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백로치성 태을도인 도훈
천하사의 약속
2023. 9. 8 (음 7.24)
지난주 토요일에 교대 동기의 차남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에 저희 큰 딸 결혼식을 치렀는데, 또다시 청춘남녀의 결혼식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처녀총각이 짝을 맺는 이 의식을, 인간으로 살아가며 치르는 아주 큰 일이라 해서 인륜지대사라고도 하고, 또 백년가약을 맺는다고도 합니다. 선남선녀들이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서 실제로 백년을 해로하기는 어렵지요. 그래도 백년을 지속할 아름다운 약속이라니, 용어가 참 예쁘지 않습니까? 남녀가 서로 결혼한다는 것은 지아비 지어미로서 할 도리를 다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 모인 하객들은 축하도 하지만, 동시에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즐겨보던 비디오가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 ‘개구리 왕자’라는 서양동화를 실사로 만든 비디오가 있었습니다. 한 왕국의 공주가 황금공을 갖고 놀다 공을 연못에 빠뜨리고 울고 있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공주에게 다가와 공을 꺼내줄 테니 함께 식사하고 공주의 침대에서 재워달라고 요구합니다. 공주는 공을 찾기 위해 마음에 없는 약속을 하고, 약속대로 개구리가 황금공을 꺼내주자마자 바로 도망가 버립니다. 그날 저녁, 왕과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개구리가 찾아가자, 자초지종을 들은 왕은 공주에게 개구리와 한 약속을 지키라고 명령하지요. 공주는 하는 수 없이 개구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자신의 침대로 개구리를 데려갑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너무나 싫었던 공주는 참다못해 개구리를 벽으로 내던지는데, 그 순간 개구리는 멋진 왕자로 변합니다. 못된 마녀의 저주에 걸린 이웃 나라 왕자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왕자는 공주에게 청혼을 하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흔한 결말의 이야기입니다.
이걸 제가 어릴 적 책으로 읽었을 때는 그냥 이야기 위주로만 읽었는데, 비디오에서는 왕이 약속에 대해 굉장히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아주 교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이고, 서양사람들이 약속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새삼 느꼈더랬지요.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계약을 하잖아요. 취직을 해도 연봉계약을 하고, 직장생활 중에도 업무상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지요. 집을 매매하거나 전세나 월세로 입주할 때에도 계약서를 쓰지요.
서양사람들에게 이 계약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민족을 모세가 이끌고 오는 도중에 모세가 시나이산에 올라가 십계명을 받은 것도 하나님과의 계약의 일환이었고, 언약궤에 십계명을 넣고 가나안땅에 정착할 때까지 신성하게 다루지요. 계약은 이렇게 하나님과의 약속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래서 그 계약은 쌍방에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증산상제님께서 재세시에 고수부님을 만나시고는 수부공사를 아주 살벌하게 보십니다. 차경석 성도의 사랑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고수부님을 나오시게 해서 누우신 배 위에 걸터앉아 칼을 목에 겨누시며 “죽어도 나를 섬기겠느냐. 그 대업에 있어서 중도에 변개함이 없으렷다.” 다짐하셔서 “어지 변개함이 있사오리까.” 답을 들으시고, 반대로 상제님이 누우신 배 위에 고수부님이 걸터앉아 역시 칼을 들고서 “나를 일등으로 정하여 주시렵니까.” “일등수부로 정하리라.” “이 다짐은 변개함이 없어야 하오리다.” “대인의 말에는 천지가 쩡쩡 울려 나가나니, 오늘의 이 다짐은 털끝만치도 어김이 없으리라.” 이렇듯 엄중하게 서로 맹세를 주고받으셨지요. 또, 증산상제님께서는 ‘꼽았던 손가락이 펴지는 날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우리가 증산상제님과 고수부님을 만나면서 천하사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맹세했는데, 그 맹세 역시 천지부모님과 개인 사이에 엄중한 약속인 거지요. 이렇듯 평생을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지만, 사실 약속 당시의 열정이나 강도를 평생 변치 않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이 서로 약속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 약속은 추호도 변개함이 없어야 한다고 저희에게 다짐을 하십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나의 초심, 두 분을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의 결심, 천하사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한 약속을 변함없이 시종여일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느냐, 하는 것을 가을로 접어드는 백로인 오늘,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얼마 있으면 추석입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그전에 벌초도 하고 성묘를 하지요. 인류 역사의 면면한 이어짐을 생각하게 하는 전통 중 하나인 추석입니다. 세시풍속을 지내며, 우리는 이 환경, 이 나라를 잘 가꾸고 유지해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책임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기도 합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이번 백로 절기는 천하사에 대한 맹세를 돌아보며 우리의 다짐을 다시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디 증산신앙인들 모두가 천하사로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늘 천지부모님께 감사하면서도, 자꾸 나태해지려는 제 얘기를 한 번 해보았습니다.
신앙의 타성에 젖지 않기를, 늘 깨어있기를, 치열하기를, 기도합니다.
어떤 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려면 그 나라 국민들이 서로 간에 약속을 잘 지켜야 합니다. 약속 이행을 통해 계약에 신뢰를 확보하여, 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할동을 하는 것이지요. 문명인의 조건이 약속입니다. 동서양이 자신의 토양에 맞는 종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인류문명을 일으켜왔습니다. 인류문명의 완성이 태을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천지부모님을 모시고 태을도를 닦아 도제천하 의통성업의 천하사의 길을 가는 태을도인들은 누구보다도 앞장서 약속을 잘 지켜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