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탓인지, 비행기에서 잠을 잔 탓인지 모르겠지만 두시쯤에 잠이 들어 새벽 다섯시 반에 눈을 뜬다.
집에서였으면 12시까지 정신 없이 잘텐데.. ^^
여섯시 숙소 카운터의 알수 없는 중국말 모닝콜을 받고, 씻고 나니 여섯시 이십분. 짐을 메고 로비로 나오니 경비인 듯한 아저씨가 나보고 뭐라고 한다. 말하는 투가 왠지 왜이리 일찍 나왔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대답 못하고 그냥 우물우물 하니까 쇼파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
잠시 숙소 밖으로 나가 거리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어젯밤에 도착해서 잘 몰랐는데, 숙소는 성도 공항 바로 정면에 있다. 공항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이른 아침 성도 공항 앞 거리 풍경 -
- 성도 공항 전면의 모습 (성도의 중국식 발음은 청두 이다) -
여섯시반 공항 순환 버스를 타고 성도 공항으로 이동한다. 그래봤자 코앞이어서 5분도 채 안걸린다.
여행 허가서와 비행기표는 들고 있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한담?
국내선 창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다가 공항 직원인 듯한 아저씨께 티켓을 보여주며 "Where to go?" 하니 7번 창구로 가란다. 탑승권을 받고 검색대를 통과한 후 남는 시간 면세점을 둘러본다.
탑승 게이트로 가는 도중에 반가운 우리나라 회사의 광고판도 눈에 띈다. 삼성, LG. 다른 중국 전자 회사의 광고보다 더 세련된 느낌이 든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쵸콜릿폰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나보다. 태희의 쵸콜릿, 현빈의 쵸콜릿. (이곳 사람들이 김태희와 현빈을 알까? ^^)
- 삼성의 보르도 TV 광고 -
- 태희의 쵸콜릿 -
- 현빈의 쵸콜릿 (근데 TV는 왜 안나오는 걸까?) -
- 라싸행 비행기 탑승권 -
아침8시 라싸행 비행기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으니 우리말이 주위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10명이 넘는 듯한 거대한 무리다. 내 옆에 앉은 한 아가씨도 우리 말을 한다. 반갑기는 하지만 아직은 우리 나라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 ^^
약 두시간에 걸친 비행 중에 언뜻 잠이 들었는데, 주변의 웅성거림에 창 밖을 보니~ 오~ 구름 위를 날고 있는 비행기 바로 아래에 거대한 언덕이 보인다. 육지가 어느새 하늘 위로 솟아 오른 느낌이다.
- 창 밖으로 우뚝 솟아오른 티벳 고원이 장엄하다 -
아~ 드디어 티벳이구나.... ^^
- 라싸 공항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 이집트 벽화와 비슷한 느낌? ^^ -
비행기에서 내려 크게 숨을 마셔본다.
어라? 아무렇지도 않다. 비행기에서 아직 식사를 하고 타이레놀 두알을 먹어서 그런가?
나를 마중 나오기로 하신 분이 보이지 않아 잠시 출구 근처를 맴돌며 사람 구경을 한다.
파란 눈의 서양 사람들부터 휴가차 놀러온 중국 한족 사람. 간혹 우리나라 사람들도 보이고, 전통 의상을 입은 티벳 분들의 모습도 보인다.
20분 정도를 공항에서 방황하고 있으니 내 이름을 한자로 쓴 중국 여성분이 헐레벌떡 공항으로 뛰어 들어온다.
미안하다고 하는데(뚜에부치~, 이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음) 오케이 오케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준비된 차량에 오른다.
공항에서 라싸 시내까지는 약 한시간.
나중에 확인해보니 70KM정도 된다고 한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티벳 돌산들과 원주민 마음들을 호기심 있게 살펴본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깨끗하게 새로 지어진 티벳 전통 가옥마다 꽃혀진 중국의 오성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음 한켠이 상당히 불편하다.
- 집집마다 걸려있는 중국 오성기. 중국이라는걸 꼭 확인해주고 싶나 보다. -
- 드디어 포탈라 궁이 눈앞에 펼쳐진다. 직접 눈앞에 마주했을때의 숨막힘. 감동이다 -
라싸 시내에 접어 들자 드디어 웅장한 포탈라궁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여행 준비를 하며 수업이 본 모습이지만 실제 눈앞에 다가오니 그 감동. 이루 말할 수 없다.
