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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3종, 시 1종, 동화 1종, 사회 1종, 과학 2종, 예술 1종, 소설 5종, 모두 14종입니다.
로보베이비
데이비드 위즈너 글, 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2020.9.15|44쪽|13,500원|그림책|6~7세
이 책은 로봇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아빠가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이름은 플랜지, 캐소드의 동생이다. 꼼꼼한 포장에 무려 126kg이나 나가는 우량아 로봇이다. 엄마와 아빠는 캐소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공구를 가지고 하나씩 조립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니 삼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지만 삼촌은 제멋대로 만든다. “부우우우우웅!” 갑작스런 오작동에 아기는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른들은 아기를 잡기 위해 정신이 없다. 캐소드는 반려로봇 스프로킷에게 플랜지를 잡으라고 소리치고 어른들도 정신없이 쫓아다닌다. 모두가 나간 틈을 타 캐소드는 플랜지를 혼자 조립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올까? 집에 온 또 다른 상자를 보면서 한숨과 웃음이 함께 나온다.
고정 관념을 깨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분할한 화면으로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이은숙)
털털한 아롱이
문명예 글, 그림
책읽는곰|2020.10.15|36쪽|13,000원|그림책|6~7세
강아지 아롱이는 털이 많고 엄청나게 빠지기도 한다. 아롱이가 귀를 긁으니 온 집안에 털이 풀풀 날리고 그 옆에서 아이는 누워서 동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자 추위에 떨던 새들이 아롱이네 집에 둥지를 틀었다. 숲속에 털이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대에 부푼 동물들이 줄지어 몰려간다. 배낭을 멘 곰은 캐리어까지 챙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꽃다발을 안고 있다.
아롱이네 집에 도착한 동물들은 진짜 털집이라며 아롱이를 털왕으로 떠받든다. 아롱이는 기뻐서 온몸을 부르르 털자 털이 나부낀다. 아롱이를 따라 아이와 동물들도 “얄랑얄랑 털털털 욜랑욜랑 털털털”하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색색의 털들이 집안에 가득 날아다닌다. 털바다라며 헤엄을 치고 털동산에서는 굴러다니며 털 많이 붙이기 시합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 지쳐 털북숭이가 되어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털 하나가 쓱 빠져나가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김현정)
달 밝은 밤
전미화 글, 그림
창비|2020.10.5|48쪽|그림책|13세부터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엄마는 한숨만 쉴 뿐 무기력하다. 아이는 엄마대신 비틀거리는 아빠를 부축한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잔다. 아이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엄마가 떠나던 날도 달만이 아이를 비춰준다. 아무한테도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홀로 달 밝은 밤을 보내며 달과 친구가 된다.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아이의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간결한 글과 그림, 굵고 딱딱한 글씨체가 아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달은 아이를 홀로 서도록 내몬 현실에 온기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란 달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이의 다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말과 이어진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울림 깊은 말이다.(김미경)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
창비교육│2020.8.7│182쪽│8,500원│시│13세부터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이 학창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 불편함을 의연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시집에 담았다. 오늘도 번호를 잘 못 봐서 학교 가는 버스를 잘 못 탔다. 이런 날이면 막막하고 울적 해져 몇 정거장 지나 내리곤 해 매번 지각한다. 그때 나타난 친구 연서, “야 너 이 버스 왜 탄 거야? / 너 타는 거 보고 따라 탔는데” 타박을 한다. “전에도 말했지 나 진짜 눈 나쁘다고” 하소연 하며, 그날은 연서에게 붙들려 첫 정거장에서 내리게 됐다. 엄마가 신학기 진학 상담을 하러 온 날. 당신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눈도 나빠서 절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담임의 말에 “부족한 아이 잘 가르쳐서 / 희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 선생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엄마의 깡”으로 응수 했단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깡’ 있는 엄마,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서로 북돋으며 성장하는 끈끈한 형제애, 저시력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속 깊은 친구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시인을 마주하게 된다.(김미)
내 가방 속 하트
주미경 동화집|애슝 그림
창비|2020.8.21|160쪽|10,800원|우리 동화|12~13세
일곱 편의 동화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아용이는 축구를 잘하는 고수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고수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망설인다. 하지만 고수와 운동을 하고 고수를 위해 응원의 하트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그 하트를 꺼내지 못해도 괜찮다. <춤 신의 운동화>에서 장호는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순간 춤 신이라 불리는 아이의 운동화를 훔친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 언니를 잃은 나진이는 언니가 남긴 보랏빛 후드 티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며 언니의 부재와 똑바로 마주 선다. 일곱 편의 단편마다 아이들은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혹은 지키고 싶은 마음, 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이겨내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 준다.(신민경)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2020.7.12|264쪽|14,000원|사회 일반|16세부터
‘잘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10가지를 꼽아 저명한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해왔는가를 살펴본다.
1부 유럽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철학, 베이컨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 칸트와 헤겔의 철학적 고투를 소개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야기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볼 만한 사유들을 담고 있다. 2부 아시아 철학에서는 붓다와 노자의 ‘무아와 무위’의 철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참다운 길’을 가르친 공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으로 안내한다. 3부 현대철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 루소부터 자유주의, 노동, 실존주의 철학을 살피고,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공론장’을 주장한 하버마스와 ‘감성 해방과 새로운 세상’을 주장한 마르쿠제까지 다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 철학을 두루 짚으며,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임정희)
고래 : 거대한 포유류의 비밀스런 바다살이
미아 카사니 글|레나 오르테가 그림|김현우 옮김
그레이트BOOKS|2020.10.12|48쪽|17,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는 코끼리 36마리를 합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다 포유류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고대 고래 형태는 개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꼬리가 길었다. 발가락이 있는 네 다리는 어떻게 지금의 지느러미로 진화했는지 콧구멍은 숨구멍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비교하기 쉽게 양면으로 나누어서 전체 모습을 화면 가득 보여 주고 차이 나는 부분은 따로 확대해서 비교 설명한다. 전체에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으로 옮겨가고 다시 통합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바다로 가는 회유로를 세계 지도에 표시해줘서 얼마나 길고 힘든 여정인지 느낄 수 있다. 먹이를 잡아먹으려다 생긴 상처까지 표현할 정도로 세세하면서도 때론 웅장한 그림은 거대한 고래 느낌을 잘 살려냈다.(윤조온)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2020.7.20|60쪽|15,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남극의 펭귄이 녹물로 붉게 물든 낭떠러지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남극의 펭귄에게 닥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펭귄과 남극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들의 천적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다. 사람이 남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남극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지에서 버리고 간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눈 밑에 숨어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펭귄을 막아서는 것은 부서진 철근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이다. 귀소 본능이 강한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로 올라가다가 하얀 배가 철근 끝에 찔려 새빨간 피가 흐른다. 또 다른 펭귄은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낀 채 살아간다. 고래의 배를 뚫던 포경선이 남극의 자연을 뚫는 쓰레기가 되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이건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정해졌다. 남극이라 믿어지지 않는 사진이 주는 현장감이 충격적이다. 당장 펭귄 발아래 날카로운 철근 더미를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이양미)
키스 해링의 낙서장-모두를 위한 예술가
매슈 버제스 글|조시 코크런 그림|송예슬 옮김
스푼북|2020.9.8|64쪽|15,000원|예술|10~11세
짧지만 강렬했던 키스 해링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 그림책이다. 키스는 어렸을 때 아빠와 자주 그림을 그렸다. 고교 졸업 후 상업 미술을 배우다가 그만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고민한다.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뉴욕의 지하철역 검은색 빈 광고판에 흰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생 50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등 그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들이 티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바지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키스는 언제든지 그려주었다. 문맹 퇴치, 핵무기폐기, 에이즈 예방과 차별 방지 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부했다. 작가는 키스 해링 삶과 작품의 특징을 큰 판형에 잘 드러내 감상하기 좋다. 키스는 성소수자이며 에이즈로 31세에 생을 마감해 그의 활동을 더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만든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이선내)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글|김아영 옮김
리듬문고|2020.9.21|368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시게는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동생 둘,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할머니의 호텔로 이사한다. 이전 학교에서, 시게는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게이 같은 운동이나 하는 걸 보니 게이’라는 놀림을 당해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둔 적이 있다. 60일 뒤 가게 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기 위해 시게는 인기를 얻는 방법을 궁리한다. 앞머리로 사시인 한쪽 눈을 늘 가리는 시게에게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시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명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반려견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인라인을 끌게 하던 시게는 남의 집 화단에 넘어진다. 이 모습을 그 집 아이 유노가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화가 난 시게는 유노네 집 정원 도깨비를 집으로 가져온다. 이후 시게와 유노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다양한 캐릭터와 유머를 보는 재미가 있다.(이선희)
다리 위 우리 집
패드마 벤카트리만 글|김혜진 옮김
천개의바람|2020.6.22|296쪽|13,000원|소설|13세부터
11살 소녀 비지는 파르바티 선생님이 주신 책 한 권과 200루피가 든 돈주머니를 들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온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언니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 비지에게 세상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간혹 바나나 잎에 싼 바다이를 주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없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버린다. 다행히 폐허가 된 다리 위에서 우정을 나눌 무투와 아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방수포로 만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붕이 없어 예쁜 별을 최고로 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네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혹한 삶과 맞서 나간다. 이 작품은 인도 아이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집이 없는 아이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이른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지 곱씹게 된다.(이선영)
우주의 집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글
사계절|2020.7.14|176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우주의 집>의 서우주는 우주에서 태어나 달 기지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우주는 모든 말과 행동, 신체 발달 상황과 생리 활동까지 관찰되고 기록되는 생활이 유쾌하지 않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찾던 인력 비행장에서 우주는 자신처럼 전용 날개를 갖고 비행 연습을 하는 에데르를 보게 된다. 우주는 속으로 에데르를 경쟁자로 여기고 인력 비행을 하던 중 에데르와 부딪히는 사고를 계기로 에데르와 친구가 된다. 우주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에데르가 달기지에 와 인력 비행 연습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우주 최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 평생을 17세로 살 수 있는 실험 도시 이야기, 일본군 희생자와 탈북민의 이야기를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던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SF의 옷을 입혀 매력을 뽐내고 있다.(정인복)
곰의 부탁
진형민 글
문학동네|2020.7.27|192쪽|11,500원|소설|16세부터
작가의 미발표작 4편과 발표작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조금은 불안해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곰의 부탁>의 ‘나’는 ‘곰’을 따라 연극 동아리에 간다. 공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곰은 로미오를 ‘양’은 머큐시오 역을 맡는다. 그 뒤 학교에서는 곰과 양이 손을 잡고 다닌다는 등 둘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곰이 양을 좋아한다고 해서 평소 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곰의 부탁으로 양과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한다. <언니네 집>의 ‘나’는 방학 특강을 이유로 언니네 집으로 온다. 언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언니를 도우며 방학을 보내면서 함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을 나눈다, <그 뒤의 인터뷰>의 친구들은 정현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현이 배달 사고로 친구들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현이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로 정현이를 각자 다르게 추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배현영)
돼지들
클레망틴 보베 글|손윤지 옮김
천개의바람|2020.8.28|360쪽|13,000원|소설|16세부터
미레유와 말로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로는 2년 전부터 페이스북 투표를 통해 뚱뚱하고 못생겼고 가장 돼지스러운 소녀를 ‘올해의 돼지’로 선정한다. 말로는 ‘올해의 돼지’가 치열한 접전 끝에 선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동메달에 그친 미레유를 위로하는 척 조롱한다. 미레유는 그런 말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선발된 다른 돼지들 아스트리드, 하키마와 함께 대단한 여행을 계획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리. 파리로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호자로 자청하고 나선 하키마의 오빠 카데르와 함께 자전거에 푸드 트럭을 매달고 소시지를 팔면서 파리로 향한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해의 돼지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씩씩하다. 파리로 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꿈을 꾼다.(배현영)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3종, 시 1종, 동화 1종, 사회 1종, 과학 2종, 예술 1종, 소설 5종, 모두 14종입니다.
