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에는 제네시스 G80 등 현대자동차 차량이 의전용으로 대거 제공됐다. 현대차는 3년째 동방경제포럼 공식 스폰서로 차량을 매년 100~200대 제공해왔다.
동방경제포럼 취재차 블라디보스토크에 온 현지 경제전문 매체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의외로 현대차의 차량공유사업, 즉 '현대 모빌리티랩'이었다. 오는 10월 1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으니 사실 그럴만 했다. 현대모터스CIS 최고책임자인 알렉세이 칼리쩨프는 현대차의 새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앞으로 20일 후에 '현대 모빌리티랩'이 스콜코보혁신센터와 함께 개발한 '차량 공유 플랫폼'을 가동한다. '현대 모빌리티랩'은 현대차의 IT 자회사 법인 이름이지만, 앞으로는 현대차의 차량 공유 서비스(혹은 사업)을 통칭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 공유 사업은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차량의 렌트와 공유를 결합시킨 새로운 디지털 경제 개념으로, 고객이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차종과 이용 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필요한 만큼 탈 수 있는 서비스다. 가장 초기 단계가 바로 국내의 '쏘카'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러시아(인근의 벨라루스) 차량 공유시장은 지난 3년간 무려 270%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한다. 공유 가능한 차량도 이미 18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작회사인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바로 이같은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강력한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에서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의 시작이 차량 공유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
현대차는 스스로 변신하기 전에 국내외에서 차량공유 사업에 적극 투자했다. 지난해에 이미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이자 '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베트남 그랩에 2억 75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인도 차량 공유업체 레브,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마고, 호주의 P2P 공유 카넥스트도어 등과 협력 중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왜 러시아를 차량공유사업 '테스트 베드'(시험 장소)로 삼았을까? 디지털 경제를 실제로 구현할 첨단혁신기술이 스콜코보에서 계속 개발되고 있다는 점과 높은 브랜드 가치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현대차는 이미 스콜코보에서 '무인차량' 시험 운행을 끝내고, 모스크바 시내 주행을 앞두고 있다. 나아가 무인택시 비즈니스 가능성을 엿보는 등 러시아에서 '혁신적인 자동차 사업'을 진행해왔다. 현대차는 또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1, 2위를 다투고 있다. 언제든지 필요한 차량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 시장에는 얀덱스 택시 등 '택시(차량) 공유 서비스'가 정착되는 등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거부 반응이 없다. 이에 대한 국가의 규제 또한 없다고 보면 된다.
알렉세이 칼리쩨프 책임자가 현지 언론에 밝힌 차량 공유 사업에 대한 전망은 밝다. 그는 '현대 모빌리티 랩' 사업을 내달부터 모스크바에서 12개 지점으로 시작하지만 연말까지 25개 지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75개 도시로 서비스를 넓히고, 2021년까지 다양한 차종을 투입해 러시아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에는 공유 차량의 배차와 이동, 주차 등 전체 동선을 실시간으로 콘트롤할 수 있는 두뇌격인 (온라인, 모바일) '공유 플랫폼'과 관련 차량 부품의 개발및 탑재, 뿔뿔이 흩어진 사용후 차량을 한곳으로 모으는 인력 등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현대차가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함께 개발을 완료, 시험중이고, 공유차량에 탑재될 부품 역시 현대모비스가 개발해 공유차량에 탑재를 끝냈다고 한다. 인력 확보는 12개 지점 오픈에 맞춰 서두르고 있다.
이 서비스의 활용 시스템은 이렇다. 차량이 필요한 고객은 현대차 '공유 플랫폼'에 들어가 차종을 선택한 뒤, 일정한 시간(혹은 날짜) 사용을 약정하고 비용을 지불한다. 선택한 차량의 '스마트(폰) 키'를 부여받아 약정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차량에 탑승, 운행을 시작한다. 운행이 끝나면, 회사측은 그 차량을 주요 지점으로 갖고와 다음 고객을 기다린다.
현대 모빌리티랩은 모스크바 등 특정 도시 내에서는 1시간에서 24시간까지, 모스크바 등 도시 경계를 벗어날 경우, 하루에서 30일까지 자동차를 사용하도록 했다. '프리덤' 서비스는 한 달에서 1년까지 사실싱 '장기 렌트'가 가능하다. 기존의 렌트카와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모든 절차가 온라인(모바일)상에서 이뤄진다는 점. 고객이 자동차를 선택한 뒤 '두 번의 클릭'만으로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차의 차량공유 사업은 궁극적으로 차세대 차량인 '수소 전기차'사업과도 맞물려 있다고 한다. 현대차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카림에 5,000대의 차량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플리트(Fleet) 계약'을 따냈는데, 향후 이런 방식으로 수소전기차 판매에 나선다는 것이다. 수소전기 차량을 '플리트 계약'으로 해외 시장에 공급한다면, 1대1 대면 판매 채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소전기 자동차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시킬 수 있다.
자동차는 이제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 빌려타거나, 함께 타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렌트카 시대'에서 현대차가 시작하는 '차량 공유 시대'로, 앞으로는 개인도 소유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완전공유 시대'로 넘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현대 모빌리티랩은 러시아시장에서 스콜코보와 함께 그 시대를 개척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