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겪은 마음고생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최근에 겪은 일을 떠올리면 몹시 운수가 사나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긴 악몽에서 빠져나왔다는 생각에 '후유'하고 안도의 숨이 내쉬어 진다. 다른 것이 아니고 살고 있는 아파트가 누수가 발생하여 이곳 저곳을 파헤치는 바람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그 통에 공사비가 많이 든 건 물론이고 공사기간도 무려 한달 반이나 걸리게 되어 그만큼 생돈도 많이 들어갔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한 지금은 돈 들어간 것은 하나도 아깝지도 않고 오직 '초가삼간을 태웠어도 빈대잡은 것만 시원하다'는 생각 뿐이다.
발단은 우리 집 어디에선가에서 누수가 발생하여 아랫집으로 물이 스며들어 일어났다. 그런데 그 원인을 쉽사리 찾아낼 수가 없었다. 업자를 불러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했으나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변기에서 문제가 생겼나 하고 파헤치고, 욕조에서 새나 하고 뜯어냈다. 그렇지만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에 날짜만 보냈다.
나는 당초에 누수가 발생한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느닷없이 한밤중에 걸어온 전화를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아래층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서 물이 흘러 내려와서 못 살겠는 항의를 했던 것이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인가. 눈을 부비고 벽시계를 보니 그때가 새벽 한시로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한 밤중에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서 일단은,
“알겠습니다. 날이 밝는 데로 살펴보고 조치를 해드리지요.”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눈을 감는데 한번 달아난 잠은 이룰 수가 없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나는 댓바람에 아랫집으로 내려갔다. 확인이 필요해서였다. 사태는 심각했다. 천정을 통해 흐르는 물이 이미 벽면을 적시고 있었다. 그런데 집주인은 나를 보자 엉뚱한 말을 꺼냈다. 혹시 우리 집 변기가 고장 나지 않았느냐.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을 열자 그 집에서는 개 특유의 냄새가 풍겼는데 에먼소리를 한 것이었다.
역겨운 냄새에 대해서는 내가 그집의 개를 의심한 이유가 있다. 문을 여는 순간에 개 한마리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끝에 혹시 개똥 냄새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니 그는 아니라면서 공연히 자기한테 뒤집어 씌운다는 투로 말했다. 하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상식적인 풀이가 필요하지 않는가 한다. 정작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모르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그 담배냄새를 잘 맡듯이 새로운 냄새는 처음 대하는 사람이 더 잘 알아보는 법이다. 거기다가 그 집 변기에는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쓸어 놓어 두고 방치한 개 똥이 둥둥 떠 있었다.
한데도 아랫층 주인은 내가 한 말에 동의하기는 커녕 큰 소리를 쳤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면서 막말을 했다. 그게 심히 부당했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우리 집에서 원인이 발생한 사고인 만큼 수리를 해줄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우선 누수 원인을 알아낸 것이 중요하여 맞반응은 하지 않았다.
우선 원인 규명을 위해 아파트 관리소에 신고부터 했다. 그리고 나서 방수 업자를 불렀다. 한데, 와서 본 관리소 직원과 업자는 도통 원인을 모르겠다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누수는 대부분 욕실바닥이나 그렇지 않으면 공용관로(비트)가 파손되어 일어난다면서 주먹구구식 진단을 내놓았다. 그런 후 업자는 닷짜고짜로 드릴을 가져와 욕실 바닥의 타일을 깨고 굴착을 하기 시작했다.
한데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도 결과는 실패였다. 여전히 누수가 잡히지 않았다. 급기야는 욕실 바닥에 깔린 파이프가 깨졌는지 의심스럽다고 하기에 그것을 파헤치기 까지 했다. 나중에는 아랫층의 천정까지 뜯게 되었다. 공용 관로를 정밀 확인한다는 구실이었지만 그래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자 업자는 부엌 쪽이 의심간다며 싱크대까지 망가뜨리며 파헤치지까지 했다.
