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파도소리 들으며 대부도 솔숲 해안 길을 걸어볼까?
▲ 구봉도와 고깔섬을 잇는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개미허리다리
대부도... 파도소리 들으며 걷는 솔숲 우거진 해안 길
대부도에 펼쳐진 갯벌 바닷가 모래톱을 지나 해송이 우거진 숲을 걸어갔습니다. 탁 트인 서해바다가 오랜만에 가슴에 시원하게 적시어 왔습니다. 바람이 꽤나 거세게 불어 왔지만 봄기운이 들어 있는 바람인지라 그리 차갑다기보다는 풋풋하게 느껴집니다. 바다 건너 멀리 인천 송도의 빌딩들이 신기루처럼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기발전을 일으키는 하얀 풍차가 느리게 돌아가고 그 너머로 아스라이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가 보입니다. 영종도 옆에 그 유명한 실미도가 아련하게 보입니다. 비행기들이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마치 연속적으로 쏘아대는 화살처럼 원을 그리며 서서히 하강을 하고 있습니다.
▲ 갯벌과 바다너머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송도의 빌딩들
▲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에 좋은 해송 숲과 해변
과학의 발전은 이렇게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며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해송이 우거진 솔숲에는 캠핑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 딱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안가 좁은 텐트 안에 있다 보면 파도소리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겠지요.
캠핑 촌을 지나니 펜션단지가 나오고 제법 멋진 펜션들이 들어 서 있습니다. 그 중에 <몽당 연필펜션>이란 간판과 몽당연필 모양을 한 펜션이 퍽 이색적으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연필 한 자루를 가지고 모질게 쓰다보면 거의 1년 동안을 쓸 때도 있었습니다.
연필자루가 달고 달아 자리몽당 해져서 더 이상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 몽당 연필자루에 대나무 대롱을 끼어서 연필심이 마지막으로 달아 질 때까지 쓰곤 했습니다. 그 땐 연필심도 왜 그렇게 희미한 지, 글씨를 쓸 때마다 침을 묻혀서 공책에 꼭꼭 눌러서 써야만 글씨가 겨우 보일 정도였습니다.
▲ 초등학교시절 연필이 다 달 때까지 썼던 몽당연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몽당연필 펜션
몽당 펜션을 바라보며 잠시 초등학교시절을 회상을 하다가 앞으로 나아가니 낚시터가 나왔습니다. 바닷물을 저수지처럼 막아 놓고 그 주위에 1인용 텐트를 빙 둘러 쳐 놓은 모습이 마치 군대 막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낚시꾼들은 그 작은 천막에 진을 치고 강태공처럼 낚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펼쳐진 진풍경입니다.
▲ 강태공들의 바다 낚시터도 요란하게 생겼다.
<대부도 해솔길> 안내도를 보니 <바다소리 해안 둘레길>(6.5km)과 <진달래 향기 둘레길>(5.2km)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바다소리 둘레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조약돌이 깔린 해변 가에는 닭들을 야외에서 놓아기르는 곳이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활보를 하며 공기가 좋은 바닷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닭들이 아주 통통하고 건강해 보였습니다. 수탉의 닭 벼슬이 유난히 붉고 건강해 보입니다.
▲ 대부도 구봉섬 해솔길 안내도
"닭들이 정말 토실토실 건강하네요!" "정말 그러네! 이크, 저 수탉의 눈을 좀 봐. 저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버릴 듯 노려보고 있네."
내가 수탉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건장한 수탉은 벼슬을 곤두세우며 나를 매섭게 쏘아봅니다. 날카로운 부리로 나를 쪼아댈 것 같은 기세에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어린 시절 쌈닭에게 쫓겨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던 기억이 떠올라 나는 뒤로 멈칫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아마 이 무리들 중에서 우두머리 격 수탉인 것 같습니다.
▲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는 수탉. 해안가에서 놓아먹여서인지 토실토실하고 매우 건강하다.
한 쌍의 부부가 두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바다물이 빠진 갯벌사이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름을 보는 것 같은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작은 돌섬으로 이어지는 길은 밀물이 들면 곧 잠겨버릴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새겨줄 수 있는 산책길입니다.
▲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될 갯벌 길
조약돌이 펼쳐진 해변을 지나니 마치 금강산 해금강에 펼쳐진 기암괴석 모양 같은 뾰쪽뾰쪽한 선돌 바위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바위 뒤로 고깔처럼 생긴 무인도가 하나 보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밀물이 점점 몰려와 바닷물이 서서히 가까워져 가고 있습니다. 갯벌 위에는 갈매기들이 뭔가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습니다.
▲ 작은 해금강처럼 절경을 이루고 있는 해안가 괴암괴석
구봉도는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봉우리가 아홉 개나 되어 구봉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해안 길을 1시간 정도 걸어가니 <천영물약수터>라는 약수터가 나왔습니다. 거북등 형상을 한 거북이 입에서 약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 천영물약수터
천영물약수터는 개미허리 못 미쳐 바닷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구봉 채석장에서 돌을 캐다 큰 바위에 구멍을 뚫자 그 구멍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물맛이 아주 좋고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구봉도의 명소라고 하는군요.
"물맛이 좋군요. 아이고, 누군가 자동차 열쇠를 놓고 갔네요!" "저런, 얼마나 애가 탈까? 이곳에 놓아둔 것을 기억을 하고 다시 찾으려 와야 할 텐데."
