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8.8:31 火. 태풍 이름이 너구리라는데, 너구리는 이동을 할 때면 가족단위로 움직이거든.
뉴욕, 뉴욕.
차이나China가 뭐예요?
차이나China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영어국명이기도 하지만 고령토, 자기, 도자기, 사기그릇, 오지그릇 등의 뜻이 있다. 그 지역에서 옛날부터 자기나 도자기가 많이 생산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특산품이 지명이나 국명으로 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재팬Japan은 옻, 칠기漆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Japan black하면 흑칠黑漆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칠기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다. 코리아가 고려高麗 시대에 우리나라를 드나들던 서양 상인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인 것처럼 차이나Chaina는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秦에서 온 말이다. 진Chin에 나라를 뜻하는 ~ a가 붙어서 지나支那 즉 차이나China가 되었다고 한다. 고려 산삼山蔘을 뜻하는 영어표기 Ginseng은 19세기 이후에 사용된 말로서 인삼人蔘의 우리나라 고유의 고명古名은 ‘심’이었다. 고려시대까지 인삼은 오직 자연산삼뿐이어서 생산량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외국상인들에게 고려를 대신할 만큼의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던 듯하다. 그래서 당시 대표 무역특산품이었던 심이 우리나라 국명이 되는 영광을 놓쳐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가 뉴욕의 맨해튼에서 왜 차이나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는 그 이유가 분명하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중국인 화교들이 몰려 들어가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상업 활동을 시작하면 막대한 이익이 창출되고 결국 그 지역사회의 경제력을 장악해버린다. 중국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캐나다를 포함한 북아메리카나 유럽에서 화교들의 영향력은 우리가 놀랄 정도이다. 이른바 세계3대 상인을 말할 때 유대인, 화교, 그리고 인도 상인을 친다고 했다. 바야흐로 경제민국經濟民國에서 살아가야할 우리들로서는 관심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내가 차이나타운Chinatown과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를 돌아보자고 했을 때 아내는 오늘은 아파트에서 쉬고 있을 테니 혼자 다녀오시라고 했다. 그러자 딸아이는 오후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잠깐 다운타운에 나갔다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혼자서 다녀왔다.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의 일요일 오후는 차분하고 한가로웠다. 뭉게구름이 무더기 무더기 흩어져있는 파란 하늘 사이에서 둥글게 빛나고 있는 밝은 빛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내리 비추고 있었다. 저절로 생각이 많아지는 5월18일이라는 봄날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날씨였으나 하늘에 뜬 하얀 구름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몸의 모양과 크기를 수시로 바꿔보고 있었다. 96St 역에서 6번선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머릿속에 몽실몽실 솟아오르는 뭉게구름 같은 의문들이 서서히 넘쳐나서 이윽고 지하철 객차 안을 희유스름한 안개로 가득 채워버렸다. 과연 차이나란 뭘까? 만일 내 앞에 차이나란 인격체가 서있다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차이나Chaina가 뮈예요? 하고. 끝없는 질문과 의문들을 한참 동안이나 머릿속에서 돌돌 굴려보았지만 그래봐야 차이나타운이 있는 Canal St역까지는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일 뿐이었다. 지하철 6번선 Canal St역을 나서면 그곳이 바로 차이나타운과 리틀 이탈리아의 경계가 되는 선이다. 나는 차이나타운 중심부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미국 최대 규모로 8만 명의 중국인들이 살고 있다는 차이나타운이라고는 하지만 슬렁슬렁 걸어도 한 바퀴를 둘러보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반경이었다. 나는 이웃 동네에 일 없이 마실 나온 사람처럼 입을 반쯤 벌리고 그저 터벅터벅 걸어서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들리는 그대로를 들어가면서 한 번, 두 번, 세 번을 돌아보았다. 내 눈에 무엇이 보이고 내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려왔을까, 그리고 또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가 고구려의 마지막 군사에요.” 미국 코리아타운의 상징인 뉴욕시 퀸즈의 플러싱 공영주차장 근처에서 30년 넘게 부동산 일을 해온 ‘한미 부동산’ 백돈현 대표의 한 마디는 이곳의 상황을 모두 담고 있다. 백 대표는 “예전에는 이곳 메인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코리아타운이 형성돼있었다. 그런데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홍콩의 자산가들은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가는데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미국이주였다. 그들이 밀려들어온 곳 중에는 뉴욕의 플러싱도 있다. 그때부터 플러싱의 메인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홍콩계와 타이완계 중국인들이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중국 본토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백 대표는 “뉴욕의 플러싱은 이제 더 이상 코리아타운이 아니다. 차이나타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뉴요커들도 중국 이민자들이 급팽창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뉴욕 퀸즈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뉴욕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오리지널 뉴요커인 프랭크 데이비스는 중국 이민사회의 팽창을 줄곧 지켜봤다. 그는 “중국인들은 부지런한 한국인들보다 더 무섭다. 그들은 방 하나에 여러 명이 모여 잠을 자며 오직 돈만 모으고, 그 돈을 합해 인해전술식人海戰術式으로 ‘전쟁하듯’ 빌딩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그가 본 한국인과 중국인의 플러싱 진출 전략은 다르다. “과거 한국인들은 자기들끼리 경쟁을 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일단 돈을 모아 건물을 산 후 분배하는 원칙을 세우고 무섭게 플러싱을 장악해간다.”
