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산악회(회장 홍건)에서 과천의 서울대공원을 다녀왔습니다. 남북의 팽팽했던 전쟁대치국면이 해소되어 한결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처서가 지나고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빗방울이 가끔씩 쏟아졌습니다.
과천 서울 대공원은 산우들에게 익숙한 곳이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은 꽃과 나무들이 싱그럽습니다. 전철역에서 나오면 벚나무들이 양쪽으로 도열해 방문객을 환영하고 분수대를 지나면 넓은 꽃밭이 우리들을 반깁니다. 황금색과 적색이 섞인 꽃밭을 바라보며 한참 걷다보면 그 황홀한 미소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잔잔한 청계호수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정지한 듯 무심한 마음을 갖게도 해줍니다. 으르렁 거리며 일어나 달려 나올 듯 입을 벌린 큰 호랑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잡귀들을 쫒고 방문객들에게 그 기상을 뽑냅니다.
높게 솟은 메타세콰이어와 전나무 밑을 지나 큰 새 우리 위의 전각에 앉아 충의회(46년생 모임)에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다녀오면서 특별히 준비해온 발렌타인 위스키와 산악회총무가 준비한 돼지머리고기, 홍어무침, 팥떡, 모시떡과 막걸리를 놓고 우중 한담을 나눴습니다. 산악회장님의 건배와 충의회에 대한 감사인사와 남북대치상황에 대한 우리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의견 개진이 있었습니다.
빗길이 미끄러워 산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입구에서부터 오며 가며 4KM는 걸었습니다. 비 오는 날 집에 있으면 갑갑했겠지만 시원한 바람을 쐬며 잘 조성된 대공원의 풍치에 산우들의 눈과 마음은 평안하고 흡족했습니다. 8월에는 광복70주년을 맞이하여 그때의 기쁨과 선현들의 노고와 현재의 우리나라가 처한 제반문제를 짚어보며, 광복70주년행사와 국민대합창을 통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써의 자부심과 기쁨을 나눈지 며칠이 되지 않아 터진 북한의 지뢰공격과 포격으로 촉발된 남북대치상황이 되었습니다. 남북극한대치상황에 분단의 아픔과 동족상잔의 아픔이 언제나 가실지 먹먹하기만 했었습니다. 다행히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하여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을 해소하고 대화 창구를 마련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남북이 하나씩 상생의 틀을 마련하고 통일의 기쁨을 온 민족이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옛골 토성집의 오리로스는 성찬입니다. 들깨 쏘스를 얹은 샐러드와 홍어무침과 백김치와 싱건지는 깔끔하고 정갈하여 입맛을 돋웠습니다. 충의회에서 가져온 위스키를 다시 열어 그윽한 향을 맡으며 산우들은 식당 창밖의 능소화의 기품있는 자태만큼이나 한량이 되어 식사와 대화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이수역의 쟁반노래방에서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산우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 산행과 맛있는 점심과 뒤풀이 노래방까지 이끌어 준 홍건 회장님에게 감사드리며 같이한 모든 회원님들의 걸음이 가볍길 기원해 봅니다.
같이한 분들 - 홍건, 김직현, 김정한, 김영석, 채수운, 홍영기, 안우수, 허철욱
첫댓글 재미있는 산행 애기 잘 읽었습니다.
우중의 산행이지만 그 멋은 더 했습니다.
같이한 형님들 감사합니다.
모두가 나날이 더 건강해지는것 같습니다. 건강들 하시길....
허작가님의 글은 언제읽어도 맛갈이 납니다.
문장력이 날이 갈수록 농익는 느낌입니다 매번 좋은글올려 주어 감사합니다.
충우회는 충의회로 바로잡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忠義(犬를 닮아 충성스럽고 의리를 지킨다)
그렇군요. 의리 있다는 충의회(忠義會)군요. 감사합니다. 칭찬도 발렌타인 위스키의 강렬한 향취도 모두 감사합니다.
동우산악회의 산행에대한 허철욱 작가님의 후기는 우리들 모두에게 잔잔한 감동과 산행에대한 잔영이 마음에 그대로 다가와 그느낌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싱그러움과 청심함을 안겨 줌과동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