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 했던 아이, 열거하자면 간디에서도 얼마나 아찔한 순간이 많았던지. 게다가 집단 식중독이 번졌을 때 캠프를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밀어붙였던 때나, 국토 순례 도중 갓길이 없는 국도에서 난폭트럭에 혼쭐이 났던 경험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이 모든 위험들을 없이 하자면 우리도 일반학교처럼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안전이 최고야’라고 외칠 수밖에.
우리 스스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교사나 학교가 철저히 준비한다고 위험사회의 장벽들을 모두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토록 소중한 목숨들은 대안이 없는 사회에서 힘겹게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하는 모든 학교들의 몸부림과 아무런 고민 없이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커다란 울림이 되고 있다.
우다다 선생님들과 부모들이 함께 아픔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참으로 아름답다 말이 절로 나온다. 그 흔한 보상 문제, 책임소재, 고소 고발, 이전 어느 학교에서처럼 학교의 존폐위기, 그 어떤 문제도 불거지지 않은 것은 우다다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들이 그동안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살아왔던가를 보여 주는 게 아닌가.
유가족과 학부모들은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는 엄청난 공동체의 경험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서로 사귀었던 소중한 추억들을 추모 게시판에 올리며 교사들과 함께 추모제를 준비하는 가운데 고통이 주는 뜻을 새기는 것 같다. 다른 대안학교들도 이들의 사랑과 공동체적 노력에 감동하여 함께 뜻을 모으고 있다. 일정 기간을 추모하는 시간으로 정하여 아이들을 생각하며 정성껏 성금을 모으기도 하였고, 근조 팝업창에 마련한 관련 자료들을 보면서 떠난 이들이 주는 메시지를 읽으려 하였다.
바라건대 모여진 성금이 소중한 종자돈이 되어 대안학교들 간의 자체적 사회보험을 마련하는 보따리 기금의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대안교육 주체들의 상호 소통과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번 우다다 사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처리 과정은 누구에게도 쉽사리 주어지지 않을 의미 있는 고난으로 남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공동 대안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밖으로 나가 신나는 모험을 행할 것이고 우리들은 애써 태연한 척 속이 타 들어가는 외로운 실험을 할 것이 아닌가?
10월 27일에 있을 추모제에 모든 학교들이 다 참석하지는 못하겠지만 각자 현장에서 나름대로 추모의 자리를 마련하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자리가 치유의 자리가 되고 공동 모색을 위한 장이 되어 조한혜정 선생님 말씀처럼 구더기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슬기롭게 장을 담그기 위한 대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웃음 가득했던 선생님과 한없이 맑았던 아이들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비어있는 친구의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고, 이름을 부르면 지금이라도 달려올 것 같다며 울먹이던 아이의 음성이 귀에 쟁쟁하기에 우다다의 안타까운 희생은 우리 모두의 새김이어야 하고 다짐이어야 한다.
우다다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은 너무나 대견한 살아있는 자들의 공동체적 고백이었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아파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는 우리들에게도 성찰이었다. 우리는 다 다르지만 똑같은 경험을 하였다.
잘 가세요. 선생님, 그리고 그리운 아이들아.
미안하고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