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교중미사는 가톨릭 대학교 전재현(베네딕도) 신부님께서 집전하셨으며, 그 외 미사의 본당신부님 강론내용입니다.
<대림 제2주일 강론 : 광야에 나타난 세례자 요한>(12.4.일)
*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말합니다. 대림시기 동안 진정으로 회개하고, 하느님 뜻에 맞갖게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최근에 점 보는 광고가 많아졌고, 유투브를 운영하는 무당도 있습니다. 예전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기가 침체되어 살기 어려워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속궁합, 겉궁합, 띠궁합을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무속의 시장가치가 수 십조 원에 육박하고, 그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들은 점을 봐서는 안 됩니다. 어디가 아프면 훌륭한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데, 돌팔이의사를 찾아가면 안 되겠죠? 그와 마찬가지로 영혼이 아프면 ‘신 중의 신’ 하느님을 섬겨야지, 사이비 잡신들을 섬기면 안 될 것입니다. 잘못하면 신세 망칩니다.
2. 지난 11월 30일(수) 오후 3시, CGV 스타디움에서 저를 포함한 총 43명이 김대건 신부님에 관한 영화 ‘탄생’을 보았습니다.
김대건 신부님 역할의 주인공은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개신교 신자 윤시윤 씨지만, 교황님과 함께 영화 시사회 후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답합니다. 150분 동안, 모든 사람이 눈물을 줄줄 흘렸고, 신앙이 뭔지 재삼 깨닫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아직까지 안 보신 분들은 가능한 한 빨리 보시면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조선 말기, 당대를 주름잡던 민씨 집안에 처음으로 비누가 수입되었습니다. 민씨 집안의 초청을 받고 온 많은 대감은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에 대해 온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손을 씻어보고, 세수도 해보면서 감탄을 연발하고, 온갖 아첨을 떨었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갑자기 비누를 씹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대감들은 비누를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면서 수군댔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들은 얼굴에 있는 때를 씻어내려고 하지만, 나는 배 속에 있는 때를 씻어내려고 비누를 먹고 있소이다. 뭐 잘못되었소?” 그러자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습니다. 그분은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이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겉모습을 가꾸고, 체면을 다듬는 데 신경 쓰지만, 더럽혀져 있는 마음과 욕심의 때를 씻으려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백범 김구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굴 잘 생긴 것은 몸 건강한 것만 못하고, 몸이 건강한 것은 마음 바른 것만 못하다.”
우리 신자들은 대림시기 덕분에 마음과 욕심의 때를 씻어내려고 노력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는 거울을 볼 때,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성찰해야겠습니다.
4. 어느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칠판에 '선과 악'이라 써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부부가 유람선으로 여행하다가 큰 폭풍우 때문에 해상재난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배의 구조정에 자리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부인을 태우지 않고, 자기 혼자 구조선에 탔고, 부인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남편에게 소리쳤습니다.”
선생님은 여기까지 말한 다음,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 그때 부인이 남편에게 뭐라고 말했을까요?”
학생들은 격분하며 대답했습니다. 그중 1가지 : “당신을 남편으로 선택한 내가 미쳤지! 어디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나 봐라!”
그런데 선생님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물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학생은 의외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부인은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애, 잘 부탁해요.”
그러자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이 얘기 어디서 들어봤니?” 학생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엄마가 돌아가실 때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선생님은 감격하며, 다시 강단에 서서 말했습니다. “정답이다.”
그리고 계속 말했습니다. “배가 침몰해서 아내가 죽었어. 남편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자녀들을 잘 키웠지만, 병에 걸려 몇 년 후 죽었단다. 자녀들이 아빠 유물을 정리하던 중에 아빠 일기장을 찾았는데, 아빠와 엄마가 배 여행 갔을 때의 스토리가 적혀 있었지. 그 당시 엄마는 불치병에 걸려 있었는데, 세상에서의 마지막 여행 중이었단다. 하지만 큰 폭풍우를 당해 사고가 발생했고, 아빠는 자식들을 위해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버릴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아빠 일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그때 당신이 나를 등 떠밀지 않았다면 나도 당신과 함께 바다에서 죽고 싶었는데 자식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지. 깊고 깊은 찬 바다에 당신만 잠들게 해서 미안해. 천국에서 당신과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당신 몫까지 아이들을 잘 키울게.”
그러자 떠들던 학생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학생들도 이 얘기가 ‘책임과 희생’을 의미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5. 대림시기의 상징적인 인물이 2명 있는데, 세례자 요한과 성모 마리아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외치며,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주었는데, 성령과 불로 세례 주실 예수님이 오실 거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아내가 남편 대신에 자발적으로 죽은 것처럼, 예수님도 인간을 너무 사랑하셨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