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숙과 이틀을 거의 붙어있으면서,
헤어져 있을 동안의 아쉬움을 달래고 출발했다,
신체검사를 먼저 받아야 할 줄 알았더니, 아직 시일이 남아 있었다,
송탄에서 이틀을보내고 영등포로 올라가서 검정고시를 치렀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좋은 점수가 나올 것 같았다,
이틀 후 합격통지를 받았다,
눈물을 흘리며 좋아하는 어머니 정자와 동생들의 환호에,
뭔가 장원급제 한 것도 아닌데 하며 겸연쩍어 한다,
자신의 이력에 드디어 고등학교 졸업이 올라가게 되어 조금은 가슴이 뿌듯하다,
구청에 가서 병역서에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 합격통지서를 제출해 기재토록하고,
병무청에 가서 한번 신체검사통지를 받았는데, 반송시킨 사유서를 써서 제출하고,
입영대상자 신체검사를 하고 있는 영등포상고로 가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갑종이었다.
검정고시는 두 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고,
일병에게 혼 줄이 난 터라 그간 열심히 한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두 문제가 다 해결 되자, 정길이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길게 한 숨을 내 쉬었다,
무언가 자신이 은숙 앞에 조금은 떳떳해진 기분이다.
진혁은 아들의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 눈물을 흘렸다,
자식이 너무 대견해서이다.
대학을 가고자 한다면 무조건 보내야지 마음으로 다짐한다,
은숙의 아버지와 만날 수 있도록 날 자를 잡으라는 진혁의 말에,
이번에는 정길의 가슴이 뛰논다,
춘권에게 전화하여 점포 문제를 먼저 묻자, 장소를 곧 정할 것이라 말한다,
정길은 자신이 지금 집에 와 있으며, 신체검사를 받았다고 갑종이라는 말을 전한 다음,
양가의 상견례 문제에 대하여 말을 꺼내자,
춘권도 기뻐하며 날 자를 바로 잡아 알려 주겠다고 한다,
일주일 후로 날이 잡히자,
춘권이 혼자인 것을 생각해서 아버지끼리만 만나기로 했다.
양가의 아버지들이 만나, 결혼 날 자에 관한 말이 오가자마자
두 사람이 죽이 맞아 미루지 말고 바로 하자는 춘권의 말이 있자,
진혁이 정길이 곧 군대에 갈지도 모른다 했다,
춘권이 그러면 더 빨리 서두르자는 말을 하고, 진혁이 동의를 하자,
빠른 시일안에 날을 정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정길과 은숙이 사윗감으로서,
며느리 감으로서 자신의 자식보다 더 정이 가는 그들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일찍 결정을 짓자, 조금 이르지만 점심식사를 하며,
서로의 자식들에 대하여 인물이 좋고, 지혜롭고 예의바르며,
일 처리가 말끔하다는 칭찬으로 서로의 자식이 내 자식보다 낫다며, 말
싸움을 하다가 그만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어른들이 나보다 더 급하시구나,
양가가 다 처음 치루는 혼사라 잘 모르실텐데,
어머니만 결혼준비 하느라 바쁘시겠군,
참! 은숙이 아버지는 더 그렇고 참! 동생 되시는 분의 부인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에이! 뭐 잘되겠지.’
군대에 가기 전에 식을 하자는 양가의 합의 아래 날자가 급속히 잡히고,
양가의 어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반해,
정작 두 사람은 예식장에 같이 서기까지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무언가 좀 부실한 생각이 약간 드는 그런 결혼식이었다,
주례는 양가 합의하에 강릉교회의 목사가하고,
기도는 송탄 교회의 목사가 했다,
양 교회에서 오신 성도들이 서로 인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손님은 많았지만 통제가 잘 안되었다.
인척도 별로 없는데다가 두 집 모두 처음 치르는 혼사라 경험이 없는지라,
그럴 밖에 없었다, 그래도 별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손님들은 차고 넘쳤다,
21살 신랑의 어린친구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식장 안은 어수선했다,
한꺼번에 정길에게 몰려 인사를 하는 통에, 회사의 손님들과,
진짜 손님이랄 수 있는 하객들은 춘권과 그 동생 내외와 진혁 부부가 맡았다,
신부는 강릉의 세 친구들과, 은행에서의 동료들에게 쌓여 있었다.
식당은 정작 양가의 손님들이 앉을자리가 없어,
식사준비를 맡은 회사 직원들이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조금이라도 정길을 아는 동창이나 친구라면 공짜로 음식도 먹고,
미녀라는 신부의 얼굴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또 또래 중에 처음으로 하는 결혼식이라 구경하려는 마음으로
식장은 어린 신랑의 친구들로 떠들썩했다,
거기에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초등학교 담임이었던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들,
중학교 시절 1학년 담임과 2학년 초 담임이었던
두 선생님의 동료들까지 같이 와서 정길을 찾아와 축하를 했다,
그들 역시 제자들 중에 처음 있는 결혼식이었고,
당시에는 별로 뉴스거리가 없던 때라 관심을 가지고 참석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식당을 무려 세 개나 더 빌렸다.
“자! 가족사진부터 찍습니다. 양가의 가족 되시는 분들은 모두 앞으로 나와 주세요,
좋습니다, 되었습니다,
다음은 신랑 친구 분들이나 신랑과 관계가 있으신 분들입니다,
더 없으십니까? 하하하 정말 많습니다,
신랑 친구 분들 염려 말고 어서들 나오세요,
다음은 신부 측입니다, 신
부의 친구나 관계가 있으신 분들은 다 나오세요.”
‘고모는 몇 년 만에 뵙네, 형님들하고 셋인가?
