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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방 스크랩 서울디지털대학교 제 1회 사이버문학상 당선작 가작
이노 추천 0 조회 6 07.05.30 23:0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가작 - 정상조


등 푸른 추억


여기가 어딘지 몰라, 눈만 휘둥그레져 있는 고등어. 쭈그리고 앉아 있는 어머니의 뱃살처럼 켜켜이 쌓인 고등어는 시장바닥에 피어오르는 한기와 사람들의 흥정 소리에 대가리 없이도 그 사이를 헤엄쳐 나갔다. 대야에 남은 고등어는 그래도 대가리는 갖은 채, 밥상 위에서 지 몸 타는 줄 모르고 백열등만 응시했다. ‘또 고등어야’ 등 푸른 연기에 침묵은 소금처럼 스며들었다. 침묵의 수평선이 눈을 뜨자, 고등어는 아이의 입을 헤엄쳐 갔다. 목구멍에 잔가시가 걸려 아파하는 울음소리에 어머니는 맨밥을 밀어 넣으셨다. 고등어는 그 많은 가시를 삼키고도 아프지 않았을까. 아이가 남기고 간 상처들의 잔해를 어머니는 도둑고양이처럼 맨밥과 함께 목구멍으로 넘기셨다. 밤마다 파도치는 어머니의 뱃속에 고등어는 커가고 있었다. 다음 해, 간인지 쓸개인지 알 수 없을 커다란 어항이 어머니 몸속에서 나왔다. 그 곳에 고등어는 없었다. 다만 대형 고등어가 살았다는 붉은 흔적뿐. 퇴원 후에도 어머니는 뱃속에 고등어를 키우신다. 가끔, 내뿜는 담배연기 사이로 헤엄치는 등 푸른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마녀


4층 금강극장에 한 마녀가 살았다

그녀의 이름은 순자

마법에 빠진 동네 총각들은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을 극장에서 봤다

사내들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받쳤던

순정 한 방울, 주머니 속 먼지 두 스푼에 속눈썹 말아 올라간

그녀는 빗자루를 타고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사내들의 마음을 쓸어 담았다

마녀가 황금 빗자루를 쫓아

스크린 속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자

탈색된 머리카락을 엮던 영식이 형은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털을 부여잡고 울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꼬여버린 빗질 따라 마녀사냥꾼들이 동네로 들어왔다

붉은 부적딱지에 집이 불타오르자

마녀의 어머니는 불을 끄기 위해 애를 썼지만

도착한 것은 구급차였다

이듬 해 병실에 마귀할멈이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수면제 4알, 한숨 세 스푼이 만들어낸

층층 계단이 놓여 있었다 금강극장 계단보다 높았다

그녀의 손에는 회한(悔恨)에 젖은 대걸레가 쥐여져 있었다

스크린의 턱을 넘다가 남자 발에 걸려

빗자루는 걸레가 되었다고 했다

부적 딱지를 많이 삼켜

굽어진 그림자 얼룩으로 가득 찬 병실.

