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투피’ 강화피정 참관기
최 화 웅
‘제투피’는 지난해 두 번째 제주도를 도보순례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10월 개천절 연휴를 틈타 2박3일 일정으로 강화피정을 떠났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도원의 야콘잎 수확을 돕는 일에 저희 부부도 참여했습니다. 아침 7시 떠날 채비를 서두를 때 대자 베드로로부터 전화가 울렸습니다. “대부님, 점심이 늦어질지 모르니 아침을 든든하게 들고 나오셔야겠습니다.” 9시 가까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대부님, 지하철 타셨죠? 어디십니까? 도착하시면 제가 짐을 받으러 나가겠습니다.” 함께 타오르는 사랑을 느꼈습니다.
부산역 대합실 창에는 아침햇살이 윤슬을 피운 바다가 눈부셨습니다. 본진 7명과 참관 부부 2명이 김미령 엘리사벳 반장의 인솔로 아침 9시 20분발 서울행 KTX 제 120열차에 올랐습니다. 가져온 곶감과 밤, 커피와 홍삼을 나누며 창밖으로 펼쳐진 가을들녘에 눈길을 주는 사이 기차는 신경주, 동대구, 대전을 거쳐 2시간 남짓 쉼 없이 달려 광명역에 닿았습니다. 온몸에 상냥한 웃음을 머금은 양희찬 아브라함이 마중을 나와 우리를 반겼습니다. 황금연휴에 인천아시안게임이 겹친 도로에는 쏟아져나온 나들이객들로 최악의 트래픽이 초지대교를 건너는데 4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참나리 내외분의 안내로 ‘강화보리밥’집에서 특식 강화도토리묵과 강화막걸리로 목을 추기며 즐거운 예비모임을 가졌습니다. 주인 내외분이 우리의 청으로 드럼과 기타를 치며 분위기를 띄우느라 라이너스의 연(鳶)을 소리높이 열창했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마음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한 점이 되어라. 한 점이 되어라.”라는 흥겨운 노래가 우리의 마음마저 가을을 품은 강화의 높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게 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제투피’의 강화피정은 코스모스와 맨드라미 등 갖가지 가을꽃이 꽃대궐을 이룬 ‘참나리 동시 동화나라’에 베이스캠프를 정하고 수도원 피정의 집과 참나리 동시 동화의 나라 별관 아파트를 오가며 지냈습니다. 피정은 오후 5시 미사에 이어 집안팎에서 야심찬 쉐프들이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미사 때 복사를 맡으신 참나리 선생님의 부군, 박상규 아우구스티노가 성체거양 때 슬그머니 일어나 현관에 매단 학교종을 치는 바람에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종소리에 우리 모두 놀라고 감탄했습니다.
밥상에 오른 진미의 주메뉴는 불고기와 생선회,그리고 참나리가 이번 피정을 위해 담근 맛깔스런 다섯 가지 김치 중에 첫 작품이 선을 보인 것입니다. 때마침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도보순례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한 유수일 미카엘과 이상숙 율리엣따 부부가 방문하는 바람에 두 개의 축하케이크가 상 위에 올라왔습니다. 하나는 제투피 피정을 축하하는 케이크였고 다른 하나는 산티아고 도보순례의 성공을 축하하는 케이크였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즐거운 여흥이 시작되자 돌아가면서 그동안 못 나눈 소식과 노래로 응답했습니다. 늦게 인천에서 올라온 사도 요한과 엘리사벳 부부가 과일을 한 아름 전했습니다. 여흥은 부부 중심이었습니다.
평소 과묵한 성품으로 말 대신 몸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말하는 티노가 사랑하는 아내 구경분 아우구스티나에게 노래를 하나 바치겠다고 벌떡 일어서자 시선이 집중되었습니다. 호소하듯 저음으로 시작한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은 깊어가는 가을밤, 우리에게 큰 울림이었습니다. 참나리 DJ의 도움말은 이러했습니다. 그 옛날 마음이 몹시 상해서 이제 헤어져야지 마음먹은 다음날 일어나보니 머리맡에 편지 한 통이 놓였드랍니다. 그 편짓글이 바로 조용필이 노래한 ‘바람이 전하는 말’가사였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읽어보니 괜찮아 갈등이 눈녹듯 풀어졌고 출근해서 옆자리 선생님께 보여주게 되었답니다. 그랬드니 그 선생님 피식 웃으며 “구선생님, 이 노랫말을 아직까지 모르세요?”하드랍니다. 바로 그 노래를 티노의 내심이려니 생각하고 화해하게 되었답니다. 그 노래를 다시 불러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티노는 38년 동안 제자들에게 글짓기를 통해 문집발간을 지도한 아내가 자랑스러웠고 그 일로 지난 2001년 한국일보사가 선정 시상한 제 20회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한 아내가 한없이 자랑스러웠다고 술회했습니다. 그만큼 그 상패를 소중히 여겨왔던 것입니다. 어느 날 티노가 작업실에 상패를 내다놓았드래요. 아내를 사랑하는 박상규 아우그스티노 형제님의 마음이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개만 돌보고 자기에게 무관심한 티노를 향해 ‘나는 바보다’라는 투정어린 항변의 글을 어느 모임에서 발표한 아내, 참나리에게 ‘그러나 나는 결코 개집에서 살지는 않습니다.’로 응수한 사나이 티노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니다. 티노의 순정이 피정기간 내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
첫날밤 자매들은 참나리동시 동화의 나라에서 형제들은 티노의 아파트에서 우리 부부는 수도원 ‘슈발리에관‘으로 나뉘어 보냈습니다. 다음날은 티노의 안내로 평화 전망대와 화문석 문화관, 그리고 고인돌과 서원초등학교의 천지송을 둘러보았습니다. 쑥냉면으로 점심을 한 자매들은 저녁준비를 하는 동안 형제들은 수도원에서 야콘잎을 따고 광성보까지 도보순례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미사가 끝난 뒤 울산 박수란 루시아가 보내온 한우를 구워 불고기파티를 하는 동안 비오 레지나부부의 하모니가 밤꽃처럼 피었습니다. 마지막 밤은 참나리 동시 동화의 나라와 아파트에서 지샜습니다.
