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과장하자면 뼈를 태우고 살을 굽는 살인적 폭염에
심신이 극도로 지쳐있던 차이다.
열대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히 사람을 잡을 만큼 혹서의 연속이다.
이런 무더위에 가벼운 산책이라고는 하나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것이 무리일 성싶어 걱정했다.
광복절을 며칠 앞둔 터라 삼자회 회장은 심사숙고 끝에
애국선열이 계신 수유리를 택했나보다.
미리 날짜를 짜 맞춘 것도 아니련만 공교롭게도
바로 이날 새벽 3시에는 일본과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치루는 날이다.
그 전날은 지금까지 헛발질하기 일쑤요
때로는 자살골조차 먹던 대통령이 무슨 심오한 책략을
가슴에 감추고 있는지는 몰라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여
일본과 한판 승부를 벌이려한다.
양국의 국민감정을 극도로 자극하여
어떤 국가적 또는 정치적 이득을 볼 것인지 자못 궁금하던 것이었다.
정치야 그러거나 말거나 축구경기중계를 놓칠 수는 없다.
더구나 숙적 일본과의 준결승전임에랴.
롱슛을 받은 멋쟁이 박주영의 죽어라 따라 붙는
일본 수비수 3명을 젖힌 강슛. 그리고 골인.
선제골에 터져 나온 대한민국의 함성.
통쾌한 일본의 침몰.
후반에는 논스톱으로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절묘하게 날린 구자철의 발리슛은 일본 골키퍼의 손을 살짝 스쳐 골인.
어느 틈에 무더위는 날아가고 흥분한 아나운서의 목쉰 소리는
부드러운 사랑의 속삭임이 되었다.
강공 드라이브는 이럴 때 쓰라는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둘레길을 가려면 잠을 자두어야 하는데
당최 잠이 와야 말이지.
그 장면을 다시 보고 또 본다.
기분이 째진다는 친구들의 카톡이 쇄도한다.
애국심이 팍팍 솟는다.
미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수유동 솔밭공원에 도착한다.
이날 나온 동창 16명의 얼굴이 모두 상기돼있다.
날이면 날마다 맛볼 수 없는
범국민적 카타르시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축구의 동메달은 금메달 못지않다는 말을
금메달 열 개와 맞먹는다는 말로 되받는다.
둘레길 입구 안내판에 새겨진 애국열사의 묘를 더듬어 따라간다.
4.19묘에 참배는 못했으나 멀리 내려다보며 숙연히 머리를 숙인다.
수많은 선열들의 애국행적을 일일이 상기하기는 어렵지만
그중 몇 분만 말하기로 하면
이시영 전부통령을 먼저 꼽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어려서 재미있게 읽었던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인 이항복의 10대 후손으로
조국이 멸망하자 형 이회영과 지금으로 치면
수조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정리하여 만주로 망명한다.
조국광복에 몸 바칠 군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였다.
이회영은 일제의 고문 후유증으로 해방 전에 사망하였으나
이시영이 귀국 후에는 초대 부통령으로 취임하였지만
이승만대통령과는 뜻이 맞지 않아 중도에 사퇴하고
결국 정적관계로 변한다.
만주신흥무관학교는 부산신흥대학이 되었다가
조영식 총장이 이를 인수하여 경희대학으로 발전하였다.
초기의 경희대학의 체육대학이 특히 강세였음은 이런 이유에서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일제치하에서 독립투사들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변호하고
해방 후에는 그 누구도 감히 거역하지 못한
이승만 대통령의 독주에 맞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지켰다.
그분을 넘어서는 대법원장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아, 이준열사! 그 이름만으로도 온몸이 떨린다.
더 이상 군말이 필요 없다.
췌언(贅言)은 오히려 열사를 욕보일 뿐이다.
잘 정돈된 열사의 무덤 앞에서 경건히 옷깃을 여민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영웅 열사를 배출하는 것일까.
후손 된 우리는 그분들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한다.
강공 드라이브나 롱슛은 축구에서나 통하는 것이지
함부로 남발해서는 안 된다.
먹고 먹히는 살벌한 국제정치에서는 살피고 또 살펴야 하는 법.
오늘의 대한민국은 냉철한 정치가,
국가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정략가를 필요로 하지
충동적 감정으로 대중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야 전쟁인들 못하겠나.
일본에의 강공 드라이브는 박주영이나
다른 운동선수에게 맡겨도 된다.
강공 드라이브의 후폭풍을 어떤 방법으로 감당하려는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제발 자살골이 아니길 간구한다.
광복절에 즈음하여 애국선열을 참배하도록 배려한
삼자회 집행부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Ludwig Van Beethoven
'See the conquer'ring hero comes'(보아라 용사 돌아온다)
첫댓글 그래도 강제로 징발해간 여성들을 자발적인 '위안부'로 둔갑시켰던, '주사파'식의 저들의 명명 관습이 이번에 '위안부는 무슨놈의 위안부야, 성노예지'라는 클린턴 여장부의 일갈에 무너졌으니, 저들의 왜곡된 역사관도 언젠가는 머쓱해질 때가 오겠지
한 여름밤의 통쾌한 2골 슛~ 정망 멋있었습니다.그리고 독도방문 위안부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지만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 할 산이 아닌가?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하는데...
두번째 슛은 제가 보기엔 神技級에 속하는 움직이는 名畵라고 심려 되옵니다. 여기 미국서는 Joe Montana + Jerry Rice가 몇본 보여준 80yard long-bomb급에 속하는 그런 종류지요. 전속력으로 수비수를 옆에달고 뛰며 공을 잡아낸것으로 시작, 발끝으로 한번 tap해서 공을 control, 그 다음은 근일형이 얘기한 歷事, 그 자체 아닙네까? 이건 정 soccar가 아니라 ballet로 승화시킨 그런 그림이었읍니다. ㅉ,ㅉ,ㅉ,
여기서두 Irish하구 영국, Polish하구 Russia하구의 축구전은 우리 한일 경기랑 비슷한, 삐딱한 심뽀들로 접어 듭니다.
2세, 3세들은 물런 이해가 안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