누군가 약수터에 자동차 키를 흘리고 간 모양입니다. 약수 맛에 취해 자동차 키를 잃어버린 지도 몰랐을까? 약수 물을 한 바가지씩 받아서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어허, 속이 다 시원하네!" 천영물 약수로 목을 축이고 망망대해를 배경삼아 추억을 한 장 담은 뒤, 다시 산길로 올라 구봉도 낙조전망대로 향했습니다.
▲ 구봉도에서 개미허리치교로 가는 오솔길
▲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다리 영흥대교
약수터에서 가파른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길은 걷기 아주 좋군요. 능선 양쪽에는 나른 갯벌이 펼쳐져 있고, 섬들이 점점이 보입니다.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다리도 보입니다. 육지에서 가까운 섬들은 다리를 건설하여 이렇게 육지와 연결을 해놓고 있습니다. 시간을 보니 5시 10분, 우린 내친 김에 <낙조 전망대>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개미허리 아치교를 지나 석양을 가슴에 담다
뱀처럼 긴 능선을 지나니 낙조대와 연결된 목조다리가 나왔습니다. <개미허리아치교>란 이름을 가진 목조다리입니다. 마치 개미허리처럼 잘록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개미허리아치교는 무지개처럼 원을 그리며 구봉도와 고깔섬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니 잘록한 모습이 정말 개미허리를 닮은 모양입니다.
▲ 개미허리처럼 잘록하게 구봉도와 고깔섬을 이어주고 있는 개미허리 목조다리
밀물이 들면 건너갈 수 없는 길을 멋진 목조다리로 연결해 놓고 있군요. 낙조대는 고깔섬 앞 바다위에 목조 다리로 연결해 놓고 있습니다. 긴 목조다리를 지나 마침내 우리는 낙조대에 도착했습니다.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카피처럼 바다를 향해 일몰 형태를 하고 있는 조형물이 때마침 바다로 떨어져 내리는 태양과 함께 멋진 풍경을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구봉도 낙조대는 2013년 6월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중앙에 있는 상징 조형물은 일몰과 노을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 구봉도 낙조대로 가는 목조다리
▲석양을 가슴에 품은 형상을 하고 있는 구봉도 낙조대.
▲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낙조대 풍경. 석양을 가슴에 담은 모습이다.
석양노을처럼 둥근 조형물 가운데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의 머리칼이 해풍에 휘날리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연인끼리 이곳을 찾아온다면 멋진 추억의 한 장면을 담을 수 있겠군요. 하늘에 구름이 뿌옇게 끼어 태양을 가리고 있어 붉은 노을은 볼 수 없지만, 몽환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벌써 6시네요. 이제 그만 가보아야 할 것 같네요." "아, 그렇군. 조카 덕분에 오늘 정말 멋진 산책을 했군. 고맙다!"
정말 조카 동문 덕분에 오랜만에 해풍을 맞으며 갯벌 해안가를 알차게 산책을 한 하루입니다. 우리는 낙조대의 조형물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리는 해바라기연수원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애틋한 전설 머금은 할매바위, 할아배 바위
낙조대에서 내려와 반대편 해안가로 돌아오는 길에서 우리는 <할매바위, 할아배바위>를 만났습니다. 작은 바위는 할머니, 큰 바위는 할아버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떠났던 할아배를 기다리던 할매는 기다림에 지쳐서 그만 망부석처럼 비스듬한 바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할아배는 몇 년 후 무사 귀환을 했으나, 할매가 망부석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가여워서 할매바위 옆에서 함께 바위가 되어 저렇게 서 있다고 합니다. 이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가 바위가 구봉의 어장을 지켜주는 바위라고 합니다.
▲ 슬픈 사연을 간직한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
애틋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 탓인지 지는 노을이 더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구슬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윳빛 하늘에 지는 노을사이로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울며 날아가고 있습니다.
구봉도는 바다물이 빠지고 갯벌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 조개도 잡을 수 있고, 작은 갯벌 구멍 사이를 개구쟁이처럼 재빠르게 끼어 다니는 게들도 잡을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갯벌체험을 하기에 좋을 것 같군요. 갯벌에서 어촌체험을 즐기다가 허기가 지면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해물을 먹는 맛도 그만 일 것 같습니다.
▲ 구봉도 횟집 타운
버섯 모양을 한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횟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군요.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갯냄새를 맡으면 아기자기한 해솔 길과 모래톱을 거닐고, 낙조대에서 아름다운 해질녘 일몰을 감상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 갈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봄봄... 봄이 왔습니다.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해솔 우거진 대부도 해솔 길을 걸으며, 낙조대에서 석양을 가슴에 품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구봉도: 대부도 북단에 위치한 섬이며, 봉우리가 아홉 개 있어서 구봉도라 불린다. 12km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에서 구봉도로 들어가다 보면 섬 입구에 커다란 해송 한 그루가 보인다. 넓은 갯벌과 바다를 배경으로 혼자 서 있는 모습이 몹시도 고즈넉해 방문객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든다. 구봉도는 작은 해변이기 때문에 대부도까지 와서도 그냥 지나치는 여행자들이 많다. 하지만 한적한 해변과 아기자기한 봉우리들이 수수하면서도 멋스러워 대부도의 숨은 보물과 같은 곳이다. 선돌을 지나 해안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개미허리처럼 움푹 들어간 곳이 있는데 밀물 때는 배가 다니고, 썰물 때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자연 형성된 야생화 군락, 행글라이더 동호인들의 비행이 구봉도 여행에 낭만을 더해준다. |
출처: 아내와 함께 떠난 세계일주 원문보기 글쓴이: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