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둘러보니 여러 선생님들이 계시는 군요.
이 글이 반말?이어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논술 공부하다보면 이런 식으로 글을 쓰게 돼서요..
2015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문제 미래엔 교과서로 대비가 가능했었나?
2015 수능 한국사과목에서 이른바 “hell”로 평가되는 문제는 네 개다.
네 문제 중에서 두 문제가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로 커버되는지 알아보겠다.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은 수험생이 6종 교과서 중 어떤 교과서를 보더라도 불이익 없게끔 출제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의 말에 따르면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를 보더라도 수능 문제를 푸는데 지식적으로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를 철저히 공부했을 시, 2015 수능 한국사를 만점 받는데 부족함이 없었는지 나는 확인해보려 한다.
우선 시험장에서 나를 매우 경악하게 만들었던 4번 문제다.

이 문제의 오답률은 70%에 육박한다. 한국사는 서울대에서만 필수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최상위권 고3과 재수생이 대다수 선택하므로 한국사문제의 오답률이 70%라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어떤 문제를 보지 않고 찍었을 때 오답률이 80%인 것을 감안하면 최상위권의 학생들조차 거의 대부분이 이 문제를 찍었다고 보면 된다.
이 문제를 풀려면 이 지도가 후삼국시대의 각 국가의 영역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을 우선 알아야한다. (가)를 수도로 하는 국가가 금성(나주)을 차지하고 있고, (가)의 영토가 만주까지 뻗어있지 않다는 것을 보고 이 지도가 나타내는 시기는 삼국시대가 아니라 후삼국시대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가) (나) (다)가 어디인지 알아야한다. (가)는 개경이고 (나)는 완산주이고 (다)는 경주이다. 여기까지는 미래엔 교과서로 공부해도 무리가 없이 알 수 있다. 교과서 PDF파일로 후삼국 시대 지도와 “개경”, “완산주”, “경주”를 검색해본 결과 모두 나와 있다.
문제는 선택지에서 발생한다. ⓵, ⓶, ⓷은 지엽적이긴 하지만 교과서에서 모두 언급하고 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⓵의 대성학교는 평양에 세워졌다. ⓶의 망이 망소이의 난은 공주 명학소에서 일어났다. ⓷ 성왕이 천도한 곳은 사비다. 이것들 모두 미래엔 교과서에서 언급되고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⓸와 ⓹이다. 우선 ⓸를 보자. ‘3경?’ 사실 나는 3경이라는 단어를 수능 시험장에서 처음 봤다. 수능 시험장에서 이때부터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⓹번 선택지를 보자. “염포”라는 것도 나는 시험장에서 처음 보았다. 이때 나의 등에서 식은땀이 좌르륵 흘렀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⓸이냐 ⓹이냐를 엄청나게 고민하다 ⓸를 찍었는데 정말 운 좋게 맞혔다. 정답은 ⓸다.
3경이 예전 7차 국정 교과서로 수능 출제하던 시절에는 기본적인 내용이었지만 지금의 한국사 교과서는 전근대사는 간략이 소개하고, 근현대사 중심으로 서술돼 있기 때문에 수험생은 3경을 알기 힘들다. 나는 시험이 끝나고 내가 수능 대비로 공부했던 미래엔 교과서를 찾아보았다. 책으로 엮인 것을 보면 혹시 못 보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PDF 파일을 열고 ‘Ctrl+F’를 눌러서 단어 검색을 했다. ‘삼경’과 ‘3경’ 모두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3경’이 있었다.

있긴 있었는데... 교과서 본문에는 전혀 3경에 대한 내용이 없다. 단지 교과서 귀퉁이에 있는 위의 사진에서 3경이라고 써있는 게 전부다. 따라서 수험생이 미래엔 교과서를 50번 읽었더라도, 3경의 위치는 알 수 있을지언정(이거 알기 도 매우 힘듦) 3경이 고려 전기에 중시 됐는지는 죽었다 깨나도 모른다.
그리고 PDF 파일에서 나는 ‘염포’라는 단어도 찾아보았다. ‘염포’라는 단어는 미래엔 교과서에 아예 나와 있지도 않다. 염포가 울산이라는 것을 알아야 ⓹가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미래엔 교과서로 공부해서는 이를 절대 알 수 없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6종 교과서 중에서 어떤 교과서에는 ⓸번 선택지에 대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엔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에게는 엄청나게 불리한 문제를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에서 출제하신 거다.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미래엔 교과서로 이 문제를 풀어 낼 수 없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미래엔 교과서는 잘못이 없다. “6종 교과서 중 어떤 교과서를 보더라도 불이익 없게끔 출제한다.”라고 해놓고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잘못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9번 문제다.