숙소인 일광빈광(Sun Rise Hotel)에 도착하니 내 여행을 뒤에서 도와주실 카일라스 오영철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우리말과 중국어를 순식간에 바꿔가며 말을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
카일라스 형님의 방에 들어가 잠깐 인터넷을 하니 점심 12시. 배가 고프다고 말하니 근처의 분식집 같이 허름한 식당으로 데려간다. 추천해주신 음식은 쌀국수. 약간 매콤한 맛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작년 봄,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뜨거운 말을 부어 먹던 칼국수와 그 맛이 매우 비슷하다. ^^
식사 후 홀로 주변 길 산책에 나선다. 평범한 중국 도심지의 분위기.
30분 남짓 돌아다니다가 택시타고 이동하는 카일라스 형님이 나를 발견하고 소리쳐 부른다.
택시를 얻어타고 포탈라궁 쪽으로 이동. 그 옆에 자리잡고 있는 여행사 사무실로 잠깐 들어간다. 내일 오는 손님들과 나의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시는 중이다. 여행 성수기라서 숙소 예약이 쉽지 않다고 한다. (선금을 줘야 예약을 받는다 하니 숙소들 배불렀다 -_-)
- 포탈라궁 앞에서 셀카 한장 -
- 동행을 구하는 쪽지 -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게스트 하우스. 입구 앞에 랜드 크루져 이동을 위한 동행을 구하는 많은 쪽지 들이 붙어 있다. 몇군데 숙소를 돌아보느냐 자전거 인력거(릭샤), 버스도 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난 혼자 조용히 쉴 수 있는 숙소를 원하는데, 그런 방이면 280위안 정도 한단다. 한국돈으로는 35,000원 정도?
그정도는 부담할 수 있지만 카일라스 형님 좀더 싸게 구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분주하다.
결국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 일은 내일 해결이 되겠지 라는 생각에..)
오후 3시쯤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정신 없이 잠을 자고 일어나니 저녁 7시.
다시 외출 준비를 하고 카일라스 형님의 사무실겸 방으로 올라간다. (같은 숙소에 있음)
저녁 식사를 위해 야크 스테이크가 유명한 (게다가 한국 사람이 많은) SNOW LAND RESTRAUNT 로 데려다 준다. 카일라스 형님과 함께 있던 여자분은 이미 식사를 했기 때문에 나홀로 버섯 야크 스테이크와 콜라한잔을 주문한다. (형님은 밖으로 나가 저녁 산책을~)
- SNOWLAND의 야크 스테이크.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이다. (라싸에 머무는 동안 한번 먹었다.^^) -
뒷편 테이블에 한국 관광객들의 소리가 들리고, 서양 사람들도 보인다. 하지만 많은 손님들은 중국 한족.
콜라까지 36위안인데, 카운터에서 카일라스 형님을 보더니 30위안으로 깎아준다. 정말 라싸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인가보다.
저녁 식사 후 사진을 찍기 위해 밤의 포탈라 궁으로 이동! 궁앞의 광장 분수가 하늘 높이 솟아 오르고 그 앞에서 사진찍기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보니, 마치 내가 서울 시청앞 광장에 온 기분이다.
- 밤의 포탈라궁. 볼수록 신비로운 느낌이다. 언제쯤 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저 높이 우뚝 솟은 포탈라궁은 주인을 잃은지 반세기가 지나가는데, 그 앞에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많은 수의 중국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숙소로 돌아와 지도 공부와 간단한 대중 교통 이용법을 숙지한 후 내 방으로 돌아온다. TV에서는 중국어로 더빙된 '여름향기'가 방영되고 있다.
알 수 없는 말이지만, 이전에 봤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감한다.
지금 시각은 11시 정각.
인천공항에서 사온 달라이 라마의 하버드대 강의책을 읽으며 잠을 청해야 겠다.
- 후일에도 계속 라싸 여행의 피로를 이방에서 풀게 된다. 티벳 여행의 베이스캠프 -
- 라싸 시내의 모습 1 -
- 라싸 시내의 모습 2 -
첫댓글 아..불과 세달전에 저도 저 거리에 있었는데.. 저 빨간간판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제가 묵던곳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