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도 별립산 산행기
-언제:2013년 1월6일
-산행코스: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서해유스호스텔->별립산 정상->원점회귀
겨울산은 어떠한 왜곡이나 과장이 없어 좋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정숙함속에 격동에 찬 생성이 꿈들거리고
매서운 삭풍을 견디며 꿋꿋히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겨울나무들과
흰 눈 뒤덮인 순수한 설경의 정취를 느끼며 숲길을 걸으면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듭니다.
한반도의 심장부를 적시며 도도하게 흘러내린 강물이 서해 바다로 흘러드는
바로 그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땅!
석모도와 교동도, 볼음도와 주문도등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며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고
시대를 막론하고 일찍이 해상교통의 요지로서 중시되었던 땅이 바로 강화도였습니다.
지금까지 강화도를 수도없이 드나들며 여러 산들을 오르내렸지만
유독 오르지 못했던 산 하나가 '별립산'(別立山,399m)이었습니다.
강화도의 다른 산들과 줄기가 연결 되어 있지 않고 따로 동떨어져 있다하여
산 이름이 '별립산'(別立山)입니다.
이 산을 드디어 지난 휴일에 올랐습니다.
산 정상에 공군 부대의 레이더 기지가 있어 한동안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였으나
몇 해 전부터 산의 서쪽부분을 개방하여 등산로가 생겨났는데
아직까지는 덜 알려진 탓인지 휴일임에도 인적이 매우 드물어
호젓했고 적막감마져 감돌아 이따금 바다 건너 지척인 북녘땅 개풍군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만이 숲의 고요를 깨고 들려왔습니다.
별립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산 중턱에서 부터
사방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수려한 경관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눈 쌓여 적막한 하점면 망월 평야 끝으로
강화도의 서쪽 바닷가에 홀로 우뚝 솟아 온유한 산세를 보여주는 별립산을 바라봅니다.
멀리서 전체적인 산세와 숲을 보았으니 이제 나무를 보러 별립산으로 눈길을 헤쳐갑니다.
별립산을 오르려면 이곳 서해 유스호텔에서 들머리를 잡아야합니다.
산을 둘러싸고 사유지가 많은탓에 산행안내 표지판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초행길의 등산객들은 길 찿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버스를 이용하시면 창후리 포구에서 하차 후
창후리 포구 약간 못미쳐 우측에 서해 유스호스텔이 보입니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내비게이션 주소: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산143번지
등산로 초입은 비교적 완만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전혀 없습니다.
임시로 나무에 매달아 놓은 안내 표식이 그나마 반갑습니다.
그나마 이정표는 이 좌회전 표시를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순전히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과 지형 지물을 판단하여 정상까지 가야합니다.
약 30여분을 오르니벌써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인적없는 겨울산을 눈 발자국을 내며 오릅니다.
순결한 눈으로 뒤덮인 유유한 산길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하늘을 향해
번쩍 팔 치켜든
겨울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가진 것 다 떨굼으로 하늘을 차지한
넉넉한 자의 웃음소리 듣다
풍경 | 조창환 시집 '피보다 붉은 오후' (문학동네) 中
서해 유스호스텔에서 약 40여분을 오르자 탁트인 전망이 나타납니다.
석모도 해명산과 망월 평야가 휘뿌연 해무속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산길을 오르면서 올려다본 별립산 정상입니다.
산세가 가파르지 않은 온유한 산이었습니다.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서해 바다위에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에서
교동도를 잇는 연륙교 공사도 함께 얼어 붙었습니다.
저 바다건너 교동도 너머가 북녘땅 개풍군으로 지척인데 해무로 희미하게 보입니다.
별립산 등산로에서 내려다보는 양사면 인화리 일대 모습입니다.
산자락에 터잡은 마을들의 겨울 풍경이 유난히 고즈넉해 보이고
바다건너 북녘땅 개풍군입니다.
시계가 활달한 날 올랐으면 개성의 송악산이 손에 잡힐 듯 보였을텐데 아쉽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망월평야 뒤로 진강산과 마니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의 마을들이 산 너머 바다가 얼어붙은 탓인지
유난히 추워보였습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섬'이라는 교동도를 향해 육지의 문명이 달려가고 있는중입니다.