로보베이비
데이비드 위즈너 글, 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2020.9.15|44쪽|13,500원|그림책|6~7세
이 책은 로봇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아빠가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이름은 플랜지, 캐소드의 동생이다. 꼼꼼한 포장에 무려 126kg이나 나가는 우량아 로봇이다. 엄마와 아빠는 캐소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공구를 가지고 하나씩 조립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니 삼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지만 삼촌은 제멋대로 만든다. “부우우우우웅!” 갑작스런 오작동에 아기는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른들은 아기를 잡기 위해 정신이 없다. 캐소드는 반려로봇 스프로킷에게 플랜지를 잡으라고 소리치고 어른들도 정신없이 쫓아다닌다. 모두가 나간 틈을 타 캐소드는 플랜지를 혼자 조립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올까? 집에 온 또 다른 상자를 보면서 한숨과 웃음이 함께 나온다.
고정 관념을 깨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분할한 화면으로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이은숙)
털털한 아롱이
문명예 글, 그림
책읽는곰|2020.10.15|36쪽|13,000원|그림책|6~7세
강아지 아롱이는 털이 많고 엄청나게 빠지기도 한다. 아롱이가 귀를 긁으니 온 집안에 털이 풀풀 날리고 그 옆에서 아이는 누워서 동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자 추위에 떨던 새들이 아롱이네 집에 둥지를 틀었다. 숲속에 털이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대에 부푼 동물들이 줄지어 몰려간다. 배낭을 멘 곰은 캐리어까지 챙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꽃다발을 안고 있다.
아롱이네 집에 도착한 동물들은 진짜 털집이라며 아롱이를 털왕으로 떠받든다. 아롱이는 기뻐서 온몸을 부르르 털자 털이 나부낀다. 아롱이를 따라 아이와 동물들도 “얄랑얄랑 털털털 욜랑욜랑 털털털”하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색색의 털들이 집안에 가득 날아다닌다. 털바다라며 헤엄을 치고 털동산에서는 굴러다니며 털 많이 붙이기 시합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 지쳐 털북숭이가 되어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털 하나가 쓱 빠져나가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김현정)
달 밝은 밤
전미화 글, 그림
창비|2020.10.5|48쪽|그림책|13세부터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엄마는 한숨만 쉴 뿐 무기력하다. 아이는 엄마대신 비틀거리는 아빠를 부축한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잔다. 아이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엄마가 떠나던 날도 달만이 아이를 비춰준다. 아무한테도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홀로 달 밝은 밤을 보내며 달과 친구가 된다.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아이의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간결한 글과 그림, 굵고 딱딱한 글씨체가 아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달은 아이를 홀로 서도록 내몬 현실에 온기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란 달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이의 다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말과 이어진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울림 깊은 말이다.(김미경)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
창비교육│2020.8.7│182쪽│8,500원│시│13세부터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이 학창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 불편함을 의연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시집에 담았다. 오늘도 번호를 잘 못 봐서 학교 가는 버스를 잘 못 탔다. 이런 날이면 막막하고 울적 해져 몇 정거장 지나 내리곤 해 매번 지각한다. 그때 나타난 친구 연서, “야 너 이 버스 왜 탄 거야? / 너 타는 거 보고 따라 탔는데” 타박을 한다. “전에도 말했지 나 진짜 눈 나쁘다고” 하소연 하며, 그날은 연서에게 붙들려 첫 정거장에서 내리게 됐다. 엄마가 신학기 진학 상담을 하러 온 날. 당신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눈도 나빠서 절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담임의 말에 “부족한 아이 잘 가르쳐서 / 희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 선생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엄마의 깡”으로 응수 했단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깡’ 있는 엄마,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서로 북돋으며 성장하는 끈끈한 형제애, 저시력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속 깊은 친구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시인을 마주하게 된다.(김미)
내 가방 속 하트
주미경 동화집|애슝 그림
창비|2020.8.21|160쪽|10,800원|우리 동화|12~13세
일곱 편의 동화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아용이는 축구를 잘하는 고수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고수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망설인다. 하지만 고수와 운동을 하고 고수를 위해 응원의 하트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그 하트를 꺼내지 못해도 괜찮다. <춤 신의 운동화>에서 장호는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순간 춤 신이라 불리는 아이의 운동화를 훔친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 언니를 잃은 나진이는 언니가 남긴 보랏빛 후드 티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며 언니의 부재와 똑바로 마주 선다. 일곱 편의 단편마다 아이들은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혹은 지키고 싶은 마음, 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이겨내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 준다.(신민경)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2020.7.12|264쪽|14,000원|사회 일반|16세부터
‘잘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10가지를 꼽아 저명한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해왔는가를 살펴본다.
1부 유럽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철학, 베이컨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 칸트와 헤겔의 철학적 고투를 소개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야기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볼 만한 사유들을 담고 있다. 2부 아시아 철학에서는 붓다와 노자의 ‘무아와 무위’의 철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참다운 길’을 가르친 공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으로 안내한다. 3부 현대철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 루소부터 자유주의, 노동, 실존주의 철학을 살피고,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공론장’을 주장한 하버마스와 ‘감성 해방과 새로운 세상’을 주장한 마르쿠제까지 다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 철학을 두루 짚으며,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임정희)
고래 : 거대한 포유류의 비밀스런 바다살이
미아 카사니 글|레나 오르테가 그림|김현우 옮김
그레이트BOOKS|2020.10.12|48쪽|17,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는 코끼리 36마리를 합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다 포유류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고대 고래 형태는 개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꼬리가 길었다. 발가락이 있는 네 다리는 어떻게 지금의 지느러미로 진화했는지 콧구멍은 숨구멍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비교하기 쉽게 양면으로 나누어서 전체 모습을 화면 가득 보여 주고 차이 나는 부분은 따로 확대해서 비교 설명한다. 전체에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으로 옮겨가고 다시 통합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바다로 가는 회유로를 세계 지도에 표시해줘서 얼마나 길고 힘든 여정인지 느낄 수 있다. 먹이를 잡아먹으려다 생긴 상처까지 표현할 정도로 세세하면서도 때론 웅장한 그림은 거대한 고래 느낌을 잘 살려냈다.(윤조온)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2020.7.20|60쪽|15,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남극의 펭귄이 녹물로 붉게 물든 낭떠러지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남극의 펭귄에게 닥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펭귄과 남극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들의 천적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다. 사람이 남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남극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지에서 버리고 간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눈 밑에 숨어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펭귄을 막아서는 것은 부서진 철근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이다. 귀소 본능이 강한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로 올라가다가 하얀 배가 철근 끝에 찔려 새빨간 피가 흐른다. 또 다른 펭귄은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낀 채 살아간다. 고래의 배를 뚫던 포경선이 남극의 자연을 뚫는 쓰레기가 되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이건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정해졌다. 남극이라 믿어지지 않는 사진이 주는 현장감이 충격적이다. 당장 펭귄 발아래 날카로운 철근 더미를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이양미)
키스 해링의 낙서장-모두를 위한 예술가
매슈 버제스 글|조시 코크런 그림|송예슬 옮김
스푼북|2020.9.8|64쪽|15,000원|예술|10~11세
짧지만 강렬했던 키스 해링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 그림책이다. 키스는 어렸을 때 아빠와 자주 그림을 그렸다. 고교 졸업 후 상업 미술을 배우다가 그만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고민한다.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뉴욕의 지하철역 검은색 빈 광고판에 흰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생 50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등 그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들이 티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바지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키스는 언제든지 그려주었다. 문맹 퇴치, 핵무기폐기, 에이즈 예방과 차별 방지 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부했다. 작가는 키스 해링 삶과 작품의 특징을 큰 판형에 잘 드러내 감상하기 좋다. 키스는 성소수자이며 에이즈로 31세에 생을 마감해 그의 활동을 더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만든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이선내)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글|김아영 옮김