이것도 전설로 기억될 문제인데, 오답률이 65%에 육박한다. 우와~~ 진짜 이 문제도 풀다가 시험장에서 나는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4번 문제도 찍어 놓고 넘어 가서 기분이 매우 불쾌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봤을 때 정신적으로 더더욱 고통스러웠다.
일단 시험장에서 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나의 심리 상태는 다음과 같다.
⓵ 홍범 14조를 고종이 종묘에서 반포 했다는 것은 들었던 적이 있다... 음... 맞아.
⓶ 궁궐 내에서 청군의 공격에 의하여 일본군이 도망갔다는 거면 갑신정변일 텐데... 잉? 창덕궁? 그게 창덕궁에서 있었던 일인가? 하... 도저히 모르겠다. 일단 다음 선택지를 보자.
⓷ 민비가 시해된 것은 을미사변인데, 을미사변이 경복궁에서 일어났나? 아 을미사변이 궁궐 내에서 일어난 것은 알겠는데 그게 경복궁인지 창덕궁인지 덕수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미치겠다..
⓸ 고종의 황제 즉위식은 원구단인데... 아 원구단이 경운궁에 있는 건가? 아니면 다른데 있는 건가.. 아 도저히 모르겠다..
⓹ 다행히 이게 맞다는 건 알겠군.
시험장에서 나의 멘탈은 방전 일보직전까지 갔었지만 나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도 ⓸번으로 찍었는데 맞혔다.
그럼 이제는 미래엔 교과서로 공부했을 시 이 문제를 온전히 풀어낼 수 있는지 파악해보겠다.
⓵ 헉, 나는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홍범 14조가 종묘에서 반포 됐다는 것은 미래엔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다. 홍범 14조가 종묘에서 반포됐다는 것을 나는 어디서 주워 들었기에 ⓵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거였다. 홍범 14조가 종묘에서 반포됐다는 것을 나처럼 어디서 주워듣지 않았다면, 미래엔 교과서로 공부한 수험생은 ⓵이 맞는지 알 수 없는 거였다.
⓶ 미래엔 교과서 전체를 뒤져봐도 아예 “창덕궁”이라는 단어조차 없다. 미래엔교과서로 공부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선택지다.
⓷ 미래엔 교과서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을미사변이 경복궁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나와 있지 않다.
⓸ 놀랍게도 이것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미래엔 교과서에 있었다. 미래엔 교과서 170P의 주제 열기를 보면 “경운궁을 떠나 원구단으로 행차한 고종은”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경운궁을 떠나야 원구단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아 원구단은 경운궁 밖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⓹ 이 선택지에 대한 내용은 미래엔 교과서에 나와 있다.
요약하면, 9번 문제의 ⓵, ⓶, ⓷의 내용을 미래엔 교과서로는 도저히 알 수 없지만, 정답이 되는 ⓸를 알아낼 수 있으므로 답을 골라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오답 선택지인 ⓵ ⓶ ⓷을 미래엔 교과서를 통하여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도, 제대로 출제한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미래엔 교과서는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다. 교과서의 서술 방식, 구성, 내용 등에서는 미래엔이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는 수능 출제 이전에 만들어져서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 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교과서를 보고 수능 문제를 만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문제가 있다. 모든 교과서를 철저히 파악하여 그것들 중 어떤 것을 보더라도 수능 문제를 푸는데 불리하지 않게 출제하겠다고 말씀하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께서 이렇게 약속을 저버릴 수 있는가. 나는 어렸을 때 언론에서 수능 고득점자가 인터뷰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기자가 수능 고득점자에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물으면 그는 “교과서만 봤어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옛날부터 수능 고득점자가 언급한 이 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믿지 않았지만 일부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수능 고득점자가 “교과서만 봤어요.”라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그의 말을 아예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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