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물레방아휴게소-북바위암반(30분)-신선대-북바위산(1.5시간)
사시리고개(30분)-705봉-725봉-박쥐봉-연내골계곡-휴게소
그저께 부터 우려했던 장마비도 잠들고
하늘을 수놓은 먹구름도 쉬어 가는 7월10일의 좋은 아침.
시험중인 초고속 열차가 달리는 창밖은 한가로움이 가득하고
한층 더 넓어보이는 중앙고속도로에 눈길을 주자 신바람이 분다.
<여기가 신선대인가? 베틀의 북바위 모양 같기도하고>
반잠을 자는 47인의 감긴 눈에서도 여유와 설레임이 보였다.
간만에 찾아온 악우들도 반갑고 응급스레 차를 탄 악우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와 정다움을 발견했다.
강종수회장님이 가져온 꿀술에 정을 맛보고
김순국 악우님 내외가 손수 장만해온 딸기술에 푸짐한 안주.
아침부터 여린 술기운에 흥이 일어난다.
승천하는 더운 열기 만큼이나 기분도 절로 어깨춤을 춘다.
<무한의 미래, 정은형 총무의 밝은 표정>
3시간30분 만에 도착한 충절의 고장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추억어린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휴게소에서 곧바로 경사길을
오르는 산행이 시작된다.
오늘은 내가 자청한 선두 가이드다.
40분을 체력껏 올랐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다.
습도가 높아 산을 오를 수록 비지땀이 흐른다.
긴 경사길이 이어지는 비에 젖은 숲속 등산길섶에 산나리가
너무도 아름답게 맞아 주지만 즐겨줄 시간이 없이 행군이다.
뜨거운 비지 땀방울이 수건을 몽땅 젖게 할만큼 결렬하게 흘러나온다.
오랜 경륜이 있고 체력들이 좋은 악우들의 걸음걸이가 프로급이다.
<자신과 싸우는 악우들, 박옥희 총무부장, 배순자총무, 박의선자문+최복숙 악우>
선두와 후미가 확연하게 갈라진 산마루금에서 바라본 뒤안길은
지척인데 힘이 많이 든 이유는 내 탓이다 싶었다.
벌써 물이 모자라 갈증을 호소하는 악우가 발생했다.
물을 마시는 방법을 잘 모르는 탓이다.
마시는 것을 줄이고 입술을 축이는 정도로 해야 옳다.
허둥대는 사이 어느새 나는 선두에서 꼴지로 처졌다.
함께온 친구녀석들의 걸음걸이도 시원찮기는 마찬가지다.
어울려 함께 담을 흘려보며 삶을 향유하는 오늘 하루에 서서
힘든 만큼 깊어가는 우정을 확인했다.
<산이 좋아 산에서 만난 악우들의 멋진 Performance>
정상이 가까워 올 수록 적송군락이 숲을 이루고 아름다운
묘미를 선보인다.
바위와 적송이 어루려진 산 저편에 월악산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자기 이름을 처절하게 부르며 울어 재끼는 매미소리.새소리....
산매미의 울음소리가 처량하다.
저렇게 우는 것을 보니 짧고 아까운 삶이 아쉬워 일꺼다.
<드라마 산을 오르며를 연출하는 무한임원진>
점입가경으로 대자연의 모습이 선보이기 시작한다.
간간이 철계단을 넘고 가파른 바위사이 길도 넘고 밧줄도 타며.
길게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르기를 여러 번.
철계단 밑에 숨어있는 폭 50cm의 산부인과 바위를 지나
1시간 반만에 북바위산에 당도했다.
작은 푯말이 772.1m 정상임을 알려 줄 뿐 한적하다.
흉하게 모습을 드러낸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기구한 삶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북바위산 정상에서 역겨워하는 필자.(그래도 웃는 내모습이 좋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또 강행군을 해야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통과해 사시리 고개까지 내려왔는데..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짜증이 날 정도로 굴곡이 심한
길이 이어지는 하산길이다.