리듬문고|2020.9.21|368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시게는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동생 둘,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할머니의 호텔로 이사한다. 이전 학교에서, 시게는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게이 같은 운동이나 하는 걸 보니 게이’라는 놀림을 당해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둔 적이 있다. 60일 뒤 가게 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기 위해 시게는 인기를 얻는 방법을 궁리한다. 앞머리로 사시인 한쪽 눈을 늘 가리는 시게에게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시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명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반려견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인라인을 끌게 하던 시게는 남의 집 화단에 넘어진다. 이 모습을 그 집 아이 유노가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화가 난 시게는 유노네 집 정원 도깨비를 집으로 가져온다. 이후 시게와 유노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다양한 캐릭터와 유머를 보는 재미가 있다.(이선희)
다리 위 우리 집
패드마 벤카트리만 글|김혜진 옮김
천개의바람|2020.6.22|296쪽|13,000원|소설|13세부터
11살 소녀 비지는 파르바티 선생님이 주신 책 한 권과 200루피가 든 돈주머니를 들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온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언니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 비지에게 세상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간혹 바나나 잎에 싼 바다이를 주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없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버린다. 다행히 폐허가 된 다리 위에서 우정을 나눌 무투와 아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방수포로 만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붕이 없어 예쁜 별을 최고로 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네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혹한 삶과 맞서 나간다. 이 작품은 인도 아이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집이 없는 아이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이른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지 곱씹게 된다.(이선영)
우주의 집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글
사계절|2020.7.14|176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우주의 집>의 서우주는 우주에서 태어나 달 기지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우주는 모든 말과 행동, 신체 발달 상황과 생리 활동까지 관찰되고 기록되는 생활이 유쾌하지 않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찾던 인력 비행장에서 우주는 자신처럼 전용 날개를 갖고 비행 연습을 하는 에데르를 보게 된다. 우주는 속으로 에데르를 경쟁자로 여기고 인력 비행을 하던 중 에데르와 부딪히는 사고를 계기로 에데르와 친구가 된다. 우주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에데르가 달기지에 와 인력 비행 연습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우주 최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 평생을 17세로 살 수 있는 실험 도시 이야기, 일본군 희생자와 탈북민의 이야기를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던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SF의 옷을 입혀 매력을 뽐내고 있다.(정인복)
곰의 부탁
진형민 글
문학동네|2020.7.27|192쪽|11,500원|소설|16세부터
작가의 미발표작 4편과 발표작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조금은 불안해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곰의 부탁>의 ‘나’는 ‘곰’을 따라 연극 동아리에 간다. 공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곰은 로미오를 ‘양’은 머큐시오 역을 맡는다. 그 뒤 학교에서는 곰과 양이 손을 잡고 다닌다는 등 둘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곰이 양을 좋아한다고 해서 평소 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곰의 부탁으로 양과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한다. <언니네 집>의 ‘나’는 방학 특강을 이유로 언니네 집으로 온다. 언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언니를 도우며 방학을 보내면서 함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을 나눈다, <그 뒤의 인터뷰>의 친구들은 정현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현이 배달 사고로 친구들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현이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로 정현이를 각자 다르게 추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배현영)
돼지들
클레망틴 보베 글|손윤지 옮김
천개의바람|2020.8.28|360쪽|13,000원|소설|16세부터
미레유와 말로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로는 2년 전부터 페이스북 투표를 통해 뚱뚱하고 못생겼고 가장 돼지스러운 소녀를 ‘올해의 돼지’로 선정한다. 말로는 ‘올해의 돼지’가 치열한 접전 끝에 선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동메달에 그친 미레유를 위로하는 척 조롱한다. 미레유는 그런 말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선발된 다른 돼지들 아스트리드, 하키마와 함께 대단한 여행을 계획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리. 파리로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호자로 자청하고 나선 하키마의 오빠 카데르와 함께 자전거에 푸드 트럭을 매달고 소시지를 팔면서 파리로 향한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해의 돼지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씩씩하다. 파리로 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꿈을 꾼다.(배현영)
로보베이비
데이비드 위즈너 글, 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2020.9.15|44쪽|13,500원|그림책|6~7세
이 책은 로봇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아빠가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이름은 플랜지, 캐소드의 동생이다. 꼼꼼한 포장에 무려 126kg이나 나가는 우량아 로봇이다. 엄마와 아빠는 캐소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공구를 가지고 하나씩 조립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니 삼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지만 삼촌은 제멋대로 만든다. “부우우우우웅!” 갑작스런 오작동에 아기는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른들은 아기를 잡기 위해 정신이 없다. 캐소드는 반려로봇 스프로킷에게 플랜지를 잡으라고 소리치고 어른들도 정신없이 쫓아다닌다. 모두가 나간 틈을 타 캐소드는 플랜지를 혼자 조립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올까? 집에 온 또 다른 상자를 보면서 한숨과 웃음이 함께 나온다.
고정 관념을 깨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분할한 화면으로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이은숙)
털털한 아롱이
문명예 글, 그림
책읽는곰|2020.10.15|36쪽|13,000원|그림책|6~7세
강아지 아롱이는 털이 많고 엄청나게 빠지기도 한다. 아롱이가 귀를 긁으니 온 집안에 털이 풀풀 날리고 그 옆에서 아이는 누워서 동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자 추위에 떨던 새들이 아롱이네 집에 둥지를 틀었다. 숲속에 털이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대에 부푼 동물들이 줄지어 몰려간다. 배낭을 멘 곰은 캐리어까지 챙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꽃다발을 안고 있다.
아롱이네 집에 도착한 동물들은 진짜 털집이라며 아롱이를 털왕으로 떠받든다. 아롱이는 기뻐서 온몸을 부르르 털자 털이 나부낀다. 아롱이를 따라 아이와 동물들도 “얄랑얄랑 털털털 욜랑욜랑 털털털”하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색색의 털들이 집안에 가득 날아다닌다. 털바다라며 헤엄을 치고 털동산에서는 굴러다니며 털 많이 붙이기 시합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 지쳐 털북숭이가 되어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털 하나가 쓱 빠져나가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김현정)
달 밝은 밤
전미화 글, 그림
창비|2020.10.5|48쪽|그림책|13세부터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엄마는 한숨만 쉴 뿐 무기력하다. 아이는 엄마대신 비틀거리는 아빠를 부축한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잔다. 아이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엄마가 떠나던 날도 달만이 아이를 비춰준다. 아무한테도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홀로 달 밝은 밤을 보내며 달과 친구가 된다.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아이의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간결한 글과 그림, 굵고 딱딱한 글씨체가 아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달은 아이를 홀로 서도록 내몬 현실에 온기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란 달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이의 다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말과 이어진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울림 깊은 말이다.(김미경)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
창비교육│2020.8.7│182쪽│8,500원│시│13세부터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이 학창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 불편함을 의연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시집에 담았다. 오늘도 번호를 잘 못 봐서 학교 가는 버스를 잘 못 탔다. 이런 날이면 막막하고 울적 해져 몇 정거장 지나 내리곤 해 매번 지각한다. 그때 나타난 친구 연서, “야 너 이 버스 왜 탄 거야? / 너 타는 거 보고 따라 탔는데” 타박을 한다. “전에도 말했지 나 진짜 눈 나쁘다고” 하소연 하며, 그날은 연서에게 붙들려 첫 정거장에서 내리게 됐다. 엄마가 신학기 진학 상담을 하러 온 날. 당신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눈도 나빠서 절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담임의 말에 “부족한 아이 잘 가르쳐서 / 희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 선생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엄마의 깡”으로 응수 했단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깡’ 있는 엄마,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서로 북돋으며 성장하는 끈끈한 형제애, 저시력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속 깊은 친구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시인을 마주하게 된다.(김미)
내 가방 속 하트
주미경 동화집|애슝 그림
창비|2020.8.21|160쪽|10,800원|우리 동화|12~13세
일곱 편의 동화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아용이는 축구를 잘하는 고수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고수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망설인다. 하지만 고수와 운동을 하고 고수를 위해 응원의 하트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그 하트를 꺼내지 못해도 괜찮다. <춤 신의 운동화>에서 장호는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순간 춤 신이라 불리는 아이의 운동화를 훔친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 언니를 잃은 나진이는 언니가 남긴 보랏빛 후드 티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며 언니의 부재와 똑바로 마주 선다. 일곱 편의 단편마다 아이들은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혹은 지키고 싶은 마음, 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이겨내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 준다.(신민경)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2020.7.12|264쪽|14,000원|사회 일반|16세부터
‘잘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10가지를 꼽아 저명한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해왔는가를 살펴본다.