그걸 지켜보자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렇지만 수리하는 일에 문외한이니 그저 하는 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끝내는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후회가 밀려든 것은 이때였다. 이럴 바에는 불편을 감수하드라도 아에 욕실을 폐쇄하고 다른 변기를 사용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이 들었다. 식구라야 내외 뿐이니 굳이 윈인을 찾아내지 못할 바에는 공사 강행이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아랫집에서는 일을 벌리려고 물이 많이 번지지도 않은 벽지를 몽땅 뜯어내고 전체 도배를 요구했다. 변기에서 흐르는 물이 분명하니 꺼림칙해서 도저히 그대로 둘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화가 치밀어 오르고 사면초가에 내몰리게 되었다.
한데 업자는 한술 더 떴다. 이제 자기는 해 볼 만큼 했으니 손을 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간의 공사비를 요구했다. 거기에는 욕실바닥을 재 시공한 것을 포함에 원인을 알아낸다며 여기저기 파헤친 것까지 다 포함한 청구서였다. 그 일을 당하고 보니 내가 병신도 이런 병신같은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처구니 없고 기가 막혔다.
무엇보다도 집에는 몸져누운 환자가 있는데 망치질을 하면서 소음을 일으키는 등 법썩을 떤 짓이 괘씸했다. 한데 며칠전이다. 이른 아침 일하던 업자가 칮아왔다. 곰곰이 생각하니 짚히는 데가 있어서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온 배수관을 확인해 보고 싶다면서 마지막으로 한번 파헤치겠다고 했다.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이만큼 집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면 됐지 뭣을 더 실험하겠다는 거냐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니 하는 말이,
“ 이번에는 추가로 공사비 않받겠습니다.”라고 한다. 공사범위가 얼마나 되든 간에 자기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일을 하는 업자로서의 자존심인지 몰랐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온수관로를 파헤치니 거기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파이프에 바늘구멍 크기의 구멍이 나서 그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업자 또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기의 형편없는 진단솜씨가 행여 외부로 새어나갈까 봐 그랬는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만큼 기본적인 점검조차도 소홀히 했던 거다.
아무튼 그리되어 뒤늦게나마 원인을 찾아내 마무리가 되었다. 아랫집 여자의 터무니없는 억지도 벗어나게 되었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며 운수가 사나워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나서 견딜수 없을것 같아서였다.
그런데는 몸져누운 집사람의 입장을 감안한 점도 있다. 더한 불행에 빗댄다는 생각이 아니라 집사람의 건강을 챙기는 일은 나 아니고 누가 해줄 수 있겠느냐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2012)
첫댓글 청석님은 天使입니다.
이시대 하느님이 불러주신 使徒이십니다.
한달 이상의 집 공사로 돈과 스트레스와
아래층과 인간관계가 극도로 험악한 때에도
부인를 그 토록 애지중지 보살핌은
하나님이 보내신 파수꾼이십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한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좀 했습니다. 그 끄트머리에 글 한편을 태어났다고 할까요.
귀한 글 잘 즐감했어요.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것 같습니다.
고진감래 흥진비래.
심는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 같습니다.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살다보면 뜻하지않은 일에 맞닥드릴때가 있지요..어찌할수없는...그래도 마무리되셔서 다행입니다..긍정적인 생각이 좋습니다..선샹님이 행복하셔야 주변이 행복할겁니다..
한동안 우울하고 답답한 터널속에 갖혀지냈답니다. 지금은 다시 환한 태양을 보고있는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자주 놀려오시기 바랍니다.
맘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화가 치미는 상황에서도 잘 참으셨네요.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원인도 못찾는 걸 보면 실력이 하수인 거 같네요. 뭐든 자기 분야에 인정받을 만큼 전문가가 되야하겠습니다.
집이 누수가 되어서 원인을 찾으라 이곳저곳을 파혜지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의 화가 지금도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