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연기 빼내는 굴뚝, 11세기 들어서야 등장했대요
난로의 진화
난방비 인상으로 국내에서 난로 사용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온돌 문화 때문에 대부분 바닥을 데우는 보일러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난로는 주거용 건물이 아닌 곳에서 활용하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난방비가 비교적 덜 나오는 난로를 쓰는 고시원·원룸도 많아졌다고 하죠. 난로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인류가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거주하던 동굴 근처 또는 동굴 안에 모닥불을 지피기 시작했는데, 이 모닥불이 난로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주지 안에 모닥불을 피우는 것은 단점이 있었는데요. 연기가 거주지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돌을 개발하거나, 숯이 든 화로를 침상(寢牀) 밑에 넣는 등의 방식을 사용했어요.
서양에서도 난로에서 나오는 연기가 꽤 오랜 골칫거리였는데요. 독일에서는 집 안의 3대 문제점을 '비 새는 지붕, 부부싸움, 연기'라고 할 정도로 연기가 자욱한 집 안의 모습이 일반적이었다고 해요. 당시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붕 근처에 창문을 만들어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불을 피우는 위치를 건물의 벽 근처로 옮겼는데요. 이를 벽난로의 시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12세기에는 벽난로에 굴뚝을 연결해 연기를 빨아들이고 건물 밖으로 내보내는 기술이 등장했어요. 이 덕분에 사람들은 방 안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또 다른 단점이 등장했습니다. 벽난로를 사용할 경우 벽난로 주변만 따뜻하고, 벽난로에서 멀어질수록 추워진다는 것이었죠. 이 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려웠어요. 이 때문에 벽난로는 500여 년 동안 계속해서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17세기부터 여러 발명가가 벽난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찰스 1세의 조카였던 컴벌랜드 공작 루퍼트가 벽난로의 창살을 개조해 공기의 흐름을 개선했으며, 미국에서는 피뢰침의 발명가로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공기의 순환과 열의 전달 효율을 높인 벽난로를 개발했습니다.
보일러를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여전히 난로를 계승한 난방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바로 라디에이터입니다. 17세기에 영국의 정원 건축가 휴 플랜이 고안한 증기난방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대중화되지 못했는데요. 압력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폭발해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을 당시 기술로는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고 나서야 라디에이터 난방 방식이 대중화됐어요. 압력 조절 기술도 발달했고, 전쟁으로 파괴된 가옥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벽난로보다 라디에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훨씬 간단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