1부 유럽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철학, 베이컨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 칸트와 헤겔의 철학적 고투를 소개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야기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볼 만한 사유들을 담고 있다. 2부 아시아 철학에서는 붓다와 노자의 ‘무아와 무위’의 철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참다운 길’을 가르친 공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으로 안내한다. 3부 현대철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 루소부터 자유주의, 노동, 실존주의 철학을 살피고,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공론장’을 주장한 하버마스와 ‘감성 해방과 새로운 세상’을 주장한 마르쿠제까지 다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 철학을 두루 짚으며,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임정희)
고래 : 거대한 포유류의 비밀스런 바다살이
미아 카사니 글|레나 오르테가 그림|김현우 옮김
그레이트BOOKS|2020.10.12|48쪽|17,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는 코끼리 36마리를 합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다 포유류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고대 고래 형태는 개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꼬리가 길었다. 발가락이 있는 네 다리는 어떻게 지금의 지느러미로 진화했는지 콧구멍은 숨구멍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비교하기 쉽게 양면으로 나누어서 전체 모습을 화면 가득 보여 주고 차이 나는 부분은 따로 확대해서 비교 설명한다. 전체에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으로 옮겨가고 다시 통합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바다로 가는 회유로를 세계 지도에 표시해줘서 얼마나 길고 힘든 여정인지 느낄 수 있다. 먹이를 잡아먹으려다 생긴 상처까지 표현할 정도로 세세하면서도 때론 웅장한 그림은 거대한 고래 느낌을 잘 살려냈다.(윤조온)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2020.7.20|60쪽|15,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남극의 펭귄이 녹물로 붉게 물든 낭떠러지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남극의 펭귄에게 닥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펭귄과 남극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들의 천적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다. 사람이 남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남극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지에서 버리고 간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눈 밑에 숨어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펭귄을 막아서는 것은 부서진 철근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이다. 귀소 본능이 강한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로 올라가다가 하얀 배가 철근 끝에 찔려 새빨간 피가 흐른다. 또 다른 펭귄은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낀 채 살아간다. 고래의 배를 뚫던 포경선이 남극의 자연을 뚫는 쓰레기가 되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이건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정해졌다. 남극이라 믿어지지 않는 사진이 주는 현장감이 충격적이다. 당장 펭귄 발아래 날카로운 철근 더미를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이양미)
키스 해링의 낙서장-모두를 위한 예술가
매슈 버제스 글|조시 코크런 그림|송예슬 옮김
스푼북|2020.9.8|64쪽|15,000원|예술|10~11세
짧지만 강렬했던 키스 해링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 그림책이다. 키스는 어렸을 때 아빠와 자주 그림을 그렸다. 고교 졸업 후 상업 미술을 배우다가 그만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고민한다.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뉴욕의 지하철역 검은색 빈 광고판에 흰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생 50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등 그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들이 티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바지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키스는 언제든지 그려주었다. 문맹 퇴치, 핵무기폐기, 에이즈 예방과 차별 방지 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부했다. 작가는 키스 해링 삶과 작품의 특징을 큰 판형에 잘 드러내 감상하기 좋다. 키스는 성소수자이며 에이즈로 31세에 생을 마감해 그의 활동을 더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만든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이선내)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글|김아영 옮김
리듬문고|2020.9.21|368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시게는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동생 둘,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할머니의 호텔로 이사한다. 이전 학교에서, 시게는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게이 같은 운동이나 하는 걸 보니 게이’라는 놀림을 당해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둔 적이 있다. 60일 뒤 가게 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기 위해 시게는 인기를 얻는 방법을 궁리한다. 앞머리로 사시인 한쪽 눈을 늘 가리는 시게에게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시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명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반려견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인라인을 끌게 하던 시게는 남의 집 화단에 넘어진다. 이 모습을 그 집 아이 유노가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화가 난 시게는 유노네 집 정원 도깨비를 집으로 가져온다. 이후 시게와 유노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다양한 캐릭터와 유머를 보는 재미가 있다.(이선희)
다리 위 우리 집
패드마 벤카트리만 글|김혜진 옮김
천개의바람|2020.6.22|296쪽|13,000원|소설|13세부터
11살 소녀 비지는 파르바티 선생님이 주신 책 한 권과 200루피가 든 돈주머니를 들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온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언니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 비지에게 세상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간혹 바나나 잎에 싼 바다이를 주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없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버린다. 다행히 폐허가 된 다리 위에서 우정을 나눌 무투와 아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방수포로 만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붕이 없어 예쁜 별을 최고로 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네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혹한 삶과 맞서 나간다. 이 작품은 인도 아이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집이 없는 아이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이른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지 곱씹게 된다.(이선영)
우주의 집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글
사계절|2020.7.14|176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우주의 집>의 서우주는 우주에서 태어나 달 기지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우주는 모든 말과 행동, 신체 발달 상황과 생리 활동까지 관찰되고 기록되는 생활이 유쾌하지 않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찾던 인력 비행장에서 우주는 자신처럼 전용 날개를 갖고 비행 연습을 하는 에데르를 보게 된다. 우주는 속으로 에데르를 경쟁자로 여기고 인력 비행을 하던 중 에데르와 부딪히는 사고를 계기로 에데르와 친구가 된다. 우주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에데르가 달기지에 와 인력 비행 연습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우주 최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 평생을 17세로 살 수 있는 실험 도시 이야기, 일본군 희생자와 탈북민의 이야기를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던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SF의 옷을 입혀 매력을 뽐내고 있다.(정인복)
곰의 부탁
진형민 글
문학동네|2020.7.27|192쪽|11,500원|소설|16세부터
작가의 미발표작 4편과 발표작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조금은 불안해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곰의 부탁>의 ‘나’는 ‘곰’을 따라 연극 동아리에 간다. 공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곰은 로미오를 ‘양’은 머큐시오 역을 맡는다. 그 뒤 학교에서는 곰과 양이 손을 잡고 다닌다는 등 둘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곰이 양을 좋아한다고 해서 평소 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곰의 부탁으로 양과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한다. <언니네 집>의 ‘나’는 방학 특강을 이유로 언니네 집으로 온다. 언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언니를 도우며 방학을 보내면서 함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을 나눈다, <그 뒤의 인터뷰>의 친구들은 정현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현이 배달 사고로 친구들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현이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로 정현이를 각자 다르게 추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배현영)
돼지들
클레망틴 보베 글|손윤지 옮김
천개의바람|2020.8.28|360쪽|13,000원|소설|16세부터
미레유와 말로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로는 2년 전부터 페이스북 투표를 통해 뚱뚱하고 못생겼고 가장 돼지스러운 소녀를 ‘올해의 돼지’로 선정한다. 말로는 ‘올해의 돼지’가 치열한 접전 끝에 선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동메달에 그친 미레유를 위로하는 척 조롱한다. 미레유는 그런 말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선발된 다른 돼지들 아스트리드, 하키마와 함께 대단한 여행을 계획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리. 파리로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호자로 자청하고 나선 하키마의 오빠 카데르와 함께 자전거에 푸드 트럭을 매달고 소시지를 팔면서 파리로 향한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해의 돼지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씩씩하다. 파리로 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꿈을 꾼다.(배현영)
로보베이비
데이비드 위즈너 글, 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2020.9.15|44쪽|13,500원|그림책|6~7세
이 책은 로봇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아빠가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이름은 플랜지, 캐소드의 동생이다. 꼼꼼한 포장에 무려 126kg이나 나가는 우량아 로봇이다. 엄마와 아빠는 캐소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공구를 가지고 하나씩 조립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니 삼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지만 삼촌은 제멋대로 만든다. “부우우우우웅!” 갑작스런 오작동에 아기는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른들은 아기를 잡기 위해 정신이 없다. 캐소드는 반려로봇 스프로킷에게 플랜지를 잡으라고 소리치고 어른들도 정신없이 쫓아다닌다. 모두가 나간 틈을 타 캐소드는 플랜지를 혼자 조립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올까? 집에 온 또 다른 상자를 보면서 한숨과 웃음이 함께 나온다.
고정 관념을 깨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분할한 화면으로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이은숙)
털털한 아롱이
문명예 글, 그림
책읽는곰|2020.10.15|36쪽|13,000원|그림책|6~7세
강아지 아롱이는 털이 많고 엄청나게 빠지기도 한다. 아롱이가 귀를 긁으니 온 집안에 털이 풀풀 날리고 그 옆에서 아이는 누워서 동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자 추위에 떨던 새들이 아롱이네 집에 둥지를 틀었다. 숲속에 털이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대에 부푼 동물들이 줄지어 몰려간다. 배낭을 멘 곰은 캐리어까지 챙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꽃다발을 안고 있다.
아롱이네 집에 도착한 동물들은 진짜 털집이라며 아롱이를 털왕으로 떠받든다. 아롱이는 기뻐서 온몸을 부르르 털자 털이 나부낀다. 아롱이를 따라 아이와 동물들도 “얄랑얄랑 털털털 욜랑욜랑 털털털”하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색색의 털들이 집안에 가득 날아다닌다. 털바다라며 헤엄을 치고 털동산에서는 굴러다니며 털 많이 붙이기 시합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 지쳐 털북숭이가 되어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털 하나가 쓱 빠져나가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김현정)
달 밝은 밤
전미화 글, 그림
창비|2020.10.5|48쪽|그림책|13세부터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엄마는 한숨만 쉴 뿐 무기력하다. 아이는 엄마대신 비틀거리는 아빠를 부축한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잔다. 아이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엄마가 떠나던 날도 달만이 아이를 비춰준다. 아무한테도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홀로 달 밝은 밤을 보내며 달과 친구가 된다.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아이의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간결한 글과 그림, 굵고 딱딱한 글씨체가 아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달은 아이를 홀로 서도록 내몬 현실에 온기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란 달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이의 다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말과 이어진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울림 깊은 말이다.(김미경)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
창비교육│2020.8.7│182쪽│8,500원│시│13세부터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이 학창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 불편함을 의연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시집에 담았다. 오늘도 번호를 잘 못 봐서 학교 가는 버스를 잘 못 탔다. 이런 날이면 막막하고 울적 해져 몇 정거장 지나 내리곤 해 매번 지각한다. 그때 나타난 친구 연서, “야 너 이 버스 왜 탄 거야? / 너 타는 거 보고 따라 탔는데” 타박을 한다. “전에도 말했지 나 진짜 눈 나쁘다고” 하소연 하며, 그날은 연서에게 붙들려 첫 정거장에서 내리게 됐다. 엄마가 신학기 진학 상담을 하러 온 날. 당신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눈도 나빠서 절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담임의 말에 “부족한 아이 잘 가르쳐서 / 희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 선생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엄마의 깡”으로 응수 했단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깡’ 있는 엄마,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서로 북돋으며 성장하는 끈끈한 형제애, 저시력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속 깊은 친구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시인을 마주하게 된다.(김미)
내 가방 속 하트
주미경 동화집|애슝 그림
창비|2020.8.21|160쪽|10,800원|우리 동화|12~13세
일곱 편의 동화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아용이는 축구를 잘하는 고수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고수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망설인다. 하지만 고수와 운동을 하고 고수를 위해 응원의 하트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그 하트를 꺼내지 못해도 괜찮다. <춤 신의 운동화>에서 장호는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순간 춤 신이라 불리는 아이의 운동화를 훔친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 언니를 잃은 나진이는 언니가 남긴 보랏빛 후드 티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며 언니의 부재와 똑바로 마주 선다. 일곱 편의 단편마다 아이들은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혹은 지키고 싶은 마음, 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이겨내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 준다.(신민경)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2020.7.12|264쪽|14,000원|사회 일반|16세부터
‘잘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10가지를 꼽아 저명한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해왔는가를 살펴본다.
