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둘째주에 보내는 “고창텃밭꾸러미”편지
고창텃밭꾸러미(063-561-3936)cafe.daum.net/gochanggarden
분명 가을은 돌아오는 것인데도, 우리는 늘 가을이 ‘온다’고 말합니다. 지난해처럼 ‘가을’이라 똑같이 부르니까 같은 것 같지만, 속은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늘 새롭습니다.
가을이 오면,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땅콩을 뽑아 가지런히 한 무더기씩 모아놓은 것을 보면, 그 뿌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땅콩을 보면, ‘아, 나는 왜 땅콩을 안 심었던가!’ 하는 진한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또 남의 집 채마밭에 있는 생강이나 토란은.......먼 나라 식물처럼 큰 이파리가 보란 듯이 팔랑거립니다. 가을에는 뿌리 채소가 좋다던데, 왜 나는 안 심었던가! 흑흑. 일 년의 계획이 봄에 있어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는 말이 가슴을 칩니다.
1. 쪽파와 늙은 호박(생산자 김맹자)- “얼릉 쪽파 씻어 와라.” 꾸러미 포장하면서 파전 부쳐 먹는다고 시끌벅적합니다. 비도 오락가락 하는지라, 파전이나 호박전 부쳐 먹으면 좋겠습니다. 호박을 채썰거나 갈아서 밀가루와 소금을 넣어 전을 부칩니다.
2. 쌈채소 모둠(생산자 정연미)- 나도 ‘햇’상추. 엄청 보드랍고 맛있습니다. 고기랑 쌈해서 드세요.
3. 햇배(생산자 유삼례)- 햇배가 나왔습니다. 올해 처음 딴 배를, 처음으로 꾸러미에 내 놓는 거랍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맛이 꽉 찬 배가 나온다고 합니다. 올해는 태풍이 없어 배가 많이많이 달려 있긴 한데, 한편으로 값이 너무 떨어질까 걱정이랍니다.
4. 부추와 땅콩(생산자 정경자)- 귀농 첫 해에 땅콩을 거두며 느꼈던 감동! 딱 한 알 씩밖에 안 심었는데, 그것도 껍질도 없이, 한 알이 두 알 되어 한 집에 살고 있는 거예요! 참 오지더라구요. 땅콩을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삶아서 드셔 보세요. 도시에서 이렇게 먹기 힘든데, 직거래꾸러미라서 가능한 일이랍니다(꾸러미 회원 여러분! 땅콩을 하나씩 떼내느라 죽을 뻔 했습니다~).
5. 유정란(생산자 김규철, 이천수)- 쌀쌀한 아침에 따뜻한 달걀찜을 한숟갈 떠 먹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입안에서부터 뱃속까지 줄곧 뜨뜻하지요.
*9월 셋째주(18일)는 쉽니다.
* 월봉마을 차기 이장 김맹자 님의 한 말씀이 있겠습니다(확성기 켜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진짜로 이번 여름이 어떻게 갔능가 모르게 가버리고, 안 올 것만 같던 가을이 왔습니다. 참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느낍니다.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담아서 마지막으로, 풍성한 한가위 맞이하세요~
2013년 9월 11일
고창텃밭꾸러미 생산자 일동