<산행부대장 이용근. 후미에서 수고가 많았다>
힘에 겨운 여러명의 악우들을 무전기도 휴대시켜
산림도로를 따라 안전한 길로 내려 보내고
나와 일행은 박쥐봉을 향해 두 번째 산을 올랐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겠지만 용기를 내어
더 우람하고 깊은 적송군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힘차게 올랐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여섯 번이나 넘나들고 나니
극도로 힘이 빠진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예사로 보면 큰코다칠 만큼 매섭다.
<782m 박쥐봉 정상에 선 강종수회장과 장성호부회장>
예상한 코스보다 변덕이 심해 왠지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한 기분이고
억울한 감정까지 일어나지만 다 제탓이거니 하며 이를 악문다.
남들은 다 가는데 나만 못가는 이유는 다 내 탓이 아니고 무엇이랴?
울분을 삼키며 오랫만에 호연지기를 키우는 산을 탔다. 동굴에
박쥐가 많다해서 혹은 바위가 박쥐를 닮았다 해서 박쥐봉이라
이름붙인 정상에 오르자 원망은 금새 사라지고 환희가 샘솟는다.
함께 걷던 악우들의 얼굴에 만연의 미소가 흐르는 순간.
정상을 정복한 행복한 사람들.
정상을 정복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향유했다.
산 아래에 우리가 내려가야 할 만수휴게소 주차장이 선명하다.
내리막길은 가파랐고 고목들이 길을 향해 누운 처절한 모습이다.
마음씨 고운 산꾼들이 누운 고목을 베어 길을 만드는 훈훈함도 있고
길섶에 터를 잡고 살던 벌집을 침입한 사람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공격을 감행해 서너명의 여성악우들이
벌 침맛을 감내해야 했다.
손등에 발가락에, 발목에 따가운 벌침맛을 맛본 악우들의 엄살이 우습다.
물소리가 힘차게 들리는 곳까지 내려오자 절로 힘이 난다.
그냥 물에 풍덩 빠지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물이 넘치는
계곡 징검다리 길을 따라 한 참을 걸었다.
맑고 그립고 정겨운 푸른 저 계곡물.
주차장 입구에 다라르자 멱을 감았다. 물속에 몸을 담근 채
그냥 평화로울 뿐 무아지경이다.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며 몸을 씻는다.
물속에 누워 평화의 자장가를 부르며 감회에 젖었다.
동심이 발동한 여성악우들의 어설픈 물놀이가 시작되는
개천에 유쾌한 함성이 물소리에 사그라졌다.
멀고 먼, 힘들대로 힘든 5시간 반의 혈투는 나의 승리로 끝났나 보다.
<육체미를 뽐내는 전종수군의 몸매, 연내골에서 멱갑고>
문어 안주에 나눈 하산주는 정겨움을 나눈 자리였다.
무한을 외치며 나를 외치며 우린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처음 온 몇몇 악우들이 느즈막하게 도착한 시간에 맞추어
추억의 만수휴게소를 떠났다.
보약 두첩 보다 값진 산행이었음을 애써 강조하는
김일명 산행대장의 말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무한을 위하여 건강을 위하여--->
무지 원망을 많이 했던 고바우 대장이었는데....
티벳인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달라이라마의 저서
<용서> 처럼 나를 용서 하고 나니 내마음에 희열이 일어난다.
자신에게 최대의 행복은 자신을 괴롭히는 남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키워 나간다면 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 깨어질 뿐이다.
하지만 그를 용서한다면
내 마음은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상처입힌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용서를 베풀 기회를 얻는다.
용서는 가장 큰 마음의 수행이다.
용서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선물인 것이다.
첫댓글 가고 싶었는데 예약을 늦게해서 자리가 없다고 다음 기회를
역시 배 국장님 산행기는 생동감이 넘침니다 즐감 했습니다
못가서 맴이 쨍하네
무한 악우님들 저 욕먹을 각오하고 올 가을까지 님들의 체력을 배가 시킬겁니다 ,, 그동안 너무짧은코스타서............우선 좀힘들겠지만 곧 님들 스스로가 느낄겁니다...그때 고맙다 느껴지면 쐬주한잔 사주세요 .. 죄송해요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