1부 유럽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철학, 베이컨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 칸트와 헤겔의 철학적 고투를 소개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야기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볼 만한 사유들을 담고 있다. 2부 아시아 철학에서는 붓다와 노자의 ‘무아와 무위’의 철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참다운 길’을 가르친 공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으로 안내한다. 3부 현대철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 루소부터 자유주의, 노동, 실존주의 철학을 살피고,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공론장’을 주장한 하버마스와 ‘감성 해방과 새로운 세상’을 주장한 마르쿠제까지 다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 철학을 두루 짚으며,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임정희)
고래 : 거대한 포유류의 비밀스런 바다살이
미아 카사니 글|레나 오르테가 그림|김현우 옮김
그레이트BOOKS|2020.10.12|48쪽|17,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는 코끼리 36마리를 합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다 포유류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고대 고래 형태는 개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꼬리가 길었다. 발가락이 있는 네 다리는 어떻게 지금의 지느러미로 진화했는지 콧구멍은 숨구멍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비교하기 쉽게 양면으로 나누어서 전체 모습을 화면 가득 보여 주고 차이 나는 부분은 따로 확대해서 비교 설명한다. 전체에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으로 옮겨가고 다시 통합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바다로 가는 회유로를 세계 지도에 표시해줘서 얼마나 길고 힘든 여정인지 느낄 수 있다. 먹이를 잡아먹으려다 생긴 상처까지 표현할 정도로 세세하면서도 때론 웅장한 그림은 거대한 고래 느낌을 잘 살려냈다.(윤조온)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2020.7.20|60쪽|15,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남극의 펭귄이 녹물로 붉게 물든 낭떠러지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남극의 펭귄에게 닥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펭귄과 남극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들의 천적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다. 사람이 남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남극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지에서 버리고 간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눈 밑에 숨어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펭귄을 막아서는 것은 부서진 철근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이다. 귀소 본능이 강한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로 올라가다가 하얀 배가 철근 끝에 찔려 새빨간 피가 흐른다. 또 다른 펭귄은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낀 채 살아간다. 고래의 배를 뚫던 포경선이 남극의 자연을 뚫는 쓰레기가 되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이건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정해졌다. 남극이라 믿어지지 않는 사진이 주는 현장감이 충격적이다. 당장 펭귄 발아래 날카로운 철근 더미를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이양미)
키스 해링의 낙서장-모두를 위한 예술가
매슈 버제스 글|조시 코크런 그림|송예슬 옮김
스푼북|2020.9.8|64쪽|15,000원|예술|10~11세
짧지만 강렬했던 키스 해링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 그림책이다. 키스는 어렸을 때 아빠와 자주 그림을 그렸다. 고교 졸업 후 상업 미술을 배우다가 그만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고민한다.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뉴욕의 지하철역 검은색 빈 광고판에 흰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생 50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등 그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들이 티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바지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키스는 언제든지 그려주었다. 문맹 퇴치, 핵무기폐기, 에이즈 예방과 차별 방지 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부했다. 작가는 키스 해링 삶과 작품의 특징을 큰 판형에 잘 드러내 감상하기 좋다. 키스는 성소수자이며 에이즈로 31세에 생을 마감해 그의 활동을 더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만든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이선내)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글|김아영 옮김
리듬문고|2020.9.21|368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시게는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동생 둘,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할머니의 호텔로 이사한다. 이전 학교에서, 시게는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게이 같은 운동이나 하는 걸 보니 게이’라는 놀림을 당해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둔 적이 있다. 60일 뒤 가게 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기 위해 시게는 인기를 얻는 방법을 궁리한다. 앞머리로 사시인 한쪽 눈을 늘 가리는 시게에게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시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명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반려견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인라인을 끌게 하던 시게는 남의 집 화단에 넘어진다. 이 모습을 그 집 아이 유노가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화가 난 시게는 유노네 집 정원 도깨비를 집으로 가져온다. 이후 시게와 유노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다양한 캐릭터와 유머를 보는 재미가 있다.(이선희)
다리 위 우리 집
패드마 벤카트리만 글|김혜진 옮김
천개의바람|2020.6.22|296쪽|13,000원|소설|13세부터
11살 소녀 비지는 파르바티 선생님이 주신 책 한 권과 200루피가 든 돈주머니를 들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온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언니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 비지에게 세상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간혹 바나나 잎에 싼 바다이를 주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없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버린다. 다행히 폐허가 된 다리 위에서 우정을 나눌 무투와 아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방수포로 만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붕이 없어 예쁜 별을 최고로 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네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혹한 삶과 맞서 나간다. 이 작품은 인도 아이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집이 없는 아이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이른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지 곱씹게 된다.(이선영)
우주의 집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글
사계절|2020.7.14|176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우주의 집>의 서우주는 우주에서 태어나 달 기지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우주는 모든 말과 행동, 신체 발달 상황과 생리 활동까지 관찰되고 기록되는 생활이 유쾌하지 않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찾던 인력 비행장에서 우주는 자신처럼 전용 날개를 갖고 비행 연습을 하는 에데르를 보게 된다. 우주는 속으로 에데르를 경쟁자로 여기고 인력 비행을 하던 중 에데르와 부딪히는 사고를 계기로 에데르와 친구가 된다. 우주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에데르가 달기지에 와 인력 비행 연습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우주 최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 평생을 17세로 살 수 있는 실험 도시 이야기, 일본군 희생자와 탈북민의 이야기를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던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SF의 옷을 입혀 매력을 뽐내고 있다.(정인복)
곰의 부탁
진형민 글
문학동네|2020.7.27|192쪽|11,500원|소설|16세부터
작가의 미발표작 4편과 발표작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조금은 불안해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곰의 부탁>의 ‘나’는 ‘곰’을 따라 연극 동아리에 간다. 공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곰은 로미오를 ‘양’은 머큐시오 역을 맡는다. 그 뒤 학교에서는 곰과 양이 손을 잡고 다닌다는 등 둘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곰이 양을 좋아한다고 해서 평소 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곰의 부탁으로 양과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한다. <언니네 집>의 ‘나’는 방학 특강을 이유로 언니네 집으로 온다. 언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언니를 도우며 방학을 보내면서 함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을 나눈다, <그 뒤의 인터뷰>의 친구들은 정현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현이 배달 사고로 친구들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현이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로 정현이를 각자 다르게 추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배현영)
돼지들
클레망틴 보베 글|손윤지 옮김
천개의바람|2020.8.28|360쪽|13,000원|소설|16세부터
미레유와 말로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로는 2년 전부터 페이스북 투표를 통해 뚱뚱하고 못생겼고 가장 돼지스러운 소녀를 ‘올해의 돼지’로 선정한다. 말로는 ‘올해의 돼지’가 치열한 접전 끝에 선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동메달에 그친 미레유를 위로하는 척 조롱한다. 미레유는 그런 말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선발된 다른 돼지들 아스트리드, 하키마와 함께 대단한 여행을 계획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리. 파리로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호자로 자청하고 나선 하키마의 오빠 카데르와 함께 자전거에 푸드 트럭을 매달고 소시지를 팔면서 파리로 향한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해의 돼지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씩씩하다. 파리로 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꿈을 꾼다.(배현영)
로보베이비
데이비드 위즈너 글, 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2020.9.15|44쪽|13,500원|그림책|6~7세
이 책은 로봇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아빠가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이름은 플랜지, 캐소드의 동생이다. 꼼꼼한 포장에 무려 126kg이나 나가는 우량아 로봇이다. 엄마와 아빠는 캐소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공구를 가지고 하나씩 조립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니 삼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지만 삼촌은 제멋대로 만든다. “부우우우우웅!” 갑작스런 오작동에 아기는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른들은 아기를 잡기 위해 정신이 없다. 캐소드는 반려로봇 스프로킷에게 플랜지를 잡으라고 소리치고 어른들도 정신없이 쫓아다닌다. 모두가 나간 틈을 타 캐소드는 플랜지를 혼자 조립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올까? 집에 온 또 다른 상자를 보면서 한숨과 웃음이 함께 나온다.
고정 관념을 깨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분할한 화면으로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이은숙)
털털한 아롱이
문명예 글, 그림
책읽는곰|2020.10.15|36쪽|13,000원|그림책|6~7세
강아지 아롱이는 털이 많고 엄청나게 빠지기도 한다. 아롱이가 귀를 긁으니 온 집안에 털이 풀풀 날리고 그 옆에서 아이는 누워서 동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자 추위에 떨던 새들이 아롱이네 집에 둥지를 틀었다. 숲속에 털이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대에 부푼 동물들이 줄지어 몰려간다. 배낭을 멘 곰은 캐리어까지 챙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꽃다발을 안고 있다.
아롱이네 집에 도착한 동물들은 진짜 털집이라며 아롱이를 털왕으로 떠받든다. 아롱이는 기뻐서 온몸을 부르르 털자 털이 나부낀다. 아롱이를 따라 아이와 동물들도 “얄랑얄랑 털털털 욜랑욜랑 털털털”하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색색의 털들이 집안에 가득 날아다닌다. 털바다라며 헤엄을 치고 털동산에서는 굴러다니며 털 많이 붙이기 시합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 지쳐 털북숭이가 되어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털 하나가 쓱 빠져나가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김현정)
달 밝은 밤
전미화 글, 그림
창비|2020.10.5|48쪽|그림책|13세부터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엄마는 한숨만 쉴 뿐 무기력하다. 아이는 엄마대신 비틀거리는 아빠를 부축한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잔다. 아이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엄마가 떠나던 날도 달만이 아이를 비춰준다. 아무한테도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홀로 달 밝은 밤을 보내며 달과 친구가 된다.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아이의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간결한 글과 그림, 굵고 딱딱한 글씨체가 아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달은 아이를 홀로 서도록 내몬 현실에 온기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란 달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이의 다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말과 이어진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울림 깊은 말이다.(김미경)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
창비교육│2020.8.7│182쪽│8,500원│시│13세부터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이 학창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 불편함을 의연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시집에 담았다. 오늘도 번호를 잘 못 봐서 학교 가는 버스를 잘 못 탔다. 이런 날이면 막막하고 울적 해져 몇 정거장 지나 내리곤 해 매번 지각한다. 그때 나타난 친구 연서, “야 너 이 버스 왜 탄 거야? / 너 타는 거 보고 따라 탔는데” 타박을 한다. “전에도 말했지 나 진짜 눈 나쁘다고” 하소연 하며, 그날은 연서에게 붙들려 첫 정거장에서 내리게 됐다. 엄마가 신학기 진학 상담을 하러 온 날. 당신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눈도 나빠서 절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담임의 말에 “부족한 아이 잘 가르쳐서 / 희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 선생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엄마의 깡”으로 응수 했단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깡’ 있는 엄마,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서로 북돋으며 성장하는 끈끈한 형제애, 저시력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속 깊은 친구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시인을 마주하게 된다.(김미)
내 가방 속 하트
주미경 동화집|애슝 그림
창비|2020.8.21|160쪽|10,800원|우리 동화|12~13세
일곱 편의 동화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아용이는 축구를 잘하는 고수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고수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망설인다. 하지만 고수와 운동을 하고 고수를 위해 응원의 하트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그 하트를 꺼내지 못해도 괜찮다. <춤 신의 운동화>에서 장호는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순간 춤 신이라 불리는 아이의 운동화를 훔친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 언니를 잃은 나진이는 언니가 남긴 보랏빛 후드 티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며 언니의 부재와 똑바로 마주 선다. 일곱 편의 단편마다 아이들은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혹은 지키고 싶은 마음, 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이겨내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 준다.(신민경)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2020.7.12|264쪽|14,000원|사회 일반|16세부터
‘잘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10가지를 꼽아 저명한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해왔는가를 살펴본다.