그녀는 오늘도 잘 닦기지 않는 얼룩을 어루만지고 있다

젖은 걸레가 마르는 날,

나는 순자에게 소박한 빗자루를 선물하고 싶다



단단한 붕어빵


좁아터진 붕어빵틀 속에

밀가루 반죽처럼 길게 늘인 콧물 단

꼬마 하나 이리저리 뛰어 다녔죠

코가 막혀 숨을 몰아쉬니

한숨쉬면 복달아난다는 말에 꼬마는 숨을 참으며 살았죠

넘실거리는 소주에 그날 번 일당 띄우고

큰소리로 항해하신 아빠 이름은 마도로스 김

밤마다 암고양이 울음소리가 꼬마 귓등을 간지럼 태우면

어김없이 다음날에는 얼어버린 붕어빵 몇 개 놓였지요

아가미까지 말라버린 붕어빵을 꼬마는 먹지 않았어요

킁킁거리는 소리에 소주 뚜껑으로

꼬마 주머니는 아빠 술배처럼 불룩해졌죠

꼬마는 붉은 해가 뜨는 밤보다

잠들 무렵에

암고양이 울음소리가 안 들릴까 걱정했죠

울음소리 들리지 않으면 아침이 오지 않았을라나,


더 이상 탈 배가 없어 대낮부터 들어온 아빠가

엄마 가슴에 술 붓자, 푸른곰팡이 찍히는 소리 들리네요

꼬마는 답답해 아궁이 뒤에서 몰래 한숨을 내쉬자

푸른곰팡이 집 전체에 퍼져, 꼬마 몸까지 피워 오르네요

꼬마는 101마리 달마시안 그린다고 수많은 푸른 점에

개 그림 그리는데 한마리가 부족하네요

집나간 개새끼, ‘멍멍’ 동네방네 짖어대는 소리가 정겹네요

그 날 밤 암고양이 울음소리 사라져 꼬마는 무서웠어요

한숨 소리에 암고양이 제 새끼 놔두고 달아난 줄 안

꼬마는 한숨을 감추기 위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마을 어귀에서 담배를 피우며 꼬마는 붕어빵을 굽네요

암고양이가 먹어본 건 단단한 붕어빵이라

후후 불어가면서요



최후의 만찬


맨주먹으로 세상을 주무르겠다고 하던 시절

공장 앞 부동산 화투판에서 공갈빵을 맛 본 아버지는

도너츠 구멍으로 보이는 세상이 작아보였다

도너츠에 이스트를 넣으신 아버지

부풀다 부풀다 터져버린 그 날,

도너츠는 설탕 옷 대신

붉은 차압딱지로 포장되어 나왔다

그 해 공장은 붉은 시럽에 빠져 익사했다

아버지는 직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지기 위해

도너츠 구멍처럼 작아져 버린 방에

직원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둥글게 앉았다

반죽은 여자가슴 주무르듯 해야 한다는 김씨 아저씨

세상 모든 것은 구멍 없이는 살수 없다고 소리치던 최씨 아저씨

모두들 채울 수 없는 목구멍에 술잔을 부었다

술에 불어버린 방에서는 한숨만이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아버지는 도너츠가 불던 휘파람소리가 듣고 싶어 했지만

더 이상 만들 손이 없어 입으로 도너츠를 만들었다

집안 가득 흰 도너츠는 우주선처럼 날아오르며

매캐한 설탕 가루를 집안 가득 뿌렸다

긴 한숨을 타고 우주선이 내 머리 위로 착륙하려 하자,

아버지는 우주선을 향해 재떨이를 날리셨다

휭 휭 날아오르다 내 이마밖에 닿지 못한 무능함에

더욱 커진 우주선이

시럽처럼 붉어져가는 방을 졸라매자,

사람들은 울음 섞인 휘파람을 내쉬었다



면도


무딘 주름살 꺼내놓은 채

이젠 날도 서지 않은 면도기로

사내는 면도를 해본다

칼날 사이에 켜켜이 쌓인

사내의 모진 인생을 면도기는 안고 살았다

탁탁 털어내지만,

사내의 매끄러운 인생에 잘려나간

아버지의 두개의 손가락만이 세면대 위에 떨어진다

턱 주위에 거품을 바르자, 거울에 아버지 얼굴 보인다

제 숨 다 쉰 거품들

‘지 애비 닮아가네’ 소리에 사라지고

욕실에 던져진 구멍 난 양말에서

아버지 배꼼 얼굴을 내민다

무딘 면도날에 베인 상처 틈으로 흐르는

시간은 뚝 뚝 끊어진다

상처를 막자, 사내의 그림자에서 걸어 나오는 아버지

무딘 칼날로 그림자를 깎으려는 사내는

깎기지 않자 면도기를 버린다

혼자 면도를 할 수 있는 사내에게

아버지는 일회용이었다

팽팽한 면도기로 난도질을 해봐도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

불을 끄자

사내가 없고 아버지도 없다

섞이지 못한 채 고여 있는 침묵뿐.



