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다!/서울 성산동성당 자비의 모후 Pr.
강신규 스테파노 단장과 전화하면서 레지오 경력이 3년밖에 되지 않은 20대 중반 청년이 소년 레지오 운영을 잘할까라는 ‘기우’를 하며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성산동성당(주임신부 권철호 다니엘) 소년 레지오 자비의 모후 Pr.를 찾았다.
천주의 모후 Cu. 직속인 이 쁘레시디움은 남녀 및 중고생 비율이 각각 7명씩인 학생 14명과 스테파노 단장으로 구성되어있다. 786차 주회합을 하는 자비의 모후 Pr.은 15년 동안 박성준 가브리엘 학사를 비롯하여 수도자도 다수 배출했다. 이 쁘레시디움은 주일 9시 학생미사와 주일학교가 끝난 후 11시30분에 주회합을 갖는다. 오늘 참석한 한준혁 미카엘을 비롯하여 윤준서 리나 등 고3이 세 명이나 된다. 미카엘은 대입을 준비하느라 가끔 참석하지만 그래도 여기에 오면 시험 등 고3 특유의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즐겁고 편안하기 때문에 레지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청년 레지오인 103위 성인의 모후 Pr. 단장도 겸하고 있는 스테파노 단장은 단원들과 같이 웃어가며 주회합을 진행하지만 주일학교 여름 캠프 때문에 다음 주회합을 언제 할 것인가를 두고 아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가장 적합한 일시를 결정하는 단호함도 보여준다. 1시간이내에 끝나는 짧은 주회합은 내가 생각하는 레지오 주회합이나 그동안 취재했던 소년 레지오에 비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러나 활동보고 때 작은 실수나 일화를 말하면 모두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하는 등 주회합 내내 웃음꽃이 피어났다.
묵주기도와 화살기도 등 기도와 봉사 활동
중3인 김한나 요한나(잔 다르크)가 식사 전후기도, 아침 및 저녁기도를 매일 드리고 삼종기도도 등하교 때와 저녁 식사 후 꼭 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삼종기도를 다 외우겠다”는 단장의 말에 “물론 모두 외우고 있어요.”라고 대답하자 “와”하고 탄성도 자아낸다. 단장은 중국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참가하고 온 박미진 히야친따에게 결과를 물어본다. 히야친따는 “아크로바틱을 위주로 하는 치어리더대회였는데요, 화살기도 덕분에 1등을 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중화요리 유명 쉐프가 장래 희망이고, 고2인 부단장 박규현 가브리엘은 입단 전에는 간단한 화살기도 정도밖에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매주 묵주기도를 15단 이상 드린다고 말한다. 스테파노 단장이 가브리엘은 누구 못지않게 부단장 직책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칭찬하자, 가브리엘은 대학생이 되면 청년 레지오에 입단하여 소년 레지오 단장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현재 중3인 우수환 세례자 요한은 중1때 소년 레지오 단장을 맡고 있던 친누나 우수민 엘리사벳을 통해 입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인 기도를 가끔 하다가 레지오를 통해 감사기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도 알게 되어, 부모님이나 친구 등 타인을 위해 기도하고 심지어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도 드린다고 한다.
중3인 한수빈 라파엘라는 레지오를 하는 친구들이 즐거워해서 레지오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한 단원의 권유로 입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레지오를 통해 화살기도, 묵주기도 등 그동안 모르던 기도도 알게 되었으며, 친구들의 활동보고를 통해 남에 대한 작은 배려를 배우게 되어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들에게 자리도 양보하니 뿌듯했다고 한다.
현재 고2인 이동찬 사도요한은 박상일 안드레아 천주의 모후 Cu. 단장으로부터 레지오에 대한 좋은 말을 여러 번 들어서 중 3때 입단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성당에 그냥 놀려고 왔으나, 레지오를 하게 되면서 성당에 오는 게 즐겁고 신앙심이 더욱 굳어졌다고 한다. 청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화살기도를 자주 드리게 되었다며, 시험을 앞두고 화살기도를 바치면 불안이 좀 해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단원 모두가 “동찬이는 신심 깊은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예의바르고, 양보와 배려가 남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반 친구인 히야친따의 권유로 작년 말 입교한 뒤 레지오에 ‘입단’한 이정인은 주회합 내내 미소를 머금고 있다. 오는 성모승천 대축일 때 프란치스카란 본명으로 영세할 예정이다.
즐거워 보여 입단하니 깊어진 신앙심은 덤
이 주회합에 방문자로 강정화 요셉피나 꾸리아 부단장을 포함한 간부 3명이 참석했다. 요셉피나 부단장은 훈화로 “학생들에게 많이 배운다”고 운을 떼면서 “학교, 학원 등으로 시간도 없고 밖에서는 더 재미난 것들이 많은데, 레지오 단원이 되어 성모님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도 하니 수십 배의 보상을 반드시 받을 것”이라며 칭찬했다.
단원들 대부분의 레지오 입단동기가 친구들이 레지오를 재미있고 즐겁게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곳에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입단한 뒤 즐거움 뿐 아니라 깊어진 신앙심도 덤으로 받았다며 레지오 단원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레지오가 즐거운 가장 큰 이유는 친절하고 친구 같은 단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소리를 낸다. 단장이 단원들과 같이 웃어가며 딱딱하지 않게 주회합을 운영하고, 단원들과 자주 만나 맛있는 것도 먹으며 놀이도 하고 수다를 떨다보니 친밀감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또한 꾸리아의 물질적인 지원으로 매주 입이 즐겁게 되는 것도 한 몫을 한다고 했다.
주회합이 끝난 뒤 찾아간 닭갈비집에서 학생들은 치즈를 요청하여 이것을 닭갈비에 넣어 처음 보는 요리를 만들었다. 거부감이 조금 들었으나 먹어보니 전에 먹던 닭갈비가 아닌 닭을 감싼 치즈로 인해 졸깃한 맛이 더해져 감칠맛이 났다. ‘쉐프’ 가브리엘의 능숙한 조리 솜씨도 맛을 더 돋우었다.
돌아오는 길에 입에서 아직 감도는 퓨전 닭갈비 향이 교실과 같은 분위기의 소년 레지오가 아닌 성모님의 정신에 즐거움이 가미되면 학생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레지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아 미소를 머금고 가볍게 전철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