사흩날 아침 티노는 복사를 담당한 공소 미사에 가고 나머지 일행은 수도원 경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일행은 착한 목자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다음 신부님은 사비노 실비아 부부가 맡긴 격려편지와 금일봉을 베드로에게 전달했으며 이준달 분도 수사님이 ‘내 마음의 천주’를 오카리나로 연주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발다살 신부님께서 예수성심소도회 묵주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점심은 김포 생선구이를 나누고 떠날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티노는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습니다. 공소 뒷산에서 주운 산밤을 한봉지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와 우리 부부는 내년 4월 바다가 물맑은 봄에 참나리 티노부부를 부산으로 초청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브라함 레지나부부의 라이드로 광명역으로 나온 일행이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토마스 비비안나 부부의 사위 정용진 아킬레오와 딸 최재형 소피아부부가 서울에서 달려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아킬레오와 소피아의 결혼 1주년이 5일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즉석에서 축하케이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아킬레오는 강동성심병원에서 소피아는 아산병원에서 레지던트 4년차 수련의들입니다.
‘제투피’의 2박 3일 강화피정에는 발다살 신부님을 비롯한 아우구스티나, 엘리사벳, 토마스, 아브라함, 베드로부부와 임 세례자 요한 등 ‘제투피’회원 12명과 답사팀 비오 엘리사벳부부, 제1기 미카엘 율리엣따부부와 강 엘리사벳 사도요한부부, 그리고 초청손님 비오 레지나부부까지 모두 20명이 한데 어울려 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참나리 선생님의 풍성하고 손 큰 준비가 부족함이 없는 넉넉함으로 사랑이 넘쳤습니다. 부산으로 돌아온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밤하늘에서 아름다운 강화의 황금들녁이 물결치는 정경이 펼쳐졌습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행복했습니다.
“예수성심은 온 세상에서 사랑을 받으소서”
첫댓글 국장님, 2빅 3일의 긴 여정으로 피곤하시지요? 저는 하는 것도 없이 즐겁게 놀다가 왔는데도 하루종일 헤롱헤롱하고 있습니다. 피곤하심이 글자 오타로 나타나고 있어 괜시리 웃음이 납니다. 어제 제가 받아 가져온 삶은 밤을 혼자 까 먹으며,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또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김미령 엘리사벳입니다. 건강하세요.
미안합니다.
바로 잡았습니다.^^*
선생님! 강화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만드셨네요.
저희는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안면도에 다녀왔습니다.
가을정경을 배경으로 재충전한 힐링여행이었습니다.
날마다 상쾌한 날 되세요. ^^*
참관기 잘 보고 갑니다. 그리움님 건강 때문에 속으로 많이 걱정을 했었습니다만 끝까지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시어 감사했습니다. 소박한 제 사는 모습이 여러분들을 기쁘게 하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어느 누가 오시어도 더도 덜도 아닌 그런 대접을 합니다만 한 번 오신분들은 두번 다시 오시고 싶어하시니 그게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참관기 읽으면서 복기하듯이 2박3일의 강화의 행복한 추억이 선명하고 한땀한땀 수놓아지는 듯 쓰신 글 감사합니다.
피곤하실텐데도 아침 일찍 전화하시어 사위와 딸의 이름을 물으시는 기자 정신에 놀랐습니다. 피정 기간 동안 때와 장소에 맞춰 카리스마와 온정을 갖춘 입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토마스가 마티스로 바뀌어서 화가로 착각하게 되네요.^^* 쵀도 최로 바껴야..~^^
아름다운 엘사 님과 함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피정도 다녀오시고 딸과
사위도 만나 결혼 1주년
기념케익도 자르고 이모저모 뜻깊은 피정이었네요^^
단아한 모습의 따님과 훤칠한 사위모습이 어제 본듯 눈에 선합니다^^
그렇군요.
저의 실수였습니다.
미안합니다. 토마스씨로부터 카톡으로 수빅 사진이 왔습니다.^^*
우리 마음의 영성 카페에는 좋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좋은 소식 나누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에 아름다운 피정을 다녀오셨군요. 국장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고 오셨음을 축하드립니다.
덩달아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합니다..^^*
좋은 분들과 행복한 교감~
추억의 한페이지에 강화 가을여행이 자리잡으셨네요.^^
지나 간 것은 항상 그리운 법인가 보옵니다.벌써 그리워집니다. 함께 한 시간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오늘도 내일이 되면 과거가 된다는 것에~건강 잘 챙겨주시고 언제나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빌어 봅니다.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희 부부는 얼결에 참석해서 좋으신 분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꿈꾼 추억 같이 느껴지는것이.
환절기에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