숨바꼭질


달빛 속으로 적막마저 숨은 밤

달동네에서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도둑고양이가 품고 있던 바람은

술래의 주먹 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술래는 무너진 담벼락 따라 숨은 사람을 찾아 나선다


처음으로 잡혀 나온 사람은 ‘늘봄상회’할아버지

달동네에 뿌리내린 수염을 술래는 송두리째 뽑아간다

폐지를 덮고 자던 박스아줌마는

식어버린 아궁이에 숨어있다, 연탄집게에 엉켜 나온다

일찌감치 몇 푼의 보상금을 받고

숨바꼭질을 끝내는 사람들이 더러 나타난다

달빛 파편이 시퍼렇게 빛난 집에는

아버지가 버리고 간 소주병에 갇힌 채

숨어있는 남매 하나 깨져 나온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수묵화를 그렸던 집에

아무개 할아버지가 주검이 된 채 실려 나온다

모두 발견됐지만 끝끝내 한 소녀가 발견되지 않았다

숨바꼭질의 주도권은 술래에게 있으리라.

술래는 단단한 이빨을 드러내며 한 입 한 입 달을 집어 삼킨다

게걸스럽게 씹어대던 빛나는 잇몸에 흘러내린 핏줄기는

도둑고양이일까

이빨 틈에서 떨어져나간 이름표가

신문 하단 미아 찾기에 얼굴 없이 내려앉는다


달빛 찢어

마디마디에 붙인 대숲에서는

못 찾겠다, 꾀꼬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예심 심사평


 문학의 위기 그 중에서도 시의 위기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깊이 있는 사유를 요구하는 시의 언어보다는 즉흥적이고 유희적인 유행어에 더 환호하는 세대, 또한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자기검증도 없이 말초감각의 시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시인들, 어느 때보다도 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와 문화 환경 변화 속도를 어떻게 받아들여 새로운 감각의 시 역사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는 시대이다. 이번 문학상 심사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었다.

 우선 제 1회의 문학상 공모임에도 불구하고 응모자가 848명이나 되었고,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예상의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들이 선행되었겠지만 일차적으로 문학에 관한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캐나다 교포로부터 조선족, 법조인, 교도소 재소자에 이르기까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도 많았다. 또한 그들이 시로서 형상화한 세계는 매우 개성적이어서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타국을 통해 전해진 詩心과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한 詩作의 모습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시의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작품들 속에는 인원수만큼 다양한 내용과 형식이 녹아들어 있었다. 산문과 운문의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시의 형식을 찾는 모습도 보였고, 현실과 환상세계를 오가며 시적 상상력을 확대해가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신의 시 문법을 만들어가는 응모자들의 작품들을 통해 먼 훗날의 한국 시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반면 많은 응모자의 작품에서 습작기의 반복되는 문제점이 보이기도 했다. 기존 시인의 문법을 답습하고 있는 시, 감상에 젖어 주제를 잃어버린 시, 상상력과 사고의 깊이가 한정되어 있는 시 등등. 세계에 대한 주도면밀한 탐색과 자신만의 새로운 인식체계가 맞물릴 때 이런 문제점들은 보완되리라.

 심사위원들은 깊이 있는 내용과 또 그것을 바라로는 새로운 시각이 엿보이는 작품들을 본심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본심에 올라간 작품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통해 발전해갈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본다. 모두 그 가능성을 찾아내는 시인이 되기를, 또 앞으로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학상이 그 촉진제 역할을 계속해가기를 바라며 심사평을 마무리한다.


