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14장에 이어 모세는 이제 안식년에 반드시 지켜야만 할 해방과 면제에 관한 규례를 밝히고 있습니다. 안식이라는 주제는 이스라엘의 구속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서, 안식년의 규례에 대해 15장 15절에서는 출애굽 사건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안식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몇 가지 규례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본장에서는 그 사실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아울러 초태생에 대해서도 여호와께 드려야 한다는 명령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안식년 채무 면제 규례
1) 형제의 채무를 면제하라
하나님께서는 안식년에 백성들 서로간의 채무를 면제하라고 명령합니다. 물론 이 채무 면제는 부채의 완전한 탕감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안식년에 해당하는 그 해에 채무를 면제한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긍휼을 기억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들에게 채무를 면제하는 것입니다. 그 해에는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의 중단이라는 측면을 보아도 이 조치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매우 바람직한 규례 임이 틀림 없었습니다.
a.안식년은 땅을 쉬게 하기 위함(출23:10-11)
b.안식년은 종에게 자유를 주기 위함(출21:2)
2) 축복을 보장하심
이러한 안식년 채무 면제의 규례는 자칫 채권자들이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 규례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복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복은 개인적인 차원의 복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가 타국에 꾸지 아니하고 처리함을 받지 않은 국가적인 복이기도 했습니다.
a.믿는 자들이 안식에 들어감(히4:3)
b.안식은 평안히 잠자는 것을 의미함(눅24:1)
2. 안식년 규례 시행령
1) 가난한 자를 도우라
하나님은 안식년에 시행해야 할 규례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이스라엘 백성들 중에 가난한 자들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가난한 자로 대표되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 등은 비단 안식년 뿐만 아니라 어느 때에든지 보호되어야 할 구제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안식년에는 그들이 농사를 짓지 않음으로 인해 더욱 궁핍할 것이기에 그들을 도우라는 명령을 내리신 것입니다.
a.가난한 과부(눅21:2)
b.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이 가난한 자로 불림(습3:12)
2) 가난한 자는 언제든지 있음
이렇게 특히 가난한 자들을 도와야 할 이유는 가난한 자들이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도 한 여인이 자신에게 향유를 부어 장사를 예비했을 때 말씀하셨듯이(참조, 요12:8), 인간 세상에는 항상 구제를 필요로 하는 자들이 상존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에 대한 긍휼 또한 어느 시대의 그리스 도인에게나 요구되는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만약 그 가난한 자들에게 도움을 베풀지 않을 경우, 그들이 하나님께 호소하면 하나님께서는 그 죄를 형제의 곤란을 간과한 사람에게 찾을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a.가난한 자에 대해 하나님이 보호하심(시35:10)
b.가난한 자를 학대하면 가난해짐(잠22:16)
3. 히브리 종에 관한 규례
1) 칠 년째는 자유케 하라
안식년의 중요한 규례 중 하나는 히브리 종에 관한 규례입니다.
이 율법은 당시 이웃 나라들의 잔인한 종 제도와 달리 종으로 팔린 자가 주인을 위해 6년을 섬기면 7년 안식년 때에는 그 종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얻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율법이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사회적 형편에 따라 종의 제도를 허용하고 있지만, 주변 나라들의 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민법의 특성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 규례에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적극적인 공의가 반영되어 있고, 아울러 인권에 대한 탁월한 처우와 보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율법이 반영하고 있는 인간 존중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종은 공평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음(욥31:13-15)
2) 출애굽 이전의 상황을 기억해야 함
이스라엘의 안식년 규례 중 종의 해방이 특별하게 포함되어 있는 이유에 대해 모세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 백성 자신들이 과거 출애굽 이전에 애굽에서 겪었던 종살이를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애굽에서 오랜 세월 동안 종살이를 하면서 갖은 고초를 당하였습니다. 또한 그들 자신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구출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종이 된 히브리인들에 대해 조상들이 당했던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선하게 대우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대우에 대하여 하나님은 안식년에 그 종들을 해방시키도록 명문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a.출애굽은 안식의 근거이기도 함(신5:15)
b.출애굽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사건(신4:37)
4. 초태생에 관한 규례
1) 초태생은 여호와께 드리라
초태생에 관한 규례의 근거는 역시 출애굽 때의 유월절 사건입니다. 그 첫 유월절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이 잡은 1년 된 어린 양의 피로 인해 장자의 죽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전적인 은혜로 말미암은 구속의 사실을 기억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매년 양이나 소의 첫 새끼를 구별해 여호와께 드리고, 그것을 가족들이 함께 먹으며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가르치고 나누어야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죽음을 당하는 초태생은 장차 대속의 죽음을 당하시게 될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러한 의식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희미하게나마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a.난 지 8일 이후부터 하나님께 제물로 드림(출22:30)
b.할례 의식과 연관됨(창17:12)
2) 피는 구별해야 함
초태생을 드리는 규례와 연관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피를 먹지 말고 그것을 땅에 쏟아 버려야 했습니다. 이것은 이미 율법 이전에 주어진 규례로서 피가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다시금 언급하시면서 그 사실을 강조함으로서 모든 생명의 주관자가 바로 하나님이심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만 모든 영광을 드리는 삶이야말로 이스라엘 백성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성도들에게 요구되는 규례입니다.
피는 생명이므로 반드시 피 흘린 것을 갚음(창9:6)
결론
안식년 규례를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야말로 출애굽을 경험한 백성으로서 다른 민족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그러한 독특한 정체성이 바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을 이해하고 오늘 우리 사회 속의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교회와 성도들이 노력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참다운 안식이 있는 사회, 이웃을 사랑함이 있는 사회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 성도들의 빛과 소금 된 역할을 통하여 원하시는 이 세상의 모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