1부 유럽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철학, 베이컨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 칸트와 헤겔의 철학적 고투를 소개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야기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볼 만한 사유들을 담고 있다. 2부 아시아 철학에서는 붓다와 노자의 ‘무아와 무위’의 철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참다운 길’을 가르친 공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으로 안내한다. 3부 현대철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 루소부터 자유주의, 노동, 실존주의 철학을 살피고,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공론장’을 주장한 하버마스와 ‘감성 해방과 새로운 세상’을 주장한 마르쿠제까지 다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 철학을 두루 짚으며,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임정희)
고래 : 거대한 포유류의 비밀스런 바다살이
미아 카사니 글|레나 오르테가 그림|김현우 옮김
그레이트BOOKS|2020.10.12|48쪽|17,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는 코끼리 36마리를 합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다 포유류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고대 고래 형태는 개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꼬리가 길었다. 발가락이 있는 네 다리는 어떻게 지금의 지느러미로 진화했는지 콧구멍은 숨구멍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비교하기 쉽게 양면으로 나누어서 전체 모습을 화면 가득 보여 주고 차이 나는 부분은 따로 확대해서 비교 설명한다. 전체에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으로 옮겨가고 다시 통합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바다로 가는 회유로를 세계 지도에 표시해줘서 얼마나 길고 힘든 여정인지 느낄 수 있다. 먹이를 잡아먹으려다 생긴 상처까지 표현할 정도로 세세하면서도 때론 웅장한 그림은 거대한 고래 느낌을 잘 살려냈다.(윤조온)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2020.7.20|60쪽|15,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남극의 펭귄이 녹물로 붉게 물든 낭떠러지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남극의 펭귄에게 닥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펭귄과 남극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들의 천적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다. 사람이 남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남극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지에서 버리고 간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눈 밑에 숨어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펭귄을 막아서는 것은 부서진 철근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이다. 귀소 본능이 강한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로 올라가다가 하얀 배가 철근 끝에 찔려 새빨간 피가 흐른다. 또 다른 펭귄은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낀 채 살아간다. 고래의 배를 뚫던 포경선이 남극의 자연을 뚫는 쓰레기가 되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이건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정해졌다. 남극이라 믿어지지 않는 사진이 주는 현장감이 충격적이다. 당장 펭귄 발아래 날카로운 철근 더미를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이양미)
키스 해링의 낙서장-모두를 위한 예술가
매슈 버제스 글|조시 코크런 그림|송예슬 옮김
스푼북|2020.9.8|64쪽|15,000원|예술|10~11세
짧지만 강렬했던 키스 해링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 그림책이다. 키스는 어렸을 때 아빠와 자주 그림을 그렸다. 고교 졸업 후 상업 미술을 배우다가 그만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고민한다.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뉴욕의 지하철역 검은색 빈 광고판에 흰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생 50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등 그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들이 티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바지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키스는 언제든지 그려주었다. 문맹 퇴치, 핵무기폐기, 에이즈 예방과 차별 방지 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부했다. 작가는 키스 해링 삶과 작품의 특징을 큰 판형에 잘 드러내 감상하기 좋다. 키스는 성소수자이며 에이즈로 31세에 생을 마감해 그의 활동을 더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만든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이선내)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글|김아영 옮김
리듬문고|2020.9.21|368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시게는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동생 둘,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할머니의 호텔로 이사한다. 이전 학교에서, 시게는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게이 같은 운동이나 하는 걸 보니 게이’라는 놀림을 당해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둔 적이 있다. 60일 뒤 가게 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기 위해 시게는 인기를 얻는 방법을 궁리한다. 앞머리로 사시인 한쪽 눈을 늘 가리는 시게에게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시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명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반려견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인라인을 끌게 하던 시게는 남의 집 화단에 넘어진다. 이 모습을 그 집 아이 유노가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화가 난 시게는 유노네 집 정원 도깨비를 집으로 가져온다. 이후 시게와 유노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다양한 캐릭터와 유머를 보는 재미가 있다.(이선희)
다리 위 우리 집
패드마 벤카트리만 글|김혜진 옮김
천개의바람|2020.6.22|296쪽|13,000원|소설|13세부터
11살 소녀 비지는 파르바티 선생님이 주신 책 한 권과 200루피가 든 돈주머니를 들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온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언니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 비지에게 세상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간혹 바나나 잎에 싼 바다이를 주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없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버린다. 다행히 폐허가 된 다리 위에서 우정을 나눌 무투와 아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방수포로 만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붕이 없어 예쁜 별을 최고로 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네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혹한 삶과 맞서 나간다. 이 작품은 인도 아이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집이 없는 아이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이른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지 곱씹게 된다.(이선영)
우주의 집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글
사계절|2020.7.14|176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우주의 집>의 서우주는 우주에서 태어나 달 기지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우주는 모든 말과 행동, 신체 발달 상황과 생리 활동까지 관찰되고 기록되는 생활이 유쾌하지 않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찾던 인력 비행장에서 우주는 자신처럼 전용 날개를 갖고 비행 연습을 하는 에데르를 보게 된다. 우주는 속으로 에데르를 경쟁자로 여기고 인력 비행을 하던 중 에데르와 부딪히는 사고를 계기로 에데르와 친구가 된다. 우주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에데르가 달기지에 와 인력 비행 연습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우주 최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 평생을 17세로 살 수 있는 실험 도시 이야기, 일본군 희생자와 탈북민의 이야기를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던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SF의 옷을 입혀 매력을 뽐내고 있다.(정인복)
곰의 부탁
진형민 글
문학동네|2020.7.27|192쪽|11,500원|소설|16세부터
작가의 미발표작 4편과 발표작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조금은 불안해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곰의 부탁>의 ‘나’는 ‘곰’을 따라 연극 동아리에 간다. 공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곰은 로미오를 ‘양’은 머큐시오 역을 맡는다. 그 뒤 학교에서는 곰과 양이 손을 잡고 다닌다는 등 둘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곰이 양을 좋아한다고 해서 평소 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곰의 부탁으로 양과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한다. <언니네 집>의 ‘나’는 방학 특강을 이유로 언니네 집으로 온다. 언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언니를 도우며 방학을 보내면서 함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을 나눈다, <그 뒤의 인터뷰>의 친구들은 정현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현이 배달 사고로 친구들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현이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로 정현이를 각자 다르게 추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배현영)
돼지들
클레망틴 보베 글|손윤지 옮김
천개의바람|2020.8.28|360쪽|13,000원|소설|16세부터
미레유와 말로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로는 2년 전부터 페이스북 투표를 통해 뚱뚱하고 못생겼고 가장 돼지스러운 소녀를 ‘올해의 돼지’로 선정한다. 말로는 ‘올해의 돼지’가 치열한 접전 끝에 선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동메달에 그친 미레유를 위로하는 척 조롱한다. 미레유는 그런 말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선발된 다른 돼지들 아스트리드, 하키마와 함께 대단한 여행을 계획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리. 파리로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호자로 자청하고 나선 하키마의 오빠 카데르와 함께 자전거에 푸드 트럭을 매달고 소시지를 팔면서 파리로 향한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해의 돼지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씩씩하다. 파리로 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꿈을 꾼다.(배현영)
이 책은 로봇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아빠가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이름은 플랜지, 캐소드의 동생이다. 꼼꼼한 포장에 무려 126kg이나 나가는 우량아 로봇이다. 엄마와 아빠는 캐소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공구를 가지고 하나씩 조립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매니 삼촌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지만 삼촌은 제멋대로 만든다. “부우우우우웅!” 갑작스런 오작동에 아기는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른들은 아기를 잡기 위해 정신이 없다. 캐소드는 반려로봇 스프로킷에게 플랜지를 잡으라고 소리치고 어른들도 정신없이 쫓아다닌다. 모두가 나간 틈을 타 캐소드는 플랜지를 혼자 조립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올까? 집에 온 또 다른 상자를 보면서 한숨과 웃음이 함께 나온다.
고정 관념을 깨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분할한 화면으로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이은숙)
털털한 아롱이
문명예 글, 그림
책읽는곰|2020.10.15|36쪽|13,000원|그림책|6~7세
강아지 아롱이는 털이 많고 엄청나게 빠지기도 한다. 아롱이가 귀를 긁으니 온 집안에 털이 풀풀 날리고 그 옆에서 아이는 누워서 동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자 추위에 떨던 새들이 아롱이네 집에 둥지를 틀었다. 숲속에 털이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대에 부푼 동물들이 줄지어 몰려간다. 배낭을 멘 곰은 캐리어까지 챙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꽃다발을 안고 있다.
