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챙겨온 옷으로는 방한이 될 것 같지 않아 언니에게 부랴부랴 검은 패딩을 빌려입고,
지난 번 분홍신의 고통을 교훈삼아 이번엔 편한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동안은 백팩에 쇼퍼백까지 양 어깨에 이고지고 갔다가 펜쇼 다음 날엔 어김없이 심각한 근육통을 느껴왔던지라
이번엔 새로이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는 카트를 구매해 그곳에 전부 때려넣고 길을 나섰습니다.
카트 제품설명엔 분명 조용한 바퀴라고 했는데...
사람없는 고요한 아파트 단지 안은 제 카트바퀴가 신명나게 자아내는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분명 전번엔 초행길인데도 베리메론님과 한 번에 간 것 같은데 이번엔 꺾는 길을 헷갈려서 잘못 갔다가 9시가 넘어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길치는 불치병인가요?)
이번에 이래저래 맡은 일이 많았던 저는 펜쇼 전에 기력이 많이 빠져있었습니다.
(물론 펜쇼에 컨디션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지만요...ㅎㅎㅎ)
부랴부랴 제 데스크 세팅하고 스탭분들께 배지를 나눠드리며 정말 간단하게 인사만 드리고 왔네요...
그나마 그거라도 해야 얼굴 한 번이나마 보고 가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매 번 직접 나눠드리게 되는 듯 합니다.
이번 펜쇼는 역대 최대 스탭참여로 데스크도 많았는데요, 국내외 업체에도 문이 열리면서 점점 많은 곳에서 참여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배지 나눠드리는 시간도 오래걸린 것 같아요.)
스탭도 참가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예전에 비해 엄청 넓어진 행사장이지만 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첫 펜쇼 회장을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10년이면 강산 아닌 펜쇼 회장도 바뀝니다!!!
언젠가 더 넓은 곳에서 치러질 날도 있겠지요? (지금의 추세라면 머지 않은 미래인 듯 싶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저에게 이것 저것 쥐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ㅎㅎㅎ
이번 펜쇼에서 자카드 원단의 파우치가 제일 일찍 완판되었는데
사실 자카드 원단은 사용에 주의할 점도 많고 만들기도 많이 번거로워서 이번까지만 하고 그만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찾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다음에도 해야겠습니다!
제 파우치에 대해 설명 드리려고 할 때 '전에 사서 쓰고 있어서 주의점 알아요~'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기분이 느껴집니다.
쓰면서 편해서 더 사러 왔다고 해주실 때마다 제 드넓은 어깨의 등고선이 점점 높아졌었답니다.
보신 분 계신가요? 제 어깨 한라산 된 거...ㅎㅎㅎㅎㅎㅎ
후기 읽으면서 파우치만 사고 가셨다는 분들 계서서 죄송하고 아쉬웠습니다.
파우치 어떻게 쓰고 계신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옆자리 일본 분들께 통역부탁을 받기도 하고 배지도 파느라 제대로 응대를 못해드린 듯 하네요.
다음 펜쇼에서는 대화를 더 할 수 있는 데스크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아이디어는 있었는데 도저히 제 체력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기각했거든요.
봄 펜쇼에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에다가는 뭔가 엄청 바쁘게 팔기만 한 것 같은데 사실 두세 번 자리를 비운 적이 있습니다.
늦게 오신 스탭분들 배지 드리고 화장실도 가고 찜해놓은 것들 사러 잠깐 자릴 비웠는데
갔다 올 때마다 coste님이랑 히즈님이 누가 와서 기다리가 가셨다고 해서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이웃자리의 coste님, 히즈님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어요! 간식도 얻어먹고 많이 웃고 저대신 제 파우치 판촉도 해주셔서 더 많이 팔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나갔을 때 사온 것들입니다.
피에르가르뎅의 혜자로운 구성의 어반스케치세트, 뮤직잉크, 고양이 잉크병 스탬프! 사고 싶은게 더 많았는데 다른 지름으로 꾹 참았더랬습니다... 어반스케치세트는 수량이 적어서 일찍 나갈 줄 알았는데 어쩜! 한정 1번도 남아있는게 아니겠어요? 신나서 한정 1번 만년필이 들어있는 세트로 데려왔지요! SNS에서 미니미한 팔레트를 들고 그림 그리는 영상을 봤어서 갬성템(?)으로 탐났던 것이었는데 드디어 저도!!! ㅎㅎㅎ +가서 멍멍이 스탬프 찍어와야지 했는데 정신을 놓았더니 행사가 끝나버린 거시에요...ㅠㅠ 다음에도 가지고 오시면 다이어리에 와다다다 엄청 찍어가렵니다.
옆자리 니이쿠라씨께는 너무 이쁜 마키에펜과 막판 할인 때 너무 저렴하게 뮤렉스 만년필을 사올 수 있었습니다. 아까워서 쓰진 못할 펜들이지만 싸면 사는게 맞습니다. 암요. ㅎㅎㅎ
봉새님께는 펠리칸 콜라니 만년필과 샤프세트를 샀습니다. 콜라니도 일단 보이면 사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봉새님 데스크는 뭔가 자꾸 사게되는 데스크인 듯 싶습니다.