2013년 말 개통을 앞둔 교동연륙교가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교동 연륙교는 바다 건너 교동도의 땅값을 많이 올려놓았습니다.
진돗개 두마리와 함께 하산중인 등산객을 만났습니다.
바로 산 아래 창후리에 거주하시는 원주민이셨는데
가끔 산책겸해서 별립산을 오르신다고 들었습니다.
작은 산등성이를 넘어서면 별립산의 정상이 가깝습니다.
군데 군데 향나무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강화 본섬이 거느린 크고 작은 섬들이 조망됩니다.
석모도 너머 볼음도와 주문도가 반갑고 아차도와 말도가 찬 바다위에서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섬이 장봉도입니다.
어느 곳에 이르러 바람이 되랴
지느러미 달고 얼음장 밑으로 스며든
눈향나무의
눈잣나무의 묵묵함으로도
아직 바람에 이르지 못했다
어느 곳에 이르러 산꽃이 되랴
얼굴이 붉은 사람과
노래 고운 이름들 소리쳐 불러도
아직 이 뜨거운 산길에 이르지 못했다
겨울산 | 김영준
이윽고 별립산 정상을 딛고 서니 바다와 섬들이 눈길 한가득 들어옵니다.
별립산이 장한 것은 저 바다와 섬들과 하모니를 이룬 덕분입니다.
고려산은 이곳 별립산에서 보아야 제 모습이 다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고려산 너머 혈구산이 장막을 친 듯 우뚝 솟았고
고려산 아래 하점면 삼거리와 신삼리의 마을들이 보이고
눈덮인 하점 평야는 겨울의 한 복판에서 동면하며 봄을 꿈구고 있습니다.
별립산을 병풍처럼 두른 마을 하점면 이강리입니다.
정남향의 마을로 별립산이라는 명산 자락에 너른 망월 평야와 탁트인 전망으로
진강산과 마니산을 굽어봅니다.
풍수에서는 산세가 완만한 산이 앞에 있으면 부자가 많이 나고
산세가 뾰족한 산이 마을 앞에 있으면 학자가 많이 난다고 했는데
산정에서 내려다보는 하점면 이강리는
한눈에 보아도 명당에 터잡은 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별립산 정상에는 공군 8681 부대의 레이더 기지가 있습니다.
이 기지 때문에 한동안 민간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최근에 개방이 되었습니다.
드넓은 하점벌을 살찌웠던 삼거천은 꽁꽁 얼어
석모도 앞 바다를 그리워하고 눈 덮인 평야위로 까마귀떼가
겨울숲의 정막을 깨뜨립니다.
고려산 아래 포근히 안긴 마을들이 한겨울 고즈넉해 보입니다.
별립산에서 바라본 고려산과 혈구산
별립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하점면 이강리와 망월 평야
황량한 망월 평야의 겨울이 깊어보입니다.
벌판 한복판의 마을들도 평야를 비옥하게 해주었던 삼거천도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봄은 멀기만 합니다.
별립산 바로 아래 위치하는 마을 하점면 이강리
고려산 아래 하점면 삼거리와 신삼리 일대의 마을과 벌판에는
겨울 한복판의 적막이 흐릅니다.
별립산 정상입니다.
별립산 정상의 표지석은 산 아래 강서중학교 제 17회 동문들이
애향심을 발휘하여 세웠습니다.(표지석 뒷면에 표기되어 있음)
별립산 정상에서 본 교동연륙교 공사 현장
한 때 연산군의 유배지로 외떨어진 섬 교동도를
자동차로 건너갈 날이 머지 않아 보였습니다.
양사면 인화리와 교산리 일대
짧은 해가 석모도 해명산으로 기울며 하산을 재촉합니다.
하산길에 내려다 본 석모도 상주산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해는 점점 기울어 창후리 포구 추운 바다를 물들입니다.
석양빛이 흰눈을 어루만지며 잠시 추위를 녹여주고 있는 산길을
조심 조심 내려옵니다.
산새들마저 먹이를 찾아 하산한 정적만이 이어지는 숲속 눈쌓인 오솔길을
따라 산을 내려옵니다.
