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뗑이 이야기 #1
클스마스 이브라고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밖에 나갈 수는 없고 집에서 시간이 한가로와 너튜브를 잠깐 보았습니다.
좌라라락 프로들을 넘기는데 '송창식의 기타이야기'라는 것이 눈에 띄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예전에 무척 좋아했던 분이고 동향이어서 각별히 관심이 갔습니다.
프로를 다 본 후에 나는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언뜻 생각나는게 '몸뗑이 이야기'라서 앞으로 몇 편 포스팅 할까 합니다.
제가 현재는 많이 말랐지만 과거에는 누구보다 탱탱한 몸뗑이를 자랑했습니다. 누구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저에게 무슨 운동을 하셨냐고 묻곤 했습니다. 제일 많은 추측이 유도선수였으니 대략 떠오르시겠죠?
골목축구에서는 한가락 하는 스트라이커였고 동네야구에서는 십년에 하나 나올까말까하는 슬러거였습니다.
서울시경 전투경찰 시절 쪽수가 적은 중대본부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날쌘돌이 때문에 축구에서 일반 소대를 이기곤 했습니다. 에헴~^
그런데 어느날부터 남몰래 지내온 오랜 투병의 악된 결실이 찾아왔습니다.
몸은 야위고 기운이 없어졌습니다.
어느 봄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냄새를 하나도 맡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비인후과 진찰에서 다섯가지 시약을 코앞에 들이대고 맡아보았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치료방법은 없는데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하더군요.
암튼 그 이후로 밤마다 집에 불이 나거나 유독가스가 엄습하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모두 다 냄새 못맡는 데서 오는 악몽이었지요.
서너달 후 지인이 제주에 출장간다하는데 마침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공항의 지사와 관련있는 일이라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서귀포에서 일을 보고 난 후 어느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몸이 상당히 좋지 않을 시절이었고 식욕도 없고 낮시간이라서 우리 일행은 똑같이 회덮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바다에 인접한 식당은 오래된 노포였는데 주중이라 무척 한가했습니다. 낡은 선풍기만이 삐걱거리며 바삐 돌아가고 있었죠.
오랫만에 만난 지점장이랑 같이 내려간 분이 모두 구면이라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식사를 기다리는 지루함 없이 이야가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스멜스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저의 코를 찌르고 있었습니다.
앗, 뭣이여???
기막힌 참기름 향이 백일 이상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던 제 코를 빵 뚫어 준 것이었습니다.
상큼한 과일 향도 지독한 썩은 내도 맡지 못하던 내 코.... 그 코에 기운이 돌았습니다.
쟁반에 담겨오는 큼지막한 양푼 위에는 몇 점의 생선회와 청양고추, 초장 그리고 누런 참기름이 용암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 이후로 신기하게도 조금씩 조금씩 더 진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고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는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벗님들!
만약 잘 안풀리는 일이 있으시면 그냥 걱정 묶어놓고 기다려봅시다.
안달한다고 뾰족한 수도 없쟎아요?
지금 코로나 시대가 딱 그런 때입니다.
모두가 어렵고 짜증나는 때지만 참고 기다리는 지혜를 모아 봅시다~^
# 질긴 몸뗑이
# 후달리는 몸뗑이
# 기다리는게 최선일 때도 있지
# 회복이 목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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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목사- 나의 몸뗑이 이야기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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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목사님, 그런일이 있었군요.
기다리는 지혜는 정말 지금 절실합니다.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엔 더욱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