바카쓰님께는 13년도부터 사고 싶었던 구형 개더드를 구매했습니다. 바카쓰님이 눈물로 보내주신 이 개더드... 제가 많이 애껴주겠습니다. 사실 제가 사러 갔을 때 다른 분께 보여주시던 다른 펜도 사고싶었답니다... 후후후... 돈이 없었던 것이 참 다행이지요...
계속님께 사려던 멀티펜! 너무 늦게가서 로즈골드 컬러는 나가버렸을 줄 알았는데 남아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리필도 다 갈아주고 끄적이는데 기분이 좋더군요.
윙크 잉크는 펜쇼 뒤풀이에서 파카51님이 나눠주시는 것을 염치불고하고 받아왔습니다. 잉크 이름도 독특하고 잉크병도 예뻐서 좋더라구요! 잘 쓰겠습니다!
coste님이 팔고 계시던 3공링의 가격을 옆자리에서 우연히 보고 '아니! 이걸 이 가격에?????'싶어서 몇 번이나 가격표를 들여다보며 가격을 확인했습니다. 너무 싸게 팔고 계셔서 저도 모르게 4개를 샀다가 막판에도 남아있길래 남은 2개를 더 사왔습니다. 내년에 6공 다이어리도 써볼 예정이라 엄청 유용하게 쓸 것 같습니다. 저것만 사기엔 운비가 아까웠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만 놓고 언제사나 하던 거였는데 말이죠... 덕분에 좋은 기회 엄청 좋은 가격으로 잘 샀어요!!!
계속님께서 펜쇼 막판에 옥스포드 리갈패드를 나눠주셔서 낼름 받았습니다. 종이는... 소중하니까요!
이안클립님이 공예에 쓰기 좋은 끝이 뾰족한 귀여운 보라색 실가위를 주셨습니다. 다음 파우치 작업 때 엄청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피에르가르뎅 데스크에 간식드릴 겸 물건 사러 갔다가 너무 이쁜 미공필들도 받고 무료로 나눠주신다길래 보라색으로 배지와 마그넷을 골라왔습니다.ㅎㅎㅎ 펜쇼 끝나고 집에 와서 너무 신나가지고 고양이 미공필에 펜쇼에서 산 뮤직 잉크도 채워놨습니다. 미공필 쓰기 어려워서 직선만 죽죽 긋고 있지만 언젠가 멋있게 글이나 그림을 완성할 수 있겠죠?
요시다씨께는 예전에도 한 번 받았던 롤반의 먼슬리 다이어리를 받았는데 커버가 제가 좋아하는 튤립이라 더더더 좋았습니다. (무려 교체식 커버!)
에비사와씨께 현금 없는 친구대신 잉크를 사며 5만원 채우려고 데스크에 두 자루 남아있던 프레피도 제가 쓸 요량으로 샀는데 잉크값만 받으시고 프레피는 그냥 주셔서 당황 그자체...
니이쿠라씨께는 펜을 샀더니 중력식(?) 멀티펜을 주셨고 이렇게 저는 멀티펜 부자가 되었습니다. (어서 멀티펜 리필을 더 사야겠습니다.ㅋㅋㅋ)
후루야씨는 대만펜쇼에서 구하셨다는 나무 만년필을 주셨는데 처음 듣는 브랜드라 어떤 펜인지 궁금해지네요. (배럴이 무슨 나무인지 말씀 해주신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요...ㅠㅠ)
명찰 이벤트 하셔서 연필 받으러 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너무 소소한, 정말 미세먼지 같은 경품이었는데도 즐거워하며 받아가주셔서 제가 더 기뻤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분들과 함께 오신 분들도 보기 좋았답니다. 각양각색으로 만드신 명찰의 실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요.ㅎㅎㅎ
이번엔 뒷풀이 식사에 카페까지 가서 끝까지 있다 파하며 지하철역으로 갔는데 제 카트가 계단 내려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해주신 분들이 계셨지요... 하지만 제 카트는 시끄러웠을지언정 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펜쇼날 자고나면 원래는 팔다리가 분리되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펜쇼 다음 날엔 발만 좀 아프고 말았답니다. 팔이 아프지 않았어요!!! 이것으로 제 카트는 제 할일을 다 했습니다. 다음 봄에도 잘 부탁한다 카트야...
아... 후기를 쓰며 펜쇼날을 다시 떠올리니 그날의 찬 바람과 초록색을 가진채로 떨궈진 은행잎과 펜쇼 회장의 웅성거림도 함께 떠오르네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일 년에 두 번 만날 약속을 하는 사이라는 건 사회생활을 하면 할 수록 꽤 자주 만나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저같은 내향인에 대학생활,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과 지금 사는 곳이 먼 경우 더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의 연락만으로도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역시 직접 만나면 더 반갑고 즐거운 듯 합니다.