아롱이네 집에 도착한 동물들은 진짜 털집이라며 아롱이를 털왕으로 떠받든다. 아롱이는 기뻐서 온몸을 부르르 털자 털이 나부낀다. 아롱이를 따라 아이와 동물들도 “얄랑얄랑 털털털 욜랑욜랑 털털털”하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색색의 털들이 집안에 가득 날아다닌다. 털바다라며 헤엄을 치고 털동산에서는 굴러다니며 털 많이 붙이기 시합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 지쳐 털북숭이가 되어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털 하나가 쓱 빠져나가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김현정)
달 밝은 밤
전미화 글, 그림
창비|2020.10.5|48쪽|그림책|13세부터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엄마는 한숨만 쉴 뿐 무기력하다. 아이는 엄마대신 비틀거리는 아빠를 부축한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잔다. 아이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엄마가 떠나던 날도 달만이 아이를 비춰준다. 아무한테도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홀로 달 밝은 밤을 보내며 달과 친구가 된다.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아이의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간결한 글과 그림, 굵고 딱딱한 글씨체가 아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달은 아이를 홀로 서도록 내몬 현실에 온기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란 달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이의 다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말과 이어진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울림 깊은 말이다.(김미경)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
창비교육│2020.8.7│182쪽│8,500원│시│13세부터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이 학창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 불편함을 의연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시집에 담았다. 오늘도 번호를 잘 못 봐서 학교 가는 버스를 잘 못 탔다. 이런 날이면 막막하고 울적 해져 몇 정거장 지나 내리곤 해 매번 지각한다. 그때 나타난 친구 연서, “야 너 이 버스 왜 탄 거야? / 너 타는 거 보고 따라 탔는데” 타박을 한다. “전에도 말했지 나 진짜 눈 나쁘다고” 하소연 하며, 그날은 연서에게 붙들려 첫 정거장에서 내리게 됐다. 엄마가 신학기 진학 상담을 하러 온 날. 당신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눈도 나빠서 절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담임의 말에 “부족한 아이 잘 가르쳐서 / 희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 선생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엄마의 깡”으로 응수 했단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깡’ 있는 엄마,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서로 북돋으며 성장하는 끈끈한 형제애, 저시력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속 깊은 친구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시인을 마주하게 된다.(김미)
내 가방 속 하트
주미경 동화집|애슝 그림
창비|2020.8.21|160쪽|10,800원|우리 동화|12~13세
일곱 편의 동화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아용이는 축구를 잘하는 고수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고수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망설인다. 하지만 고수와 운동을 하고 고수를 위해 응원의 하트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그 하트를 꺼내지 못해도 괜찮다. <춤 신의 운동화>에서 장호는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순간 춤 신이라 불리는 아이의 운동화를 훔친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 언니를 잃은 나진이는 언니가 남긴 보랏빛 후드 티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며 언니의 부재와 똑바로 마주 선다. 일곱 편의 단편마다 아이들은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혹은 지키고 싶은 마음, 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이겨내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 준다.(신민경)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2020.7.12|264쪽|14,000원|사회 일반|16세부터
‘잘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10가지를 꼽아 저명한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해왔는가를 살펴본다.
1부 유럽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철학, 베이컨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 칸트와 헤겔의 철학적 고투를 소개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야기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볼 만한 사유들을 담고 있다. 2부 아시아 철학에서는 붓다와 노자의 ‘무아와 무위’의 철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참다운 길’을 가르친 공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으로 안내한다. 3부 현대철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 루소부터 자유주의, 노동, 실존주의 철학을 살피고,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공론장’을 주장한 하버마스와 ‘감성 해방과 새로운 세상’을 주장한 마르쿠제까지 다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 철학을 두루 짚으며,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임정희)
고래 : 거대한 포유류의 비밀스런 바다살이
미아 카사니 글|레나 오르테가 그림|김현우 옮김
그레이트BOOKS|2020.10.12|48쪽|17,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는 코끼리 36마리를 합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다 포유류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고대 고래 형태는 개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꼬리가 길었다. 발가락이 있는 네 다리는 어떻게 지금의 지느러미로 진화했는지 콧구멍은 숨구멍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비교하기 쉽게 양면으로 나누어서 전체 모습을 화면 가득 보여 주고 차이 나는 부분은 따로 확대해서 비교 설명한다. 전체에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으로 옮겨가고 다시 통합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바다로 가는 회유로를 세계 지도에 표시해줘서 얼마나 길고 힘든 여정인지 느낄 수 있다. 먹이를 잡아먹으려다 생긴 상처까지 표현할 정도로 세세하면서도 때론 웅장한 그림은 거대한 고래 느낌을 잘 살려냈다.(윤조온)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2020.7.20|60쪽|15,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남극의 펭귄이 녹물로 붉게 물든 낭떠러지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남극의 펭귄에게 닥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펭귄과 남극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들의 천적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다. 사람이 남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남극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지에서 버리고 간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눈 밑에 숨어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펭귄을 막아서는 것은 부서진 철근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이다. 귀소 본능이 강한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로 올라가다가 하얀 배가 철근 끝에 찔려 새빨간 피가 흐른다. 또 다른 펭귄은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낀 채 살아간다. 고래의 배를 뚫던 포경선이 남극의 자연을 뚫는 쓰레기가 되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이건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정해졌다. 남극이라 믿어지지 않는 사진이 주는 현장감이 충격적이다. 당장 펭귄 발아래 날카로운 철근 더미를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이양미)
키스 해링의 낙서장-모두를 위한 예술가
매슈 버제스 글|조시 코크런 그림|송예슬 옮김
스푼북|2020.9.8|64쪽|15,000원|예술|10~11세
짧지만 강렬했던 키스 해링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 그림책이다. 키스는 어렸을 때 아빠와 자주 그림을 그렸다. 고교 졸업 후 상업 미술을 배우다가 그만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고민한다.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뉴욕의 지하철역 검은색 빈 광고판에 흰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생 50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등 그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들이 티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바지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키스는 언제든지 그려주었다. 문맹 퇴치, 핵무기폐기, 에이즈 예방과 차별 방지 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부했다. 작가는 키스 해링 삶과 작품의 특징을 큰 판형에 잘 드러내 감상하기 좋다. 키스는 성소수자이며 에이즈로 31세에 생을 마감해 그의 활동을 더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만든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이선내)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글|김아영 옮김
리듬문고|2020.9.21|368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시게는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동생 둘,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할머니의 호텔로 이사한다. 이전 학교에서, 시게는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게이 같은 운동이나 하는 걸 보니 게이’라는 놀림을 당해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둔 적이 있다. 60일 뒤 가게 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기 위해 시게는 인기를 얻는 방법을 궁리한다. 앞머리로 사시인 한쪽 눈을 늘 가리는 시게에게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시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명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반려견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인라인을 끌게 하던 시게는 남의 집 화단에 넘어진다. 이 모습을 그 집 아이 유노가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화가 난 시게는 유노네 집 정원 도깨비를 집으로 가져온다. 이후 시게와 유노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다양한 캐릭터와 유머를 보는 재미가 있다.(이선희)
다리 위 우리 집
패드마 벤카트리만 글|김혜진 옮김
천개의바람|2020.6.22|296쪽|13,000원|소설|13세부터
11살 소녀 비지는 파르바티 선생님이 주신 책 한 권과 200루피가 든 돈주머니를 들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온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언니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 비지에게 세상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간혹 바나나 잎에 싼 바다이를 주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없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버린다. 다행히 폐허가 된 다리 위에서 우정을 나눌 무투와 아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방수포로 만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붕이 없어 예쁜 별을 최고로 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네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혹한 삶과 맞서 나간다. 이 작품은 인도 아이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집이 없는 아이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이른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지 곱씹게 된다.(이선영)
우주의 집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글
사계절|2020.7.14|176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우주의 집>의 서우주는 우주에서 태어나 달 기지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우주는 모든 말과 행동, 신체 발달 상황과 생리 활동까지 관찰되고 기록되는 생활이 유쾌하지 않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찾던 인력 비행장에서 우주는 자신처럼 전용 날개를 갖고 비행 연습을 하는 에데르를 보게 된다. 우주는 속으로 에데르를 경쟁자로 여기고 인력 비행을 하던 중 에데르와 부딪히는 사고를 계기로 에데르와 친구가 된다. 우주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에데르가 달기지에 와 인력 비행 연습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우주 최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 평생을 17세로 살 수 있는 실험 도시 이야기, 일본군 희생자와 탈북민의 이야기를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던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SF의 옷을 입혀 매력을 뽐내고 있다.(정인복)
곰의 부탁
진형민 글
문학동네|2020.7.27|192쪽|11,500원|소설|16세부터
작가의 미발표작 4편과 발표작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조금은 불안해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곰의 부탁>의 ‘나’는 ‘곰’을 따라 연극 동아리에 간다. 공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곰은 로미오를 ‘양’은 머큐시오 역을 맡는다. 그 뒤 학교에서는 곰과 양이 손을 잡고 다닌다는 등 둘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곰이 양을 좋아한다고 해서 평소 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곰의 부탁으로 양과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한다. <언니네 집>의 ‘나’는 방학 특강을 이유로 언니네 집으로 온다. 언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언니를 도우며 방학을 보내면서 함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을 나눈다, <그 뒤의 인터뷰>의 친구들은 정현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현이 배달 사고로 친구들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현이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로 정현이를 각자 다르게 추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배현영)
돼지들
클레망틴 보베 글|손윤지 옮김
천개의바람|2020.8.28|360쪽|13,000원|소설|16세부터
미레유와 말로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로는 2년 전부터 페이스북 투표를 통해 뚱뚱하고 못생겼고 가장 돼지스러운 소녀를 ‘올해의 돼지’로 선정한다. 말로는 ‘올해의 돼지’가 치열한 접전 끝에 선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동메달에 그친 미레유를 위로하는 척 조롱한다. 미레유는 그런 말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선발된 다른 돼지들 아스트리드, 하키마와 함께 대단한 여행을 계획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리. 파리로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호자로 자청하고 나선 하키마의 오빠 카데르와 함께 자전거에 푸드 트럭을 매달고 소시지를 팔면서 파리로 향한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해의 돼지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씩씩하다. 파리로 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꿈을 꾼다.(배현영)
털털한 아롱이
문명예 글, 그림
책읽는곰|2020.10.15|36쪽|13,000원|그림책|6~7세
강아지 아롱이는 털이 많고 엄청나게 빠지기도 한다. 아롱이가 귀를 긁으니 온 집안에 털이 풀풀 날리고 그 옆에서 아이는 누워서 동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자 추위에 떨던 새들이 아롱이네 집에 둥지를 틀었다. 숲속에 털이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기대에 부푼 동물들이 줄지어 몰려간다. 배낭을 멘 곰은 캐리어까지 챙기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토끼는 꽃다발을 안고 있다.
