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30607010000903#
1870년 6월 9일 영국 소설가 디킨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크리스마스 캐럴〉의 중심축도 꿈속에 주인공 스크루지가 죽는 서사를 보여준다. 지독한 구두쇠 영감인 스크루지는 자신이 사망했을 때 아무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인지함으로써 대오각성의 깨달음을 얻는다.
소설이 끝나갈 무렵 스크루지로부터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들은 청소원은 그를 “미쳤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스크루지의 인생이 팍팍했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이윽고 스크루지는 아들과 조카 등에게 통 큰 기부를 하여 모두의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 소설의 주제는 대략 자신이 가진 것을 남들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는 뜻이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발표한 이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는 지구 전체를 뒤덮는 성탄절 덕담이 되었다. 디킨스는 여러 명작으로 인류에 기여하였지만,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애틋한 정을 나누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라는 인식을 일반화시키는 큰 업적을 쌓았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그렇지만, 디킨스의 소설에는 가난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동 노동의 참상을 다룬 〈올리버 트위스트〉, 민중 폭동의 실상을 묘사한 〈두 도시 이야기〉, 사법제도의 허실을 고발한 〈황폐한 집〉, 자본가와 공리주의 문제를 다룬 〈어려운 시절〉등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디킨스의 소설이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지적하면서 개혁을 이야기하는 경향을 띠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작자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진다. 디킨스는 12세 때부터 학교 아닌 공장에 다니면서 어렵게 살았다. 런던의 구두약 공장에서 보낸 길고 어려운 노동 체험은 어린 그에게 일찍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깨닫게 해주었던 것이다.
디킨스보다 1802년이나 아득한 옛날, 다만 날짜는 같은 기원후 68년 6월 9일, 세계사의 폭군 네로가 죽었다. 네루는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엄청난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까지 죽이고, 로마에 대화재가 난 것을 크리스트교도들에게 덮어씌워 또 무수한 살상을 저지른 인물로 유명하다.
그의 어머니 아그리피나도 남편을 독살하고 삼촌인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결혼했고, 아들 네로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남편 클라우디우스 황제마저 독살한 것으로 알려지는 대단한 여인이다.
문제는 또 있다. 네로는 스스로를 시인으로 믿었고, 뛰어난 연극배우라는 자긍심을 가졌으며, 악기를 다루는 데도 출중한 능력을 소유한 예술가로 자부했다. 임진왜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백성의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선조도 중국까지 알아주는 서예가였다. 선조는 왜란 발발 직전 선비 1천여 명을 반란 세력으로 몰아 처형하기도 했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김종삼의 표현)’을 추구하는 예술의 허점은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면장도 논두렁 정기는 타고나야 할 수 있다’식의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은 헤아릴 수 없는 인권탄압과 살상을 낳는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지도자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민주공화 정체가 유지되고 발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