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루(玉樓)의 차가운 달이 꿈속에 둥글구려(玉樓寒月夢中圓)
······································································· 한포재 이건명 선생
능가사 혜현 스님이 율시 세 수를 소매에서 꺼내 보이는데 후의를 저버릴 수 없어 그중 두 시에 차운하여 사례하다[楞伽寺僧慧玄袖示三律厚意不可孤次其二韻以謝〕
한평생 화복(禍福)을 하늘에 맡긴 채 / 平生禍福任蒼天
국가에 몸 바쳐 충성하기로 영원히 맹세했네 / 許國丹心矢永肩
만리 사행길에 북쪽 변새 지났다가 / 萬里銜綸經北塞
삼위로 귀양 가고 남쪽으로 이배되었지 / 三危泣玦又南堧
드넓은 바다 끝엔 찾는 이 없으니 / 窮溟水闊無人到
서늘한 빈 평상에서 온종일 잠을 청하네 / 虛榻涼生盡日眠
아득히 바라보나니 서울은 어디쯤 있나 / 遙望長安何處是
옥루(玉樓)의 차가운 달이 꿈속에 둥글구려 / 玉樓寒月夢中圓
2
굴원이 못가를 거닐며 시 읊조리던 날 / 屈子行吟日
슬픈 회포를 〈원유(遠遊)〉에 붙였었지 / 悲懷托遠遊
바람과 구름은 부리기 어렵고 / 風雲難作馭
서리와 이슬이 머리에 가득 내려앉았구려 / 霜雪已盈頭
들국화는 가을 이슬 머금었고 / 野菊銜秋露
어부 노래는 나그네를 시름겹게 하는데 / 漁歌喚客愁
산승(山僧)이 두터운 뜻을 / 山僧多厚意
밝은 달밤에 소매에서 꺼낸다네 / 明月袖中投
[주(註)-1] 삼위(三危)로 …… 이배되었지 :
‘삼위’는 《서경》 〈순전(舜典)〉에 “공공(共工)을 유주(幽州)에 유배하고, 환도(驩兜)를 숭산에 안치하고, 삼묘(三苗)를 삼위(三危)로 몰아내고, 곤(鯀)을 우산(羽山)에 가두어 네 사람을 죄주니, 천하가 모두 복종하였다.”라고 하였다. 《국역 경종실록》 2년 4월 5일 기사에 “흥양(興陽)에 위리안치(圍籬安置)한 죄인 이건명(李健命)을 본현(本縣) 나로도(羅老島)에 이배(移配)하였다.”라고 하였다.
[주(註)-2] 옥루(玉樓) :
임금이 있는 대궐을 가리킨다.
[주(註)-3] 굴원(屈原)이 …… 날 :
전국 시대 초(楚)나라 굴원이 조정에서 방축(放逐)된 뒤 실의에 잠겨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강가에서 노닐고 못가에서 읊조린다.[行吟澤畔]”라고 하였다.
[주(註)-4] 원유(遠遊) :
굴원이 지은 《초사(楚辭)》의 편명으로, 조정에서 쫓겨나 비탄에 잠긴 나머지 세속을 하찮게 여기고 인간의 수명이 짧은 것을 슬퍼하여 세상 밖에 노닐고픈 염원을 노래한 것이다.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2권 / 시(詩)>
죽고 사는 것을 하늘에 맡겼어라(死生任彼蒼)
················································· 한포재 이건명 선생
절필〔絶筆〕
나라에 몸 바치는 충심 간직하고서 / 許國丹心在
죽고 사는 것을 하늘에 맡겼어라 / 死生任彼蒼
외로운 신하가 오늘 통곡하노니 / 孤臣今日慟
돌아가신 선왕을 뵐 면목 없구나 / 無面拜先王
[주(註)] 선왕(先王) : 숙종을 가리킨다.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2권 / 시(詩)>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전형윤 황교은 (공역)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