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대 정신(The spirit of this time)에 걸맞게 살다 새로이 심층 정신(The spirit of depths)을 만나,
심층 정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섰다.
심층 정신을 말하는 것은,
시대 정신에 따르면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고, 광기이고, 내 인간성은 황량하고 고독해지는 일이다.
심층 정신은,
시대 정신이 추구하는 정당화와 효용 가치를 거부하고,
과학과 이성, 분별에 머물지 않으며,
세대마다 변하지도 않는 태고부터 변치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심층 정신은,
나에게 알 수 없고 역설적인 것에서 궁극적 의미를 찾는 의무를 지웠다.
궁극적 의미는 앞으로 도래할 무엇을 찾아가는 길이요 다리다.
그것은 신 자체가 아니고 신 이미지다.
궁극적 의미는 실체이며 그림자를 드리운다.
따라서 신 이미지에는 그 신 자체만큼이나 위대한 그림자가 있다.
긍극적 의미는 거대하기도 하고 미미하기도 하다. 하늘만큼 넓기도 하고 세포 하나만큼 좁기도 하다.
시대 정신은 위대하고 광대한 것에 따르는 궁극적 의미는 그럴 듯하다고 여기면서,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에 있는 궁극적 의미는 볼 줄 모른다.
작고 좁고 평범한 것은 논센스가 아니고 신성을 이루는 두 정수 중 하나다.
심층 정신이 내게 말했다.
"네가 고독을 맞도록 준비해 주겠다."
그러자 내 인간성은 침묵했고,
내 영혼에 무슨 일인가 일어났는데, 그것은 사랑이다.
그리고 하나 더,
심층 정신이 세상사의 통치자라는 증거를 보여주었다.
2번의 무서운 홍수의 환상과, 3번의 꿈으로
세계 1차대전을 미리 보여준 것이다.
나의 길은 너의 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를 가르칠 수 없어,
길은 우리의 내면에 있지 신들의 내면에 있지 않아
모범을 따라 사는 것은,
나를 사는 것이 아니고 그 모범을 사는 것이다.
각자 자기의 길을 찾을 때,
공동체 안에서 상호 사랑을 낳게 될 것이다.
나는 얼어붙은 고향에서 포도송이를 군중엑 나눠주었다.
나의 말은 완벽하지 않다.
심층 정신을 표현할 말을 찾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이미지로 말한다.
(Prologue of Red Book, C. G. Jung)
첫댓글 마지막 두 문장이 인상에 강하게 남네요~~ 나는 이미지로 말한다
"길은 우리 내면에 있다." 라는 말이 마음에 꽂힙니다. '내 안에 있는 신의 이미지'를 내것으로 가져와 스스로 대오를 벗어나 고독하셨던 예수의 광야. 겟세마네. 그리고 십자가와 부활을 생각합니다. 한편 여정을 위해 이제 막 신발끈을 동여메는 입장이기에 앞서가는 분들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존재자체로 목적이 된다는 말의 뜻을 느끼게 됩니다. 한 주간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