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산방
수연산방은 이미 유명하다.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으로, 예스러운 건축과 유적이 많은 성북동에서도 손꼽히는 한옥의 정취가 담겨 있다. ‘월북작가’라는 꼬리표 때문에 오랫동안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애용될 만큼 유명해졌다. 하지만 유명세와 상관없이 이곳은 늘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자연적이다. 따사로운 저녁 빛이 들 무렵 (가장 인기 좋은) 누각에 앉아 차 향을 맡으며 아담한 정원을 바라본다. 사계절 피는 꽃이 다르니, 매번 보는 풍경도 다르다. 수연산방을 아무리 찾아도 질리지 않는 이유다.
성북구 성북로26길 8, 02-764-1736, 11:30-22:00, 오미자차, 쌍화차 9500원
성북동 디미방
옛날 동네에 있음직한 식당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박진하 대표는 민속박물관에서 본 선술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미방을 만들었다. 이름은 여성이 쓴 최초의 한글 요리책인 장계향 선생의 <음식디미방>에서 따왔다. 당시 여러 요리서와 달리 중국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요리법을 찾은 그 정신이 좋아서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듯 식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를 넣지 않고 시간을 들여 정성껏 요리한다. 비지와 콩을 즉석에서 갈아 넣은 콩비지찌개는 부드럽고 묵직하다.(에디터는 이곳에서 ‘인생’ 비지찌개를 만났다.) 물이 비치지 않고 걸쭉한데, 밥 없이 찌개만 계속 떠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두부조림도 일품. 두 명이 방문한다면 콩비지찌개와 함께 제육볶음을 맛보길 추천한다. 벽에 그려진 그림과 붓글씨는 이곳을 찾은 작가들이 남긴 흔적이다.
성북구 성북로 50-1, 02-762-8523, 12:00-24:00, 소고기국밥 6000원, 콩비지찌개 7000원, 제육볶음 1만2000원
알렉스 더 커피
성북동에서 여러모로 가장 뜨거운 카페다. 새로 생긴 대부분의 가게가 한성대입구역 가까이에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역에서 꽤 걸어 올라와야 한다. 총 2층 규모로, 1층에서는 주문만 가능하다. 성북동 고유의 분위기와 2층 곳곳에 놓인 나무 화분에 서울 근교로 나온 듯한 한적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는 온실처럼 꾸며진 테라스가 명당인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하고 커피는 향기로우니 걷는 수고가 아깝지 않다. 알렉스 더 커피는 용인의 유명 로스터리 카페로 서울의 정식 매장은 성북동에 자리 잡은 이곳이 유일하다. 커피 산지를 돌며 직거래한 커피를 소개하는데, 사실 맛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도 소문났다. 이곳에서는 시그니처 메뉴인 ‘화이트 블랑’을 맛보자. 화이트모카에 크림을 얹은 달콤한 커피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커피젤리 위에 티라미수 크림을 더한 ‘탐 젤리’ 같은 디저트를 곁들여도 좋다.
http://alexthecoffee.com, 성북구 성북로28길 9, 070-7520-7714, 10:00-22:00, 아메리카노 5000원, 화이트 블랑 6500원
쌍다리 돼지불백
성북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 맛집 중 하나. 돼지불백의 인기로 45년을 성업 중이다. 버스나 택시기사들이 주로 찾는 기사식당이었으나 현재는 일반 손님도 즐겨 찾는다.
http://ssangdari.co.kr/, 성북구 성북로23길 4, 02-743-0325, 09:30-21:30, 돼지불백 8000원
꿀맛식당
노란 창틀, 파란 타일의 테이블, 과일 모형이 장식된 빨대 등 꿀맛식당은 이름만큼 아기자기한 소품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식당이다.(플레이팅도 그렇다!) 요리를 하는 남편 대신 인테리어는 부인이 도맡았다. 버려진 소품을 가져다 활용하고 타일을 직접 붙이는 등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다. 덕분에 만화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귀여워!’라는 외침과 함께 사진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요리한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다. “우리 음식이 꿀맛이라는 게 아니라 꿀맛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가게라는 뜻이에요”라고 주인은 말했지만 추천 메뉴인 두 겹 함박스테이크는 곁들여 나오는 샐러드도 맛있다. 테이블은 5개뿐이고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시작해 오랜 기다림은 필수지만 계속 찾고 싶은 정겨움이 있다. 다행히 버섯 크림 파스타, 매운 커리 파스타, 봉골레,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등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