* 본심 심사평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부와 계간 『시작』에서 주관하는 제1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에는 실로 많은 예비 시인들이 응모해주었다. 오랜 시간의 고심과 노력이 녹아 있는 가작(佳作)들 덕분에, 심사위원들은 매우 즐겁고도 보람있는 시 읽기를 경험했음을 고백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이 이제 첫 발을 내딛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 문단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아직도 시를 향한 열망이 우리 시대에도 마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물적 사례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는 경제적 효율성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풍토에 대한 반성적 거점을 여러 모로 보여준 긍정적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응모자들의 시편은, 담론적 집중성을 보이는 어떤 경향이나 세태에 편승하기보다는, 각자의 경험적 구체성을 바탕으로 언어 미학의 완성을 꾀하려는 의욕을 두루 보여주었다. 편차가 심하기는 했으나, 읽을 만한 시편들이 많았음을 기록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이 개성과 완결성의 황금분할을 통해 우리 시의 미래를 개척해가려는 젊은 언어들의 긍정적 면모라고 생각된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분들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김재현, 김혜영, 이점순, 정상조, 조정숙, 최란주 씨(가나다 순) 등 여섯 분의 작품에 특별히 주목하였다. 이분들의 시편은 안정감과 패기, 익숙함과 낯섦, 산문 지향과 운문 지향, 서정의 구심과 원심 등 우리 시의 다양한 미학적 충동과 방향을 여러 방향에서 보여주어, 심사위원들로서는 어느 분이 당선자로 뽑히더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만큼 작품적 성취가 균질적이고, 충분한 습작 시간을 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안정된 언어 구사나 주제의 진중함보다는, 시적 언어의 활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내장하고 있는 언어를 높이 사서, 최란주 씨의 작품을 전원 합의하여 당선작으로 뽑기로 하였다.


  최란주 씨의 작품들은, 비록 줄글 형식의 시편들이라 운율적 고려에서는 다소 취약하였으나, 활자의 안쪽에 만만찮은 시적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삶의 만화경(萬華鏡)을 두루 보여주는 활달한 역량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상의 활력 속에서 가장 근원적인 생의 상처며, 부드러움이며, 사랑을 노래하는 품과 격이 매우 미더워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험적 구체성 속에 심미적 감각을 살려 재생하고 배열하는 언어적 힘이 밀도 있게 관찰되었다. 신뢰와 축하를 얹어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심사위원들로서는, 앞으로 더욱 젊고 패기에 찬 젊은 언어들이 우리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오기를 바란다. 이번에 당선되지 않은 분들도 더욱 정진하기를 바라고, 거듭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 당선 소감


당선 - 최란주


  밤새 꿈을 꾸었다. 줄장미 붉은 손바닥들이 나를 붙들고 늘어졌다. 떠나보낸 지 십년이 넘는 사랑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후벼 파기 시작했다. 이젠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일시에 떠올랐다. 독한 가시에 찔리면서도 시를 떠나보내지 못했던 건 별빛에 어깨를 기대며 시를 읽어주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붉게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짝사랑만 하던 내게 비로소 따듯한 악수가 전해졌다. 정말 다행이다. 이젠 내 붉은 손바닥에도 새순이 돋아날 것이다. 새순에서 푸른 미소가 번지고, 뭉툭뭉툭 지던 태양의 모가지도 하늘로 떠올라 빛나는 여름 속에서 자라날 것이다. 꿈틀거리고 요동치며 오래도록 선연한 기운을 풀어낼 것이다. 가느다란 넝쿨로도 세상의 담벼락을 온통 휘감는 줄장미가 될 것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에 의하면 ‘시는 영원한 진실 속에 표현된 삶의 이미지’ 라고 한다. 앞으로 나는 시적 진실이 표현된 삶의 이미지를 묘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서울디지털대학교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날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서울디지털대학교의 위상이 더욱 더 빛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가작 - 정상조


  며칠 전,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커피 생각에 잠시 책을 덮었다.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으려고 하는데 이미 자판기에는 500원이 들어가 있었다. 머릿속 나는 동전의 양면처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지만, 내 머릿속은 짤랑짤랑 동전소리로 시끄러웠다. 가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갈등 틈으로 거무튀튀한 손 하나 비집고 들어와 동전을 꺼내갔다. 안전모를 쓰고 계신 아저씨였다. ‘아직까지도 아무도 안 가져갔네.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야.’ 미소 지으시며 아저씨는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셨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500원. 아저씨에게는 삭막한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된 것이었다.

  지금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의문스럽다. 미숙한 나의 시를 보고 당선을 고민하시던 심사위원 선생님들 또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셨을까한다. 시를 내 삶에 품고 품어, 훗날 그 분들 앞에서 오늘 고민하신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으시도록 노력할 것이다.

  묵묵히 지켜봐주시던 부모님, 시를 처음 접하게 해주신 이사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를 항상 이끌어 주던 동생 병일이, 서울산업대 시모임 ‘끌림’ 동인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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