고모부는 아파서 못 오신 것이고, 많이 여위셨다,
아직도 어렵게 사시나 봐, 식구들이 워낙 많아서 그럴 거야,
아버지에게 도와드리라고 말씀드려야 되겠다,
응? 평양 냉면집 사장님도 오셨네,
지연이 누나,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기는 한 데, 뭘 그렇게 부러워하는 거야?
자기도 결혼 했으면서, 저 흥자 누나 어째 꺼칠한 것이 어디 아픈가?
몸은 살이 찐 거 같고, 에이, 저 옥분이 누나는 왜 윙크를 하고 난리야,
그 때 잘 넘겨 다행이다,
그전에는 몰랐는데 너무 징그러워, 후후 부조금도 만만치 않게 나왔겠지?
송탄 친구 놈들은 개털일 테고, 휴! 별거 아닌 줄 알았다가 치루고 나니 긴장이 확 풀리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자, 은숙도 힘이 드는 모양인지 얼굴이 핼쑥하다,
정길 모친이 서둘러서 신랑 신부를 차에 태운다,
정길의 친구들이 잔뜩 벼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정길은, 자신들은 아직 취직 문제도 해결이 안 되었는데,
학교도 안 다닌 놈이 고등학교 졸업 자격에, 번듯한 직장에, 결혼이라니,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난다, 신랑을 잡아서 껍질을 벗기려는 생각들인데,
양가 어른들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서둘러 차에 태우고는 주변을 막는다.
“아가, 잘 지내다 와라, 먹을 거 거르지 말고, 바빠서 앞으로는 시간이 없다며?
아주 푹 쉬고 와라, 일이고, 집이고 생각하지 말고,
얘! 그리고 이거 받아, 너만 써라, 뭐든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거라,
당신 그거 정길이 주셨지요? 더 좀 주시지요?
올라가면 군대 가기까지 쉴 틈도 없을 텐데, 실컷 놀다 오라고요.”
“예, 어머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버님,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얘들아, 와 줘서 정말 고마워, 다녀올게, 정말 모두들 너무 감사합니다,
다녀오는 대로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언니, 잘 다녀 와, 오빠 주머니 두둑하니까 돈 걱정 말고,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먹고 싶은 거, 아끼지 말고 막 써,
그렇지만 내 선물 사오는 건 절대 잊지 말고, 알았지요?
하하하 오빠, 만약에 돈 모자라면 나한테 전화 해, 내가 즉시 부쳐줄게,
그 대신 나중에 갚아야 돼? 하하하.”
“얘, 정옥아, 사둔어른 흉보신다, 그 남자 같은 웃음소리 좀 제발 그쳐라.”
“은숙아 다녀와서 우리에게 보고 해야 된다,
강릉 삼총사의 은혜를 잊으면 안 되는거 알지?
보고가 늦으면, 너 시어머니에게 네가 먼저 꼬리친 거,
사고 친 거 다 이야기 할 거다. 호호호 호.”
“정길아 잘 다녀와라,
은숙씨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즐겁게 지내시다가 오세요,
정길이 너 제수씨 잘 모시고 다녀야 해, 정길아 귀 좀 대봐,
너 다녀와서 뭐가 얼마나 좋았는지 꼭 얘기 해 줘야한다. 하하하하”
“아이고, 이제 가게 해주면 안 돼? 너, 임 마! 너 결혼식 할 때 두고 보자.”
‘아아! 드디어 내가 꿈꾸던 것들이 모두 이루어졌다.
너무 불안 해, 날아가는 나를 누군가 팡, 하고 총을 쏘아 떨어지게 하지 않을까?
혹시 지금 꿈을 꾸고 있으며, 한잠 자고 일어나면 모두 다 없어지고,
다시 냉면 집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 질 수 있는 거지?
은숙이 같은 여자를 만나 결혼이라니, 내가 원해서가 아니고 은숙이 원해서 인가?
우리가 만나기 전부터 언젠가 만날 나를 위해 기도해 온, 또 다른 나,
은숙이가 나에게 있어서, 내 영혼의 깊은 곳에 들어와 나를 지켜주었고,
어느 때, 잘 못했을 때라도 반겨 맞겠다고 한, 은숙이,
그 녀가 내 품에 있다, 아~ 감사합니다.’
이윽고 차가 출발하자, 정길이 은숙을 눈부신 듯이 바라보며,
은숙의 두 손을 꼭 쥐어본다.
두 사람이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있다가,
택시기사를 의식해서 서로 눈짓하며 슬그머니 두 손을 놓는다.
“은숙아 내 다리 세게 꼬집어볼래, 응? 꼭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서,
아야야, 아이고 나죽어! 아휴 아 퍼! 꼬집으라니까, 아주 살점을 떼는 거야?
먹으려고? 이리와 봐,
이제는 누가 보든 안 보든 아무 때나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 하다,
아아! 모든 날이여, 오늘만 같아라,
지금 그 누구인가가 이 세계 모두를 준다고 해도,
나는 이 시간과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정희는 효성의 얼굴을 쳐다보며 막막한 마음이 들어 한숨을 내 쉰다,
진혁에게는 모른 채 하고 있지만, 송탄의 결혼식장에 다녀 온 지연에게 들었다,
정길의 모친이 살아있고,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까지 알고 있었다.
지연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을 않고 있다가 이제는 말을 해줘야,
정희 언니도 마음에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조금 갈등을 하다가 자세하게 말을 해 줬다.
정희로서는 송탄의 현장 사무실에서 사무원으로 있을 당시부터
진혁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었던 터에,
진혁의 사업이 부도에 몰려 괴로워하자, 피할 곳을 말한다는 것이
자기의 고향 집인 삼척을 말한 것이고,
곧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두 사람이 삼척에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