이번 서울 펜쇼에서 만난 우리들은 암묵적으로 내년의 봄 펜쇼에 만날 약속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펜쇼에 오셨지만 인사 나누지 못한 분도, 이번 펜쇼에 오지 못한 분들도 모두 다음 펜쇼를 기약하고 싶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저를 24년 4월 20일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득템하신 것들이 어마어마하네요. 사실 저도 아침에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ㅎㅎㅎ
헤난님을 만나지 못해서 헤맸나봅니다. 다음엔 꼭 지하철 계단에서 다시 만나서 가시죠?
따뜻한 봄에 다시 만나길 기다리겠습니다. ^^
저 사실 메론님 후기 읽으면서 엄청 웃었어욬ㅋㅋㅋ ‘으아니 메론님도 길 헤메셨다니!!!! 하면서요 ㅋㅋㅋㅋㅋ 봄에는 지하철 역에서 만나서 가요~ ㅋㅋㅋ
@리리티헤난 ㅋㅋㅋㅋ 알겠습니다.
텍스트만 봐도 그날 얼마나 바쁘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훈훈하고 감동적인 후기 끝에 차기 행사 홍보까지 모든 면을 활용하시는군요ㅋㅋ 벌써 설레고 기다려 집니다.
바쁜 듯 아닌 듯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
10년동안 제 파우치 아껴주시고 다시 찾아주신 것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글 올리셨던 것 보면서 파우치 상태에 깜짝 놀랐답니다. 너무 깨끗하게 쓰셔서요!
다음 행사 날짜가 정해졌으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각인시켜 드릴 겁니다. 그것이…운영진이니까요!(끄덕)
다음에도 꼭 뵈어요!!!^^
@리리티헤난 사실 이번에 보여드리고 싶어서(열렬한 팬임을 증명하고자!) 챙겨 갔었는데 넘 바쁘셔서ㅜㅜㅜ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벌써 동네방네 봄 펜쇼 소식을 전했습니다!
다음 한정판이 벌써 기대가 됩니다. 후후후
@커드 열심히 준비할게요! 꼭 와주세요~^^
글로만 봐도 엄청난 준비에 체력 소모가 심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스태프로 참가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번에는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내년 4월은 스태프로 참가하는 게 목표입니다.
스탭 참가하면 조금 고되긴 하지만 일반 참가와는 다른 재미가 있답니다!
4월에 스탭으로 뵈면 좋겠네요.^^
펜쇼의 여정이 눈에 보이는 듯 한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늘 분주해보이셨는데 알차게 또 득템 하신 것 같아 제가 다 뿌듯하네요.
츠바이님 이번 펜쇼에서도 뵐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길게 대화 나누지 못한 것 같네요. 다음 펜쇼에는 좀 길게 대화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봄 펜쇼에서 다시 만나요!
분량으로 보면 긴 내용인데 한눈에 술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펜쇼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셨던 헤난님의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전 일반참가자에서 본격적으로 스탭참가자로 변신중인데, 여러모로 많이 버거웠습니다.
서서히 노하우가 쌓이면 헤난님처럼 일인다역을 척척해내는 날이 올까요 ? ^^;
그냥 길기만 한 글인데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여전히 펜쇼 준비에 어버버 하는 듯 합니다. 다음 펜쇼엔 좀 나아지려나요?ㅎㅎㅎ
미공필은 어디 가서 쓰는 법을 배워야 할까봐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요, 우리 같이 배워볼까요??
사진을 잘 찍어주셔서 몇번 몇번 보고 있답니다.
일년에 두 번, 펜쇼에서 얼굴 뵐 수 있으니 감사한 펜쇼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공필은 저만 쓰기 어려운게 아니었군요!ㅎㅎㅎㅎㅎ 영상을 보면 그냥 쓱쓱 써도 멋있던데 말이에요… 근데 이번에 주신 고양이 미공필 너무 이뻐서 줄만 그어도 기분이 너무 좋기에 그걸로 된 거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
뮤직 잉크도 어제 소분하면서 시필하는데 색 이뻐서 ‘이거 큰 병으로도 파시는걸까?’ 생각했어요. 다음에도 뮤직잉크 팔아주세요!!!
어반스케치세트는 구성 너무 좋았어요! 시간이 꽤 지나서 진짜 못 살 줄 알았거든요… 남아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번 펜쇼에서도 많은 분들께 예쁜 마음 나눠주신 로고스님, 다음 펜쇼에서도 꼭 만나기에요!!!
@리리티헤난 다음번 뮤직잉크 더 큰병,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번스케치세트는 왠지 헤난님을 위해 남은 듯 했어요. 미공필은 더 연습하기로 해요. 우리~! ,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번펜쇼도 헤난님 덕분에 든든한 로고스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살, 또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일년에 2번 약속을 하고 이를 지켜내는 것이 쉽지 않구나, 다시 한 번 절감하는 하루였습니다.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었군요. ㅎㅎㅎ 날짜가 일찍 정해져도 세상이 가만두지 않으니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