아롱이네 집에 도착한 동물들은 진짜 털집이라며 아롱이를 털왕으로 떠받든다. 아롱이는 기뻐서 온몸을 부르르 털자 털이 나부낀다. 아롱이를 따라 아이와 동물들도 “얄랑얄랑 털털털 욜랑욜랑 털털털”하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색색의 털들이 집안에 가득 날아다닌다. 털바다라며 헤엄을 치고 털동산에서는 굴러다니며 털 많이 붙이기 시합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 지쳐 털북숭이가 되어 모두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털 하나가 쓱 빠져나가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김현정)
달 밝은 밤
전미화 글, 그림
창비|2020.10.5|48쪽|그림책|13세부터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엄마는 한숨만 쉴 뿐 무기력하다. 아이는 엄마대신 비틀거리는 아빠를 부축한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잔다. 아이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엄마가 떠나던 날도 달만이 아이를 비춰준다. 아무한테도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홀로 달 밝은 밤을 보내며 달과 친구가 된다. 곧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못하게 된다. 아이는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라고 굳은 결심을 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아이의 현실은 이렇듯 가혹하다. 간결한 글과 그림, 굵고 딱딱한 글씨체가 아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달은 아이를 홀로 서도록 내몬 현실에 온기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란 달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환하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아이의 다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다.”라는 책 뒤표지의 말과 이어진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울림 깊은 말이다.(김미경)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김학중 시
창비교육│2020.8.7│182쪽│8,500원│시│13세부터
저시력 장애가 있는 시인이 학창 시절 겪어야 했던 차별과 편견, 불편함을 의연하게 극복해 내는 모습을 시집에 담았다. 오늘도 번호를 잘 못 봐서 학교 가는 버스를 잘 못 탔다. 이런 날이면 막막하고 울적 해져 몇 정거장 지나 내리곤 해 매번 지각한다. 그때 나타난 친구 연서, “야 너 이 버스 왜 탄 거야? / 너 타는 거 보고 따라 탔는데” 타박을 한다. “전에도 말했지 나 진짜 눈 나쁘다고” 하소연 하며, 그날은 연서에게 붙들려 첫 정거장에서 내리게 됐다. 엄마가 신학기 진학 상담을 하러 온 날. 당신 아들은 공부도 못하고, 눈도 나빠서 절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담임의 말에 “부족한 아이 잘 가르쳐서 / 희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 선생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엄마의 깡”으로 응수 했단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깡’ 있는 엄마,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서로 북돋으며 성장하는 끈끈한 형제애, 저시력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속 깊은 친구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성장하는 시인을 마주하게 된다.(김미)
내 가방 속 하트
주미경 동화집|애슝 그림
창비|2020.8.21|160쪽|10,800원|우리 동화|12~13세
일곱 편의 동화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에는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아용이는 축구를 잘하는 고수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고수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 망설인다. 하지만 고수와 운동을 하고 고수를 위해 응원의 하트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그 하트를 꺼내지 못해도 괜찮다. <춤 신의 운동화>에서 장호는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순간 춤 신이라 불리는 아이의 운동화를 훔친다. <보랏빛 후드 티>에서 언니를 잃은 나진이는 언니가 남긴 보랏빛 후드 티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그러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며 언니의 부재와 똑바로 마주 선다. 일곱 편의 단편마다 아이들은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혹은 지키고 싶은 마음, 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이겨내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확연히 보여 준다.(신민경)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2020.7.12|264쪽|14,000원|사회 일반|16세부터
‘잘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10가지를 꼽아 저명한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해왔는가를 살펴본다.
1부 유럽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철학, 베이컨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 칸트와 헤겔의 철학적 고투를 소개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이야기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볼 만한 사유들을 담고 있다. 2부 아시아 철학에서는 붓다와 노자의 ‘무아와 무위’의 철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참다운 길’을 가르친 공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으로 안내한다. 3부 현대철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 루소부터 자유주의, 노동, 실존주의 철학을 살피고,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공론장’을 주장한 하버마스와 ‘감성 해방과 새로운 세상’을 주장한 마르쿠제까지 다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 철학을 두루 짚으며,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임정희)
고래 : 거대한 포유류의 비밀스런 바다살이
미아 카사니 글|레나 오르테가 그림|김현우 옮김
그레이트BOOKS|2020.10.12|48쪽|17,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크다. 대왕고래는 코끼리 36마리를 합한 것과 비슷한 무게라고 한다. 이 거대한 바다 포유류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고대 고래 형태는 개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꼬리가 길었다. 발가락이 있는 네 다리는 어떻게 지금의 지느러미로 진화했는지 콧구멍은 숨구멍으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비교하기 쉽게 양면으로 나누어서 전체 모습을 화면 가득 보여 주고 차이 나는 부분은 따로 확대해서 비교 설명한다. 전체에서 시작해 세세한 부분으로 옮겨가고 다시 통합해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차가운 바다에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고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바다로 가는 회유로를 세계 지도에 표시해줘서 얼마나 길고 힘든 여정인지 느낄 수 있다. 먹이를 잡아먹으려다 생긴 상처까지 표현할 정도로 세세하면서도 때론 웅장한 그림은 거대한 고래 느낌을 잘 살려냈다.(윤조온)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
도토리나무|2020.7.20|60쪽|15,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남극의 펭귄이 녹물로 붉게 물든 낭떠러지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으로 남극의 펭귄에게 닥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펭귄과 남극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들의 천적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다. 사람이 남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남극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지에서 버리고 간 어마어마한 쓰레기는 눈 밑에 숨어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펭귄을 막아서는 것은 부서진 철근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이다. 귀소 본능이 강한 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로 올라가다가 하얀 배가 철근 끝에 찔려 새빨간 피가 흐른다. 또 다른 펭귄은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낀 채 살아간다. 고래의 배를 뚫던 포경선이 남극의 자연을 뚫는 쓰레기가 되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이건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정해졌다. 남극이라 믿어지지 않는 사진이 주는 현장감이 충격적이다. 당장 펭귄 발아래 날카로운 철근 더미를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이양미)
키스 해링의 낙서장-모두를 위한 예술가
매슈 버제스 글|조시 코크런 그림|송예슬 옮김
스푼북|2020.9.8|64쪽|15,000원|예술|10~11세
짧지만 강렬했던 키스 해링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 그림책이다. 키스는 어렸을 때 아빠와 자주 그림을 그렸다. 고교 졸업 후 상업 미술을 배우다가 그만두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고민한다.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뉴욕의 지하철역 검은색 빈 광고판에 흰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미국 시카고에서 고등학생 50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는 등 그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들이 티셔츠나 스케이트보드, 바지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키스는 언제든지 그려주었다. 문맹 퇴치, 핵무기폐기, 에이즈 예방과 차별 방지 등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부했다. 작가는 키스 해링 삶과 작품의 특징을 큰 판형에 잘 드러내 감상하기 좋다. 키스는 성소수자이며 에이즈로 31세에 생을 마감해 그의 활동을 더 만날 수 없어 안타깝다. 그가 만든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이선내)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제니 재거펠드 글|김아영 옮김
리듬문고|2020.9.21|368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시게는 엄마가 이혼하면서, 엄마와 동생 둘,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할머니의 호텔로 이사한다. 이전 학교에서, 시게는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 ‘게이 같은 운동이나 하는 걸 보니 게이’라는 놀림을 당해 좋아하던 운동도 그만둔 적이 있다. 60일 뒤 가게 될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기 위해 시게는 인기를 얻는 방법을 궁리한다. 앞머리로 사시인 한쪽 눈을 늘 가리는 시게에게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지만 시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명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반려견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인라인을 끌게 하던 시게는 남의 집 화단에 넘어진다. 이 모습을 그 집 아이 유노가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화가 난 시게는 유노네 집 정원 도깨비를 집으로 가져온다. 이후 시게와 유노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다양한 캐릭터와 유머를 보는 재미가 있다.(이선희)
다리 위 우리 집
패드마 벤카트리만 글|김혜진 옮김
천개의바람|2020.6.22|296쪽|13,000원|소설|13세부터
11살 소녀 비지는 파르바티 선생님이 주신 책 한 권과 200루피가 든 돈주머니를 들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온다.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언니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 비지에게 세상은 낯설고 위협적이다. 간혹 바나나 잎에 싼 바다이를 주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없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버린다. 다행히 폐허가 된 다리 위에서 우정을 나눌 무투와 아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방수포로 만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붕이 없어 예쁜 별을 최고로 잘 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네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혹한 삶과 맞서 나간다. 이 작품은 인도 아이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인도에서 집이 없는 아이들의 숫자는 수백만에 이른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지 곱씹게 된다.(이선영)
우주의 집
최영희, 고호관, 윤여경, 문이소, 남유하 글
사계절|2020.7.14|176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우주의 집>의 서우주는 우주에서 태어나 달 기지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우주는 모든 말과 행동, 신체 발달 상황과 생리 활동까지 관찰되고 기록되는 생활이 유쾌하지 않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종종 찾던 인력 비행장에서 우주는 자신처럼 전용 날개를 갖고 비행 연습을 하는 에데르를 보게 된다. 우주는 속으로 에데르를 경쟁자로 여기고 인력 비행을 하던 중 에데르와 부딪히는 사고를 계기로 에데르와 친구가 된다. 우주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에데르가 달기지에 와 인력 비행 연습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우주 최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 평생을 17세로 살 수 있는 실험 도시 이야기, 일본군 희생자와 탈북민의 이야기를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던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작품에 SF의 옷을 입혀 매력을 뽐내고 있다.(정인복)
곰의 부탁
진형민 글
문학동네|2020.7.27|192쪽|11,500원|소설|16세부터
작가의 미발표작 4편과 발표작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조금은 불안해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습조차도 응원하고 싶은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곰의 부탁>의 ‘나’는 ‘곰’을 따라 연극 동아리에 간다. 공연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곰은 로미오를 ‘양’은 머큐시오 역을 맡는다. 그 뒤 학교에서는 곰과 양이 손을 잡고 다닌다는 등 둘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다. 곰이 양을 좋아한다고 해서 평소 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곰의 부탁으로 양과 함께 겨울 바다로 향한다. <언니네 집>의 ‘나’는 방학 특강을 이유로 언니네 집으로 온다. 언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일면일식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언니를 도우며 방학을 보내면서 함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을 나눈다, <그 뒤의 인터뷰>의 친구들은 정현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정현이 배달 사고로 친구들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현이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로 정현이를 각자 다르게 추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배현영)
돼지들
클레망틴 보베 글|손윤지 옮김
천개의바람|2020.8.28|360쪽|13,000원|소설|16세부터
미레유와 말로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로는 2년 전부터 페이스북 투표를 통해 뚱뚱하고 못생겼고 가장 돼지스러운 소녀를 ‘올해의 돼지’로 선정한다. 말로는 ‘올해의 돼지’가 치열한 접전 끝에 선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동메달에 그친 미레유를 위로하는 척 조롱한다. 미레유는 그런 말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선발된 다른 돼지들 아스트리드, 하키마와 함께 대단한 여행을 계획한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리. 파리로 가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호자로 자청하고 나선 하키마의 오빠 카데르와 함께 자전거에 푸드 트럭을 매달고 소시지를 팔면서 파리로 향한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올해의 돼지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씩씩하다. 파리로 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들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꿈을 꾼다.(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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