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이야기
떡(Tteok, rice cake)을 우리 조상들이 언제부터 만들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낙랑(樂浪)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지금의 시루떡과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떡을 별미(別味)로 먹을 뿐만 아니라 주식(主食)으로도 쓰였으며 전통적으로 잔치ㆍ제사(祭祀)ㆍ고사(告祀) 등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음식이다.
우리나라 떡은 곧 굳기 때문에 유통(流通)기간이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농촌진흥청(農村振興廳) 연구팀이 쫄깃쫄깃하고 맛도 좋은 ‘굳지 않는 떡’을 개발하였다. 떡 산업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굳음 현상을 지연할 수 있어 떡 산업 발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총 1조 3천억원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굳지 않는 떡’ 제조기술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90여개 업체에 이전됐다.
‘굳지 않는 떡’은 아무런 첨가물 없이 화학적 처리도 하지 않은 ‘무첨가(無添加) 무화학(無化學)’ 처리(處理) 기술이다. 이 제조기술로 떡을 만들면 오랫동안 쫄깃함과 말랑함을 그대로 유지 할 뿐 아니라 냉장 보관하거나 냉동 보관 후 해동(解凍)을 하더라고 원래 상태의 질감이 회복된다. 방부제(防腐劑) 처리 없이 실온에서 2-3일, 냉장(冷藏)보관 4-10일, 냉동(冷凍)보관 6개월 이상 저장ㆍ유통이 가능하다.
찹쌀뿐 아니라 멥쌀, 잡곡(雜穀) 등 모든 곡류에 활용할 수 있으며, 떡을 메치는 전통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현미, 조, 수수 등 잡곡의 영양 성분을 이용하면 다이어트용, 성인병 예방용 등 기능성(機能性) 떡을 만들 수 있다. 굳지 않는 떡의 원천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화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11월 11일은 농업(農業)이 국민 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農業人)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法定) 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여러 지역에서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자는 뜻과 남아도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11월 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선포하고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먹자’는 캠페인을 벌렸다. 서울광장에서는 11m 길이의 가래떡을 만들어 시민들과 나누어 먹었다.
한편 아동과 청소년들은 11월 11일을 제과ㆍ유통업계가 판촉을 위해 만든 ‘빼빼로 데이(pepero day)’에 빼빼로를 친구들 사이에 꼭 주어야만 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백화점과 마트에서는 5천원에서 5만원이 넘는 빼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막대기 모양의 과자에 단맛 나는 초콜릿으로 구성돼 있는 ‘빼빼로’는 크기도 더 커지고 초콜릿 위에 뿌려진 것이 많아지면서 하나만 먹어도 밥 한 공기 정도(250kcal)의 열량을 섭취하게 되는 것도 있다. 이에 날씬하다는 뜻을 가진 ‘빼빼로’를 너무 즐기다 ‘뚱뚱보’가 될 수 있다.
농민(農民)들이 땀 흘려 생산한 곡식을 가루로 만들어 찌거나 삶거나 지져서 익힌 음식인 ‘떡’의 어원(語源)은 ‘찌다’가 명사화되어 ‘떼기’→‘떠기’→‘떡’으로 변화되었다. 떡을 만드는 재료는 멥쌀ㆍ찹쌀을 비롯하여 여러 잡곡과 잣ㆍ밤ㆍ대추ㆍ호박ㆍ쑥ㆍ취 등 다양하다. 떡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분류하면 100가지도 넘는다.
우리 민족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절기(節氣)마다 다양한 떡을 즐겼으며, 떡은 우리 전통 식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 이전에는 쌀의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에 보리, 조, 수수, 콩 등 잡곡류(雜穀類)의 가루를 시루에 찐 떡을 즐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三國)시대를 거쳐 통일신라(統一新羅)시대에 이르러 농경(農耕)이 더욱 발달하여 쌀을 재료로 하는 떡이 보편화되었다.
떡의 종류 및 조리법을 기록한 책은 조선시대 이후에 출간이 활발하였다. 예를 들면, 안동 장씨가 1670년경에 저술한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에는 상화법, 증편법, 잡과편법, 밤설기법 등 떡의 조리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山林經濟, 1715년)에서 곶감떡, 밤떡, 방검병, 석이병 등을 소개했으며, 규합총서(閨閤叢書, 1815년)에는 복령조화고, 백설고, 권전병, 유자단자, 석턴병, 두텁떡 등의 조리법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세시풍속(歲時風俗)의 지혜를 일상에 풀어내는 세시(歲時)음식이 발달하여 계절의 변화를 기준으로 절기(節氣)마다 떡을 빚어 조상의 음덕(陰德)에 감사하거나 풍요(豊饒)를 기원했다. 또한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제철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하였으며 각각의 떡에 의미를 부여했다.
