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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 새해 첫 해가 떠오르는 동해 바다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해군1함대사령부 소속 고속정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향해 기동하고 있다. <김가영 기자> | “애애애앵, 애애애앵.”
동해 최북단 거진항 안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에 눈을 뜨니 2005년 1월1일 새벽 5시50분. 창 밖은 아직 한밤중인데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적정(敵艇)이 나타나 5분 출동 대기 태세가 떨어졌단다.
5분 안에 고속정에 올라야 한다는 말에 대충 옷만 챙겨 입고 후닥닥 문을 박차고 나섰지만 서두른 보람도 없이 고속정은 곧바로 출동하지 않았다. 적정 동향에 따라 몇 시간씩 대기만 하다 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편대장의 설명.
30분쯤 기다렸을까. 비상 상황이 해제되고 일상적인 임무 수행을 위한 출항 명령이 떨어졌다. 새해 첫날에도 새벽부터 출동해야 하는 상황에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홋줄을 당기는 승조원들의 표정은 활기차기만 했다.
배가 높은 파도를 헤치고 20노트(시속 약 40km)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삭풍이 사정없이 얼굴을 때렸다. 뱃머리에 부딪친 파도가 함교로 튀고 파도에 배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방한복으로 중무장하고 조함(操艦)에 열중하는 정장 김정한(30·해사54기) 대위를 비롯한 승조원들은 동쪽 바다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흔들림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 오며 보라색에서 붉은색으로 또 노란색으로 변하더니 해무가 잔뜩 낀 수평선을 박차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새해 첫 해가 떴다.
동쪽 바다를 붉게 물들인 태양도 장관이었지만 더욱 신비로운 것은 밤과 낮의 달의 절묘한 공존. 동쪽 하늘은 해가 떠 대낮처럼 밝았지만 서쪽 하늘은 여전히 캄캄한 밤인데다 달까지 떠 있어 기묘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절대자가 그어 놓은 경계를 따라 낮과 밤이 함께 어깨를 맞대고 새해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일출을 맞기에 감상할 수 있는 장관이리라.
출동의 긴장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승조원들도 그제서야 감탄사를 연발하며 해를 응시했다. 매일 보는 일출이지만 그래도 새해 해돋이가 주는 느낌은 여느 때와는 다르기 때문. 모두 덕담을 주고받으며 조용히 새해 소원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입대 전 해마다 동해로 해돋이를 보러 갔다는 김정민(25) 상병은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웃으며 “10월 전역을 앞두고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새해 각오를 밝혔다.
김대위는 정장답게 “부대원들의 뜻을 모아 포술 우수 부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지난해 12월 꾸린 가정을 행복하게 이끌어 가고 2세도 보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도 피력했다.
한편 이날 신년 하례회에 참석한 정옥근 해군1함대사령관은 새해 첫날부터 영해 수호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새해에는 적이 넘볼 수 없는 전투력을 유지하는 한편 모든 장병이 자신을 이기고 긍정적으로 사고해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출처: 국방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