하산 후 창후리 포구에 다다랐을 무렵
이미 해는 석모도 상주산과 교동도 해명산 사이로 넘어가버렸고
잔영으로 남은 노을빛이 얼어 붙은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창후리 포구의 일몰
아늑하고 포근한 질감으로 바다에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창후리 포구
이곳에서 교동도로 드나드는 카페리가 운항하고 있습니다.
창후리 포구의 어판장입니다.
겨울철이라 배가 안들어와서 고기도 사람도 뜸합니다.
제철이라는 숭어회(1kg,1만2천원)를 맛봅니다.
이 어판장에서는 식사도 주류도 판매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포구의 음식점들과의 공생을 위해 상인들의 불문율처럼 보였는데
한가지 불편한 점은 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으로만 계산이 가능합니다.
숭어회는 겨울이 제철입니다.
창후리 포구 어판장에서 별립산 산행을 갈무리 합니다.
산행 이정표가 없어서 정확한 산행 거리를 알 수 없지만
대략 짐작으로 가늠해보면 왕복 약 4.5km정도 산행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이면
충분한 산이었습니다.
그리 높지도 깊은 산도 아니었지만
산정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조망과 쌩쌩한 산 기운은
어느 명산 못지않았습니다.
-끝.
글,사진:윤선한
당신이 그렇게,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
-이철수 판화 <길>에서
첫댓글 별립산 표지석 강서17회 (58년생) 에서 재작년 낑낑 메고 올라 가서...... 내려와서 별립산 끝자락에 위치한 강서중 교정에서 매월 넷째 토요일에 체육대회를 .....
혹시 강화분 이신가요?
선생님들의 노고와 정성으로 별립산 정상석이 설치되었군요 적절한 위치에 잘 세우신것같습니다.저는 강화도 출신은 아니고요 직업상 강화도에 드나들다보니 강화도의 매력에 매료되어 강화도 구석구석을 알아가고 있는중입니다.정상표지석 뒤 강서중학교 ?회가 생각나지 않아 본문에 언급을 못했는데 17회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수고하셨네요 잘보고갑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사업잘되기를..
감사합니다.새 해 복많이 받으시고 늘 건승하세요.
좋은산 다녀오셨네요. 별립산 아래 인화리골프장 관련 3년전에 다녀온 경험이 있지요. 골프장 공사가 지연되어 골프장 인허가는 취소되었다고 하던데~~
인허가 과정에서 입목 축적률 저평가 문제로 환경단체에서 반대해서 현재 표류중인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강화를 한눈에 다 볼수있는 기회가 되었네요..너무도 섬세한 사진과 글로 소개해줘서 이해가 잘 되네요...좋은 여행 정보를 갖고 갑니다..
올해도 하시는 사업 번창하시고..늘 건강 .행복 하세요..
사장님도 새해 하시는 일 두루 번창하시고 형통하시기 바랍니다.^^
나무를 안은 표정이 아주 좋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호젓한 겨울 산은 말 그대로 힐링 산행입니다.
흐미...10년전쯤 반대편능선으로 오르는데 바위도 제법있고...부대다가서 군인에게 체포되어 민증내놓고 경찰로 이첩하겠다는거 사정사정해서 내려온후 그쪽보고 오줌도 안눴는데 이리 반대편으로 개방되어 있슬줄이야~~~참말로 부러운 맘으로 보았습니다.창후포구는 먹을 장소가 업서 회사서 마당에 깔판깔아놓고먹는디 좀 더울쯤인데 병어회와 소주먹으니 뱅뱅돌아 파주까지 기절해서 온적 있습니다요~~ㅎㅎㅎ
저도 지난번 사장님 댓글보고 통제되는줄 알고 갈 생각을 못했는데 강화도에 거주하시는 우리 카페 회원님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산행 정보를 알게되었습니다.
호젓한 등산로와 조망이 일품인 산이더군요.^^
저도 사장님 산행후기 보고 별립산을 다녀왔었는데 정말 좋았답니다.
그런데 사장님!! 별립산산행기 배경음악이 너무 좋아 저도 다운을 받고자 하는데
곡명 좀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감사합니다.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
영화 라스트모히칸 os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