예를 들면, 설날에는 경건, 신성, 복(福)의 기원 등의 의미를 담아 흰떡국, 조랭이떡국, 시루떡, 식혜를 먹으며 정월(正月) 대보름에는 은혜보답 의미로 약식을 먹는다. 8월 한가위에는 햅쌀로 조상(祖上)께 감사드리며 송편, 시루떡, 인절미, 조떡 등을 먹는다. 5월 단오에는 쑥절편과 인절미, 수리취, 모시잎송편을 먹으며, 7월 칠석에는 깨찰떡, 밀설구, 주악, 밀전병을 먹는다.
떡의 명칭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나 만드는 방법은 찌고, 치고, 지지고, 삶는 4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즉, 떡의 주재료인 쌀, 보리, 좁쌀 등의 떡가루를 이용하여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찌는 떡’인 증병(蒸餠)은 곡물가루에 물을 섞어 시루에 놓고 쪄서 만드는 떡으로 덩어리로 안쳐 만들기 때문에 멥쌀을 주로 이용한다. 설기떡, 두텁떡, 켜떡, 증편 등이 있으며 특히 ‘두텁떡’은 임금 탄신일(誕辰日)에 반드시 만들며 쌀가루를 간장으로 간을 한 궁중의 대표적인 떡이다. 증편은 기주떡, 술떡, 벙거지떡으로 불리며 술을 넣어 발효(醱酵)시킨 후 쪄내며 잘 쉬지 않고 입맛을 돋우어 주는 대표적인 여름 떡이다.
‘치는 떡’ 도병(搗餠)은 곡물 또는 곡물가루를 시루에 찐 다음, 절구나 안반(떡메 칠 때 받치는 안쪽이 오목하고 평평한 떡판) 등에 넣고 떡메나 절구공이로 쳐서 만들며 가래떡, 절편, 인절미 등이 대표적이다. 찹쌀을 주재료로 사용한 것을 찹쌀도병이라 하며 대표적인 떡은 인절미이다. 멥쌀로 만든 것은 흰 떡, 절편, 골무떡, 개피떡(바람떡), 개떡, 고치떡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지지는 떡’인 유전병(油煎餠)은 찹쌀가구, 밀가루, 수수가루 등을 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떡으로 중국 전한(前漢)에서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당(唐)나라 때 불교(佛敎)와 함께 전래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름에 지져 만드는 떡으로 전병, 주악, 부꾸미 등이 있다. 찹쌀가루와 꽃을 섞어 지진 것을 화전이라 하며, 밀가루를 둥글게 지진 것을 전병이라 한다. 특히 화전(花煎)은 계절에 따라 진달래꽃, 장미꽃, 배꽃, 국화꽃 등을 붙여서 만드는 화사한 떡으로 풍류(風流)가 담긴 떡이다.
‘삶는 떡’ 경단(瓊團)과 단자(團子)는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모양 있게 빚어 찌거나 물에 삶아 건져서 고물을 묻히는 떡으로 경단류, 단자류, 새알심 등으로 나뉘며 고물의 종류와 색깔이 매우 다양하여 가장 아름다운 떡이다. 경단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밤톨만큼씩 둥글게 빚어, 끓는 물에 삶아 여러 가지 고물을 묻혀 만들며, 단자는 찹쌀가루를 익반죽하거나 찐 후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고물을 묻힌 떡으로 고물에 따라 다양한 단자가 있다. 특히 붉은 색이 악귀(惡鬼)를 쫒는다 하여 붉은 팥고물을 묻힌 ‘수수팥경단’을 아기 백일과 첫돌부터 열 돌까지 생일날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우리나라 떡류 시장규모는 약 1조1천억으로 쌀 가공식품 시장의 60.1%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떡류제조업체 수는 13,275개(2006년)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편 국내 제빵산업 규모는 2조 7천억원 정도로 떡 산업의 2배 이상이다. 일본은 지역별, 용도별, 종류별로 체계화된 쌀가루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전통 떡 산업을 육성하여 시장규모가 75조 원(2011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급속도로 발전한 카페(cafe) 문화에 떡을 접목하여 세련된 ‘떡 카페’가 등장하여 ‘커피+케이크’의 공식을 깨고 ‘떡=웰빙’이라는 이미지를 첨가하여 음료와 떡을 결합한 세트메뉴, 떡 아이스크림과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한편 우리의 떡을 세계인(世界人)을 위한 디저트(dessert)로 개발하여 우리 식문화의 세계화(世界化)에 기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식품영양재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