코리아타운의 상권은 점점 죽어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민승기 뉴욕 한인회 회장은 코리아타운이 급속히 쇠퇴하고 있는 현실을 두고 고민이 많다. 지금의 현실이 교민들의 협력이나 한국인 기업가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중국인들은 플러싱에 엄청난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것은 중국 이민자들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중국정부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본 중국인들은 미국의 유태계와 닮았다. 유태계와 거의 유사한 전략으로 미국사회에 정착 중이다. “중국인들은 먼저 미국 정치권을 공략해 로비를 하고 중국계 정치인들을 배출하려고 한다. 한국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차이가 중국 이민계가 급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중국인들이 건물을 사들이고 개발계획을 세우는 배경에는 중국계 은행이 있고, 그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게 교민사회의 생각이다. 중국계 사회의 급팽창은 일회성 흐름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치밀한 대미전략對美戰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에 비해 우리 정부는 해외동포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매우 인색하다고 교민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민 회장 역시 한국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교민 한두 사람이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한국인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국력을 키우려면 지원과 투자를 통해 경제적으로 성공한 동포가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밑바닥부터 올라왔다면 이제는 경제성장에 힘입은 본토 중국인들이 직접 건너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본토에서 넘어온 중국인들은 이미 뉴욕 코리아타운의 상징인 ‘플러싱’을 접수한 상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경멸과 멸시를 받았던 중국인들에게 접수당한 플러싱은 이제 중국인들로 넘쳐난다. 한국인들은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고 존재감조차 희미해졌다. 플러싱을 접수한 중국인들은 영토를 확장 중이다. 베이사이드와 롱아일랜드 쪽으로 점점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17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빚 중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갖고 있다.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로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 중국의 미국 진출은 비단 채권투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국 정치권에 대한 로비, 중국계 미국인의 정계 진출에도 전력투구 중이다. 그 과정에서 차이나타운에 밀려난 한인타운이 쇠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중국의 글로벌 팽창전략이 미국 이민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2013.12.24. 시사저널, 김원식 통신원.에서 발췌.)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을 세 바퀴째 돌아보고는 차이나타운 중심에 있는 아담한 공원에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공원 입구 두 곳에서는 각각 대여섯 명으로 이루어져있는 악단들이 중국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악단원들은 적어도 예순은 한참 넘었을 듯한 중국식 복장의 영감님들이었다. 공원의 이곳저곳 벤치나 탁자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중국인들이 무더기 무더기 모여서 마작을 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항상 따라다니는 풍경風景들, 떠들썩함과 부산함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킌즈의 플러싱뿐만 아니라 이곳 차이나타운과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는 리틀 이탈리아도 그 위세가 예전만 훨씬 못하다고 했다. 피자집 옆에 중국요리집이 하나 둘 생기는 형국으로 차이나타운이 리틀 이탈리아를 자꾸 잠식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제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으로 국토의 외형을 넓혀가는 ’5.60년대의 국력확장은 과거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동남아시아 같은 투자와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보다 많은 이주민들을 보내 그곳에서 정착하고 현지와 융화되어 살게 하는 것이 국력확장의 연장이며 좁은 국토를 갖고 있는 우리들의 글로벌사회의 생존전략이란 것을 우리 정부는 아는가 모르는가?
차이나China가 뭐예요? 차이가 나기는 한데, 아무튼 차이나China가 뭐지요?
(- 차이나China가 뭐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